흡사 이것은 신호등의 빨노초, 아니면 신호등을 따서 만든 '신호등' 사탕의 빨노초. 아마도 같은 호박일 텐데

이렇게 다른 색깔로 늙어버릴 수 있는 건지. 제각기 바람에 씻기고 빗물이 괴었던 풍상의 자국이야 매한가지라지만

늙고 나서 돌아본 색깔이 저렇게도 다르다.

이 녀석들이 그렇게 늙어버린 거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요렇게 셋이 쪼르르 이어 붙여놓은 건 분명

센스있고 다감하던 가게 주인아주머니의 작품일 거라 짐작해보며,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보는데 그다지 맘에

드는 구도가 안 나온다.

그냥, 그래도, 푸욱 맘놓고 늙어버린 저 녀석들을 보면 왠지 가을의 정취가 막 밀려오는 것 같고, 게다가

저렇게 제각기의 색깔로 지인생 마무리하는 듯한 모습도 보기 좋고. 곱게 늙을지어다, 우리도 이 정도는

곱게 늙지 않았는가베. 하고 말해주는 거 같기도 하다. 빨갛든 파랗든, 혹은 노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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