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이전이라고 네이버니 다음의 포털 대문 기사들이 쓸만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능프로그램 독후감같은 글에 인터넷 짤방에 대한 소감문같은 글에, 내용과는 동떨어진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들까지.


그렇지만 지금은 또 차원이 달라졌다.

종편 4개국이 개국하고 나니 이건 도대체. 흔히들 하는 말로 '찌라시' 수준의 막장을 보여주는 쓰레기 기사들, 정말

전파낭비 온라인공간낭비 인력낭비 에너지낭비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들인 거다. 도무지 안 되겠어서, 네이버 대문에

마이뉴스를 설정하기로 했다.

누군가 말했듯,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연합 따위가 보수지라 싫은 게 아니다. 보수든 뭐든 그들이 걸치고 있는 안경과

정치색은 인정할 수 있고 가끔은 읽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상식에 부합하고 언론으로서의 균형과 역할에

충실하려 할 때의 이야기다.


그저 자신들의 이해 관철을 위해 현실을 곡해하고 여론을 왜곡하며 펜대를 굴리는 쓰레기들, 그딴 건 언론이 아니다.

이제 좀 그나마 깔끔하게, 내 취향과 상식에 맞을 법한 대문을 볼 수 있을 듯. 사실 이게 최선은 아니지만.







커다란 컨테이너가 흙바닥을 찍어누르듯 자리잡고서 오랜 시간이 지났나보다. 온통 붉은 녹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컨테이너 철판껍데기에는 햇빛 알레르기처럼 자잘한 물집이 빈틈없이 잡혀 있었다.

흉흉하고 살벌해보이는 그 두껍고 우왁스러워보이는 컨테이너차벽, 그런데 그 벽면에 바싹 기대어선

노랗고 하얀 꽃들을 피워내는 들풀들이 있었다. 햇볕도 가리우고, 철이 부식되고 페인트가 떨어져

나오며 참 많이 방해받았을 텐데, 기어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 제주, 가파도.


이런 거 왜 계속 방치해두고 있나 모르겠다. 아예 저렇게 철판이 다 썩어서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방치할 생각인 걸까. 가파도의 풍광은 아름다웠지만, 시멘트를 때려부어 만든 길은 편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고, 그 와중에 이 녹슨 컨테이너 박스가 가시처럼 박혔다.






어느 까페에 갔다가 문득 발견한 책 한권. 제법 노래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았던 데다가, 한 쪽에

책꽂이가 걸려있고 책들이 십여권 꽂혀있어서 호기심이 동했던 내 잘못이다. 이럴 수가.


이런 책이 아직도 살아남아있으리라곤, 정신빠진 노친네들 책장도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그런 류의 까페에 꽂혀있으리라곤 정말 생각도 못 했었는데, 완전히 똥 밟은 기분.

아, 눈이 썩는 듯한 느낌. 붉은 띠지까지 아직 살아남아있다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박정희를 다시 죽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멸사우국 혼까지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랜다...하아...붉은 띠지는 온통 박정희 찬가,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 따위보다 백만배는 훌륭했고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그런 분이었다는 식이다.


제목 위에 저 촌스런 느낌표 붙은 문장은 또 뭐냐. "그대가 진정 나라를 사랑한다면 그대와

이야기하리라!" 그니까, 박정희 니가 노동자, 농민, 학생, 지식인, 언론과 이야기하지 않고

잡아가두고 탄압한 건, 그들이 진정 나라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거구나. 교활한 말장난,

토할 것만 같다. 박정희 자신은 이미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있단 음흉한 전제.

표지랑 띠지에 이렇게 글자가 많은 책은 첨 보는 거 같다. 차마 안에까지 열어볼 엄두가 나지않아

무슨 폭발물을 조심조심 대하듯이 살짝 뒤로 돌려봤다. 아아...괜히 돌렸어.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거나 까페주인한테 태워버리라고 조언하거나, 여하간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더이상 손대지 말았어야 했던 거다.

이런 평가. 참 대단하다.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을 합해 놓은 인물이라니. 그야말로 문무겸비,

성군 세종에 더해 충무공의 전설같은 무공과 애국심까지 한몸에 지닌 우리의 위대하고 존경하는

박정희 대통령님각하폐하대왕이신 거다.


...하아. 혈압. 사실, 이건 일종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같은 쿠데타 반란세력, 군대를 뒤집고

정치를 뒤집고 나라를 뒤집어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두른 범죄집단의 수괴를 국민의 손으로

처단하지 못한 데서 빚어지는 혼란이 얼마나 큰지 말이다. 여전히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그의 지도력, 그의 '조국근대화' 능력, 그의 카리스마, 그의 청렴함, 그의 인간미 따위에 대한

상찬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 재구성되는 건, 그 독재자와 추종세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지들끼리의 자리다툼을 벌이다 자중지란에 빠져 붕괴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최소한

눈에 보이는 성과는 이뤄냈던 박정희 도당들보다도 못한 문어대가리 일파들이 다시 그 정권을

찬탈했으니. 제대로 박정희에 대해 평가하고 바로잡을 기회도 없이 더 나쁜 놈이 나타나버렸으니

기억이 왜곡된 건 아닐까. 때리던 놈 다음에 칼로 찌르는 놈이 나타난 셈이랄까. 칼로 찌르던

놈들 두 명은 법정에까지 겨우겨우 세웠다지만, 여전히 때리던 놈에 대해서는 요원한 거다.


게다가, 뭐어, 박정희 딸이 차기 대선후보 1위? 2012년에 지구가 망한다는 소리가 차라리

반갑달까. 박정희 책이 여전히 여기저기서 설설 기어나오고, 박정희 딸이 여전히 아버지를

그리는 정치인과 국민들 사이에서 먹히고 있다니 최악이다 정말.


책도 슬쩍 펼쳐보았지만, 뭐라고 논할 건덕지도 없는 찌라시 수준의 이야기들. 단언하건대

저런 책을 읽는 건 시간낭비 돈낭비 에너지낭비. 그냥 조용히 버려야할 책이다.




쓰레기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부종합청사 화장실에서 발견한 멘트라서 더욱 가슴 깊이 파고드는 문장이랄까.

쓰레기..쓰레기..굉장히 함축적인 단어. 굉장히 함축적이라, 누가 누굴 지켜보고 있다는 건지

그 두 개의 '누구'에 온갖 상황을 대입해보게 만드는.




@ 정부종합청사

# 부국강병의 기치 아래 백성들에게 목숨을 내맡기고 충성을 다하라고 외치는 그들,

그렇지만 정작 사태가 엄혹해지면 그렇게 말한다. 너희같은 장똘뱅이가 어찌 그 뜻을 알겠느냐.

아 예, 어차피 아랫것들은 윗대가리에 누가 밟고 올라서나 그놈이 그놈인 것을.


영화에서 묘사된 대로라면 현상타파를 추구하는 전쟁광 세종의 치하나, 명이니 여진이니 왜니

그런 외국의 치하나 사실 '장똘뱅이' 백성들에겐 다를 바 하나 없는 것 아닌가.



# 현대식의 어정쩡한 말투라거나 마지막 장면의 '사물놀이'패 등장이라거나, 한은정의 복장이라거나,

어차피 엄정한 고증을 통한 정극을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제발 장르가 뭔지를 알려다오. 액션인가 드라마인가 멜로인가 역사물인가.


아무리 그래도 세종의 호위무사와 항아리를 집어던지며 개싸움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300을 패러디하듯 대책없이 대군과 붙여놓는 건 아니지 않나.

전혀 설득력도 없고 떼잡이식으로 '애국심을 팔았으니 감동먹지 않을 테냐'라는 건가.
 
아니면 한은정의 (연기말고) 외모나 즐감하라는 건가.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허접 스토리.



# 버섯구름까지 등장시키는 그 적나라하고 호전적인 마인드.

뭐 다른 거 다 넘어가고 그저 '킬링타임용' 쓰레기영화라고 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버섯구름.

근대국가끼리의 관계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주권'의 개념을 울부짖는 세종,

그야말로 벌레처럼 죽어나간 적군의 시체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버티고 선 전쟁영웅들,

노골적으로 피어오른 버섯구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를 노래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놈의 무궁화꽃, 핵주권 따위 이야기는 정말 질리지도 않나. 전쟁동원을 위한 그들만의 노래.

조선시대 버전으로 피어난 무궁화, 이건 쓰레기 중에서도 아주 악질적인 상쓰레기.



# 민족주의에 대한 일그램의 성찰 따위도 없는 영화.

민족주의를 들먹이는 윗대가리들이 의식하던 못하던, 그 사고회로는 대략 이런 거다.

'우리 민족은 잘났다', '과거에는 남들보다 잘나갔다',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현재를 보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그걸 위해 너의 피와 철을 바쳐라'.


우습게도 '우리 민족 잘났다'는 민족주의가 그 민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현재를 수탈한다.

우습게도 그 잘났다는 민족의 과거를 강조하다 보니, 멀쩡히 나름의 역사적 맥락과 문맥 속에 존재하는

나름의 역사를 마냥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묘사하고 만다. 과거의 특정부분을 억지로 부각하고 높이려니

다른 부분은 깍여나가고 폄훼되는 거다.

 

# 사대교린의 옛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주권평등의 근대국가 질서를 섞어놓고,

'신기전'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해 뻔히 보이는 위험도 감내하도록 만들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라고 강변하는 스토리는 혐오스럽다.


그런 스토리와 속내가 품고 있는 함의는 너무나도 정치적이라서. 그리고 현실에서는

그나마 안성기가 연기한 세종처럼 '백성은 황제'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어놔서.

그러고 보면 정말 최악의 영화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노골적으로 최악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에

비기면 나름의 영화적 상상력과 매만짐으로 조금은 이쁘게 만들어 놓은 셈이랄까.



아...시간 아까워. 아 진짜 쓰레기쓰레기 이런 상쓰레기 영화가 당시에 그렇게 화제였다니. 

의미도 없고 최소한의 재미도 없고. 정말이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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