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 길이 : 16.3km

- 예약 : 인터넷 예약

- 난이도 : 걷는 거리와 시간이 길어 속도 조절과 쉬는 포인터가 필수다.

- 구간 : 소광2리 금강송펜션 > 저진터재 > 너삼밭재 > 너삼밭 > 화전민터 > 금강소나무 군락지 > 오백년 소나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인근에 사시는 주민분들이 마치 집밥과 같은 정성으로 준비해주신 점심 식사를 든든히 하고 나니

 

이제 금강소나무의 부활을 위한 생태경영림을 둘러보고 특히나 500년 묵었다는 소나무를 만나는 코스가 남은 셈이다.

 

 

이미 왕성하게 형성되어 있는 금강소나무숲에서는 어린 나무들이 새롭게 자라기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인근 지역으로 이렇게

 

외연을 넓힐 수 있게 생태림을 조성하고 유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나무들은 특히나 밑둥에 표시를 해두고는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한반도를 가득 채웠을 토종 소나무들의 기세가 이제 이곳 울진의 끄트머리까지 몰려온 시점,

 

다시 과거의 수준으로 번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인 것 같다.

 

 

 

그렇게 금강소나무들을 위한 일종의 '모판'이라고 할 수 있는-왜 벼를 심기 전에 모판에서 어느 정도 키우고 논에 심듯이-

 

이 곳, 아직 작고 여린, 그래서 더욱 싱싱해 보이는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가 문득 눈앞에 나타난 500년 묵은 금강소나무. 반세기가 되었어도 곧고 당당한 자태는 굽힘이 없다.

 

 

 

이렇게 수령이 오랜 나무를 보면 왠지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상서로운 기운이 막 전달되는 것 같다.

 

다른 탐방객들도 그랬는지 나무의 기를 받고 가겠다며 나무와 함께 사진도 찍고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아직은 본때없이 키만 멀대처럼 자라난 금강소나무들, 이 정도면 몇십년 되지도 않은 꼬꼬마 축에 끼지 않으려나.

 

 

그리고 다시 3코스의 출발점이자 모든 금강소나무숲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어디에선가 눈에 밟힌

 

나무의 잔해. 무려 1950년에 발생한 산불로 이렇게 부서지고 그을린 몸뚱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돌아오는 길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편도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길이기에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 있고,

 

아니면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걸어갈 수도 있고. 다시 걸어와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예닐곱 시간만에 다시 도착한 출발점. 미처 몰랐는데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간은 사실 이전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쓰이던 곳이었다 하고, 그 앞의 펜션은 사실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가깝다면 사계절을 모두 느껴보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깊은 숲의 위엄이 살아있는 트레킹 코스인 듯 하다.

 

 

 

숲을 보전하기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하루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정부 운영 트레킹코스라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었다. 아침 9시까지 주차장에 모여서는 가이드 겸 숲해설사와 함께 무리지어 출발하기 직전.

 

 

     입구에서부터 특별한 구간임을 강조하는 표지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탐방은 안내자를 동반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내용. 이 곳의 소나무들은 한국의 토종 소나무들로 산림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무척 높다고 한다.

 

 무리지어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산길 숲길이니만치 제법 멀리 벌어져서 움직이게 된다. 그냥 조금 밀도가 낮지 않은

 

등산을 나선 느낌 정도랄까. 아무래도 울진이 서울에서 쉽게 가닿기는 어려운 거리니만치 경상도 분들이 많으신 듯.

 

 

 

 아직 가을볕이 따끔거리는 시간, 단풍이 채 여물지 않은 싱싱한 초록빛 나뭇잎들이 연두빛 햇살을 걸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분이 잠시 쉬어가는 길에 보여줬던 화전민들의 생활터. 70년대까지만 해도 산 곳곳에 터를 잡고서는

 

숲에 기대어 생활을 이어갔다는 화전민분들의 삶에도 술은 빠질 수 없었을 거다.

 

굉장히 옛날 디자인처럼 보이는 '금복주'의 깨진 병이 곳곳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신산스럽기도 하고.

 

 

 

 금강소나무숲길은 현재까지는 1코스, 2코스, 그리고 3코스와 3-1코스 정도가 개장된 것 같은데, 난이도는 고만고만해 보인다.

 

대충 아침부터 오후 4시쯤까지면 끝나는 코스인데 점심식사의 경우는 근처 주민분들이 직접 밥차를 챙겨 준비해주신다고.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는 언덕배기를 두어개 오르내리고 나니 본격적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진입.

 

일제시기 한국의 곧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거침없이 벌채해가는 바람에 토종 소나무의 수가 확 줄어버렸다고는 해도

 

이곳 울진은 워낙 벽지여서 그런 수탈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는 여느 소나무와는 달리 이파리를 뜯었을 때 잎이 두 가닥이고, 송진이 많고 속이 꽉 차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강도와 내구성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조선시대 초에 궁궐 건축자재로 쓰였던 금강소나무 기둥을

 

수백년 후에 수리할 때에도 그대로 다시 썼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 시멘트나 콘크리트보다도 더욱 오래 버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을, 가을. 어느덧 부쩍 높아져버린 푸른 하늘과 각자의 색깔로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의 향연이다.

 

 

 

 

성미급한 나무 하나는 제멋에 겨워 벌써 홀로 새빨갛게 뺨을 붉혔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만 곳곳에 붉은 기운이 스며든 채 호시탐탐 호루라기 소리만 기다리는 중이다. 준비~ 땅.

 

 

 금강소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던 숲해설사님, 저 정도의 굵기로 자라려 해도 금강소나무는 근 이백년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던가. 생장 속도나 나이테 불리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속이 더욱 실한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손길이 함부로 접할 수 없어서일까,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한 자연 속에서는

 

개울물 소리가 더욱 영롱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물빛도 훨씬 깊어보이는 거다.

 

 

 그렇지만 탐방로는 의외로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이 걸음을 인도했고,

 

빽빽하게 치솟은 소나무숲을 요리조리 꺽어가며 붉은 황토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더러는 이런 징검다리 돌다리도 건너기도 하고.

 

 

 

 

 

구불구불 자연스런 리듬감이 묻어나는 길을 따라 훤칠한 금강소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금강소나무로 만든 것 같은 곧고 단단한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그렇게 우선 점심 식사를 위한 밥차가 있는 장소까지 걸었다. 대충 세시간 정도 걸린 듯.

 

그러고 보니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1코스였던가, 산양 보호지역을 지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3코스에서는 산양을 직접 볼 기회는 없다고 했다. 길 잃은 산양이라도 한 마리 조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영접한 밥차. 주민분들이 직접 매일매일 준비하는 밥과 국과 반찬들이라는데 맛도 훌륭하고 양도 적지 않아서,

 

오전의 어렵지도 않았지만 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던 산행으로 출출해진 배를 충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다들 식판에 받아들고는 근처에 적당한 나무그늘이나 등걸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바람소리 시원하고 어디선가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까지 들리던, 10월 중순의 녹색 그늘.

 

 

이제 점심을 먹고서는 금강소나무의 보존을 위한 생태경영림을 돌아보는 코스로 이어질 차례.

 

 

 

경주 남산에 오르는 길, 삼릉을 거쳐 지나는 골짜기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건 다소 묘한 손모양의 목잘린 좌불.

 

석조여래좌상, 삼릉어귀의 길로부터 출발해 남산에 오르는 길은 예전부터 절도 많고 불상도 많았다나.

 

무려 11개소의 절터와 15구의 불상이 산재한데다가 금오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라 제일 즐겨찾는 등산로란다.

 

 

어느새 싱그러운 녹빛이 솔잎바늘 끝까지 충만한 소나무들. 남녘에는 봄이 왔다.

 

바위 위에 새겨진 관세음보살상. 천수관음의 자비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은 천년을 이어지고.

 

관세음보살이 굽어보는 경주 남산의 앞마당. 하늘이 좀만 더 파랗게 맑았음 좋았을 텐데 아쉽다.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석가삼존과 아미타삼존이 새겨져 계시다는데, 머리에 둥그렇게 보름달같은 휘광이 비치는

 

부처님 세분이 계시니 뭔가 더욱더 강력해 보인달까. 이렇게 선으로만 새겨진 부처상은 남산에선 드문 거라고 한다.

 

하얗고 검은 바위의 육중한 옆구리에 명료하지만 가느다란 선으로 한붓그리기하듯 그려놓은 부처님들을

 

눈으로 따르다 보면 중간에 살짝 선을 놓치기도 하고 어지러워지기도 하고. 구도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은유일 수도.ㅋ

 

그리고 석가여래좌상. 부분부분 깨어져나간 부분도 보이고 뒤의 휘광도 다시 조각붙이기를 한 거 같지만

 

엄숙하고 우아한 표정이나 진중한 앉은 자세가 여전히 당당하다.

 

 

부처님한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요모조모 얼굴과 몸의 굴곡을 살펴보려는데, 부처님 왠지 우셨던 거 같다.

 

하긴 요새 세상이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참 슬픈 일 투성이들일 테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눈물자국이 선연하다.

 

 

남산 정상까지는 안 가고 내려오는 길, 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다지 좁지 않은 길을 꽉 채워서

 

남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좌우로 허리를 굽힌 채 소나무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던 남산의 노송들.

 

 

그리고 남산 아랫자락에 그리 오래진 않아보이는 망월사라는 절에 잠깐 인사드리러 들어가는 길.

 

나른하고 촉촉한 봄볕이 내리쬐이는 절 앞마당에는 벤치도 늘어서 있고, 가지런히 누워 몸을 달구는 기왓장들도 쪼르르.

 

댓돌 위에는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였다.

 

 

대웅전 뒤로 푸릇푸릇한 기운이 마구 돋아나는 남산을 배경으로 크고 작게 솟아오른 불상과 불탑들.

 

 

 

 

천년고도 경주 남산에 찾아드는 봄. 꽃망울이 툭툭 터지며 노랑 꽃잎이 비집고 나왔다.

 

남산을 올라가는 길은 굉장히 여러갈래가 있는데, 그 골짜기마다 온갖 돌을 쪼아 모신 와불과 좌불이 숨어있다.

 

일단은 남산 아랫둔치에 있는 포석정부터 살짝 눈도장찍고 남산을 에둘러 삼릉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경주에 오면 뭐니뭐니해도 소나무. 거침없이 뒤틀린 그 기기묘묘한 생동감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와중에 이른 봄볕을 쬐러 나온 청설모 한 마리. 쉼없이 앞니를 놀리며 겨우내 아껴두었을 도토리를 까먹는 참이다.

 

그리고 삼릉. 제법 경사가 있는 곳에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다 보면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이 둥실 떠오른다.

 

 

능 세개가 연이어 봉긋봉긋 솟아있는 곳엔 따스한 봄볕이 나리고, 주변에는 짙은 솔숲 그늘을 드리워 서늘한 기운이 뻗친다.

 

조그마한 구릉처럼 솟아난 저 신라시대 왕들의 무덤을 보면 참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천년 전의 죽음이 이토록 자연스럽고 평온한 분위기로 승화되었구나, 랄까.

 

딱히 어디가 길이랄 것도 없는 남산 언저리를 더듬다 보면 이런 표지판이 보인다. 신라인의 미소와 도깨비의 형상.

 

경애왕릉을 향해 걷는 길, 곧고 늘씬하게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신비로운 기운처럼 하늘을 향해 하늘하늘 번진다.

 

 

그리고 다시, 삼릉과 경애왕릉을 지나고 남산을 향해 본격적으로 걷는 길, 양쪽으로 소나무가 어깨를 구부려 터널을 만들었다.

 

 

 

 

그냥, 딱 보는데 엄훠 이거 엄청 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되면 추천 꾹.ㅋ




@ 담양, 죽녹원. (죽녹원 가서 대나무는 안 보고 소나무를 보고 왔다는..)




1. 아이유의 뒷목잡기, 옷벗어던지기의 구분동작.


초당 7매, 말이 그렇지 사실 눈깜짝할 일초의 시간 사이 일곱번이나 사진이 찍힌다는 건

웬만한 DSLR로는 꿈꾸기 어려운 속도인 거다. 반사거울이 계속 찰칵찰칵, 열렸다 닫혀야

하는 DSLR의 구조 때문일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덕분에 소니a33의 경우 초당 7매,

소니a55의 경우는 초당 10매까지 연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애니메이션이

움직이듯 사진들을 차르르 넘겨보면서 부드러운 움직임도 만들어낼 수준 아닐까.


그래서 시험해봤다. 아이유가 가장 귀여운 순간이 언제인지, 울 아이유의 '좋은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아마 다들 이 순간을 꼽지 않을까? "아이쿠, 하나 둘"

울 아이유가 뒷목잡는 순간, 아무리 뮤직비디오를 되풀이 보아도 늘 아쉽기만 하던 그 

찰나의 기적같은 순간을 초당 7매의 연사로 깨알같이 새겨두고 싶었다.
 
아앙 아이융~* 뒷목 잡을 때 너의 손동작은 이랬던 것이었던 것이구나. 가슴 앞에 다소곳이 모은

두 손으로 슬쩍 쏟아져내린 긴 생머리칼을 넘기듯 올렸다가, 은근히 뒷목으로 향하는 오른손.

고음으로 내달리던 어느 한 지점에서 '아이쿠♡'하며 완연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상체,

그리고 조금씩 찌푸려진 인상마저 한호흡 한호흡 쪼개서 볼 수 있었다. 아아~♡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옷 갈아입는 장면, 아아, 나풀대며 던져지는 옷가지이고파.

울 아이유의 손끝에서 미끄러진 옷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폭신하고 부드러워보이는, 게다가

향기로워보이는 침대를 지나 떨어지고 있었다. 옷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예닐곱번이라도

찍어낼 듯한 기세좋은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라면 그녀의 향기조차 담길 것만 같다.

흠흠, 초당 7매의 경이로운 연사 성능을 꼭 이런 식으로 시험해 봐야 했는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렇지만 다들 궁금하지 않았을까. 사실 난 별로 아이유에도 관심없고

벗어던져지는 옷가지에도 관심없으며 '아이쿠'의 저 귀..저 액션에도 별 관심없다는. 흥.




2.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을 한 장에 담다.


사실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지라, 소니a33의 기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파노라마 기능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길과 오른쪽길이

사실은 같은 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눈덮인 산길 교차로에서 찍은 사진이니까 맨 왼쪽

길과 맨 오른쪽 길은 사실 이어져 있는 한길,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이 한 장에 찍힌 셈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손목만 돌려주면, 알아서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주는 거다.

파노라마로 찍히는 사진들은 확실히 보통 사이즈의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풍경이 전부

담기는 데다가, 상자처럼 접혀있는 공간을 구비구비 평면으로 펼쳐내는 게 재미있다.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돌리다보면 이렇게, 180도가 넘는 회전반경이 전부 찍히는 정도니까

가히 괴물같은 성능이다. 파노라마는 '표준 사이즈'와 '와이드 사이즈'로 나뉘고,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위로던 아래로던 자유로이 세팅해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는 고작 발끝에서 몇 발짝 앞의 풍경까지밖에 담지 못하고, 멀리 봐야

기껏 나무 끝에서 그치는 풍경이지만 파노라마 기능으로 쏴주면 이런 풍경이 담기는 거다.


워낙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시도했던 파노라마 사진들, 여차하면 사진 위에서 나무가 거꾸로

꼽혀 있는 모습도 찍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제법 성공했다. 그외에도

다양한 사이즈로,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해본 사진들은 확실히 일반적인 사이즈의 사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3. 빛과 어둠, 숙명적인 싸움 끝에 찾아온 화해무드.


마지막으로 약간 편법이다, 싶을 정도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게 해주던 기능 하나만 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가 사진은 '빛, 공기, 바람' 이렇게 세 가지로 이뤄진다

이야기했을 만큼 사진에서 빛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적인 거 같다. (나도 잘 모르지만.)



소니a33은 빛과 그림자가 격렬하게 뒤섞여있어 좀처럼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다른 쪽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몇 가지 특출한 기능을 발휘하는 거다. DRO와 HDR. 알아서 적당한

노출로 음영을 조율해주는 게 DRO라면, 한번 셔터로 세장이 내리 찍힌 후에 자연스레 합성되어

최선의 사진을 내놓는 기능이 HDR이라 거칠게나마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건 꼭 노골적으로 불빛이 일렁이는 깜깜한 배경에서만 유용한 건 아니지 싶다. 좀더

여러 상황에서 다뤄봐야 알겠지만, 당장 이런 두 장의 사진만 비교해도 DRO기능이

발휘된 오른쪽 사진이 좀더 화면 구석구석이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된 게 보이니까.

아무래도 파노라마 기능이 참 재미있다. 이런저런 식으로 써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식으로는

절대 만들어내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게다가 여태 이렇게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내는 카메라는 없었던 거 같은데, 그저 셔터만 누르고 카메라만 돌려주면 알아서 합성해

주는 거니까 여기저기서 시도해 보게 된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내 방에서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송진 냄새를 폴폴 풍기는 솔방울들이 한 바가지

가득 자리를 차지했다. 티비에선가 나왔다는 '솔방울 가습기'를 보고 등산다녀오는 길에

부모님이 따온 솔방울들인데, 바싹 말라 온통 벌어져있던 솔방울들이 물을 빨아들이면

저렇게 포실포실한 모양으로 비비적대며 커지는 거다.


효과도 꽤나 좋은 거 같은 게 아침마다 건조했던 목이나 눈이 조금 덜한 거 같고, 목이

잠기거나 가라앉는 것도 한결 나아진 것 같다. 벌써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물을 전부 뱉어내

활짝 피었다가 다시 물을 함뿍 머금고는 통통하게 닫히는 과정을 밟고 있는 솔방울들.

자세히 살펴보면 빛깔도 모양도 약간씩 다른 것들이 이쁘기도 하다.


굳이 이쁜 걸 줍지 않아도, 조금씩 깨지거나 이빨이 나가있는 솔방울을 줏어도 일단

녀석들이 물을 빨아올리기만 하면 토실토실, 생각보다 별로 티도 나지 않을 뿐더러 이쁘긴

매한가지. 근처 야트막한 산이라도 올라 솔방울을 한 바가지 정도만 골라오면 되겠다.






@ 강화도


#1. 국립의료원에서 황열병 주사를 어제 맞았다. 치사율이 무려 오백만분의 일이라던가. 의사가 말하길 그렇게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기로 한 거 안 갈거 아니니까 맞으셔야죠, 그랬다. 실은 이달 말께 가기로 했던
 
아프리카 출장이 무기 연기되는 바람에 딱히 오백만분의 일이라는 운세를 시험해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십년이나 효과가 지속된다니, 이김에 (꽁짜로) 맞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삼일정도 금주를 하라 했고, 며칠 몸살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수 있다 했는데 딱히 모르겠다. 아직

살아있는 거 보면, 오백만분의 일의 확률은 날 비켜간 듯. 그 정도면 높지도 낮지도 않은 확률이었는데.



#2. 그러고 보니 막걸리를 마시면서 포스팅중. 객관적으로야 삼일이 채 안 지났지만, 이미 내 맘속으로는

한 삼백일쯤 지난 듯 하니 패스.



#3. 5월말부터 월, 수, 금, 퇴근 후 일곱시부터 열시까지 교육을 받고 있다. 이제 다음주말에 시험만 보면

끝나는데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또 어쨌든 꾸역꾸역 출석하고 중간셤도 나름 잘 보고 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성실함'이 빛을 발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냥, 회사를 다니면서 목표를 상실한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려면 조금씩 단기 목표를 세워가며 사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어영부영한 맘으로 시작했던 코스인데 끝이 보여서 다행이다. 내일 열두시부터 여섯시까지

여섯시간동안이나 수업 겸 평가를 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깝깝하긴 하지만서도.


#4.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아침부터 심각하게 찌푸렸던 하늘에서 물방울이 톡톡 돋아나는 것부터 보았던

터라, 내내 기분이 좀 처져 있었다. 게다가 다음주엔 무슨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손가락은 열 개인데 키보드

자판은 무려 백네개나 되어서 힘겨웠던 하루였던 거다.


주말에 일박이일로 여행이나 갈까 했는데. 아쉽게 되고 말았다.



#5. 아...막걸리 한잔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오백만분지일의 가능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건가.

국립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신청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는데, 이미 내 앞으로 사백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구명의 사람이 무사히 주사를 맞고 돌아갔던 건지도 모르겠다.





배병우라는 사진 작가, 얼핏 귀동냥한 수준이라곤 일본에서 미스터 소나무 라 불릴 정도로 소나무 사진이

유명하다는 정도? 그의 작품을 보기 전 내 감각이란 게, 보고 난 후의 감각과 어떻게 달라질지, 달라지긴 할지

괜시리 궁금해져서 시험삼아 눈앞의 소나무를 찍어보았다.

어라, 들어가려고 봤더니 도슨트의 설명이 오후 네시, 다섯시, 여섯시, 그렇게 있다. 한 삼사십분 밖에서 돌다가

들어가면 도슨트 누나야들과 함께 자상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겠다 싶어 우선 발길닿는대로 덕수궁을

둘러보았다.

미술전이었다면 뭐 딱히 도슨트의 설명 없이 알아서 이해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왠지 사진전은 여러차례 접해

보아도 뭔가 내가 이해하는 게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이 없다. 미술전이라 해도 으레 먼저 한바퀴

돌아보고 도슨트와 함께 한번 다시 돌아보며 내가 받았던 이미지나 느낌들과 비교해 보는 게 또 쏠쏠한 재미,

어떻게든 도슨트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건 더욱 재미있게 전시를 즐기는 첩경이지 싶다. 

전시를 둘러보는 나만의 방식이랄까, 우선 한 바퀴 전체적으로 둘러본다. 몇몇 눈에 밟혔던 작품들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한번 돌며 그것들만 찾아서 좀더 시간을 할애해 감상한다.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되어 버린 

미술전 감상에 비해 아무래도 아직 사진전은 이렇다 할 정도의 전형이 잡힐 만큼 많이 돌아본 건 아니라,

게다가 사진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 조금은 조심스럽다.

뜬금없지만 새로 산 카메라 자랑. 펜탁스가 10월 초 회심에 찬 일격으로 내놓았다는 K-x. 이런 기능이 있다.

설정만 해놓으면 지 마음대로의 색감을 끄집어내어 랜덤으로 찍어버리는. 완전 낡고 퇴락한 느낌이다.

덕수궁을 종횡하며 가로지르는 돌담들, 그 담장을 중간중간 끊어놓고 있는 문들은 자연스럽게 담장과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저런 담장에 저런 대문, 아니면 뭘 갖다 붙일 수 있을까.


빗발이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했다. 단체로 출사를 나온 듯한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위계를 나타낸

비석들이 쪼르르 서있는 마당이 스산해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덕수궁 입구와 덕수궁 미술관을 이어주는

최단거리 상에 몰려 있었다.

다시 한번 카메라 자랑질. 오오...신기하다 신기해. 같은 공간인데 이토록 다른 느낌이라니.

물, 빛, 바람(공기)를 늘 사진 속에 포착해냈다는 배병우란 사람, 그의 사진을 보면서 몇 가지 느낀 점들이

있었다. 같은 사진이라 해도 '크기'라는 요소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같은 공간이라 해도

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겠구나. 구도를 창조해낼 수 있는 그림과는 달리 사진이란

건, 구도를 발견하고 끌어내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겠구나. 뭐 그런 것들.

그는 소나무 사진으로 이름을 얻었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그렇게도 말한다고 했다. 그가 한국 해안가에 자라는

옹골지고 고단한 해송이 아닌 다른 지역의 소나무를 테마로 잡았다면 이토록 성공하진 못했을 거라고. 한국의

소나무, 그중에서도 거센 바닷바람을 버티고 열악한 토양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주름지고 굴곡진 해송들의

강한 기운을 존중하는 그는, 경주의 왕릉 주변 소나무를 찍은 사진 반대편 전시공간을 온통 까만 천으로 덮어

버렸다. 얘기인즉 왕릉 주변의 소나무들은 지상의 영혼을 하늘로 이어주는 강한 영적 매개체라 맞은 편에

작품이 놓이면 그 기운을 배겨내지 못했을 거라 여겼다는 것인데, 1:1 사이즈로 '생산'된 그의 사진들을 보면

정말 뭔가 기운이 발산되는 듯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런 요청까지 굳이 했다는 작가를 소나무에 미친

'또라이'라고 이야기할 수야 없는 거인데다가, 엽서나 카드 사이즈의 사진과는 다른 모종의 '포스'를 그 1:1

사이즈의 사진들은 분명하게 내뿜고 있었던 거다.)

그는 스스로를 '사진가'가 아니라 부정했다. '예술가'라고 했다.

일반적인 화가들이 붓으로 스스로의 세계를 펼쳐내듯, 그는 카메라로 스스로의 세계를 끌어냈다. 그가 '생산'한

사진들은 단순히 현실의 재생이 아니라 배병우 자신의 의도와 관념이 짙게 투영된 그림과도 같다는 거다. 하여

그의 사진들은 일반적으로 사진의 특성이라 얘기되는 뛰어난 모사성, 구체성, 디테일함이나 세밀함 따위를

대체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소나무 한 그루에 더해 흐릿한 실루엣 쪼금, 그걸로 족한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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