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갔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언제 다시 또 오겠냐 했지만 이렇게 일년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오게 되다니.

 

무려 90여불에 달하는 일일권 티켓과 같은 값에 파는 'Buy a day, Get 2014' 티켓-그니까 일년 무제한 이용권을 사두길

 

잘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니 더욱 색다르기도 하고.

 

신용카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티켓.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탈거리가 트랜스포머라더니 역시 티켓도

 

트랜스포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에는 슈렉이라거나 트랜스포머라거나, 그린치라거나 온갖 영화속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역시 디테일이 살아있는 트랜스포머의 등장 로봇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공간이 나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세트장 투어공간, 온갖 탈거리들, 그리고

 

이런 식의 잘 꾸며진 환상적인 거리들. 사진은 1938년대를 재현한 미국 거리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탈거리, 볼거리 중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워터월드쇼. 실제 동명의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해서 지어졌다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고난이도의 스턴트 액션과 전투신을 재현한다.

 

 

총알 대신 물대포를 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게 펑펑 폭음이 들리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게다가 객석과 공연장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걸 생각하면 화염이 훅 치솟을 때의 열감과 열풍은 깜짝 놀라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커튼콜, 대략 20분 정도 진행된 공연은 하루에 네다섯 차례 반복되는 것 같은데,

 

기타 다른 볼거리나 탈거리들의 시간표를 입장시에 받아보게 되니 스케줄을 잘 짜는 게 관건인 듯.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 투어.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도 긴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전기기차를 타고 실내외 세트장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만 지원.

 

여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 작품 중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거리 장면을 찍었던 세트장이라고 한다.

 

뉴욕의 상징 노란색 택시가 딱 버티고 선 앞에 까페는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까페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렇게 그간의 작품에 등장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도 지난다.

 

꼭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만이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시리즈에 나왔던 차들이라거나 모형차들 역시.

 

이곳은 특수효과를 시연해 보여주는 곳. 맑은 대낮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정도야 스프링쿨러에 익숙하다 쳐도,

 

이렇게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고 홍수가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중인 모습을 촬영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모형을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전설의 명작, '조스'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호수를 지나기도 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수영중이던 사람이 끌려들어가고는 이내 시뻘겋게 물드는 해수면.

 

 그리고 킹콩의 한 장면을 3D로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이렇게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도.

 

 실제로 비행기를 한대 구매해서 사고난 것처럼 실감나게 때려부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세트장을 활용해서 찍었던 항공기 사고 장면들이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쓰였다고.

 

 

그렇게 한 나절, 일년여 만에 다시 찾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심슨가족'이니 '미이라'니

 

'트랜스포머' 혹은 '쥬라기공원'이니 하는 다른 탈거리들도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내용을 바꾸어야 사람들을 계속 찾도록 이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또 와도 실망하진 않겠다.

 

 

인천국제공항 ▶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by air (1시간 20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이내 후쿠오카 상공에 진입했다. 티웨이항공사를 이용했으니 기내식은 기대도 안 했는데,

 

그래도 크로와상과 주스로 요기는 할 수 있었다. 비행시간, 1시간 20분. 오전 10시 5분 발, 11시 25분 착.

 

후쿠오카는 삼사년전 한번 시내를 돌아봤고, 이번엔 온천 마을로 손꼽히는 유후인을 섭렵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할 예정이었으니 마음이 조금 급하다.(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by Shuttle Bus(공짜, 15분 소요)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는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1층에서 바로 잡아탈 수가 있다. 우선 해야할 것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를 잡아타는 것. 국제선 터미널에서 화물창고를 지나

 

국내선 터미널로 향하는 공항 내 셔틀버스는 대략 15분 정도 소요된다. 이용료는 공짜.

 

도쿄 같은 대도시들도 그렇지만 후쿠오카 역시 한국인 여행자들이 돌아다니기에 무지 편하다. 전철이나 공항, 백화점 같은

 

주요 시설물에는 전부 영어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셔틀버스에서도 훌륭히 제공되는 안내방송을 따라 후쿠오카 국내선

 

공항에 일단 짐과 함께 내렸다.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  버스티켓 창구

 

국내선에서 후쿠오카 인근 지역으로 이어지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미 여기저기 줄을 서 있었다.

 

셔틀버스 내린 곳에서 얼마 걷지 않아 쉽게 고속버스 티켓 판매소를 찾을 수 있었다.

 

창구에 대고 물었다. "유후인, 욘마이킷뿌". 유후인 왕복을 위한 2명의 티켓을 세트로 파는 티켓을 '욘마이킷뿌'라고 한다.

 

(유후인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하카타버스터미널, 텐진버스터미널 중 선택 가능)

 

두명의 왕복 티켓이니 총 네 장을 8,000엔으로 살 수 있는데, 별개로 사게 되면 편도에 약 3,000엔 전후인 듯 하니

 

4,000엔 가량 할인되는 셈이다.

 

어라, 영어가 짧은 차표 아저씨가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위의 시간표를 가리킨다.

 

여기서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는 11:04, 12:04, 13:14, 14:04..이렇게 한 시간에 한대 꼴인데, 12:04분 걸 타면

 

딱 되겠구나 했는데 이미 만차란다. 예약을 사전에 하고 온 단체여행객들이 있었는지, 해서 13:14분 차로 예매.

 

(인천에서 10:05분 출발,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11:25분경 도착, 입국수속하고 짐찾고 셔틀타면 12시 전후로 도착)

 

버스티켓 구매 ▶ 승차장 확인

 

이게 바로 유후인행 욘마이킷뿌. 앞의 두장이 유후인행 티켓, 뒤의 두장은 나중에 유후인에서 돌아올 차편을 끊을 때

 

필요한 티켓이다. 유후인역 앞의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에서 저 티켓을 보여주고 원하는 시간대의 버스를 끊으면 된다.

 

티켓을 사고 가만히 보니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유후인. 탕포원, 湯布院, YUFUIN이구나.

 

그리고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하나. 바닥에 노란 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각각의 라인에는 행선지가 적혔다.

 

이런 식으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라인 안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거다. 애초 티켓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으니 줄을 미리부터 서 있을 필요는 사실 없으니 공항 안에서 가볍게 편의점을 들러 군것질이나 조금.

 

 

 

딴짓할 시간(화장실, 편의점, 공항 전망대..)

 

간단히 요기할 거리를 찾는데 역시 일본은 올 때마다 신기한 거리들을 찾게 된다. 볶음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묘한 느낌의

 

라면을 렌지에 덥혀서 따끈하게 먹고, 무려 '스파클링 두유'를 마시며 잠시 공항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공항 화장실에 들렀는데 이렇게 색색깔로 구분되어 있다니. 색감도 맘에 든다. 

 

후쿠오카 국내선 터미널 ▶ 유후인 by 고속버스 (1시간 40분)

 

정복을 차려입은 아저씨가 마이크를 들고는 들고 나는 버스의 행선지를 외치며 승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유후인행

 

버스 올 시간이 다 되었고, 유후인행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에는 사람과 짐들이 꽉 차있었다.

 

 

고속버스라곤 하지만 중간중간 서서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 버스의

 

종점이 바로 우리가 갈 곳, 유후인 역이다. 2시간에 가까운 탑승시간이 좀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휴게소를 쉬거나

 

그런 일은 없다.  

 

휴게소를 굳이 들르지 않는 건, 이렇게 차 안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가 이용하는 건 못 봤지만

 

화장실만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도 아니고 고작 2시간 남짓한 버스 여행이었으니 뭐.

 

그리고 다른 일본의 버스 요금 시스템처럼 구간별 운임이 쉼없이 늘어나고 있던 안내창이 붙어있던 버스 앞.

 

유후인 도착! ▶ 숙소

 

유후인에 도착해서 맨 처음 담은 풍경. 조그마한 동사무소보다도 작은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우리를 맞이했던 건

 

흰구름 동동 이고 있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반짝거리며 굴러내리는 햇살과 시원하게 내리부어지는 청신한 바람.

 

 

 

우선 숙소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요청하고는 잠시 주변을 돌아봤다. 유후인 역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왕복 이차선의

 

조그마한 차로는 아마도 유후인의 메인로드인 듯 하고, 그 양쪽으로 이어지는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앞으로 둘러볼 곳들. 여느 고만고만한 세계의 도시들과는 달리 작고 살가운 풍경에 두근거리고 있는데 마차가 지나간다.

 

 

 

* 후쿠오카 - 유후인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터미널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1  12:04 13:48 

 2

 13:14

14:58 
 3

 14:04

15:48

 

 

* 유후인 - 후쿠오카 (텐진 버스터미널 - 하카다 버스터미널 - 후쿠오카 공항)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후쿠오카 버스터미널(하카다)

 1  08:35  10:53 
 2  12:20  14:38
 3  13:50  16:08
 4  14:35  16:53
 5  15:20  17:38
 6  16:20  18:38
 7  17:00  19:18

 

 

 

 

 

 

여기저기 한옥마을이니 뭐니 하여 초가지붕과 기와지붕을 사이좋게 모아둔 공간이 꽤나 생기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세트장보다는 그럴 듯한 느낌이

덜하다. 민속촌 같은 컨셉은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깝게 복원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테니 이쁘고

운치있게 보이기 위한, 그리고도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세트장과는 목적부터가 다른 거다.

남양주에 있는 종합촬영소에는 19세기말 종로통을 재현해 둔 민속마을 세트장이 있었다.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좌우로 열지어 있는 이 골목이 인사동에 남아있는 피맛골의 예전 모습이었겠구나,

아무리 말로 백번 들어봐야 한번 이렇게 보는 것만 못하다. 머릿속에 과거 피맛골의 모습이

대번에 아로새겨졌다.

애초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다룬 영화 '취화선'의 세트장으로 마련된 이 곳은 이후 '천년학'이나

'왕의 남자', '스캔들', 심지어는 '다모'나 '해신'같은 드라마 세트장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 최대한 공간을 조금 차지하면서도 다양한 구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걸까, 아니면 정말 저 시대에 저렇게 기와집과 초가집이 바싹 붙어있었던 걸까.

세트장이라고는 하지만 건물들의 외관만 보면 다들 굉장히 번듯번듯하고 오래 묵어 보여서, 실제로

사용되던 건물들을 보존해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가만 살피면 기와 밑에 숨어있는 비닐이나

스티로폼 따위 현대의 건축 자재들이 살짝 드러나 있는 부분들도 있고, 열린 문짝 안으로 들여다본

내부는 좀체 사람손이 닿지 않은 싸늘한 기운만을 가득 품고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의 조그마한 동네 하나를 만들어둔 규모의 세트장인지라, 안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몇몇 영화에서 접했던 조선 말기 한성의 풍경과 겹치면서 더욱 실감나더라는. 둥그스름한

초가지붕이 저 너머의 둥글둥글한 야산의 실루엣을 닮았다.

그리고 여기는 판문점 세트장, 판문점에서 실제 영화 촬영이 불가능하니까 이곳에 실물의 85% 규모

판문점 세트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해서 찍은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JSA, 유명한

장면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인형 두 개가 서있었다. 이병헌과 송강호의 얼굴 대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저 안에 들어갔을 거다.

판문점 남측 사무소인 '자유의 집', 여기서 어떤 장면이 찍혔었는지는 좀체 기억이 안난다. 

그러고 보니 공동경비구역 JSA가 대체 언제적 작품인가 싶기도 하고, 그 중 한두장면이라도

기억에 남아있는 게 대단하지 싶기도 하고.

야외 세트장에서 실내의 영상지원관으로 내려가는 길, 영상지원관 내부에는 소품실, 의상실,

법정 세트장 등이 개방되어 있다고 해서 꽤 재미있을 거 같기도 했고, 생각보다 11월 중순의

날씨가 선뜩선뜩 서늘했던 탓에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반대편 벽면에는 무려 '포토존'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 한가운데

그려져 있었다. 마치 요정인 양 그 글자를 가린 채 화려한 나비 날개를 달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이나 재미있어서 사람들의 대범한 포즈를 잠시 구경.

건물 안에는 지금 촬영이 진행중인 스튜디오도 있고 불이 꺼져 있는 스튜디오도 있고, '촬영중

조용히'라는 표지에 불이 켜진 스튜디오 안에서 무슨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살짝

문을 돌려봤지만 열리지 않아 포기. 궁금증은 여전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법원 세트장, 우리 나라 영화나 드라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법원 장면일 텐데 그렇다면 그 장면들은 모두 여기서 찍혔다는 이야기 아닐까. 내부를 전후좌우,

심지어 위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천장이 휑하니 뚫려 있던 대법원 세트장의 법관석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이 모두들 한 번 앉아서 사진을 찍어보려 하는 명당 중 명당.

워낙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르다보니 조금 조악하게 느껴지는 몇몇 특수촬영 체험관을 지나고

영화의 풍부하고 실감나는 사운드를 더하는 폴리 음향을 직접 만들어보고 영화에 덧입혀보기도

하는 체험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사실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없이 조금 둘러보다가

금방 나와야지,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여기저기 세트장을 둘러보고 체험 같은 것들도 시간 맞춰

함께 해보고 그러다보니 반나절 가까이 지나버리고 말았던 것. 야외도 둘러보고 실내도 둘러보고,

날이 조금만 덜 추웠어도 좀더 야외 세트장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용산 참사의 피해자 철거민들에 징역 4-5년을 확정한 대법원에 대한 분노를 담아,

고귀한 법관님들 책상 위에서 분탕질 한번.



@ 남양주 종합촬영소, 법원 세트장.
두근두근, 아무래도 심장이 떨리기 마련이다. 백 명 중의 하나로 서는 거니까 티비 울렁증이라기보단

뭔가 '잘하면' 큰 돈을 따겠구나, 하는 초짜 타짜의 심정이랄까. 사실 그렇다. 대개 연예인인 유명인

한명과 나머지 백명, 그렇게 백한명 중에서 마지막 한 명으로만 남아있으면 되는 거니까. 보기에 따라

쉽다면 굉장히 쉽고 어렵다면 굉장히 어려운 퀴즈 게임이다.


일요일 오후 여섯 시, KBS 별관의 '일대백' 녹화장에 도착했다. 이미 술렁술렁하던 공기는 마치

도박장의 그것, 얼마전 다녀왔던 경마장의 그것과도 비슷한 냄새가 풍겼다.

상금을 탄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설레는, 내가 상금을 탄다면 그 상금이 이러저러한 절차에 따라

지급된다는 것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써야 했다. 벼락을 맞고 맞아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는 확률의

로또보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백일분의 일이라는 당첨 확률은. 게다가 몇십 퍼센트에 달한다는

로또나 다른 복권의 세금보다 얼마나 괜춘한가, 4.4%의 세금이라니.


물론 로또나 복권같은 벼락같은 행운과 퀴즈 프로그램의 상금을 똑같이 비교하는 건 무리다.

나 역시 며칠 바싹 신경쓴다고 신문을 보거나 책을 볼 때도 연도니 신조어니 그럴듯한 단어따위에

잔뜩 시선을 모으며 혀를 굴려 발음해보지 않았던가. 그러한 노고에 대한 정당한 결과랄 수도.

녹화 진행 순서에 대한 몇장의 안내문도 함께 나눠줬는데, 평소 이 프로를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로선

매우매우 도움이 많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아, 그러니까 백 명의 사람들은 일종의 스펙타클을 꿈꾸는

배경화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 명의 등장인물을 압박하는 유효한 심리적 압박수단인 거다.

이 날의 등장인물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CNBLUE의 정용화. 누가 더 똑똑할까, 벌써부터 치열한

나름의 승산 계산이 시작됐다.

진행자 손범수가 등장할 일 인과 함께 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앙 무대, 양쪽에 포진한

방청객들은 아주아주 극적인 환호성과 웃음소리를 탑재하고 있었다. 굉장한 리액션들, 아무래도

그들은 백 명과 한 명이 마주선 이 원형극장의 진정한 주인공일지도. 아니, 사실 이런 프로그램의

흐름과 반응정도를 지배하는 건 그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 공중파의 진정한 승자일지도.

내 자리에 섰다. 인터뷰를 한다는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자바라 마이크가 하나 서있고, 의외로

단촐한 버튼이 검은 박스 안에 숨어있었다. 서로간의 컨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슬쩍 꺼내보니 버튼은 총 네 개. 내가 눌러야 하는 버튼은 세 개 중 하나. 일대백은 삼지선다라며,

혹시나 4번을 누르면 무조건 탈락이라고 리허설 중 슬쩍 언급된 한 마디가 귀에 쫑긋 들어섰다.

혹여나 상금을 받는데 누를 끼칠 수 있는 나쁜 버튼 4번, 절대 안 누르겠다고 다짐다짐.

카메라는 한 예닐곱대 정도 되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백 명 중에 숨어 있으니 딱히 카메라의

압박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줄어가면서 불이 켜진 자리가 드물어질수록 그런

압박이 조금씩 커진 것도 사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문제를 하나하나 넘어가면서 휙휙 늘어가는

상금의 액수에 따라 왕성하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흥분이 더 컸다. 뭐랄까, 이건 촬영이

문제가 아니라 돈을 따느냐 마느냐, 라는 흥분이었던 거다. 포커에서 손에 든 패를 쪼는 그런 느낌과

이번 문제의 정답이 공표되기를 기다리는 삼엄한 몇 초 사이의 그런 느낌은 정말이지 똑같았다.

머리 위에서 말그대로 '쨍쨍' 비추던 조명 하나가 툭 꺼지는 순간, 그 흥분이 삽시간에 가라앉는 순간.

내 조명이 꺼지기 전에는 못 느꼈던 사실, 백 개의 조명이 백 명의 도전자를 각기 비추고 있던

그 뜨거운 조명이 하나둘 꺼지는 가운데 오히려 전체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더라는. 내가 그

레이스에 함께 하고 있을 때는 몰랐었다.

몰랐는데 매주 개그맨들이 세네명씩은 고정적으로 나와서 백 명 사이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분위기도 띄워주고 본인들도 퀴즈를 상대한다고 한다. 벌써 몇 번은 나왔다던 개그맨 변기수,

그리고 쩌뻐쩌뻐~ 이 분 누구시더라, 둘다 내가 꽤나 애정하는 분들. 변기수의 변칙적인 입담은

늘 그렇듯 주위를 뻥뻥 터뜨리는 폭발력이 있었다.

아..스포츠 문제 따위. 아..캔만드는 회사의 사주를 받은 이상한 문제 따위만 아니었으면 나머지

문제 다 맞추고 상금 탈 수도 있었는데. 눈앞에 백일분의 일, 아니 이십분의 일 정도의 확률까지

다가섰던 몇백만원의 상금이 맥주 거품처럼 사그라들고 말았다. 복불복, 시사상식 따위는 전혀

나오지 않는, 관계자분 말마따나 이건 '교양'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Q. 최근 한국의 음주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올 상반기 맥주 판매량 중에 유난히 급증한 것은?

1) 캔맥주
2) 병맥주
3) 생맥주


Q. 다음 중 몸의 색깔이 변하는 보호색을 갖고 있지 않은 동물은?

1) 불가사리
2) 문어
3) 청개구리

Q. 고무신, 고무지우개, 이 때 '고무'는 어느나라 말일까?

1) 한자어
2) 일본어
3) 프랑스어


세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추셨다면 일대백에 도전해보시길.ㅎ






쟁반, 접시, 물잔, 맥주잔과 숟가락이 비닐 포장되어 있던 상해의 어느 음식점. 웬만한 음식점에 가면 음식은

맛있다 해도 대부분 찐득찐득하고 더러운 접시 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비닐로 잘 싸여있는

식기류라면 왠지 믿음직스럽겠다 기대가 되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을 감지하고 나온 아이디어 아닐까, 일인용

식기 세트를 완전히 비닐포장해서 그때그때 서빙하는 거.

비닐을 짝짝 찢어서 접시랑 컵이랑 숟가락을 세팅하니까 이런 모양이다. 비닐 포장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그닥

깨끗하진 않았다. 물이 질질 흐르고, 여전히 군데군데 뭔가 찌꺼기같은 게 붙어있어서, 그냥 비닐 포장하나

안 하나 별차이없는 중국의 식기구나 했다.

그런 접시들을 앞에 놓고, 상해의 명물이라는 '민물게요리'를 먹었다. 새우같기도 하고 가재같기도 하고, 커다란

집게 모양의 앞발이 두 개 달린 새우라고 하면 되려나. 매콤한 양념도 맛있었지만, 껍데기를 입으로 까서 먹는

그 속살의 쫀득이는 식감이 꽤나 매력적이어서 정신없이 먹었다. 접시가 깨끗하니 안하니는 이미 아웃 오브 안중.

먹고 안 죽으면 되지 뭘.

맥주는 맛있는 칭다오. 한국과는 다른 디자인이 꽤나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민물게요리랑 딱 어울렸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