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겨울로 넘어가려는 타이밍, 차가운 칼바람이 거침없이 한강변을 내달리던 팔당댐 근교에 섰다.

낙엽도 남김없이 떨어버린 채 한철 장사를 마무리하던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뻗어 가을물을 만져보고

있었다.

주위 나무들은 온통 헐벗었는데, 이따금씩 툭 툭 소리내며 나뭇잎을 아깝다는 듯 뱉어내는 나무.

노란 빛으로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가장자리부터 갈빛으로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좀처럼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여느 때보다도 더 추울 거라는 이번 겨울 소식에 겁먹었는지도 모른다.

팔당댐 근교에서 들렀던 곳은 '강마을 다람쥐'라는 이름의 도토리 음식 전문점. 음식점 안팎으로

귀여운 다람쥐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도 맨질한 코를 가진 두 마리가 바싹

붙어선 채 도토리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고 있었고.

따끈한 햇살이 내리쬐던 싸늘한 마당 귀퉁이에 세워진 우편함 안에도, 그리고 버섯으로 빼곡하던

어느 노쇠한 나무 등걸 위에도, 다람쥐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선 '내 도토리' 내놓으라며.

인상적이던 음식 두 종류, 참깨와 들깨가 아낌없이 뿌려졌던 맛깔나는 양념에다가 도토리가 많이

들어간 듯 쌉쌀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의 도토리묵무침.

그리고 도토리전병. 완전 두툼하고 따뜻한 전병이 두부와 김치로 꽉찬 속을 단단하게 조이고선

김을 모락모락 내며 등장했는데 순식간에 무찔러 버리고 말았다. 그밖의 도토리로 만든 온면이나

도토리비빔밥같은, 도토리로 만들어진 온갖 음식들이 있으니 다람쥐들이 그렇게 떼로 달려들어

'내 도토리 내놔~!'라고 시끄럽게 굴 만 한 집이다. 아 배고파...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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