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틱섬은 가이드북에 따르면 가장 작고 조용한 섬이라고 했지만, 이미 한국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휩쓸고

 

지나는 통에 조용한 섬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생겼다. 게다가 선착장과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바다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보트가 많이 지날수록 수중 시계가 흐려진다는 단점도 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명불허전, 물속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물고기들도 굉장히 많더라는.

 

 

photo by SONY TX-30.

 

 

 

 

 

 

 

니모를 지키고 있는 아빠 광대물고기도 만나고.

 

 

 

 

 

  

 

 

더러는 이렇게 바싹 붙어선 물고기와 아이컨택도 하고.

 

 

 

 

 

 

 

마치 '언더 더 씨'의 한대목인 양 두 마리의 화려한 물고기가 꼬리지느러미를 휘영청 젖히는 장면.

 

 

 

 

 

그리고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법한 샛노랑색의 나비 물고기. 실제로 저렇게 우아한 물고기였구나 싶다.

 

 

 

 

 

 

 

 

 

 

 

그리고 수면 위에서 보아도 이렇게 물반 고기반의 느낌으로 가득한 물고기들.

 

재미있는 건 서양인들은 물에 들어가기 보다는 주로 모래사장에 누워 태닝을 하는데 집중하더라는.

 

포카라의 페와 호수. 히말라야에서 터져나온 물줄기가 모여 호수를 이루었다는 곳이다. 해발 800미터의 포카라에서 해발 8,000미터의

 

즐비한 산봉우리들을 바라볼 수도 있고, 날이 맑고 좋으면 호수면에 비친 또다른 히말라야 영봉들을 볼 수 있다는 명소기도 하다.

 

 

 

굉장히 커다란 호수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바들이 성기게 늘어서서는 관광객들을 맞고 있기도 했지만, 여전히 네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빨래도 하고 낚시도 하고, 잠시 그늘에 쉬어가는 생활의 공간인 듯 했다.

 

띄엄띄엄, 뭔가 아직은 본격적인 관광지라기엔 엉성해보이는 배후시설들. 그래도 몇몇 군데 레스토랑은 당장 들어가 눕고 싶은

 

푹신한 쿠션이나 해먹을 걸어두고 있었다. 모히토 같은 거 한잔 하면서 한나절 빈둥대기에도 좋을 법한 곳.

 

 

아니면 저 산봉우리, '사랑곳'이라는 이름의 1,500여미터 고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도 시도해봄직하다. 쉼없이 산봉우리에서

 

낙하하는 분분한 낙하산들. 히말라야 산봉우리들을 뒤로 한채 휘적휘적 바람을 타며 내려오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페와 호수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섬이 있는데, 힌두교 여신을 모셨다는 바라히 사원이 세워져있다고 한다.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빌려타기로 하고 가는 길에, 거리의 악사가 잠시 내려둔 네팔 전통 현악기와 타악기를 보았다.

 

현악기의 경우에는 그다지 맑거나 이쁜 소리는 아니고, 좀 탁하고 텁텁한 소리가 났던 거 같다. 튜닝장치도 좀 엉성해보이고.

 

 

 

호수변을 따라 좀 걷다보니 나타난 선착장. 배들이 전부 여기다 모여있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한시간 빌리고, 코스는 가운데의 조그마한 섬을 돌아보고 호수를 크게 한번 돌아보는 걸로 잡았다.

 

뱃사공이 포함된 요금은 400루피, 한국돈으로는 대충 4천원쯤인데 그에 더해 구명조끼 대여 비용도 개당 20루피.

 

  사랑곳 너머 새하얗고 두툼한 구름이 잔뜩 깔려있어 보이지 않지만, 저쪽 방향이 히말라야의 하얀 만년설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있는 곳이라고 했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호수면에 그대로 반사되어 멋진 풍경이 보인다던데.

 

바라히 사원이 세워져있는 페와 호수 가운데의 조그마한 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원에서 기도도 할 겸 더위도 식힐 겸 들어왔다.

 

해발 800미터의 포카라는 바나나나무가 길거리에 왕성하게 자라나있는 열대기후에 가까운 지역이다. 얼마전까지 안나푸르나에서

 

밤새 추위로 떨었던 걸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만큼의 온도차이다.

 

 

그리고 조그마한 섬을 꽉 채우다시피한 바라히 사원의 모습들.

 

힌두교도로서 하루를 맞을 때 신을 경배하는 의미로 이마에 새기는 빨간 꽃장식을 한 아저씨와 아이가 호숫가로 나왔다.

 

그리고 바라히사원의 중심탑. 왜 그리도 비둘기가 많던지, 그 녀석들이 푸드덕거리고 사방으로 종횡무진 날아대는 통에 시껍했다.

 

호숫물도 왠지 색깔이 혼탁해보이고 지저분해 보여서 뭐가 살기는 하려나 싶었는데, 팔뚝만한 고기떼들이 섬 주변에 잔뜩 몰렸다.

 

 

바라히 사원에서 소원을 빌고 향을 올리는 사람들. 스스로의 이마 가운데에 붉은 꽃잎을 묻히듯 사원을 지키는 사자상들에도,

 

그리고 신들의 조각상들에도 온통 붉은 꽃잎이 핏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섬 주변을 에워싼 안전망 너머로 뭐가 그리도 궁금한지, 조그마한 꼬맹이가 위태롭도록 올라가서는 수면을 바라보느라 정신없다.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와 팔바티의 아들, 가네쉬의 신상. 실수로 아들의 목을 베어버린 파괴의 신 시바가 급한 대로 지나던 코끼리의

 

얼굴을 대신 붙였다는 신화가 바로 가네쉬가 코끼리 형체를 가진 신으로 정형화되는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섬의 부둣가에서 신에게 바칠 꽃을 팔고 있는 여인, 그리고 맞은편 부두에서 섬을 향해 순례하러 오려는 수많은 사람들.

 

 

바라히사원에 마지막으로 눈길을 주고는, 다시 보트에 올라타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호수를 한바퀴 크게 돌아볼 차례.

 

내가 탄 보트도 다른 배에서 보면 저런 모양새인 거다. 나와 가이드는 샛노랑 형광색의 구명조끼를 입었고, 사공은 노를 젓는다.

 

  혹은 단체의 경우 저렇게 그늘막이 드리워진 배를 타기도 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빛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왠지 집이 둥둥

 

떠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 직접 타면 그다지 운치는 덜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호수의 맞은편, 굉장히 울창한 숲이 호숫가에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가끔 원숭이나 사슴떼들이 사람 구경을 하기도 한단다.

 

호수 수면위에 온통 둥둥 떠다니는 풀떼기들 때문에 아무래도 호수가 더럽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수면을 뒤덮은

 

해파리떼같은 부레옥잠들도 제법 이쁜 꽃을 틔워낸다. 연보랏빛의 하늘거리는 꽃잎, 진흙 속에 뿌리박은 연꽃이나 부레옥잠 꽃이나.

 

 

 

이 드넓은 페와 호수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어업이라고 해야 하나. 배를 가지고

 

이렇게 관광객들을 유람시켜 주기도 하고, 팔뚝만하던 그 물고기들을 잡아서 팔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곳. 왠지 한국어와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로맨틱해보이는 이름이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영어로는 Sarangkot이라고 쓰던, 저 산봉우리를 언제고 다시 찾아서 패러글라이딩을 꼭 해봐야겠다는 다짐.

 

 

 

한시간을 꽉 채운 뱃놀이가 끝나고 다시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커다란 호수 곳곳에 흩어졌던 배들이 제각기의 궤적과 페이스로 선착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배들을 꽁꽁 동여매서 배다리를 만들면, 이곳에서부터 바라히 사원이 있는 조그마한 섬까지 금세 이어져서는

 

사람들이 다니기도 훨씬 편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생각보다 다양한 원색으로 두텁게 칠한 보트들이 이쁘다.

 

그 작은 보트가 미어지도록 사람을 태우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태울 수도 있다. 보트 허릿춤이 거의 물살이 찰박거리도록

 

가라앉아서는 묵직하게 나아가는 보트. 저분들은 전부 바라히 사원에 기도하러 가시는 현지분들인 듯.

 

 

 

 

 

찜사쪼이의 스타페리 선착장, 빅토리아 항을 향해 활짝 열린 창문들 너머로 보이는 홍콩 찜사쪼이의 스카이 라인.

 

그리고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센트럴과 완짜이의 스카이라인. 스타페리를 타고 건너갈 예정이다.

 

한가로운 시골의 버스 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적당히 촌스럽고 한가로운 분위기의 선착장 내부.

 

스타페리, 라는 이름은 굉장히 럭셔리해 보이는데 실제로 빅토리아항을 오가는 스타페리들은 그렇게 럭셔리하진 않다.

 

다만 배 위에서 반짝거리는 별 모양 쇠장식이 눈에 가까스로 잡히는 정도.

 

 

 

 

찜사쪼이에서 센트럴, 찜사쪼이에서 완짜이, 다시 센트럴에서 찜사쪼이, 완짜이에서 찜사쪼이. 네가지 경로로 바삐 다니는 배들.

 

 

그 와중에 온갖 개인 선박이나 화물선들도 낑겨 다니느라 바다 위는 제법 바쁘다.

 

 

찜사쪼이의 명물 시계탑이 굽어보고 있는 선착장에서, 막 도착한 스타페리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린 사람들이 걸어나가는 참.

 

스타페리 옆에 새겨진 배의 정식 이름은 'Twinkling Star', 반짝이는 별이란다.

 

 

'트윙클링 스타'페리호를 타고 완짜이로 가는 길,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를 지나고, 그 뒤로 센트럴 플라자가 보인다.

 

 

점점 가까워지는 홍콩 컨벤션 & 엑시비션 센터.

 

그리고 깜놀하게 생긴 옛 범선 모양의 배도 시야를 가르며 달려나가고.

 

뒤로 돌아보면 저만치 조그마한 미니어쳐처럼 보이는 시계탑과 찜사쪼이의 선착장.

 

 

이제 센트럴 선착장에 도착. 찜사쪼이에서 센트럴까지는 대충 6-7분 걸린 듯 하다.

 

스타페리에서 내리기 전, 방금까지 따끈하게 엉덩이로 덥혔던 의자를 슬쩍 살폈다. 좌석마다 온통 오각별이 반짝반짝.

 

 

 

남해 구조라 선착장, 외도나 소매물도로 나갈 수 있는 유람선을 타는 곳이다. 생각보다 조그마한 선착장

앞에 컨테이너 하나가 덜렁 있다 했더니 화장실. 그야말로 제일 기본형의 화장실 표시를 달아두고 있다.

뻣뻣하게 선 채 두 팔을 늘어뜨린 파랑색 사람의 이미지.

여자화장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자화장실 표시랑 비교하니 드러나는 몇가지 흥미로운 지점.

우선 남자와는 달리 다리를 딱 붙이고 섰다는 점, 아마도 현숙하고 조신한 모습을 알게 모르게

주입하려 했던 걸까. 그리고 양쪽으로 한옥 처가지붕마냥 휘영청 올라간 치마의 흔적. 여자는

전부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듯한. 양쪽으로 어정쩡하게 귀여운척 하듯 올라간 두 손은 아마도

치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 같기도 하지만, 왠지 애교부리는 포즈같기도 하다.

이렇게 앞에 배들이 둥실둥실 떠 있고, 남해의 수많은 섬으로 떠날 생각에 설레있는 사람들한테 조금은

더 이쁘고 여행 분위기 돋우는 화장실 표지를 보여주진 못한다는 건 좀 아쉽다. 게다가 그냥 기본형의

표지를 썼을 때 알게 모르게 거기에 묻어있는 남/녀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파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가 싶어 더욱 아쉽다. 지자체에서 이런 부분들을 좀만 더 신경쓰면 충분히 명물이 될 수 있을 텐데.

올린 김에, 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나 매물도로 떠나는 유람선 요금표. 2011년 2월 기준.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자신이 본 최고의 화장실 표시를 제보해주실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외도에서 촬영되었다는 옛날옛적의 드라마, '겨울연가'를 알리는 낡은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2002년 드라마였던가..했다가 문득, 군대가는 바람에 마지막 엔딩을 못봤었단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정말 어떤 장면에서 외도가 나왔던 거지? 전혀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걸 보면 내가 놓친 엔딩?

국내 유일의 해상농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섬으로 개인적인 취향과 안목이 그대로 투영된

이국적인 아열대 식물들, 평소에 관리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던 범상치않은 조경.

온통 하늘로 치솟은 덤불의 끄트머리가 무슨 탑의 형상같기도 하고, 에너지가 뻗쳐나가는 거 같기도.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외도에서 눈에 띄던 건 역시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열대의 식물들, 황금빛에 가까운 신기한 빛깔을 뽐내던 요 신기한 풀떼기처럼.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 한바퀴를 도는데 대략 한시간 정도 소용된다니 걷기 전에 몸을 가볍게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엘레강스한 화장실 표지 역시 섬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하나의 특징적인 포인트일 텐데 조금 거창하단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이쁘다.

화장실 표지도 표지지만, 전지역 금연을 실시할 정도로 환경을 보호하기에 열심인 이 작은 섬에선

빗물을 저장시설에 모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섬이 작아 딱히 물이 있지는 않은가 본데,

이렇게 많이 다녀가는 관광객들을 소화하려니 이런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정말이지 깔끔하게 전정된 가로수들, 가지들을 툭툭 쳐낸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옷걸이로 쓰면

딱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저기에 잘못 부딪히면 푹 박히는 거 아닌가 싶어 지레 소름돋기도

하고. 저런 곳의 나무를 켜내면 옹이구멍이 송송 박혀있는 거 아닌가.

2월의 매화꽃. 짙은 초록색의 두텁고 반들거리는 울창한 잎사귀 사이에서 샛노란 술을 가진

새빨간 꽃들이 촘촘이 박혔다. 슬쩍 잎사귀를 차양삼아 햇살을 가리려는 듯한 꽃잎의 제스처가

사랑스럽다.

판판한 평지에 조성된 정원이 아니라 제법 오르내림이 있는 조그마한 산 같은 섬인지라, 이렇게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더 큰 거 같았다. 더러는 높은 나무로 울타리쳐진 길을 오르기도 하고,

아니면 저런 야트막한 정원수들이 양쪽에 줄서 있는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며 전체 섬을

내려보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러웠던 공간, 외도에서 가장 뭐랄까, 이질적이고 뜬금없다 싶었던 공간이었던 거 같다.

물론 갠적으로. 이름하여 '비너스가든'과 '음악당'. 루브르박물관에서 봤던 니케상 비슷한 것도

하나 서 있고, 그리스 느낌 가득한-그렇지만 꽤나 아쉬운 느낌 역시 가득한-구조물이 바닷바람을

맞고 녹슨 채 서 있었다.

프랑스 식으로 잘 다듬어진 정원은 외도의 한복판, 그야말로 외도 정원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조금만 늦게 와서 날도 풀리고 꽃도 좀더 피고 녹색도 좀더 싱싱했다면 더 멋졌을 거 같긴

하지만, 뭍은 아직 겨울바람 씽씽 불어닥치는 2월에 갔어도 꽤나 좋았았던 공간.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 역시 바닷바람에 씻기고 적당히 헐어보여서 오히려 더 맘에 들었다.

괜히 엘레강스한 분위기를 내려 힘준 게 아니라, 그리고 괜히 유럽이나 그리스식의 분위기를

잡느라 꼬불꼬불한 문양으로 흉내낸 게 아니라 좋았다.


같이 갔던 사람들이 여긴가, 여긴가 했다. '겨울연가'에 나왔던 장면이, 나왔던 외도의 풍경이

여기 어디선가 찍혔던 건 아닐까 추측이 난무했던 곳.


곳곳에 숨어있던 귀여운 소품들, 고양이 가족들의 익살맞은 표정도 맘에 쏙 들었지만 색색깔의

기린들이 보이는 시크한 표정과 우물대는 듯한 입모양이 참.

외도의 주인이 얼마나 조경에 힘쏟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몇그루의 잘 가꿔진 나무들.

남자사람 머리만 해도 삐쭉삐쭉대지 않도록 잘 다듬어주려면 삼주에 한번씩은 깎아줘야 하는데,

작다고는 하지만 이 섬 전체를 정원으로 꾸며버린 스케일을 감안했을 때 정말 얼마나 손길이

필요한 일일까. 하나 흐트러짐이나 지저분한 구석없이 이렇게 관리하려면. 



양배추처럼 생긴 꽃..저거 이름이 뭐더라, 맨날 듣고는 까먹어버리는 이름의 꽃들 사이로

곰발바닥이 새겨진 시멘트 바닥을 따라가면, 지금은 출입통제된 정원의 어느 샛길이 나타난다.

막혀있단 거 뻔히 보이지만 곰발바닥이 귀여워서 일단 따라 걷고 보는 단순한 걸음걸이.


이전부터 섬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한쪽 끝에 서면 다른 쪽 끝이 보이는 그런 조그마한 섬.

외도는 그정도 사이즈는 아니어도, 불쑥 올라선 섬의 중앙부에선 섬의 가장자리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일만한 사이즈. 정원으로 꾸며진 섬 전체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 섬들이

가득한 남해바다가 희끄무레한 바다안개를 덮은 채 버티고 있고.

기묘하게 생긴 벤치, 아마도 커다란 죽은 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어디론가

통하는 샛길 하나가 또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귀여운 바리케이트로 막혔다. 자연스런

나무의 휘어짐이나 모양새가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 좋다.

날씨에 따라 대마도까지 보인다는 전망대, 오백원짜리 동전은 내가 어렸을 적 통일동산이나

판문점 같은 곳에 올랐을 때부터 변치않는 가격인 거 같다. 물가는 미친 듯이 뛰었어도

전망대용 망원경 가격은 십여년째 그대로.


날이 흐리고 해무도 끼어서, 게다가 딱히 망원경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섬 너머는 전부 바다니깐

그냥 맨눈으로 보아도 이쁘다. 그리고 전망대 아랫자락으로 펼쳐지는 외도의 살갗도 참 이쁘고.

거의 외도를 한 바퀴 돌고서,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내려다보이는 '비너스정원'과

'음악당'의 모습이 자그마하니 귀엽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삥삥 도는 저 계단 역시.


'명상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 혹은 성당. 사이즈로는 정말

X딱지만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작지만, 안에 슬쩍 들어가서 바라본 창밖

풍경은 바다랑 섬들이랑 사이좋게 어깨겯고선 따뜻하기 그지없던.


선착장으로 가는 길, 바닥엔 동글동글 까만 돌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기하학적인 문양들을 만들고

담백한 풀꽃모양도 떠올려냈다. 그리고 가로수들 그루마다 둘러싼 깔끔한 돌화분에 박혀있는

산뜻한 타일들, 애기들이 지나가다 관심을 바싹 갖고 하나하나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바닥에 하트 모양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공간을 발견, 저 은은하고 부드러운 핑크빛의

하트에는 동글동글하고 작은 조약돌로 두번이나 하트모양으로 띠도 둘려 있다. 일종의 이별여행을

떠났던 곳이니만치, 저런 모양 하나하나에 쿡쿡 가슴이 찔려왔지만, 사랑ing인 사람들이야 뭐.


선착장에 내려서기 직전, 외도의 마지막 포스트인 '외도 갤러리'라는데 다른 것보다 그 뷰가

참 좋았다. 천장이 높아 바람이 숭숭 자유로이 드나드는 커다란 정자 같은 곳에 삼삼오오

앉아서는 바닷바람도 맞고, 멀찍이 시선을 던져둔 채 망연하게 넋놓고 있는 것.

배가 선착장을 떠나는 순간. 선착장과 배 사이를 쉼없이 이간질하며 철썩철썩 거칠게 내지르는

파도를 견디어내려면 저렇게 튼튼한 타이어를 빈틈없이 둘러야 하는 거다. 그렇게 하고서도

바닷물과 바닷바람과 파도와 무디고 둔탁한 뱃전에 쓸려 금세 낡고 허름해지는 타이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구나. 늘 긴장 가득한 관계구나 싶다. 배와 항구란 거.





BGM : '마도로스K의 모험 Ⅱ' from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외도를 한바퀴 걷고 돌아나오던 길, 선착장이 가까워졌다 싶어서 바다를 내다보니 오밀조밀

덩어리가 하나 떠 있었다. 뭔가 싶더니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 그것은 똑같은 사이즈의 배 다섯 척.

외도를 오가는 수십대의 선박들이 시간에 맞추어 선착장에 들고 나면서, 기다리는 배들은

저기에 사이좋게 나란히 정박을 해두고 있나보다. 자동차에 비기자면 저기는 일종의 주차공간,

선도 그어지지 않은 바다 위에서 솜씨좋게도 딱딱 기장도 맞추고 각도도 맞추어 주차를 해뒀다.

그 와중에도 한 대가 새롭게 주차를 하려는지 그 옆으로 접근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미처 '마도로스K'의 마술적인 주차 실력을 일견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다섯 대가 이렇게 우르르 정렬해선 바다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떠 있으니 재미있다.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무너뜨린 '연환계'가 떠오르기도 하고, 뭔가 선박들을 모아 커다란

벽을 만들어둔 느낌.




조그만 선착장 위에 부려진 채 커다란 동물처럼 웅크리고 있던 짐꾸러미와,

어딘가에 그 끝이 묶이지도 않은 채 하염없이 감겨있을 뿐인 투박한 밧줄과,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움키고 있었을 구명튜브의 뻥 뚫린 가슴 속으로,

병풍처럼 앞바다를 둘러친 섬들의 어깨를 훌쩍 짚고 넘은 햇살이 달겨들었다.



@ 외도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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