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와 쌍벽을 이룬다는 미국 서부의 와이너리 마을, 소노마밸리. 오늘 아침 갑작스런 강진 소식에 깜짝 놀라서

 

새삼 작년 11월경의 사진들을 되찾아보게 되었다. 소노마밸리를 상징한다는 일곱개의 깃발 의미부터 되새기기.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의 여느 와이너리들이 그렇듯 이 곳 역시 초창기 시절의 허름하고 낡은 착즙기라거나 기타 와인 제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한켠에 전시해 두고 있었다. 먼지 내려앉고 허름한 그 자체로 이 와이너리들의 전통이 숙성되는 모습이다.

 

 

오크통에 저렇게 새겨넣는 와이너리들만의 문양과 브랜드 네임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통들은 여전히 반질반질하다.

 

 

 

 

제법 서늘한 냉기가 감돌던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이자 시음장, 맛을 음미하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 많이 마실 수 있도록

 

몇 잔을 마시고 나니 오전에 들렀던 나파밸리에서 축적한 취기와 맞물려 더욱 기분이 업되는 느낌.

 

와이너리를 이끌게 될 젊은 피 중 한 방울의 와이너리 소개와 더불어 포도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듣고.

 

 

마치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열주문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빠방한 공간들을 둘러보며 얼콰한 술기운을 즐기다 보니,

 

와인 익는 냄새만으로 어느결에 만취해 버린 듯한 단풍나무를 마주하기도 하고.

 

건물 안에서는 또다른 팀이 와인을 시음하며 느긋해진 매무새로 즐기는 중이다.

 

 

 

'세바스차니'였던가, 와이너리의 이름. 이름이 뭐였던간에, 내겐 나파와 소노마에 산재한 수많은 와이너리는 비슷한 이미지로 남았다.

 

 

붉은 단풍빛 와이너리, 바싹 마른 채 바람에 나뒹구는 포도잎들, 그리고 한층 더 짙고 무거워진 와인의 맛과 향.

 

꼭 같은 와인이었대도, 이런 날씨와 이런 햇살이 아니었다면 좀더 맛이 가볍고 연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신세계 와인이다보니.

 

지진 피해에서 모두 무사하시기를. 더이상의 피해는 없길 바라며.

 

연꽃이 뾰족하니 솟아오르고, 둥긋둥긋한 꽃잎 위로 나비가 깃을 나리던 곳. 색소폰 소리 짙게 울리는 두물머리 옆의 세미원이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배를 둥둥 엮어 만든 다리라 하여 배다리라 하였던가. 제법 센스넘치는 안내문이 각별하다.

 

 

 

 

이렇게 수십척의 배를 매어 다리를 만드는 건 아마도 높은 분의 행차를 위해서렸다, 색색의 깃발을 세워둔 것만 해도 알만 하다.

 

 

트로트삘 충만한 색소폰 소리는 사진에 담기지 않았지만, 왠지 두물머리의 풍경에는 자연스레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

 

 

금문교의 붉은 실루엣을 옆에 치워둔 채, 세찬 바닷바람에 긴치마를 펄럭거리며 갈매기를 불러들이던 그녀.

 

하늘로 쭉 뻗어올린 그녀의 손에 화답하듯 주위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은 과자 부스러기보다 그녀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후텁해진 실내 공기 속에서 나른하게 겨울볕을 쬐다 잠들어버린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결에 카레냄새가.

 

 

 

 

아직 한옥마을의 상권이 확 번져나가지는 않은 끄트머리쯤의 카레전문점. 문구점 간판을 리폼한 듯한 얼기설기한 간판이 좋다.

 

그리고 벽초 홍명희의 생가였던가, 한옥 건물 한켠에 기대어선 돌멩이 가족들.

 

 

 

이런 터무니없이 거창한 이름의 부동산집도 여전히 구경거리가 아닌 실제 삶의 터전으로 버텨내고 있었고.

 

왠지 옛날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벽돌담에 한자씩 큼지막하게 돋아난 한약방의 간판도 눈길을 끈다.

 

 

BGM. 이화동, 에피톤 프로젝트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그 옆으로 경계가 불분명한 용산가족공원이 이어지는 녹지 공간은 꽤나 잘 꾸며져 있어서,

 

특히나 중앙박물관 앞의 공간에는 석탑이라거나 문화재들이 자연스레 곳곳에 위치한 채 아늑함을 더해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공간은, 중앙박물관 앞의 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놓인 벤치들. 적당히 서로 거리를 두고

 

늘어서 있는 데다가, 꽤나 큰 호수 건너편 그 너머로 멀찍이 물러난 고층 건물들 덕분에 시야도 확 트인 느낌이다.

 

어느 저녁. 동부 이촌동에서 놀다가 살살 걸어서 중앙박물관 경내를 돌아다니던, 그리고 그런 벤치들 중 하나에 앉아서

 

나른하게 모기를 쫓으며 해가 가라앉는 걸 바라보던 시간.

* 이미 전시기간은 경과된지 오래이나, 찍어둔 사진들과 '호박'을 위해 포스팅.

 

 

 

 

그녀의 호박 찬가는 이토록 담대하고 거창하며, 근본적이었던 것이다.

 

 

 

 

 

 

 

 

 

 

 

 

 

 

 

 

 

 

 

 

 

 

 

 

 

 

 

 

 

 

 

 

 

 

 

 

 

 

 

 

 

 

 

 

 

 

 

 

 

 

 

 

 

 

 

 

 

 

 

 

 

 

 

 

 

 

 

 

@ytzsche

부산 갈맷길, 광안리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그 길로 무턱대고 걸었다.

 

조각배들이 허연 배를 뒤집어깐 채 넘어가는 석양을 쬐던 시간대.

 

벌써부터 한낮의 열기를 품고 뜨거워진 모래사장에 새겨진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랑, 곳곳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하트다.

 

 

하나둘 광안리 저너머 회센터 건물들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발포성 아스팔트가 부어져 푹신거리는 산책로 한켠에는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벽면에 엉성하게 그려진 계단을 따라 시선을 자박자박 올려보니

 

두 개의 불빛이 있었다. 몇층인지 아파트의 창문 하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그리고 비슷한 높이의 갸름한 달빛.

 

 

저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어디를 향해 도약해야 하는 걸까.

 

요리조리 따져보며 사진을 찍어보던 중에도 시시각각 치솟아오르던 초승달, 아무 선택도 내리지 못했는데

 

어느새 달빛 혼자 저만치 올라가 버렸다.

 

 

 

건축에 어떤 철학이 담겨야 할지, 어떤 역사적인 맥락과 주변과의 조화가 고려되어야 할지에 대한 많은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흔히 DDP로 줄여부르는 것 같은 그 건물이다. 사실 이 생뚱맞고 이질적인 건물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원칙적으로 제기되는 건축의 철학성, 역사성, 그리고 주변과의 심미적인 조화에 대한 문제가 과연 한국에

 

현대 건축에 얼마나 배어있는지를 곱씹어보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건축이라면, '말하는 건축가'

 

고 정기용 건축가씨의 건축 정도려나. 몰개성한 아파트더미들과 스틸과 유리로만 처바르면 미래지향적이라 생각하는 건물들이 천지다.

 

하여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깔고 앉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그래놓고 보호하자는 이 낯짝두꺼운 표지판 보소.

 

 

 

동선이 굉장히 기괴하다고 느꼈는데, 층수와 현재 위치에 대해 계속 헷갈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위풍당당한 외양에 집중한 건물.

 

음...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하다거나 눈높이가 낮은 건물은 아니어서, 전시나 슬쩍슬쩍 보고 빠져야 할 듯 하다.

 

아니면 옆에 전태일교에서 노랑리본을 단 채 21세기의 이땅을 바라보는 그 청년의 곁을 지나쳐 동대문 시장통을 거닐거나.

 

 

 

 

 해운대에서 동백섬으로 들어서기 전,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5월초의 해수욕장이 눈이 부시다.

 

 

 이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나무데크가 잘 갖춰졌던 거 같지 않은데, 동백섬을 한바퀴 빙 둘러 걷기 편한 길이 생겼다.

 

 

 

해운대 백사장이 멀찍이 보이고, 이제 사람들은 개미만한 점 모양으로 추상화되어 버린 거리.

 

 

 등대 앞에는 먼옛날 이 곳을 '해운대'라 이르며 큰 바위에 한자로 새겨놨다는, 그렇지만 지금은 다 마모되어 버린 채

 

흔적만 남은 글씨가 몇 자 있고, 멀찍이 대마도와 오륙도가 보인다는 곳을 향한 망원경이 몇 대.

 

 

 그리고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였던가. 멀찍이 광안대교가 보이고, 앞에는 시퍼런 부산 앞바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이전에 친구들과 밤에 술기운을 빌어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쥐고서, 유유자적 홀로 걸어가는 참이다. 기억이 분명친 않지만 훨씬 정비가 잘 된 길. '갈맷길'이라 한다.

 

 

 커다란 관람차가 돌고, 그 앞으로는 어느 아저씨의 유유한 자전거 두 바퀴, 그리고 왼쪽으론 두바퀴 '구르마'.

 

 

 언젠가의 태풍이 저 바윗덩이를 여기까지 올려놓고 갔다나.

 

 정신없이 치대는 느낌의 간판숲 너머로 빼꼼히 관람차가 고개를 내밀었다.

 

 수변공원으로 회를 떠와서는 술 한잔 하고 계신 아저씨들. 파도소리가 캬아.

 

 

 이 건물은 도대체, 짜투리 공간도 버려두지 않고 온통 창문이다. 조금 징그럽기까지 한 외양.

 

 

 '갈맷길'이라고 코스를 잡아두고 드문드문 표지도 그려놨지만, 글쎄, 일단 너무 소란스럽다.

 

수출입항이 있는 항구도시답게 커다란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거침없이 내달리며 지르는 소음과 진동이 참.

 

 그래도 요트경기장에 내려앉는 따스한 봄볕을 쬐면서 꽃 한송이 요리조리 뜯어보기도 하고.

 

광안대교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바다를 내달리는 요트를 구경해주기도 하고.

 

해운대 신시가지 쪽에서는 어느 이쁜 모녀의 드라이브도 뒤따라주고.

 

 꼼짝도 않은 채 수면위의 찌만 바라보고 계신 어느 강태공 아저씨도 지나치고.

 

 그리고, 새로운 발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어블럭만 뒤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해운대 재래시장.

 

 툭툭 불친절하게 끊기곤 하는 짧고 엉성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뒤채이다 보면 나타나는 재미난 풍경들.

 

 

 떡집에서 널어둔 장갑과 앞치마가 새하얗게 뒤집혀있다.

 

낡고 변색된 슬레이트 지붕 위, 형광색으로 빛나는 신발끈과 신발.

 

그런 불퉁스런 골목길 중 어느 곳, 문득 세상이 90도쯤 기울어진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게 만들던 간판 하나.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 대략 두어시간 걸린 듯 하다. 쉬엄쉬엄, 설렁설렁 커피도 마시며 걸어서 그 정도.

 

 아직 5월초의 날씨건만, 이미 해운대엔 헐벗은 처자들이 바다에 입수를 하기도 하는 여름이 왔다.

 

 

그리고 묘하게 들뜨고 살랑이는 해변가의 풍경 속에서 유독 튀던 아저씨 한 분.

 

금속탐지기를 둘러메고 자신의 작업장 혹은 직장일 해운대 백사장을 한뼘한뼘, 진지하게 거북이행보중이시다.

 

 

 

 

잿빛 방파제에 누군가 그려둔 파랑 하트. 매직 아워를 알리는 광안대교의 점등.

 

 

 

 스물스물 바뀌는 광안대교의 조명들, 형형색색으로 밤하늘과 밤바다를 적시운 탓인지 촉촉하게 젖은 느낌이다.

 

 

그리고 거대한 장벽처럼 광안리 한쪽을 에워싼 회센터 군락.

 

저 안에 들어앉아 씹고 뜯고 맛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 왠지 조금 기분이 이상해진다.

 

 

 

 올때마다 참, 위치가 너무너무 이쁘다고 감탄하게 되는 해동용궁사, 마침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쯤 앞두었던 어느 날.

 

 산대가지를 사정없이 핍박하는 바닷바람, 아랫도리에 걸린 연등들도 위태로워 보인다.

 

 

부처님이던 누구던, 이렇게 연등으로 길을 만들어 오라 하시면 오고 싶은 맘이 열배는 늘어날 듯.

 

 

아직 연등이 빼곡하게 채워지기 전. 너무 주렁주렁 매달리면 지레 그 염원과 욕망들에 눌려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멀찍이 세 줄 정도만 늘어선 게 적당하다 싶다.

 

 

 

 

 

 포장마차에서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을 파는 것도 신기방기한데, 심지어 백숙을 판다는 이야기에 기함.

 

간판은 누가 저렇게 아작을 내놨는지, 그리고 그걸 또 누가 저렇게 잘도 다시 붙여놨는지.

 

 

 

 남포동 BIFF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 씨앗호떡이 기름이 튀겨지는 모습.

 

 가위로 옆구리를 슬쩍 잘라낸 후에 숟가락으로 해바라기씨, 땅콩등을 푹푹 찔러넣는 게 포인트.

 

 

그리고 바로 옆,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생선구이정식을 먹기 전 시장 구경부터.

 

 

 

뜬금없이 발견한 보양탕집, 마침맞게 자라 두마리와 닭인지 오리인지,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다라이 안에 갇혀있던.

 

그리고 시장통에 줄기차게 이어지는 생선구이집들. 몇년전이나 다를바없이 푸짐하고 맛나던 한상.

 

 

 

부산 국제시장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시선을 잡아끌었던 간판. 부산 중심부에 위치한 오랜 역사의 국제시장,

 

그 골목통에서 '전북의 소주'를 자랑하고 있는 이 당찬 간판이라니. 왠지 영호남간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훈훈한 현장을 목격한 느낌.

 

 샛노랗고 새빨간 파라솔이 참 이쁘게 반짝거리고 있었고, 그 아래 온통 얼룩덜룩한 꽃그늘을 드리웠다.

 

밀려오네...

 

 온갖 물건들이 산만하게 널부러진 와중에 새빨갛게 빛나는 장미 한 송이.

 

 

 시장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쭈글쭈글 주름살이 깊어만 가는 간판과 광고판들.

 

 at corner.

 

그래도 이렇게 뜻이 바로 와닿고 참신한 간판을 가진 가게도 있었다. 단추.

 

 

 열켤레 삼천원의 양말꾸러미가 빼곡히 올라앉은 매대의 측면을 장식한 건 온갖 종류의 씨디들.

 

 

 

어느결에 골목통은 깡통시장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8층석탑을 쌓은 반찬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깡통시장의 요정이런가, 살짝 골뱅이통조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 같기도.

 

역시나 부산, 거칠게 불어닥치는 바닷바람.

 

그리고 저녁장사를 준비하며, 하얗게 빨아둔 목장갑들을 오징어 널듯 척척 늘어뜨린 화로구이집.

 

 

 

 

컨셉은 붉은 녹이 야금야금 파먹어들어가다 못해 결국 한줌 재로 화해버린 듯한 오래고 낡은 철문처럼.

 

게다가 문 뒤로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민무늬 시멘트벽이 버티고 있을 뿐인, 가짜문.

 

 좋은 소식을 부리에 물고 나른다는 제비 표식의 색감은 불그죽죽해진지 오래. 비어버린 우편함 역시 잔뜩 노쇠해버렸다.

 

 소질개발, 양호실, 그리고 뭐라뭐라 적힌 온갖 사인 가운데, '당기시오'와 '미시오'가 동시에 보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언뜻 식별되지 않는 검정 어둠이라 해도 가만히 바라보면 나름의 톤과 색감 차이가 드러난다. 와중에 사람도.

 

 낮에 봤더라면. 조금만 밝은 낮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하고 쌍꺼풀 큰 눈이 발랄했겠지만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벽화.

 

 그렇게 온통 빨강빛. 세상이 온통 멈추라 소리치는 것만 같던 어느 효자동 밤나들이의 순간들.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중심부인 슈퍼트리 글로브에서부터 바깥방향으로 크게 돌아 실내 정원으로 가는 길,

 

잔디밭 위에 둥실 떠올라 있는 듯한 커다란 아기 조각상이 시선을 붙잡는다.

 

 

싱가포르 플라이어, Flyer를 바라보고 있는 Dragon Fly의 Flyer. 이런 유머러스함을 녹여낸 건 아마도 작가의 의도려나.

 

 

어느새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그늘 한줌조차 남기지 않는 시간, 그나마 날이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지만 햇살은 만만찮다.

 

 

 

멀찍이 윤곽을 드러내는 실내 정원. 그러고 보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색깔은 보라색인 걸까, 공항에서부터 세련된 보라색이 눈에 띈다.

 

이빨 하나하나 정교하게 새겨진 악어 조각상, 그저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이 자체가 긴의자로 사람들의 쉼터가 된다.

 

그리고 플라워 돔 입장. 두개의 실내 정원 입장료가 근 SD28 이던가, 대충 한화로 이만오천원 선인 거 같은데 아깝지 않았다.

 

 

여기서부턴 그저 식물원 내의 이쁜 꽃들을 담은 사진들.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에서부터 다육식물들, 각종 지역별 특색이 살아있는 정원까지 굉장히 큰 규모로 꾸며진 데도 놀랐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유럽 성의 컨셉을 따르는 거 같아서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저런 인형이 중간중간 화려하게 등장하고.

 

 

 

 

뭐랄까, 식물원 위에서부터 설렁설렁 내려오다 보면 왠지 공주를 지키러 온 기사단과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

 

 

그리고, 탐스럽고 동글동글한 이끼더미가 치덕치덕 달라붙어있던 공간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면 딱 귀여울 거 같은데 딱 발딛을 장소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워뒀다.

 

 

 

 

 

 

2012년 6월, 마리나 베이 샌즈 옆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식물원, 그래서 이름도 베이 옆에 있는 정원이라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이름이 좀 심심하다 싶긴 하지만 무료 개장중인 야외정원, 그 중에서도 슈퍼트리 글로브를 둘러보는 것은 무조건 강추!

 

 

 야외정원과 두 개의 실내정원으로 구성된 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내부에서는 오디오 투어용 셔틀이 다니기도 하지만,

 

직접 걸어다녀본 바로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크지 않다. 굳이 셔틀을 이용하지 않고도 중앙의 슈퍼트리 글로브와 몇몇

 

포인트들, 실내정원을 둘러볼 수 있으니 괜시리 겁먹고서 셔틀부터 잡아탈 필요는 없을 듯.

 

 중앙의 슈퍼트리 글로브. 25미터에서 최고 5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 형태 조형들로 가히 이곳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슈퍼트리 글로브를 감싸듯 각국의 식생과 정원 스타일을 살려둔 헤리티지 가든, 그리고 다양하게 꾸며진 산책로들.

 

 두둥. 열대의 왕성한 생명력을 체현한 듯 무섭도록 푸릇푸릇한 나무들 사이로 슈퍼트리의 중심부를 발견했을 때의 위압감이란.

 

 

 두 개의 슈퍼트리를 잇는 노란색 다리는 높이 22미터, 길이 128미터의 스카이웨이.

 

 오른쪽으로 바싹 붙어 보이는 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그리고 기하학적인 연속선으로 표현된 슈퍼 트리의 가지, 혹은 잎새들.

 

한켠의 티켓 부스에서 스카이웨이 티켓을 사서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밑에서 볼 때보다 체감컨대 훨씬 높은 느낌.

 

발 밑으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철판, 그 위에 얇게 덧대어진 고무판 덕에 그야말로 스카이 워크, 고스란히 바람에 출렁거리던.

 

 그래도 이런 전망을 굽어볼 수가 있다는 점, 심장이 쫄깃해지는 발밑의 위태로움과 거센 바닷바람만 제하면 정말 멋진 뷰포인트.

 

출렁거리는 현수교처럼, 발가락 끄트머리가 오무라들던 그 스카이웨이 위로 늘어뜨려진 슈퍼트리의 그림자.

 

 멀찍이 보이는 건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 두 개의 실내 정원이 꾸며진 거대한 유리 돔이다.

 

 그리고 또다른 슈퍼트리들 너머 싱가포르 플라이어의 완전한 동그라미가 자리를 잡았으며.

 

 

문득 불어닥친 바람에 바다 위 조각배처럼 출렁이던 스카이웨이 위에서도 태연하게 사진찍기에 몰입하던 사람들.

 

 

 

 한번 끝까지 걷고 나니 왠지 담력이 두둑해져서 다시 반대편까지 한번 더 걸으며 찬찬히 풍경을 완상 중.

 

 설마 이렇게 촘촘하니 강철줄로 연결된 다리가 끊어지기야 하겠어, 여긴 나름 선진국 싱가포르니깐 괜찮을 거란 자기 최면.

 

 

반대편 끝에서 엘레베이터로 다시 내려오기 전, 아무래도 못내 아쉬웠던 점은 이곳은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와야겠구나 싶던.

 

 

 

 

 

 아랍 스트리트가 위치한 부기스 지역에서 리틀 인디아역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곳곳의 공사판 사이로 이런 원색의 아파트도 지나고.

 

 이렇게 깊숙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사람들이 삥 둘러선 공사판 가림막을 지나서 도착한 곳. 그야말로 진짜배기 인도의 축소판.

 

 북적거리는 거리와 시끄러운 인도 음악의 무규칙한 조합. 심지어 무질서하게 지나며 클랙션을 울려대는 차들까지 판박이다.

 

  

 싱가포르의 세련되고 고급진 이미지는 간데없고 끽끽 소리내는 양은냄비를 늘어놓고 온갖 꽃장식을 팔고 있는 가게들.

 

하다못해 건물들 뒷켠의 골목까지 인도스럽도록 신산하다. 이걸 집이라 부를 수 있을지 고심케 만드는 허술한 방벽들.

 

 그리고 조각보만한 공간에서 삐져나와 골목 귀퉁이를 차지한 채 야채를 다듬고 카레냄새를 풍기는 인도 출신의 사람들.

 

 더러는 삐쭉하니 늘어뜨린 나무막대를 따라 온통 뒤엉킨 빨래들을 그나마 단정하게 늘어뜨리느라 여념이 없기도 하고.

 

 

골목마다 숨어있는 힌두교 사원, 모스크, 그리고 불교 사원까지 잡신들이 총망라된 거리에 소만 풀어놓으면 딱 인도겠다.

 

 그리고 값싸보이는 배낭여행객 전용 숙소들과 이메일 체크를 위한 인터넷 까페들이 넘실넘실.

 

이제 싱가포르 시내 남쪽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을 들러보러 택시를 잡아탄 찰나,

 

유리창에 붙은 one singapore이란 표어가 눈길을 끈다. 무슬림이건, 힌디건, 혹은 불교도거나 심지어 파룬궁신도건 간에.

 

 

 

 

 

 싱가포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이트 사파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야간에 개장하는 동물원으로, 저녁 7시부터 개장해서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거나 트레일 코스를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싱가포르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도심내 선택 시티나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티켓을 포함한 왕복 버스편을 사는 게 나은 듯.

 

 

 7시부터 동물원 입구에서는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전통춤과 불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객을 끌어내어 불쇼를 막 시키기도 하고.

 

대략 130여종의 야행성 동물들이 천여마리 득시글거리는 사파리 코스, 트램을 먼저 타고 한바퀴 돌아본 후에 다시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는 게 좋은 거 같다. 트램과 도보 코스가 각기 다른 구역을 섭렵하기 때문에, 사자 포효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좀더 가까운 곳에서 치타와 표범, 하이에나들을 보고 싶다면 꼭 다시 한번 걸어볼 가치가 있다.

 

 

 아래 사진들은 대개 굉장히 흔들렸는데, 트램 위에서 찍지 않고 걷다가 멈춰서 찍은 거라 해도 빛이 너무 부족해서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 불빛들도 달빛과 같은 성질로 동물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거라고 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카메라는 거의 유명무실한 조건.

 

 

 여느 동물원들의 공간들과는 달리 최대한 날것의 생태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도 좋았고, 동물들이 사람들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안배하고 있는 것이 역력한 모습들도 좋았다.

 

 코뿔소를 밤에 보니까 왜 그렇게 무시무시하던지. 하마도 그렇고.

 

 

 

 트램으로 지나는 코스 바로 옆으로는 커다란 개미핥기라거나 온갖 종류의 사슴들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트레일 코스 중에는 커다란 그물망이 쳐진 공간 내에서 이런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도록 해두기도 했고,

 

날다람쥐들이 날아다니도록 풀어두기도 했고. 신기한 동물들, 밤에 보니 더욱 더 신기했던 모습들.

 

 

 이녀석의 팽팽한 근육질 몸뚱이, 근육과 함께 실룩거리던 얼룩무늬들에 매료되어 한참 보고 있었는데

 

이 꼬맹이 녀석도 나랑 같은 느낌이었는지 꼬리를 말고는 어디선가 슬몃 다가와 엉겨붙었다.

 

 그리고 곰.

 

선택시티나 플라이어에서 바로 사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

 

 

 

 

 

마리나 베이 샌즈의 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조명들이 수면 위에서 뛰노는 참이다.

 

  헬릭스 브리지의 DNA 나선구조형 사슬, 매혹적인 보랏빛 자줏빛 구슬들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게 몽환적이다.

 

 잠시 자리를 옮겨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마리나베이샌즈 옆에 새로 조성된 커다란 야외 정원의 야경도 이쁘다더니.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서 즐겼다면 더 이뻤을 텐데 시간을 낼 수가 없어 그냥, 멀찍이서 감상하는 걸로 만족.

 

그리고, 마리나베이샌즈의 레이져쇼, 하루 두어차례 하는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꽝꽝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대략 십여분

 

진행되는 레이져쇼와 분수들의 움직임은 해안가에 앉아 맥주 한병 마시며 즐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레이져쇼가 끝난 후에도 거대한 벽처럼 눈앞에 버티고 선 빌딩숲에서는 현란한 불빛이 쉼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28개의 캡슐에 환하게 불을 밝힌 싱가포르 플라이어.

 

 조금 자리를 옮겨 멀라이언 파크 앞에서 바라본 마리나 베이의 해안가 풍경.

 

 어둠 속에 불쑥 드러난 새하얀 멀라이언의 자태. 밤에 보니 표정이 좀더 풍부해 보이기도 하고.

 

센토사에 잠시 갔었을 때 찍어둔 또다른 멀라이언 동상. 이 녀석은 훨씬 더 큰데, 오리지널과는 달리 눈에서 빛도 나고

 

입에서도 빛이 나고. 게다가 사람들이 저 아가리 부위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던가.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 멀라이언이 좀더 세련되면서도 표정이 풍부한 거 같아 더 맘에 든다.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이상하다 했더니

 

벌써 몇달째

 

구석자리만을 지키고 있던 음반을

 

괜히 한번 들어보고 싶더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예쁜 물감으로

 

서너번 덧칠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 덮어 버렸구나

 

하며 웃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오래된 예배당 천장을

 

죄다 메꿔야 하는

 

페인트장이였구나

 

 

그렇다고 내가 눈물 한 방울

 

글썽이는 것도 아니지만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 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song by '장기하와 얼굴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간다는 싱가포르의 마천루 풍경, 그 한쪽 어귀를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특히나 야경에는 빼놓을 수 없는 그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물경 지상 165미터에 이르러 근 4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한다는

 

그 대관람차에 탑승, 어둠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대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3월 현재 싱가포르의 저녁은 8시에야 시작.

 

 

총 28개의 커다란 캡슐로 구성되어 28분에 한바퀴를 완전히 돌게 되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캡슐은 각기 특색이 있어

 

모엣샹동 와인을 제공한다거나 애프터눈티를 제공한다거나, 심지어 결혼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탄 건 일반 캡슐,

 

중국과 일본과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들과 여덟 좌석을 넉넉히 채웠다.

 

탑승시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돌아가는 캡슐.

 

슬슬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 플라이어의 앞마당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F1 트랙으로 쓰이는 플라이어 옆의 도로들이 보이고는, 바다 너머 가든 바이 더 베이의 실루엣이 움찔움찔.

 

 

계속된 간척사업으로 지금의 사이즈를 이루어낸 싱가포르, 더이상의 간척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이제는 재개발이란다.

 

도시 곳곳에서 낡고 낮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이 솟아나는 중이다. 마치 장마철 우산이끼들처럼.

 

가든 바이 더 베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쓰긴 하지만, 고유명사라기엔 뭣할 정도로 네이밍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만 옆에 있는 정원'이라, 이건 거의 위치에 대한 설명일 뿐 저 아름다운 야외정원과 실내 식물원을 묘사하지 않는다.

 

사실 플라이어 위에서 저 야외정원의 야경을 굽어보고 싶었는데, 싱가포르의 길고 긴 해를 원망할 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동으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 위에 척하니 수영장을 얹어 놓은 그 희대의 건축학적 상상력이라니.

 

그 너머 크레인이 촘촘하게 늘어선 곳은 수년 내로 또다른 빌딩숲을 세워올릴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리안.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길고 파란만장해보이는 (왠지 환타지 소설을 연상케 하는) 이름 대신에 쉽고 간편한 이름을

 

가진 콘서트홀이자 전시공간이 두 덩이 웅크리고 있는 너머, 희뿌옇게 슬금슬금 석양을 준비중인 하늘을 배경으로 조밀한 빌딩들.

 

그 와중에 왼쪽 귀퉁이에서 물을 토해내고 있는 멀라이언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캡슐의 높이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즈음, 살짝 앞엣 캡슐의 유리창 둘레에 조명이 켜졌다. 아쉽게나마 노란 햇살도 나리는 참.

 

 

클래식한 풍채의 넓데데한 플래턴 호텔, 과거에는 저 건물에서부터 우편배달선이 왕래했다는 우정청이었다던가.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피어난 연꽃모양 박물관, 연꽃..이 맞겠지? 동남아에 지천인 두툼하고 아름다운 다른 꽃일지도 모르겠다.

 

캡슐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 직전, DNA의 나선구조를 따서 만들었다는 헬릭스 브리지를 바닥에 깔고,

 

그처럼 중국과 말레이시아와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온통 비틀린 채 뒤섞인 싱가포르의 건물들이 눈앞에 우뚝.

 

 

 

 

 

 

석촌호수를 저녁때 지날 때마다 뭔가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인다 싶어서 오리배에 조명이라도 달았나 했었는데,

 

알고 보니 백제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연등들이 호수 위에 주르륵 늘어서있었다.

 

  청계천 연등축제 때 쓰였던 연등들 중에서 백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토막을 그대로 석촌 호수 위에 전시해둔 거라고.

 

 백제와 일본과의 교류, 칠지도를 하사한다거나 왕인박사가 교육을 한다거나 하는 내용이 있고, 백제의 선진 제철기술을

 

소개하거나 백제의 조선술 등 문화적인 부분까지 대략 일고여덟주제를 담고 있었던 듯.

 

 

 꽁꽁 얼어붙은 석촌호수, 조류독감 때문에 곳곳에 방제선을 쳐두고 오리 등 가금류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가 살벌하긴 했지만

 

그래도, 롯데호텔 건물을 배경으로 한 해양국가 백제의 자그마한 선박이 반짝반짝.

 

 

 

 

 

 

 탁하고 걸진 느낌의 서해 바다가 숨기고 있던 갯벌, 들고 나는 파도에 날카롭게 각이 선 구릉들이 마치 사막의 듄처럼 황량하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던 길, 오이도의 명물 붉은 등대에 오르니 바닷바람이 뺨을 썰어내는 것 같았지만 그조차 상쾌한 느낌.

 

 물이 빠진 채 뭍에 올라서버린 고깃배들. 하루종일 눈이나 비가 푸지게 쏟아질 날씨다 싶더니 역시나 해무가 자욱하다.

 

 성긴 그물망을 그득그득 채웠던 굴들, 저걸 벽돌삼아 집 한채를 뚝딱 지어낼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굴이 천지삐까리.

천막 위 한팔 높이로 올라선 연통 위로는 꾸역꾸역 시꺼먼 번개탄 연기가 흘러나가고, 새하얗고 탱글한 굴은 뱃속으로 굴러들어가고.

 

 원래는 시꺼먼 선상에서 둥실대던 고깃배로 넘어가는 계단이었을 터, 물이 빠지니 더욱 팔이 늘어나 갯벌까지 뻗는다.

 

 

 

 

춘천 인근에 있는 오봉산, 야트막하니 산책삼아 걷기도 좋고 개울을 따라 빽빽한 나무그늘도 좋았던 곳이다.

 

오봉산 청평사의 독특한 발코니 형태의 창도 사진찍기에 꽤나 좋은 포인트였던 것 같고, 짧은 가을에 덜 익은 단풍도 꽤 이뻤던 곳.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포츈쿠키가 사실 중국의 전통과자가 아니라 바로 이 곳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발명품이었다는 건 조금 서프라이즈. 1800년대 후반에 이곳에 정착한 중국인들의 영악한 상술이라고.

 

 차이나타운의 좁은 골목통을 헤집어 발견한 포츈쿠키 공장, 조그마한 창고 같은 건물 안에 과자 냄새가 가득하다.

 

공장 개방조차 허투루 보아넘기지 않는 중국인들의 감각은, 사진 촬영을 원하는 이에게 50센트를 부과중이었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놀림, 쉴새없이 재게 놀리는 손가락 틈새로 얌전히 접힌 포츈쿠키가 살포시 내려와 앉는다.

 

그리고 한켠에는 쿠키 안에 들어가야 할 행운의 메시지. 장인들의 손 안에 하나씩 집혀서는 쿠키 안에 빨려들고 있었다.

 

 

두어명의 직원들이 쉼없이 쏟아내는 포츈쿠키는 대체 어디까지의 시장을 커버하는 걸까. 해외 수출도 하려나.

 

한곁에는 어느 정도 열기가 빠져나간 바삭한 포츈쿠키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었고, 어느 정도 쌓인 쿠키는 봉지로.

 

 그러고 보면 정말 내부에 별다른 건 없는데, 그래도 50센트 주고 슬쩍 들어가서 한번 둘러볼 만은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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