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쁘띠 프랑스, Petite France 곳곳에서는 쁘띠 프린스, 어린 왕자의 자취를 찾을 수가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작가 중 하나인

생떽쥐베리 재단의 공식 라이센스를 갖고  '쁘띠 프린스'를 초청해 '쁘띠 프랑스'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 것.


어린 왕자는 평소 자신의 조그마한 별 구석구석을 잘 관리해주었다던가. 별을 꺠뜨릴 수 있는 바오밥나무 씨앗을 솎아내고,

화산이 막혀서 폭발하지 않도록 잘 청소도 해주고. 장미꽃의 진딧물을 잡아내고 유리케이스를 씌워주기도 하고.

생떽쥐베리가 어린 왕자에게 그려줬던 양 한마리. 병든 양, 염소같은 양, 뿔이 난 양 따위를 걸러내는 날카로운 선구안을

가진 어린 왕자가 맘에 들어했던 건 사실 상자 속에 들어있던 양이었는데. 그 상자는 여기에서 못 본 거 같다.

별들을 여행하던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고, 술에 취했으며, 쓸데없는 일을 벌여놓고는

스스로 만족하려 애쓰고 있거나 우울함에 빠져있곤 했다. 더이상 나와 전혀 관계없는 딴세상 이야기라 말할 수 없는 것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일? 밥먹는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거란다."


"안녕, 잘 있어" 어린왕자가 말했다.
"안녕, 잘가.... 참, 내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건, 사막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어서에요..."
"맞아.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아저씨가 내 여우와 의견이 같아서 기뻐요."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우선 넌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있는 거야.
곁눈질로 널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더 내게 가까이 앉으면 돼."

"..."
"..."

"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좋아.
우리 해지는 구경하러 가..."
"그렇지만 기다려야 해."
"뭘 기다려?"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지금은 슬프겠지만
그 슬픔이 가시고 나면(슬픔은 가시는 거니까)
넌 언제까지나 내 동무로 있을거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 질꺼야."

"사막은 아름다와.
사막이 아름다운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게 웃고 있는 듯이 보일거야."

"누구나 다 친구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도 숫자 밖에는 흥미가 없는 어른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별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이 있기 때문이에요.
꽃이 아름다운 건 우리가 정성을 들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없는 친구가 될테니까."

"누가 수천,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자그마한 종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저 버섯같이 생긴 녀석이 '바오밥나무'를 표현하려 했단 건 나중에 알았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너는 그것을 잊으면 안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안녕, 어린왕자는 잘 있니. 사막여우를 만났다. 이집트 사막에서도 총총이 찍힌 발자국밖에 못 봤던 녀석인데,

가을 낙엽을 보러갔던 서울대공원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자그마한 몸집, 커다란 귀에 귀여운 얼굴.

샐쭉한 표정이 왠지 고양이를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전반적으론 강아지 같긴 한데. 고양강아지랄까.

미어캣. 언젠가 방송에서 이 녀석들의 생태를 담은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전부다 뒷다리에 힘주고 꼿꼿이 서서

멀리 경계하는 포즈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제발 한번만 한마리라도 뒷다리로 우뚝 서봐봐,라고 진지하게

부탁했지만 이녀석, 한참 튕기다간 마지못해 뒤돌아서 서보이더라는.

이녀석도 뭔가 미어캣처럼 두발로 깡충 서는 포즈를 선보이는 동물이었던 거 같은데, 이름이 뭐였더라.

프레리독이었던 거 같다. 컹컹, 개 짖는 소리를 낸다고 했던가. 두발로 선다는 게 저렇게 퍼져 앉는 포즈를

말하는 건 아닐 텐데.

개미핥기, 이 동물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개그콘서트'에서 개미퍼먹어, 란 개그가 뜨면서부터 아닐까 싶은데.

참 볼품없이 생기긴 했다. 정장용 옷걸이처럼 굽어져서는 어깨뽕처럼 복슬한 느낌을 주는 개미핥기가 할짝할짝.

나무늘보, 시속 240미터의 지구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계산해보면, 분속 4미터인 셈.

일분에 4미터를 어기적어기적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어가는 모습을 어디 한번 봐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날카로운

발톱을 얽어놓아 나무에 철컥 매달려서는 꼼짝도 안 했다.

초등학생 때였나, 동물도감을 보다가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며 주위 친구들한테 이런 동물 아냐고 자랑하듯

묻고 다녔던 그놈. 아르마딜로다. 딱딱하고 무거운 갑주를 걸친 듯한 외모도 특이하고, 여차하면 몸을 둥글게

말아버릴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게, 어려서는 공벌레가 무지무지 커지면 아르마딜로가 되는 걸까 생각했었다.

몰랐던 사실 하나, 저렇게 하얀 털이 숭숭 징그럽게 나있는 줄은...;;

울부짖는 물개 아저씨, 입을 쩍 벌리니까 토토로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가지런히 늘어선 이빨이 온통

새까만 게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올겨울엔 물개 아저씨네 임플란트 해드려야겠어요.

'홍학'이란 새는 발음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것이어서 '학'의 기억을 마저 발음하려 애쓰던 혀는 늘 미끄러져

'합'에 가까운 소리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길다란 모가지는 어쩌면 내 혀보다도 더욱

능란하고 미묘하게 움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영덕대게를 떠올리게 만든느 길다랗고 뻣뻣한 다리조차

우아하게 사뿐사뿐 즈려밟는 녀석이니.

그와는 반대로, 목이 완전 뻣뻣한 녀석들이 길다랗기까지 하다는 건 사실 꽤나 큰일이다. 털이 헝클어졌을 때

고양이처럼 자기 혀로 자기 털을 다듬을 수도 없을 테고, 잘 때도 여느 동물들처럼 고개를 꺽은 채 둥글게 만

몸뚱이를 베개삼을 수도 없을 테고, 뭔가 늘 부족한 느낌일 거 같다. 몸뚱이도 때론 버거운 판에, 몸뚱이 위에

또 그만한 사이즈의 몸뚱이가 하나 더 얹혀 있는 느낌 아닐까.

낙타의 시크한 듯 빈정대는 표정은 익히 알고 있으니 간단하게. 꾸물럭꾸물럭 입을 놀려대는 모양새는 언제봐도

참 얄밉단 말이다. 그래, 니녀석은 등 위에다가 기름이랑 양분이 담긴 혹주머니를 얹고 있으니 든든하다는 거냐.

가지런히 모은 앞발, 단단히 버티고 선 뒷발. 성스러운 대지의 에너지 순환에 임하는 엄숙한 자세.

물색없이 구박하러 다가왔다가 역사적 순간에 동참하게 된 옆 친구녀석은 슬쩍 고개를 돌려주는 센스를.

곰들은 사진찍히는 데 이력이 난 듯 했다. 한 녀석이 슬쩍 귀염둥이 포즈를 취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하면,

그걸 보고 있던 옆엣 녀석이 슬쩍 포즈를 따라한다. 그런 와중에 울타리 바로 앞까지 바싹 붙어서는 마치

'돈 좀 있냐'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곰 녀석. 돈이 아니면 '코카콜라'일지도 모른다.

이 곰탱이는 포즈가 은근 인형같다. 앙증맞게 매달려 있는 두 귀도 그렇고, 철푸덕 앉았다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둔 두 뒷발도 그렇고. 그 와중에 가지런히 날이 선 손톱 열개와 발톱 열개의 위엄.

호랑이들은 뭐, 올초에 왔었을 때 눈도장 찍고 갔으니까 가볍게 스쳐지나주고. 근데 찍고 나서 보니 저 가운데

녀석 왠지 사방에서 다구리 당하는 느낌. 왼쪽 녀석은 머리로 치받고, 오른쪽 녀석은 굵직한 꼬리로 찰싹

때리는 것 같은 순간이 잡혔다.

질펀한 엉덩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토실하다 못해

투실투실 정말 질펀질펀한 엉덩이만큼이나 깊은 골짜기가 패여있었다. 게다가 대충 만들어서 엉덩이 아무데나

대충 붙여놓은 듯한 저 꼬리는 뭐냐. 심하게 좌우대칭을 벗어난 위치인 거 같은데.

모래찜질을 즐기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라지만. 요새 동물원 우리들은

전부 씨씨티비가 달려있어서 누군가 과자를 던져줄라 치면 바로 경고 방송이 나오더라는.






시와라는 오아시스 마을이 있다.

카이로에서 서쪽으로 지중해를 끼고 쭈욱 달리다가 리비아 국경근처까지 한 15시간 버스 달림 나오는 아주아주 조그마한

마을인데, 주변은 온통 사막이다.

밤에 여우가 다녀간 모양이다. 우리가 자던 주변에 온통 동물발자국이 가득했고, 저만치 던져진 빵조각과 생선뼛조각

주위에는 거의 난장판 상태다. 6시쯤 인나서 서늘한, 아니 거의 춥다시피한 공기에 부르르 떨고선, 꽁꽁 얼어붙은 몸을

살살 달래며 모래 언덕을 오르내려주곤 해뜨는 걸 구경했다. 여긴 정말 왜 이렇게도 멋진 건지.

시와 사막에 이름자 새기기. 별달리 새길 만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발을 질질 끌며 커다란 이름을 새겼다.

알리가 모는 차를 타고 성난 파도에 비척거리는 자그마한 돛단배처럼 듄을 타고 오르내리며 신나라 하다가 차밖으로

떨어질 뻔 했다. 로데오 기분을 내보겠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놓고 있었던 탓이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음에도

좀체 눈이 사막에서 떨어지질 않으니 실감도 안 났다. 결국 호텔로 돌아와서도 아침을 대충 먹고서는 자전거를 빌려서는
 
다시 사막으로 나섰다.

우선 가깝다는 Fatnas Springs를 들러 사막으로 갔다. 거기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도 아주 그림이라던데, 한참 달려

도착해보니 어쨌든 사막만은 못하다. 야자수숲이 운치있게 우거져있어서 사막이란 느낌도 다 죽어버렸달까. 이미

이 때 내게 미의 기준이란, 사막이다, 아니다로 갈려있을 정도였으니.


자전거는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던데다가 길도 아주 달리기 좋은 정도여서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딱

멈춰서니 등덜미에 땀이 흥건하다. 망고주스를 한잔하고 Palm Tree Hotel의 자랑인 야자수정원서 한두시간 낮잠을 자곤

다시 사탕수수주스. 이번엔 바로 남쪽으로, Grand Sand Sea로 달렸다. 알렉산드리아로 나갈 표를 구하는 문제로

좀 주춤하긴 했지만, 역시 친절하게 길안내에 용건까지 대신 설명해주는 아저씨 덕분에 금방 '졸라 큰 사막바다'로.

자전거로는 더이상 전진이 불가능한 모래사장 속에서 허부적대다가 잠시 자전거를 버려두고 방랑. 그렇지, 사막에 꼭

있어야 할 법한 하얗게 백골이 되고 만 동물의 잔해, 그 립 하나를 쥐고 괴물처럼 뜯어먹는 시늉...은 좀 심했나.


조금 걷다가 문득 주위에 아무것도 없이 붉은기운 도는 누런 모래밖에 없음에 살짝 두려움마저 느끼고는 서둘러

자전거쪽으로 돌아나오길 수차례, 그저 사막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홀린듯이 바라봤댔다. 뭐랄까...

사막의 지평을 자아내는 그 온갖 모양의 선들...밋밋하다가도 휘영청 굽어지고, 잔뜩 곡선을 그리다가도 어느 순간 탁,

하고 급전직하하는 그런 선들. 혹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혹은 각잡힌 깍아지름으로. 때론 그저 한없이 펼쳐진 양 하다가도

때론 휘영청 감아돌아가는 그런 끝없는 선. 더불어 태양이 쏘아내는 햇살에 따라 변화무쌍한 그 음양감이라니.

그 굵은 몇개의 선들로 이뤄진 경관에 촘촘히 그려진 바람무늬를 보고 있으면, 아무도 밟은 자국 없는 그 순결한 땅에

차마 발자욱을 내기가 저어스러워질 정도였단 말이다.

내가 밟고 걸어간 발자국...그것이 그린 자그마한 모래언덕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이건 아니다 싶은지, 우악스럽거나

혹은 무지하게 푸욱 파묻혀있을 뿐이거나. 내가 딛은 발자국에 드러난 모래굴곡은 너무도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사막에 펼쳐진 굴곡은 그냥..어쩔 줄 모를 정도로 아름답다. 사막은, 딱 그대로 있어야 할 모습이란 말이다.

게다가 그 능선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세상의 절반으로 시야를 차지한다면야. 휴우...

사막에 딱 서면...그냥 나하고 모래...그것만 있는 셈인데, 그게 그렇게 좋다니. 무언가 완벽한 것이랑 마주하고 있는 그런

가슴벅참이 느껴졌다. 신이 있다면, 신을 마주한다면 그런 막막하고도 거대한 것을 마주한 느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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