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콕을 관통하는 네이던 로드 양쪽의 골목통은 온통 재래시장, 어디서부터 어디가 여인가인지, 금붕어시장인지 혹은

 

전자제품거리인지 딱 끊기는 맛은 없으니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여기는 한국의 남대문시장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 고만고만한 아이템들이다.

 

 

그래도 이런 생선가게는 재미있는 게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선들을 먹고 사는지, 뭐가 익숙하고 뭐가 낯선지도.

 

 건어물 가게라고 해야 하나, 위에 매달린 소세지 같은 고기덩어리에서 풍기는 냄새가 강렬하다.

 

용과와 두리안! 동남아 지역에 가게 되면 과일을 밥보다 많이 먹는데 역시, 두리안 향기를 좇아 과일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다란 골목통을 온통 꽉 매우고 늘어선 버스. 몽콕행 버스 종점이 여기 시장 복판인건가 설마.

 

사실 시장통의 묘미는 전면의 아이템들보다도 이런 뒷골목의 날것 풍경.

 

 뒷골목을 헤매다 보면 이렇게 무대 막을 뒤에서부터 젖히고 다시 시장통으로 스며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온통 광고가 붙어있는 벽면 앞에서 심각하게 이야기중인 두 홍콩 젊은이.

 

돌아보다 보니 조금씩 날이 저물고, 바야흐로 홍콩의 밤거리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잠실5단지의 벚꽃들, 복숭아빛으로 물든 그 복숭아빛 꽃망울들이 너무 흐벅지게 탐스러워서.

 

바람이 잠시 불어 꽃비라도 내릴라 치면 마음이 아득해지는 게 순식간에 2002년, 1993년의 어딘가를 더듬곤 하는 거다.

 

 

 

 

 

 

포항 호미곶,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이 곳을 가본 사람이던 안 가본 사람이던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바로 이렇게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른 커다란 손의 형상. 갈매기들이 쉬어 가는 다섯 개의 봉우리이기도 하다.

 

 

사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도, 혹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 청동 조각상은 '상생의 손'이라는 이름으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99년 12월에 완공된 상생의 손,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로, 육지에선

 

왼손, 바다에선 오른손 이렇게 두 손이 함께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손이 육지에도

 

하나 더 있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성화대에 있는 화반은 해와 달을 의미하고, 두 개의 원형고리는 화합을 의미한다던가.

 

바다에 있는 오른손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진 육지의 왼손. 그 앞에는 독도 일출과 피지의 일출에서 얻어온 불씨가

 

2000년 1월 1일 이래 꺼지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었다.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왼손과 오른손, 상생하라는 두 개의 손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을 쥐고 있는 듯

 

살짝 움켜쥔 모양새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호미곶에 와서야 알게 된 손 조각상의 진실이랄까.

 

호미곶에 도착하면 딱 보이는 꽃마차들. 말갈기를 쉼없이 희롱하고 있던,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말들은 꿈쩍없었다.

 

상생의 왼손을 에둘러 바다쪽으로 훅 들어가는 전망대. 바다 쪽에서 육지를 배경으로,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시야를 가리는

 

갈매기들 틈새로 상생의 오른손을 볼 수 있다.

 

 

전망대 걸어들어가는 길에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거대 문어상. 포항이 문어로도 유명한 데다 심지어 문어축제도 있다는 사실.

 

 

더이상 나갈 곳 없는 전망대의 끝단에 서면 정확히 동쪽을 가리키고 선 꼬마 아이의 동상이 있고, 호미곶의 위치가 잡혀 있는

 

한반도 지도와 나침반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분분히 날아다니며 상생의 손을 향한 시야를 여지없이 가리는 정신사나운 갈매기들. 사람들이 자꾸 과자를 던져댄 탓이다.

 

이쪽에서 보이는 상생의 오른손 측면샷. 아무래도 육지의 왼손보다 크기도 크거니와 그림도 훨씬 이쁘게 잡힌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서, 미처 보지 못했던 가로등에 눈길이 간다. 포효하는 호랑이 형태의 한반도가 장식된 가로등이다.

 

같은 형태로 동해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상 , 검고 노란 줄무늬가 선연하던 가로등 호랑이와는 달리 흰색과 하늘색의 줄무늬를 가졌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둥싯 떠있는 하얀 달을 움켜쥐려는 듯 내뻗은 육지의 왼손상.

 

 

광장에는 지난 새천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전국 최대의 가마솥이라거나 각종 기념물들. 그 와중에 수쳔년 전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기념한 기념탑이 하나 숨바꼭질중.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로 가는 길은 엘레베이터와 계단. 계단으로 갔더니 대충 4층에서 5층 정도 높이가 되는 거 같다.

 

 

옆에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 한 대. 시험삼아 돌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효성의 광고판 같아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바닷바람이 매우 세게 몰아치기는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얼레를 하나씩 손에 쥐고 연을 날리고 있었고,

 

호미곶에 갓 도착한 아이들은 일단 부모손을 끌고 연 하나씩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으니. 그나저나 바닷가의 소도시답게,

 

혹은 바닷가의 명소답게 저런 연들을 담은 종이박스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잡힌다. 돌자반.

 

 

 

 

센트럴 파크, 59번가에서 110번가까지 이어지는 이 거대한 공원의 면적은 대략 서울 올림픽공원의 3.5배가 된다고 한다.

 

그 동남쪽 호숫가에 접해있는 보트하우스에서 먹은 아침식사 이야기.

 

 

아침 7시반, 무척 이른 시간이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도

 

엄청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참새들이 포르르 날아올라와 주인없는 테이블 위에서 빵조각을 찾아 부리로 콕콕 지르는 중이다.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으신 이 아저씨는 자전거를 얌전히 주차시키고는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시고.

 

 

혹시 이곳에 대해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기시감을 느꼈다면,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맞다.

 

캐리 브래드쇼가 미스터 빅하고 만나서 밥을 먹다가 호수에 빠지는 장면, 그게 바로 이 곳이다.

 

 

이렇게 보면 뭔가 기억이 더 생생하게 나려나, 저기 호숫가 저쯤에서 캐리가 빅하고 같이 허우적대던 장면이 떠올라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보트하우스, 보트를 빌려서 센트럴 파크 안에 누운 너른 호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한 커플이 운항 중.

 

 

 

아침부터 이름모를 꽃의 붉은 빛이 확 달아올랐다. 더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어느새 멀찌감치 밀어보내진 보트, 그리고 호수 주변으로 에둘러 모로 누운 빽빽한 보트들. 처음엔 뭔지도 못 알아봤다.

 

 

 

맨하탄의 제일 번화한 Avenue를 들라고 하면 흔히들 5번가를 꼽을지 모르지만, 사실 정말 부유한 사람들이 살거나

 

럭셔리한 샵들이 몰려있는 곳은 바로 Madison Avenue다. 그 매디슨 애버뉴 80가에서 81가 사이에 있는 E.A.T라는

 

브런치 까페는 관광객이나 외지인들보다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있는 곳이라고 한다.

 

 

ㅇ 위치 : Madison Ave. 80th St. ~ 81th St.

 

 

 

가게의 한쪽에는 테이크아웃을 위한 빵과 음료를 팔고 있고, 안쪽으로는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여 브런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풍스런 난간을 딛고 올라가는 2층에도 자리가 있는 거 같은데 가보진 못했다.

 

 

우선 빵과 버터, 쨈이 나오는 바구니 하나를 시켰다. 따끈하고 고소한 빵에 칼로 썬 버터를 올리자마자 사르르.

 

 

이게 뭐라는 메뉴더라. cheese Blintzes라던가, 얇고 바삭한 껍데기 속에 온통 치즈가 꽉 차 있다는 느낌.

 

그리고 라즈베리가 사이에 숨어있는 팬케잌. 얇고 바스락거리면서도 적당히 메이플시럽에 저며든 식감이란 참.

 

후식삼아 시킨 건 Fruit Plate. Fruit Salad가 아니라 아예 Plate를 시켰으니 양이 꽤나 많을 줄은 미리 예상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나올 줄은 몰랐다. 베리만 해도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에다가 파인애플에 메론까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에도 시끌벅적한 외국인이나 관광객 포스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가는 부산스러움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사라베스 보다 가격은 조금씩 더 싸면서도 양은 조금 더 많았던 듯.

 

 

 

 

 

 

 

육칠년만인가, 참 오랜만에 다시 찾은 추암 해수욕장. 그리고 추암 촛대바위.

 

추암의 해돋이를 보겠다고 부지런히 달렸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어슴푸레한 빛의 띠만 보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했던 건, 마치 거대한 대포를 쉼없이 쏘아올리듯 온몸을 진동시키는 삼엄하고 우람한 파도소리.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울타리도 꾸며놓고 망원경도 가져다 놓고 그랬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람 한명 찾기 힘든 추암의 해안 산책로. 해는 구름 뒤에서 스물스물 떠오르고 있겠지만 바닷바람은 살을 에인다.

 

 

 

 

아스라히 보이는 배 한 척. 그리고 수만년 파도에 으깨지면서도 여전히 뾰족 솟은 돌부리 하나.

 

 

이 곳의 풍경을 한층 더 삼엄하게 만드는 건 여느 해안선에서처럼 바다를 온통 가로막고 선 철책들.

 

 

추암 촛대바위 들어가는 길목,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부리며 서 있는 돌멩이들. 위태로운 소원들.

 

추암 촛대바위 들어가는 길의 낡은 집 한 채는, 아마도 칠팔년전에도 눈에 담아놨던 풍경이다.

 

 

 

 

파도에 떠밀려온 온갖 쓰레기들, 외적을 막아낼 철망엔 쓰레기만 걸렸다.

 

 

철망에서 흘러내린 녹물이 온통 시뻘겋게 바닥을 적시고 있는 곳. 이제 60년이 되어가는 살풍경이다.

 

 

 

 

추암 촛대바위, 해수욕장 옆에 조각공원. 얼마나 관리를 안 하고 있는지 잡초가 보풀보풀.

 

 

좀 뜬금없다 싶은 조각공원 너머로 파랑주황 슬레이트 지붕이 이어지고 그 너머 수평선이다.

 

 

 

추암의 일출을 보러 가는 화살표 따라 노니는 청둥오리들의 물결.

 

 

 

추암역이 원래 이렇게 생겼었던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기차역은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역사 건물도 없이 그저 철로 옆에 플랫폼 하나가 전부인 추암역. 내려다보니 주차장에 글자가 떠오른다. 공허한 문구.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안가를 거닐고 촛대바위에 눈길을 준 후, 해가 완전히 떴지만 결국 해돋이를 보는 건

 

실패했음을 확인하고 묵호로 달려가기로 했다. 울릉도로 떠나는 배를 타기 전 해돋이를 보려 왔던 참이었으니.

 

 

추암 해수욕장에 접근하려면 이렇게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굴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옆에 사람이라도 걸어지난다 하면 꼼짝없이 조심운전해야 하는, 그런 좁고 어둡고 짧은 굴다리 터널.

 

 

 

 

 

 

 

제주도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 테마파크,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는 한국의 7,80년대 풍경, 상가라거나

학교라거나 달동네 풍경을 담고 있는 곳에서 발견한 화장실 표시.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하는-이라지만

내가 고등학교때나 대학교때 쓰던 커다란 삐삐나 휴대폰들도 있어서 반가웠다는-시절의 풍경 말고도

어촌, 전통마을의 풍경이라거나 고색창연한 도깨비집도 있었던 곳이어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 같던데,

그런 공간의 이름이 왜 '선녀와 나무꾼'인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남자화장실.

일종의 브랜드-빌딩(brand-building)이랄까, 간판과 어울리는 구색으로 컨텐츠를 채우고 화장실과 같은

자잘한 디테일까지 일관성 있고도 개성있게 꾸미는 작업은 꽤나 중요한 거 같다. 방문자로 하여금

이 공간이 참 많이 신경쓰여 가꾸어진 거구나, 하는 느낌을 갖도록 해줄 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지 사이에

묻히지 않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주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디테일까지 신경쓴 티가 가득한 이곳 '선녀와 나무꾼'은 옛 서울역사를 닮은 입구를 지나

여전히 서울 여기저기서 보이는 달동네의 풍경, 7,80년대 고고장을 지나 어렸을 적 몇 번 가봤던 듯한

시시껄렁한(그렇지만 꽤나 무서운) 공포의 집 제법 풍성한 컨텐츠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계속 컨텐츠를 확충하고 있으니 앞으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가봐도 좋겠지 싶다.


갈라타타워 가는 길,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이쁜 건물들이 제각기의 실루엣을 양옆으로 커튼처럼

늘어뜨렸다. 날씨가 좀 맑았어도 저 건물들이 좀더 반짝반짝 새콤한 빛깔을 냈을 텐데. 돌들의 굴곡이

오톨도톨 생생하게 느껴지는 도로 바닥과 마찬가지로 빗물이 묻어 조금은 쳐지고 차분한 빛깔이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점점 커진다. 두툼한 원통 형태의 바디가 의외로 경쾌한 느낌인 건 아마도 저

베이지색의 자잘한 돌덩이들이 자아내는 분위기인 듯. 타워, 탑, 성이라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 덕에 애초 갖고 있었을 살벌하거나 딱딱한 느낌이 많이 희석되었다.

들어서는 길, 입구는 여기 한 곳이다. 안에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기념품샵이 있고 위의 전망대나

레스토랑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가 두 대 있었다. 갈라타 타워 앞에서 돛을 몇개씩이나

달고 있는 범선들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지나던 옛날 어느적의 풍경이 늘어뜨려져 있어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엘리베이터는 '고작' 9층짜리. 7층 로비에서 내려서 한층을 걸어올라가야 8층 레스토랑이 나타나고,

그 레스토랑에서 바깥 테라스로 나가 이스탄불 전경을 볼 수가 있는 식. 그 위 최고 꼭대기인 9층엔

터키 전통공연이 벌어지는 나이트클럽이 있다고 하던데 공연 수준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하지만

직접 안 봤으니 잘 모르겠다. 그보다 고작 6명이 들어가는 조그마한 엘레베이터에 안내원 한명은

고정적으로 타고 있으니 5명만 타면 만원.;; 속도도 빠르지 않은 엘레베이터 두 대인지라 사람이

좀 몰린다 치면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도 시간 좀 걸릴 듯.

7층에서 8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원래 엘레베이터가 있기 전에는 맨 아랫층부터 꼭대기까지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올라야 했을 거다. 이거 각도가 거의 70도정도는 족히 되어보이는

계단인데 폭도 좁아서 뱅글뱅글 꼬아올라가다보면 문득 핑-하고 도는 느낌도 들었다는.

8층 레스토랑에 올라 보니 생각보다는 공간이 넓다. 게다가 천장이 높으니 그렇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아서, 테이블을 꽉 채운 채 밥을 먹으면서도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 얼기설기

불빛이 잔뜩 꽂혀있는 전등도 인상적이었고.


스프가 먼저 나오고 빵을 조금 먹다 보니 각종 고기 케밥이 나왔다. 감자 튀김도 맛있었고, 고기랑

빵이랑 같이 먹으니 역시 맛있더라는. 창 밖으로 멀찍이 보이는 블루모스크의 미나렛들이 밥맛을

더욱 돋궜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면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의 미나렛들처럼 테이블 위에 우뚝 선 에페스 병맥주 탓이었는지도.

창가에 딱 붙은 옆 테이블 너머로 바깥 테라스에 나가 이스탄불 시내를 구경하는 두 젊은이가

풋풋했다. 이스탄불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쯤 되지 않을까,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돌아나오는 길,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다시 기다리려 금세라도 몸이 앞으로 쏠릴 듯 가파른 계단을

걸어 내려왔고, 금박으로 얼기설기 빚어진 갈라타 타워와 주변의 스카이라인을 물끄러미 바라봤으며

5명씩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다시 내려와서 올려다본 갈라타타워. 반들반들, 조그맣고 단단해보이는 차돌들이 커다란 원통을 가득

감싸고 있었다. 아랫도리 부분은 사람들이 얼마나 매만졌을지 까맣게 손때가 묻어있던 갈라타타워.

6년전엔 돈이 없어 못 올라가본 채 밖으로만 맴돌던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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