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국강병의 기치 아래 백성들에게 목숨을 내맡기고 충성을 다하라고 외치는 그들,

그렇지만 정작 사태가 엄혹해지면 그렇게 말한다. 너희같은 장똘뱅이가 어찌 그 뜻을 알겠느냐.

아 예, 어차피 아랫것들은 윗대가리에 누가 밟고 올라서나 그놈이 그놈인 것을.


영화에서 묘사된 대로라면 현상타파를 추구하는 전쟁광 세종의 치하나, 명이니 여진이니 왜니

그런 외국의 치하나 사실 '장똘뱅이' 백성들에겐 다를 바 하나 없는 것 아닌가.



# 현대식의 어정쩡한 말투라거나 마지막 장면의 '사물놀이'패 등장이라거나, 한은정의 복장이라거나,

어차피 엄정한 고증을 통한 정극을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제발 장르가 뭔지를 알려다오. 액션인가 드라마인가 멜로인가 역사물인가.


아무리 그래도 세종의 호위무사와 항아리를 집어던지며 개싸움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300을 패러디하듯 대책없이 대군과 붙여놓는 건 아니지 않나.

전혀 설득력도 없고 떼잡이식으로 '애국심을 팔았으니 감동먹지 않을 테냐'라는 건가.
 
아니면 한은정의 (연기말고) 외모나 즐감하라는 건가.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허접 스토리.



# 버섯구름까지 등장시키는 그 적나라하고 호전적인 마인드.

뭐 다른 거 다 넘어가고 그저 '킬링타임용' 쓰레기영화라고 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버섯구름.

근대국가끼리의 관계에서 비로소 나타나는 '주권'의 개념을 울부짖는 세종,

그야말로 벌레처럼 죽어나간 적군의 시체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버티고 선 전쟁영웅들,

노골적으로 피어오른 버섯구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를 노래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놈의 무궁화꽃, 핵주권 따위 이야기는 정말 질리지도 않나. 전쟁동원을 위한 그들만의 노래.

조선시대 버전으로 피어난 무궁화, 이건 쓰레기 중에서도 아주 악질적인 상쓰레기.



# 민족주의에 대한 일그램의 성찰 따위도 없는 영화.

민족주의를 들먹이는 윗대가리들이 의식하던 못하던, 그 사고회로는 대략 이런 거다.

'우리 민족은 잘났다', '과거에는 남들보다 잘나갔다',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현재를 보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그걸 위해 너의 피와 철을 바쳐라'.


우습게도 '우리 민족 잘났다'는 민족주의가 그 민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현재를 수탈한다.

우습게도 그 잘났다는 민족의 과거를 강조하다 보니, 멀쩡히 나름의 역사적 맥락과 문맥 속에 존재하는

나름의 역사를 마냥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묘사하고 만다. 과거의 특정부분을 억지로 부각하고 높이려니

다른 부분은 깍여나가고 폄훼되는 거다.

 

# 사대교린의 옛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주권평등의 근대국가 질서를 섞어놓고,

'신기전'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기 위해 뻔히 보이는 위험도 감내하도록 만들며,

조국과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라고 강변하는 스토리는 혐오스럽다.


그런 스토리와 속내가 품고 있는 함의는 너무나도 정치적이라서. 그리고 현실에서는

그나마 안성기가 연기한 세종처럼 '백성은 황제'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어놔서.

그러고 보면 정말 최악의 영화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노골적으로 최악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에

비기면 나름의 영화적 상상력과 매만짐으로 조금은 이쁘게 만들어 놓은 셈이랄까.



아...시간 아까워. 아 진짜 쓰레기쓰레기 이런 상쓰레기 영화가 당시에 그렇게 화제였다니. 

의미도 없고 최소한의 재미도 없고. 정말이지 최악.



"김 차관은 "나로호는 발사과정에서 1단과 2단분리, 위성분리를 성공했으나 페어링 분리이상으로 위성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페어링이 한쪽만 분리돼 남아있는 페어링 무게로 인해 위성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과학기술위성 2호는 위성은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8㎞/s)보다 낮은 6.2㎞속도로 떨어져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뉴시스, 09.08.26)


사실 날아오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날려 보내지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고 삭막해 보이기만 하는 그곳에 가는 걸,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게 본심이었다. 게다가 결국 거기에 도착하게 될 것은 내 전부가 아니라 했다. 거기까지 닿기에는
 
내가 가진 것들이 쓸데없이 많다며, 1단, 2단 두 차례에 걸쳐 내 가죽을 벗겨낸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그들은 몰랐다.

합리나 이성으로 따지고 들면 마냥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기만 하다는 그 '외피' 역시 나를 나이게 하는 그 무엇이었다.


조그맣고 네모난 위성박스, 그건 나이기도 하지만 또 '나'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작고도 어눌한, 그래서 낯선 것이었다.

그 안에 꾹꾹 눌러담겨 응축된 것들은 정말이지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만 담겨 있었다. 하늘엔 쏘아올려지면 별도 딸 수

있다고, 지상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것들을 맛보리라던 연구원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는 뱅글뱅글 무한에 가깝도록 같은 궤도를 돌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게 로켓으로 태어난 

나의 밥벌이 수단이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쇼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발사대의 믿음직한 팔베개를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우주로

향하는 건, 인간에 비기자면 자궁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이야기는
 
로켓이란 나고 자라면서 어쨌든 쏘아져야 한다는 거였다, 부서지던 폭발하던 간에. 그렇기에 더더욱 불필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을 떼어내고 궤도에 돌입하는 것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거추장스런 것들은 모두 제거해야 했다. 허세부릴 시간이 없었다.


생각보다 궤도 진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금 '1단 추진체'가 떨어져 나갔다. 사실 좀 웃기는 이름이었다. 이미

수년이나 함께 해온 것들, 무엇이 무엇을 위한 추진체라느니,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록이라느니 이야기는 최소한

내가 입에 담을 이야긴 아니었다. 내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어느새 연리지처럼 꽁꽁 얽혀버린 '나'와 또다른 '나'는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가벼워진 몸이 덜컹, 하는 순간 걸쭉하고 빨간 유액이 조금 흘렀다.


그리고 난 조금, 변했음을 느꼈다.


혼란스러워졌다. 이건 내가 아냐. 내 편할 대로 버리고 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알게 뭐야, 어차피 인생 별거 없어.

일단 안착하기만 하면 돼. 궤도에 자리만 잡으면, 그때부턴 딱히 힘들일 것도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구. 그때부터

다시 '나'를 불려나가던 쪼개나가던 알아서 하면 되잖아. 어쨌든 성공한 로켓으로 기록되겠지.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잖아. 로켓의 '정명'은 무한궤도를 지키는데 있다구. 일단 살아남고 보는 거야.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두워서 눈뜨고 어두워서 눈감는 그런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이 계속될 거야.

그래서야 옆에 누가 있던, 안에 무엇을 품고 있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더이상 지탱하고 설 든든한 발사대도

없을 거고, 가슴떨리고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카운트다운도 없겠지. 힘이 다하는 날까지 그저 나로우주센터에

출근부 도장이나 찍으며, 매일 똑같이 바싹 마른 태양열을 씹어삼키며 연명하는 삶 따위.


이건 아니잖아. 발사대에서 밀려나는 건 선택할 수 없는 거라고 쳐도, 최소한 '로켓'에게 가능한 몇 가지 선택지는

남아있어야 하잖아. 화석처럼 굳어진 채 궤도상에 고여버린다는 건 손끝 하나 까딱못하는 미이라나 다를 바가 없다.

그야말로 박제된 천재, 도달해버린 화살, 멈춰버린 시계. 시간이 얼마 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안간힘을 써

방향을 틀었다. 발끝에서 시작된 진동을 잘 살려 머리 끝까지 고운 웨이브를 그리고 싶었는데, 임하룡이던가

옛 개그맨의 올챙이춤처럼 우스꽝스럽게 움직거린 게 다였다. 실은, 그걸로 충분했다.



'환상의 커플'에서 '서프라이즈', 그리고 '출발 비디오여행'으로 이어지는 일요일 오전의 프로그램 라인업은 내겐

늦잠에 대한 욕망을 식히는 강력한 유인이 되고는 한다.

방금도 여느 때처럼 서프라이즈를 보며 늦은 밥을 먹고 있는데,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는 일본 보도가 인용되며

속보가 뜨더니 여지껏 특보를 계속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가 남았는데.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도 모르는데.(아직까지 난 첫번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로봇 애인 이야기)


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가 북한의 로켓 발사보다 중요하다는 식으로야 농담삼아 말한 거지만,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싶다. 그것도 대부분의 소스는 일본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들이야 아소 다로 총리의 국내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거고, 북-미간 관계가 일본의 입장과는 달리 급격히 호전되는

상황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차에 요격이니 뭐니, 소란의 판을 키우고 싶었을 거다.

미국은 24시간 뉴스 채널 CNN에서 속보로 떴지만 관련된 정부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고, 러시아나 중국은

예견된 상황이었으니만치 유별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댄다.


북한의 말대로 로켓이 통신위성이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하고,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욱 온건해질 수 밖에 없지 싶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교적수사일 뿐

가장 중요한 키는 미국과 북한과의 입장 조율에 있을 거고. 북한의 로켓 발사가 거의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렇다면 이제 뭐, 상황은 끝인 거 아닌가.

일본의 요격이나 발사 실패로 인한 일본 본토의 피해라거나 그런 것 없이, 발사 지연에 대한 온갖 억측들을

불식시키고 깔끔하게 날라갔고, 그렇다면 남은 건 북한의 무력(과학력?) 과시에 대한 주변국의 인식 변경,

그리고 이로 인해 압박을 받게 될 미국의 적극적 대응이다. 그게 전향적 접근이 될 지, 혹은 더욱 강경한 접근이

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당장이야 원칙적이고 강경한 이야기를 해도 결국 유화적인 태도로 나설 거 같다.


근데 이렇게까지 공중파를 낭비해야 하나? 그것도 심층적인 분석은 거의 없이 외신은 어쩌니, 외국 정부 반응은

어떠니...기실 시끄럽게 떠드는 건 일본밖에 없는데. 이번 이슈에 대해 좀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하는 보도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속보로 화면 밑에 둥둥둥 떠다니는 자막으로 만족하던가. 대체 왜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난리를 치는 건지 모르겠다. 보도를 위한 보도? 어쩜 이런 식의 감정적인 반응이 북한의 의도에 말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에 반해 '벚꽃놀이 나선 상춘객'들의 반응은 쿨하다. 왜 이렇게 야단스러운지 모르겠다는.

대부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도 그렇지 않나. 쟤네 또 뭐 쐈나..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근데 한국은, 대체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과 일관된 자세는 있기나 한가. 아무런 비전도, 전략도, 혹은

최소한 북한에 대한 입장조차 불분명해 보인다. 깝깝시리.


아...서프라이즈 세번째 이야기는 대체 언제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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