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대로 쓰다보니, 아이폰 음악폴더니 사진폴더가 너무 지저분해져서 빈 공간도 얼마 안 남았다.

정리도 할 겸 사진도 옮기고 하다가 발견한 사진들, 재미있다 싶어 찍은 사진도 있고 아이폰치곤

제법 분위기있게 나왔다 싶은 사진도 있고.

퇴근길에 발견한, 어느 차에 붙어있는 '집주인'의 메모. 우리 차는 어디에 주차할까요. 뭔가

적나라하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심경이 생생히 전해진달까.

어디였더라, 어디선가의 음식점에서 계산서를 받았는데 저런 꼬릿말이 붙어있었다. 평소에

카드영수증을 한번씩 보고 찢어버리는지라 발견할 수 있었던 아홉 음절.

경기고였던가, 주말에 무슨 시험감독하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발견한 스티커였던 듯.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1) 매사에 떳떳치 못하며 자신감이 떨어진다. 2) 어쩌구저쩌구

여학생이 싫어한다. 4) 지저분한 사람이 되기 쉽다...하나하나 넘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는

협박 같기도 해서 찍어놨었다.

친구와 요거트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가, 괜히 둘다 뭔가 불끈한 맘으로 아이스크림에

조각을 해 버렸다. 반반이 다듬어 비석처럼 세워둔 후에 숟가락으로 살살, 구멍이 뽕

뚫려서 반대쪽 풍경이 하얀 배경 속에 들이차던 순간에 꽤나 기뻤다. 바보같이.

통인동 쯤의 어느 까페를 찾아가다가 만난 표지판.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의미는 사실 바로 다가온다.

조용히 해달라는, 클랙숀 울리지 말고 애 울리지 말고 소리치며 싸우지 말라는 뜻이겠지.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하회탈 모형 두개, 슬쩍 얹어놓고 괜한 연출 한번. 코가 워낙 커서 조금더

얌전한 포즈는 불가능,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제법 꺽어서 진한 키스. 하회탈끼리.;

작년 부처님 오신 날에 코엑스 입구에서 찍은 사진. 탑을 수호하고 있는 사천왕 등이 멋졌었다.

코엑스몰 안의 어디메쯤에서, 파란 하늘로 향한 유리돔. 기하학적인 패턴이 재미있었다.

이태원 이슬람사원(모스크)에 갔을 때, 모스크 앞 계단에 쪼르르 앉아있는 무슬림들의 나른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사진만 보고서는 여기가 한국인지 아랍지역의 어디인지 잘 모를 지경.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데, 집앞 놀이터에 있는 조그마한 벤치에 의경 네 명이서 쪼르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콱 들어왔다. 제법 쌀쌀하던 가을날이었던 거 같은데 안쓰럽기도 하고.

술에 절어서 집으로 들어가던 어느날, 차라리 나도 어디론가 견인되었으면 좋겠다 싶던.

길가에 조금씩조금씩 토하며 걸었던 거 같은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말줄임표가

커다랗게 그려지겠구나..술김에 그리 생각했었던 날.

G20의 광풍이 세상을 덮던 즈음, 트레이드타워에도 포장지가 덮였다. 맞은편 한전건물이 이미

과하게 싸여진 선물상자처럼 퍼렇게 휘감겨있었고, 이곳은 조금만 살짝.

코엑스 국화꽃축제가 있던 때, G20 준비와 맞물려 조금 산만하긴 했지만 저 거대 공작새는 꽤

맘에 들었었다. 여느때처럼 건물 기둥뿌리를 온통 감싸돌던 노란 국화잎들은 꽃잎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경주에 갔을 때, 들고 갔던 카메라가 부서지는 바람에 아이폰으로만 남겨야 했던 풍경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 산책길을 거닐다가 홀로 선 나무를 만났다. 가슴처럼 봉긋하고 따뜻하게

둥그스름하던 고분들을 뒤로 한 채, 마치 수묵화의 한 귀퉁이에서 튀어나온 듯한 나무.

부산에서, 모처럼 만난 군대친구들과 2차던가 3차로 갔던 다트바. 싫다는 녀석들을 때려가며

사선에 세우고는, 어찌된 일인지 내가 던진 다트 세 개가 모두 대충 가운데에 꽂혀버렸었다.

엄밀하게 따져서 세 개 모두 50점짜리에 전부 들어갔다고는 딱히 말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래도, 딱히 50점이네 25점이네 따지기보다 가운데에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이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하바드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었던 건 버스 정류장이 곳곳마다 참 다르게 생겼더란

사실, 그리고 그 모양들이 어떤 건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어졌는가 하면 다른 건 그냥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 만들어진 것처럼 천태만상이더라는. 게다가 그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투르크인들의

옷차림이나 행색 역시 꽤나 인상깊었다. 그런 서로 다른 버스정류장과 그 풍경 만을 찍은 것만도 수십여장에

이르는 사진들 퍼레이드.

버스정류장에 멈춰서는 버스들 역시 대개는 저런 신품의 쌔끈한 버스들이곤 했지만, 가끔은 앞 유리창이 온통

먼지낀 채 거미줄같이 사방으로 금이 가있는 그런 버스도 다니곤 했다.

약간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과 (아마도) 태양을 가리기 위한 지붕이 얹혀 있다는 점만

같은 특징으로 공유하고 다른 것들은 제각각인 버스 정류장들.

사람 하나 없이 텅빈 정류장이 있는가 하면, 아저씨 하나가 쓸쓸히 벤치를 지키는 정류장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간 투르크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우르르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여긴 무슬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랜 공산주의 정권 치하에서 젊은 사람들은 대개 무신론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덕분에 히잡을 쓰고

있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버스정류장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경,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 투르크에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이는 호텔 로비나

정문 밖에서는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피우긴 했지만, 내국인들에게는 나름 철저히 지켜지는 룰인 듯. 그렇게

법적으로 아예 금연을 시켜야 할지는 좀 생각할 문제지만, 적어도 담배연기가 제멋대로 날아들지 않는 버스

정류장은 생각만 해도 꽤나 쾌적하다.

밤이 되었다고 버스 정류장이 어둠에 먹혀버리는 건 아니다.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는 이 곳에서는,

아마도 아쉬하바드의 이 동네는 일종의 대외용 '쇼윈도우'일 테니 더 심하겠지만, 버스 정류장 역시 화려하다.

실제로 밤에도 버스가 다니는지, 이용할 사람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몇 장 더, 아무래도 동네마다 특징을 잡고 그 모양대로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님 그 정류장의 특징에 맞춰서, 예컨대 커다란 재래시장 앞의 정류장은 좀 커다란 간판처럼, 관청들

앞의 정류장은 좀 화려하고 럭셔리하게 만드는 거 같다는 이야기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모든 게

획일화되어 있고 몰개성화되어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하던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버스 정류장들을 헤아려 볼 수 있었던 건 꽤나 흥미롭던 일이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단수이, 여기까지 와서 그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학교를 찾아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진리(眞理)대학 내부의 옥스포드 컬리지로 향했을 때 마주쳤던, 눈부신 칠월의 햇살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던 한 사람. 인상적이었다.

단수이는 아무래도 타이완의 수도 타이페이에 비길 수는 없이 작고 조용한 도시, 거리를 다니는 버스에서도

나름의 운치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진리대학에 향하는 길,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그녀, 이십년 전의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거 같은 조바심에 서둘러

오르막을 오르려니 땀이 삐질삐질. 여기도 덥구나, 당연하지만 절절했던 한탄.

원래 영화 촬영지라고 해서 넘 기대를 많이 하고 가면 으레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애초부터 영화 속

장면을 그려본다거나 그녀들이 뛰어나와 반긴다거나 그런 망상은 없이, 타이완의 대학을 하나 구경한다는

기분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꽤나 고풍스럽고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들.

타이완에서 최초로 럭비를 시작한 학교임을 알리는 기념비. 왠지 머릿속에서 계속 영화를 빨리감고 되감고 하며

이 곳이 어디에서 봤었는지 스캐닝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아, 여긴 기억난다!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던 곳. 여주인공이 졸업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건물 내부는 다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조그마한 공간 하나를 영화 속 풍경과 맞춰본 것만으로도

당장 영화 속 스토리나 인물들이 훨씬 실감나게 다가왔다.

꼭 영화가 아니어도, 참 이쁜 학교다. 잘 가꿔지기도 했고, 건물 자체도 단조로운 성냥갑이 아니라 이리저리

삐죽빼죽한 실루엣이 뚜렷하다.

담색 학교 건물벽을 스크린삼아 펼쳐지던 야자수와 바람의 희롱 장면. 둘이 껴안고 뒹굴고 엎어지고, 아주

물고 뜯고 장난이 아니었던 격한 정사. 아무래도 해안가에 가까운지라 해풍이 세게 불어대는 거 같다.

무슨 요새나 탑처럼 높이 솟은 저 꼭대기 층에는 뭐가 있을까. 이런 학교에서 공부하면 참 좋겠다, 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학교 자하연에서 굼실굼실 기어나오던 자라들, 거북이들이나 여기 사는 거북이는 비슷하게 생겼구나.

방학중인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온 듯한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그럴 만도 하겠다, 싶도록 구석구석 운치있는 풍경들이 가득하던 커다란 캠퍼스.

진리대학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유치원까지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조그마한 '학교마을'을

이루고 있는 거 같이 느껴졌다. 학교와 학교를 잇는 길을 따라 담을 넘나드는 담쟁이덩굴.

이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무슨 학교인지 식별하는 건 포기한지 오래. 그냥 발길 닫는대로 아무 곳으로나

들어가고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그럴 듯한 풍경. 얼핏 음악당이라는 거 같던데, 단정한 외관이 맘에 든다.

마주보고 선 건물은 '옥스포드 컬리지', 타이완 최초로 세워진 서양식 학교라던가. 문이 잠겨 있어 그냥 한바퀴

외관만 둘러볼 수 밖에, 1880년에 세워진 건물이라는데 굉장히 따뜻한 느낌의 건물이다. 붉은 벽돌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단층짜리 건물에 자연스레 놓인 기왓장들이 맘을 편하게 해주는지도.

건물 두채 사이에 끼어 있는 연못에 비친 음악당의 그림자.

그 옆에서 발견한 정말 신기한 꽃. 노란 꽃잎 사이에서 하얀색 꽃이 다시 피어나 있는 거다. 아마도 저 노란 부위는

꽃잎이 아니라 커다랗게 발달한 꽃받침일 테고 흰 부분이 꽃잎이라고 하겠지만, 원래 그런 거다. 이쁘면 다

'꽃'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게 사람 심리.

내려오던 길, 바닥에서 발견한 귀엽달까 유치한 그림이 그려진 타일들, 아마도 근처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겠지만 단호한 가위가 살짝 묘하게 생긴 담배의 밑둥아리를 철컥 자르고 있었다.

환호작약하는 가족, 그리고 머리 위에서 환호작약하는 태양의 환호성.



밤 2시...
 
근무를 마치고 내무실로 기어올라온다...
 
해발500여 미터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것조차 공기의 밀도가 첨예하게 엷어지는 것을 느낀다...

숨을 몰아쉬며 던힐의 탈을 쓴 군디스-모셔진 던힐케이스에 우그려넣은 군디스 20개피-를 하나 입에 문다.
 
하늘엔 북두칠성이 번뜩이며 구름이 가려버린 달을 대신한다.

보름달일텐데. 입대하던 날 보았던 대보름달...다섯번째로 보아야 할 달인데, 스물다섯번만 더 신경쓰면 될.
 
주위엔 온통 어둠뿐..가끔 내무실복도에 울리는 딸딸이(군속어:쓰레빠)소리와 미친 뻐꾸기 소리,

그리고 잔망스럽기 짝이 없는 피맺힌 모기새끼의 공기찢는 소리.
 

저멀리 산아래로 성주라는 예전엔 몰랐던, 지금은 그나마 익숙해진 공간이 눈에 차오른다.
 
희끄멀건 불빛, 산이 잔뜩 피워올린 물기 때문인지 아님 나자신 피워올린 암울함 때문인지간에..
 
그곳의 불빛은 마치 꿈처럼 막막하다. 서울의 불야성에 익은 나로서는 무턱대고 낯설음을 표할.
 
모자를 벗어 꾸겨쥔 채, 감히 시도도 못해보던 몸동작 하나를 한다.
 
"난간에 기대기"...
 
그런 어마어마한 자세로 이윽히 불을 피워올린다. 250원짜리 "빨간" 불티나 라이터. 꼬꼬의 되도 않는 취향을

언젠가 듣고 나역시 그것만 고집하기 시작한 게 작년이던가...
 
그 몇모금.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며, 나만을 위해 소비하는 몇분...
 
마지막 한모금을 눈대중하며, 담배 한대를 마무리짓는 생각 하나.

"D+125..."
 

또다시 꿈도 못꾸던 동작 하나를 취한다.
 
"둘째손가락으로 담배튕겨 총알빼내기".
 
총알...좀전까지 소보록하게 흰재를 얹고 있던 그 불덩이 하나가 이층에서 일층으로 낙하한다. 날개도 없는데

아주 부드럽고 화사하게 안착한 채,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검은 대지 위에 놓인 빨간 점 하나, 이 공간서 뚫린 빨간 구멍 하나.
 
이상한 나라의 폴...이었던가, 어렸을 적 어김없이 챙겨보던 만화 하나를 떠올린다.
 
그 구멍으로 뛰어들면...앨리스가 먼저 밟았던 "wonderland"가 나올까...? 아님...유보된 내 삶을 이어나갈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빨간 구멍이 점점 작아진다...응시하고 있던 내눈에나 겨우 보일 정도로 작아졌을 무렵...
 
문득 되도 않는 조급함을 느낀다. 뛸까? 뛰어볼까??
 

...
 
총알은 다 타들어갔고, 아마도 그곳엔 하얀재만 한무더기 남았으리라.


(2002.6.30)



콩고에 파견을 나갔던 대학교 선배가 잠시 휴가를 나왔다. 딱히 기념품이나 이런 건 없었고, 밤이 깊도록

술마시며 구경했던 건 태국제 마일드 세븐의 흉칙한 껍데기, 그리고 탄자니아제 성냥갑.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담배를 사흘에 한 대씩 태운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정도 기간을 두고 피워야 담배 한대를

그윽히 피울 적에 그 뿅, 가는 느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나. 나도 한때 그렇게 피우리라 다짐했었더랬다.

담배 끊는 놈하고 상종을 말라느니, 아직도 담배 피는 놈하고는 상종을 말라느니, 말은 많지만 실은 베르베르처럼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하며 담배를 의욕하여 충분히 만족하며 피울 수 있다면야 좋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식후땡'이라는 것처럼 인간이 빈곤해 보이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음식같이 기름진 식사를 하고나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해도, 그게 아니면 무슨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밥먹고 배부르니 이제 담배 한대'

라는 식이어서야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담배의 노예가 되어버렸달까. 이미 담배 한 대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기엔 틀려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꾹꾹 중독의 유혹와 겨루면서 자신의 의지로 최상의 담배맛을 견지하기란, 앞선 두 '놈'보다 더욱

독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몇번이나 뭉개져 버리고 말았던 약속이니까. (뭐..현재로선

그냥 심플하게 금연, 중이지만.)  

그치만 꼭 담배를 태우는 사람을 무슨 죄인처럼 몰아서야 될 일인가 싶다. 한달 전쯤인가, 담배와 주류에 일종의

죄악세(SIN TAX)를 중과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지만, 사실 담배 한 대가 주는 건강상의 해악과 흡연행위로

감쇄시킬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주는 건강상의 해악은 비등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담배 한대로 얼마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버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거래 아닌가.





이태원에서 자주 가게 된 이란 음식점이 있다. 저번 주에 놀러갔던 날은, 마침 그 전날 K방송국이던가에서 방송이

나간 다음이라며 굳이 찾아온 손님들도 있었더랬다. 처음 이곳에 갔을 때는 막 문을 열었던 터여서 주인아저씨가

한국어에 무지 서툴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유창한 분이 서빙도 맡고 계셨다. 저~기 테이블 위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물담배 기구. 거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페르시안 아트. 흔히 이란을 아랍국가로 오인하거나 중동국가로 분류하긴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아랍국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과 인종적 특성을 가진 나라가 이란이다. GCC, 그러니까

최근 한국과 FTA 협상 중인 걸프연안국가 22개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언젠가 한번

여행하고 싶은 나라라는 사실.

(추가 :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시아파 이슬람교의 영향이 크다는군요. 서아시아 소재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페르시아의 본산이기도 했던 이란은 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페르시아계라고 합니다.  BlogIcon sephia 님 감솨!)

이란의 전통 요구르트음료와 인도의 난과 비슷한 빵. 요구르트 음료는 시원하면서 살짝 까끌까끌한 모시같은 맛이랄까,

뭐 실제 모시적삼을 물었을 때 나는 그런 맛이란 게 아니라, 깔끔하고도 시원한 맛이었단 얘기.

하나씩 접시가 늘어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고기 케밥. 양고기가 냄새도 없고 기름기도 많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저게..이름이 뭐였더라. 양고기 스튜같은 건데, 난에 싸먹으면 무지 맛있다. 색깔이 잘 살지 않아 좀 칙칙한

느낌이 있는데, 실은 무지무지 먹음직스러웠다는. 담엔 메뉴판을 찍어놔야겠다..이렇게 교훈 하나 얻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서 왠지 아쉬웠다. 사실 음식이 위장을 자극해 뇌에 '배불러배불러 고만 처먹어'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너무 빨리 먹어버린 탓이었지, 결코 양이 적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닭고기 샌드위치(라고 불렸던가).

닭고기랑 야채가 꽉 차있어서 한입 베어물면 입안이 뿌듯해졌다.

먹고 나니 물담배가 땡긴다. 사과향기의 연기를 뽈뽈 대며 머금었다 뱉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문득

터키, 이집트, 그리고 알제리에서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올라서, 한 대에 무려 10,000원이나 한다는 물담배를

주문했다. 물담배 기구...에...그러니까 물담뱃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은데, 거기에 장식된 문양이나

그림들을 구경하면서 불을 쟁였다.

 

물담배는 마약이 아니다. 마약류로 취급되지도 않고, 그냥 담배연기를 물에 한번 걸러서 피우는 거라고 생각함 될 듯.

근데 표정은 무슨...뽕쟁이 같다.ㅡㅡ; 한 30분동안 뻐끔대다 보면 저렇게 된다. 마음이 놓이고, 정신이 쇄락해지며,

육체의 온갖 자잘한 질병과 만성적인 빈궁함이 치유되는 느낌. 캬아.


★ 물담배의 원리!!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플라스크 실험 그림을 구글해 보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스스로 그려보았다. 짜잔~*


위에서 불타고 있는 apple-flavour의 물담배용 담배숯이랄까. 한 삼십분쯤 지나니 하얗게 불타버렸다.


이란 음식 전문점을 배경으로 한 물담배의 고고한 자태. 한 대 땡기시면 언제든 시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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