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혀 예상치 않았었다.

 

여행도 작년에 비해 많이 다니지 못했고, 무엇보다 블로그에 다소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쓴다, 는 행위에 다소 질려가고 있던 참이었달까.

 

(페이스북에서 짧은 잡글이나 사진 한두장은 커버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총선, 대선을 지나는 여정에서 대체 사람들은 다른 이의 의견이나 목소리에 관심이나 갖는 걸까,

 

누군가로부터 던져진 말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될 확률이란 얼마나 되는 걸까, 새삼스레 회의에 빠지고 말았었다.

 

(게다가 내 블로그가 딱히 방문자수가 많거나 댓글이 미친듯이 달리는-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도 않지만-곳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내가 블로그에서 딱히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든 건 아니지만,

 

일단 블로고스피어라 불리는 블로그 생태계가 그 내부에서, 또 외부로, 얼마나 열려있는지 따져보자면

 

이 곳에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봐야 왠지 대나무숲에서 혼자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떠드는 거 같아서.

 

(게다가 이렇게 엄중한 시절 여행 이야기니 사진이니 올려봐야 뭐하겠노, 싶기도 해서)

 

 

이러나저러나간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4년전쯤..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초심이랄 게 굳이 있다면 그거다.

 

내키지 않는데 방문자수 유지를 위해라거나 우수블로그 당첨을 위해서라거나 그렇게 블로그에 발이 묶이지 않기.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처음 시작부터 나를 위한 공간이었으니,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을 계속해서 우수블로그로 뽑아주는 건지, 티스토리의 선정기준은 감사할 따름..)

 

 

여하튼, 올해로 4년차 우수블로그로 선정되었으니 조금은 매너리즘을 걷어내고 이 곳을 보살펴야겠단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 그리고 티스토리로부터의 선물 개봉기.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선물이 왔다. 제대로 한해 마무리하는 느낌^^

 

 

커다란 박스가 하나 왔길래, 뭘 얼마나 담았길래 박스가 저리 큰가 했다. 들어보니 무게도 제법이라, 궁금증은 한층 증폭.

 

어라, 나오는 건 박스 두개. 작고 야무진 박스 하나랑, 넓적한 박스 하나. 넓적한 건 아마도 달력이 들었으려나.

 

했더니 아니다. 몰스킨 다이어리 하나랑 여권 지갑 하나. 우와~~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이어리 사지 말 걸 싶다.

 

(근데 2013년도 달력은 없다. 올해는 달력 사진 공모전에 응모도 못 했는데, 결국 티스토리 달력은 못 받는 건가..ㅜ)

 

그리고 무엇보다 이거! 야무진 상자가 제법 무게가 있다 했더니 크리스탈 문진이 하나 뙇!

 

2012 티스토리 우수블로거 배지가 박혀있는 크리스털 문진. 게다가 왼쪽엔 내 필명과 블로그 주소가 적혀 있다는.

 

요놈 참, 4년동안 받았던 우수블로거 선물 중에 가장 있어보이는 선물인 거 같다. 감사합니다~*

 

 

 

 

 

 

 

 

 

 

 

올 한해동안 쓴 다이어리를 책상 서랍에 쟁여넣으려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버려 정리는커녕

서랍 안의 이전 다이어리들을 전부 헤집고 꺼내어 버렸다. 여태 내가 썼던 다이어리들이 전부

거기에 있었다. 아무래도 글로 쓰인 최초의 다이어리는 초등학교 1학년때의 일기장.


대체 머릿속에 생각이 있었을지도 의심스러운 1학년이긴 하지만 나름 1학년도 한참 지난 11월께

일기여서 그런지 뭔가 이야기의 흐름이 단순하지 않다. 휙휙 뒤바뀌는 사고의 흐름을 그대로

일기장에 옮겨놓은 듯한 내용. 잠시 여기저기 내키는대로 펼치고 읽다가 부끄러워져버렸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도 꽤나 열심히 일기를 썼다. 조금씩 공책의 줄간격은 좁아졌고 디자인은

덜 유치해졌으며, 선생님이 바뀌며 매년 색깔과 필체가 다른 첨삭이 더해졌지만, 무엇보다

조금씩 글이 길어지고 그나마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달까. 서른 권은 채 안되지만

거의 매일같이 꼬박꼬박 썼던 그 때의 일상들, 지금 다시 보니 참..얘는 뭔가 싶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 쓰던 다이어리들. 그러고 보니 그때는 학습지를 시키면 예외없이

저런 다이어리를 선물로 주곤 했었던 거 같다. 따로 파는 속지랑 스티커 연초면 으레 잔뜩

사서는 내키는대로 재구성하고, 삼공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심은하나 최지우 사진이나 엽서도

함께 꼽아두고. 아, 좋아하는 만화캐릭터도 빌린 만화책에서 몰래 오려서 붙여놓곤 했었다.

아..베르단디, 스쿨드, 울드.;;


차마 그 낯뜨거운 잔해들을 옮겨놓진 못하겠고, 속지만 남겨놓은 어느 일년의 기억들, 그리고

나중에 혹 다시 쓸까 싶어 남겼던 껍데기 몇 개만 슬쩍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군대 때 쓰던 다이어리. 어디에선가 한눈에 번쩍 띄었던 디자인의 공책인데, 그냥

틈나는 대로 날짜 '12/30' 요렇게 적고서 끄적이려고 들고 들어갔었다. 아마 일병 때부턴가

들고 갔던 거 같은데, 그 척박하고 비인간적인 돼지우리 속에서 전우 아닌 친구들과 함께

내 위로가 되었던 녀석이다. 어린 왕자, 다시 땡큐.

안에는 따뜻한 캔 하나에 감격하고 누군가의 편지 한통에 행복한 깨알같은 군바리의 일상이

깜장색 153모나미펜으로 꾹꾹 눌러 적혀있었지만, 그런 일상 이외에도 휴가계획이나 제대후

배낭여행 일정 같은 것들, 졸업논문 아이디어들이 제법 빼곡히 적혀있었다.


제대하고 터키-이집트-시리아-요르단을 가려던 계획을 세우고 저렇게 지도도 직접 그리고,

어디 갈지 여행정보나 참고사이트도 모아두고, 여행 예산을 잡고 휴가 때마다 얼마씩 벌었고

이제 얼마가 더 필요한지 모든 걸 닥치는 대로 모아둔 셈이다. 그러고 보니 다이어리에 더해

여행가이드북, 가계부, 지도 역할까지. 제대할 즈음 머릿속에 꽉 들어찼던 저 지도.

내무실 내 관물함 안에다 만들어서 하루하루 두근대며 그어나가던, 제대맞춤형 디데이달력.

아무리 기분좋고 그럴듯한 하루였다고 해도 "제대만이 살 길이다"라는 문구는 저녁무렵이면

으레 절실하게 다가왔고, 휴가라도 다녀와서 한꺼번에 대여섯개를 긋는 날이면 마치 제대가

내일모레인 양 흥분하고 말았던 거다. 그렇게 하루하루 소중하게 바라보던 이 녀석, 어디있나

했더니 다이어리 속에다가 접어서 보관했구나. 서랍을 뒤지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런 거다.

그리고 2007년으로 훌쩍. 대학 다니면서는 사실 대학수첩을 쓰느라고 따로 다이어리를 사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대학수첩을 충실하게 쓰지도 않았는지라..아마 당시 '나우누리' 과게시판을

워낙 열중해서 이용한 탓인 듯. 그래서 2007년, 저 이쁜 고양이 다이어리를 썼다.

다이어리를 펼치니 툭 떨어지는 건, 여기저기 꼽아본다고 써봤던 영어 이력서 한 장. 사진만

첨부하지 않았어도 합격률이 더 높았을 텐데, 실수였다.


다이어리가 굉장히 이쁘고 화려했던 게, 페이지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갸르릉거리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새를 쫓기도 하고 털실이랑 놀기도 했지만 어깨죽지에서 날개가

돋아 하늘을 날기도 하고, 여하간 굉장히 매혹적인 다이어리였다는.

내 마지막학기 시간표였다. 그러고 보면 은근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넣은 게

적지 않았다. 시간표도 그려넣고, 만화캐릭도 그려보고, 기린도 그리고, 대체 왜인지는

몰라도. 아..2007년 상반기까지는 학생이었는데, 세월 참 빠르구나. 진부하게도 빠르다.

학생수첩을 들고 다니던 그 이전 어느해, 2005년 김기덕 감독이 우리학교에 와서 강의를 했었다.

그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일일이 감동을 먹다가 아마도 그때 최신작 '시간'을 보고

뭔가 영화에 대한 질문 겸 이야기를 한 후 받았던 사인. 좀처럼 사람들 사인은 안 받지만, 그는

기꺼이 사인을 부탁할 만한 사람. ([리뷰] 날 환장시키는 김기덕, 시간.)


아, 그리고 왼쪽은 취직준비할 때 지원했던 수많은 회사들. 저거 말고도 더 있을 텐데.

2008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기엔 좀 진부하지만, 여튼 학교를 벗어나 방학도 없고 조조영화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간 첫 해의 다이어리다. 뭔가 이제 학생이 아니니까 좀 단정하고 평범한 걸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름 고심해 골랐는데, 아무래도 넘 심심하다.

원래 그런 건 안 하는데 유일하게 한해동안 본 영화니 공연, 전시회 티켓을 몽창 다이어리에

붙여보던 한해기도 했다. 갈수록 어찌나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던지, 다시는 안 하리라 다짐.

그래도 이런 신기한 공연도 봤었으니 기억해둘 만 하긴 하다. 한예종에서 있던 공연인데

제목이 무려 '카마수트라, 꿈', 대략 내 취향에 수렴되는 전위적이고 그로테스크했던 공연.

그리고 2009년, 다이어리가 이뻐야 한 해동안 곱게 품고 다니며 쓰게 된다는 간명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 한 해였다. 물론, 다이어리 뒤에 있는 꽁짜 쿠폰은 좋았지만.

그저 한해 일정만 설렁설렁 연초에 적어두고는, 그다지 수정하거나 추가하지도 않고서

일년이 지나버렸던 거다. 다이어리가 안 이쁘다기 보다는, 뭔가 레디메이드된 형태로

우르르 뿌렸다는 느낌이 워낙 강해서 '내꺼~♡'라는 애착이 안 간 거 같다.

그래도 빈 칸은 생각보다 적었던 건, 영화나 공연을 보고 나서, 혹은 여행을 다니면서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공책처럼 이렇게 저렇게 글을 쭉쭉 써댔기 때문인 듯. 아마도

이 페이지는 하루키의 1Q84를 읽고 나서 어딘가로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끄적끄적해둔.

([1Q84] 삶에 대한 '방법적 회의'의 밑장, 그리고 '리틀 피플'의 공갈협박.)

2010년 다이어리는 역시 너무 무거웠던 게 패인이었다. 노란색 가죽이 너무 맘에 들었지만

두껍고 무거워서 다소 부담스러웠달까. 그래도 대충 몇월 며칠에 뭘 하고 무슨 일을 했는지까진

적어두었지만, 소소한 생각들, 낙서들은 연초, 그리고 몇 번 마음을 다잡은 타이밍에 몰려있다.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1년 새 다이어리, 고양이가 온통 뛰노는 표지가 그간의

다이어리 중 가장 이쁜 거 같다. 참 잘 샀다 싶어 맨날 자랑질하고 다니는 중.

2011년 잘 부탁해, 다이어리군&만년필양.

그렇게, 신발주머니 옥상으로 날려먹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기쓰듯 하루하루의 궤적을

적었던 다이어리를 한번 일람하고 나니까 왠지 급 나이들은 느낌이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몇 글자 두들김에 선명하게 내 안에서 살아나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정리하자면, 2011년에도 계속 잘 남겨보려는 의지 +5, 노화로 인한 우울증 +10, 시간낭비 1시간.




여기저기에 글을 흘리고 다니는 게 취미이긴 하지만, 올해는 (아마도) 블로그와 특히나 트위터

때문에 다이어리가 꽤나 띄엄띄엄, 여백의 미를 과시하는 거 같다. 아무래도 회사용 다이어리와

개인용 다이어리를 별도로 쓰는 것도 원인이긴 한 거 같고. 그래서 올해 말에는 제법 고가의

만년필도 하나,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다이어리도 완전완전 사랑스러운 걸로 고르고 말았다.

가죽으로 씌워진 2010년 다이어리는 아무래도 조금 두껍고 무겁고 커다란 느낌이 있어서

매일같이 들고 다니며 끼적대기가 좀 불편하기도 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 덕분에 이미 9월부터 다이어리가 헐벗는 징조는 뚜렷했달까.

(점점 헐벗어가는 2010년 다이어리.)

이번 다이어리는 앞뒤 표지에 온통 금빛 고양이가 가득하다. 꾹꾹이를 하고 식빵을 굽고

이렇게저렇게 몸을 흐느적대는 고양이들이 홀딱 반할 포즈들만 취하고 있는 거다. 아무래도

요샌 트위터에도 흥미를 많이 잃었는지라 내년엔 좀더 이 어여쁜 다이어리를 애용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다이어리 속에도 온통 고양이가 그득그득, 정말 맘에 들었던 건 단 한 페이지에도 똑같은

도안의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까맣고 하얗고 점박힌 온갖 녀석들이 나와서 이렇게

놀이기구도 타고, 나비도 쫓고, 풍선도 띄우고, 한장한장 넘기니 monthly plan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되는 weekly plan의 페이지들. 날짜 표기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아까 조금

1월달치만 미리 적어두다가, 워터맨 만년필을 갈피에 끼우고서 귀염이들과 사진 한 장.

아 진짜..인간적으로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니들. 바니걸 코스프레중인 괭이녀석, 바나나

코스프레중인 괭이녀석, 그리고 수면안대를 이마에 쓰고서 말똥말똥한 눈빛을 쏘아주는

괭이녀석들까지. 이 녀석들과 함께라면 2011년 완전 해피할 듯. (그리고 나는 삼십대..ㅋㅋ)


weekly plan 다음에는 무지노트처럼 자유로운 공간이 다이어리 삼분지일쯤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고양이들의 대향연. 시간을 두고 찬찬히 들여다보았지만 정말정말

페이지 한 장도 겹치지 않는 컨셉의 그림들이라니, 이년전인가, 썼던 다이어리도 고양이가

우르르 나왔지만 그건 사실 어제의 괭이가 오늘의 괭이였고 또 내일의 괭이였다구.

다이어리를 사면서 함께 산 포스트잍. 꺄아~ 저 눈빛하며 다소곳이 두 앞발을 모아쥐고 있는

모습이라니. 2011년 한 해동안 핥짝핥짝 아끼며 사용해 주겠어.

아, 이번에 2010년 올 한해동안 고생한 스스로에게 사 준 만년필. 꽤나 비싼, 워터맨의

만년필인데 사실 제 값을 다 준 건 아니고, 바자회에 나온 신품을 반 값정도의 가격으로

질러 버렸다. 파커, 라미를 거쳐 이제 워터맨까지 진입했으니..이제 몽블랑으로..?!


2011년 한 해동안 잘 부탁해, 다이어리 군 & 만년필 양. 그리고 페이지 곳곳마다

셀 수 없이 많이 숨어있는 괭이들♡ 내가 여기저기 데려가주께욤.ㅋㅋㅋㅋ



매년 쓸 다이어리를 고르는 건 꽤나 중요한 연말 이벤트 중 하나.

무려 일년 동안 들고 다니며 일정을 챙기고 감상을 끼적일 수첩이니 그 짜임새나 편리함을

심사숙고해서 골라야 하기도 하고, 다이어리가 이뻐야 일년 내내 챙겨다니며 쓸 의욕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들고 다니는 건 만년필 회사 워터맨에서 받은 노란색 가죽의 두툼한 다이어리.

4, 5월까지만 해도 하루에 할당된 공간이 모자라다고 툴툴거리며 빼곡하게 채웠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이가 빠지더니 이젠 급기야 듬성듬성 헐벗어버렸다.


문득 펼쳐본 다이어리가 근 반달 가까이 순결하게 남아있어 살짝 충격. 당장 추석 연휴에

어디어디를 다니며 뭘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든 상황인데, 씌여진 기억이나마

남아있지 않으면 헛 살아버린 듯한 망연함.

9월 마지막 주가 시작되기 전 다시 바싹 조여매는 정신줄.


(사실은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공간에 글을 끄적거리면서 다이어리에까지 글자를 새겨넣을

욕구나 열정이 조금은 식어버린 탓도 크지 않을까 싶다.)





사무실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어느새부턴가 '오프라인으로 표시'로

쭉 가고 있는 이모티콘달력-사진찍고 나선 '졸려요'로 바꿨다-과 일렬로 쭉 늘어선 각종 커피전문점의 컵을

재활용한 수경화분. 벌써 열개 가까이 덩굴식물을 꺾어서는 화분을 만들어 사방에 분배해주었다.

책상에 앉아 모가지를 빼고 왼쪽을 보면 보이는 초록빛 덩굴식물, 완전 잘 자라서 자리 하나를 온통 초록색

잎들로 덮어버리고 있다. 그 앞에는 잡다한 서류들, 그리고 캄보디아 가서 찍었던 석양 사진을 출력한 액자.

파티션 위의 삼각뿔에는 내 이름과 담당업무가 적혀있다. 가까이 땡겨서 찍으니 그 굉장한 생명력이 더욱 잘

느껴지는 것 같다. 가뜩이나 건조하고 공기도 좋지 않으며 환기도 되지 않고 햇볕조차 들어오지 않고 백날

파리한 형광등 불빛만 먹고 살 텐데 어찌 이리도 선명한 초록색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인지.


마디마디 뻗쳐있는 눈이 있는 줄기를 적당히 끊어서 물 속에 담가놓기만 하면 알아서 무성하게 뿌리를 뻗으며

자라나는 생명력. 장양강장의 상징이다.

사무실 자리 오른쪽, 얼마전 선물받은 벤자민 고무나무 화분과, 작년부터 잘 쓰고 있는 소형 가습기. 가습기

위에 꽂힌 물병은 10월 출장 때 들고 왔던 두바이의 생수병이다. 내 손목을 보호해주는 오리너구리하며,

왠지 올해 다이어리를 부실하게 써버린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이쁘고 맘에 쏙 드는

다이어리를 사야 일년이 충실한 거 같다.

그리고 마법의 램프. 미친듯이 빌어봐야 때만 나온다.

전자파로부터 날 지켜주는 제주도 화산석으로 만들었다는 돼지 두 마리. 그리고 언젠가 인사동에서 백년천년

오래 살라고 선물받았던 조그마한 거북이. 난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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