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술에 잔뜩 취해서 조금은 울었던 다음날.

머릿속이 잔뜩 복잡하던 전날과는 달리, 머리를 떼어서 흐르는 찬물에 좀 담궈놓았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

오로지 그 생각 하나밖에는 남아있지 않던 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가사만 계속해서 되뇌이다 못해 장문의 네톤 대화명으로 적어두었던,

영혼이 절룩거리다 못해 절뚝거렸던 날.


그러고 보면, 다짜고짜 '절룩'이라고 써보냈더니 자기가 미안하다던 친구도 참.

이 캡쳐가 들어있던 폴더명도 참. "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새".

알집에서 새폴더를 만들고 만들고 만들면 까마귀가 나오고 지빠귀가 나오고 해오라기가 나오다간

급기야 새, 새새, 새새새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2010년 4월의 어느날.







* 이전 "네이트온 금전사기 매뉴얼 훔쳐보기."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 더욱 여유롭게 대처했던

오늘 아침 네이트온 피싱 이야기.


포인트는 여전히, "인증_서"라거나 "은_행" 따위 교묘하게 띄어쓰기하는 단어들의 쓰임,

그리고 다짜고짜 친한 척 하며 들이대는 멘트 "머해?" 요딴 거.

무엇보다 이미 비슷한 금전사기 시도를 겪었던 경험자로서 상대와 놀아주려는 착한 자세.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머해?

매값이 백만원..? : 지금 낼모레 행사준비 회의
매값이 백만원..? : ㅋㅋㅋㅋ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그래 ㅎㅎㅎ

매값이 백만원..? : 대화명 바꿔라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바쁘겟네

매값이 백만원..? : 쥐스물 지나간지가 언젠데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난 지금 결제땜에 미치겟어

매값이 백만원..? : 무슨 결제?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글쎄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지금 결제할곳 잇는데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인증 서오류라 이쳬가 안돼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휴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짱나

매값이 백만원..? : ㅋㅋ
매값이 백만원..? : 돈 빌려줘?

 
 지인을 사칭하거나 급박한 상황을 빙자한 금전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으니, 금전 요구시 전화로 반드시 대화 상대를 확인하십시오.신고하기 본인인증 요청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320만 정도 있어?

매값이 백만원..? : 3억2천도 있지
매값이 백만원..? : ㅋㅋㅋㅋ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오후 2시쯤에 은 행가서다시 보내줄께

매값이 백만원..? : 응 계좌번호 불러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1425-10-018566-5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새마을금고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황금주

매값이 백만원..? : 황금주는 뭐야?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여기로 보낼때 내이름으로 보내줘
 
xxxx@nate.com은 메신저 도용 신고접수가 되어있습니다. 금전 요구시 반드시 대화상대를 확인하십시오.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웅  그쪽 받는사람이야
 
 
xxxx@nate.com은 메신저 도용 신고접수가 되어있습니다. 금전 요구시 반드시 대화상대를 확인하십시오.
 
쥐20마리가 몰려온다.ㄷㄷㄷ : 이따가 어디로 보내주면 돼?
 
xxxx@nate.com은 메신저 도용 신고접수가 되어있습니다. 금전 요구시 반드시 대화상대를 확인하십시오.
 
매값이 백만원..? : 직접 와
매값이 백만원..? : 아님 경찰서로 오던가
매값이 백만원..? : ㅋ
매값이 백만원..? : 이봐
매값이 백만원..? : 말을 왜 못하니 돈꿔준다는데!!



아이디 해킹당했음. 저는 네이트로 돈 요구하지 않습니다. 혹시 제가 돈달라 하면 신고해주세요 : ㅎㅎ


이미 아이디의 진짜 주인인 친구에게 "내가 니 아디 훔쳐쓰는 녀석이랑 놀고 있다"고 알려준 상황,

친구는 재빨리 전체 쪽지로 상황을 설명하고 '장난'에 속아넘어가지 말라고 당부를 전하고,

무엇보다 아이디를 새롭게 바꾸었다는. 쥐 스무마리 뛰어댕기다가 포소리에 놀라 도망간 게 언젠데.








친구 B에게 전해들은 훈훈한 네이트온 해킹 사례. 이야기 순서와 멘트 내용까지 아마도 매뉴얼화되어

있는 듯한 그들의 지능적인 범죄에 맞닥뜨리면 막상 모두 당황할 수 밖에 없을 듯. 엉망인 맞춤법과

의도적인 띄어쓰기를 주목해서 B의 멘트를 따라가 보시길. (ex. 급^이^체, 뱅^킹 등)

A: 자리에 잇어 ?


B: 언니!!!!!!


A: ㅋㅋㅋ


A: 짐 사무실이야 ?


B: 네


A: 짐 바뻐 ?


B: 아녜요 말씀하세용 :)


A: ㅇㅇ


A: 급한일 잇어서 부탁좀 할라구


B: ??


A: 짐 급 이 체 할라구 하는데


B: 아 몬데요??


A: 뱅 킹 자꾸 에러 떠서 그래


A: 먼저 나 대신 보내줘


A: 돈은 5시전으로 넣어줄게


A: 부탁할게

 
순간 당황해 버린 채 친한 지인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도(!)

둘을 아는 다른 친구 C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C: 해킹당한거야 네이트온 아이디;;


친구 C의 쿨한 조언 덕에 더이상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다행히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대는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더이상 하지 않았다고. 그렇지만 잠시 후. 


C: 나한테도 말건다 지금


B: 아정말요?;


C: 내가 응?이라고 하면 존댓말로 바꿀껄?


A: 자리에 잇어 ?


C: 응?


A: 짐 사무실?


C: ㅇㅇ


A: 짐 바뻐 ?


C: 아니!~


A: 급한일 잇어서 부탁좀 할게


A: 짐 급 이 체 할라구 하는데


A: 뱅 킹 자꾸 에러 떠서 그래


A: 먼저 나 대신 보내줘


C: 급한거야??


C: 얼마나?


A: 삼백만


C: 삼백?


A: ㅇㅇ


C: 지금 통장에 150밖에는 없는데;;


A: 함 부탁할게


A: ㅠㅠ


A: 먼저 마이너스로 보내주면 않돼?


C: 나 마이너스 없는데


A: 이백않돼 ?


C: ㅇㅇ 통장에 150이야


A: 금방 친구한테 백 빌렷는데


C: 아그래?


A: ㅇㅇ


A: 이백만 좀 해줘


A: 부탁할게


A: 돈은 5시전으로 꼭 넣어줄게


C: 글쎄 있어야 주지 150안되면 말아야지 뭐


A: 이백 않돼 ?


C: ㅇㅇ 미안해;;


A: 짐 바로  보내줄수 잇어 ?


A: 금방 50 구했어


A: XX은행 XXX   XXX-XXXXX-XXXXX


A: 여길로 넣어줘


A: 나 이름으로 넣어주면 돼


C: 누구야 이사람은?


A: 걍 넣으면 돼


C: 아 그래? 누구이름으로 넣으라고?


A: 확인만 하면 돼


A: 나 이름으로 넣어라구


C: 잠깐만 기다려


A: ㅇㅇ


 


이야기의 순서도 슬슬 옭아매는 멘트도 거의 틀림없이 똑같이 구사하는 이런 사람, 조심하세요.

매뉴얼까지 갖춘 채 공략하는 데야 순진한 사람들이 당해낼 재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심 또 조심!


그리고 요새 하도 엠에센이나 네이트온을 통한 금전 사기가 많으니 대화중 몇 개 민감한 단어가

뜨면 경고 메시지와 '신고하기' 버튼이 나타나던데, 이놈의 메신저가 멍청한 건지 어떨 때는

잔뜩 반응하고 어떨 때는 잠잠하고. 몇 개 시험해 봤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그닥 신통찮다.

각자 조심하는 수 밖에는 없는 정글 속을 살아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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