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급으로 크고 넓고 뒤로 180도 가까이 넘어가는 좌석의 메리트도 있긴 하다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영화를 그렇게 누워서 볼 일도 없거니와 몇몇 좌석들은 이미 노후화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슬리던 거다.

 

 

그러고 나면 티켓당 2만원이나 하는 CGV 골드클래스의 메리트는 이거뿐인 듯.

 

차갑게 식은 에그타르트 하나. (그리고 골드클래스 까페의 '예약석')

 

 

 

 

 

 

 

 

 

 

얼마전 여자친구가 CGV의 CINE de CHEF 십만원권 상품권이 생겼던 터에, 언제 이 좋은 아이템을 써야 할 지

머리를 굴리고 의논하다가 몇 가지 기준을 세웠더랬다.

1) 우선 영화가 정말 보고 싶은 거여야 한다. 피가 튀는 '스위니 토드'나 '추격자'류의 영화를 피하고, 그렇다고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를 보기는 상품권이 넘 아깝지 싶어서.

2) 저녁식사는 너무 비싸니 점심식사를 하는 걸로 하자. 그러자면 주말이나 주중에 휴가를 내서라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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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시네 드 쉐프가 뭔지도 몰라서 CGV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겨우 알아냈었다. 얼마전 CGV 골드클래스

티켓도 여자친구를 통해 처음 써 봤었고, 마찬가지로 CGV 홈페이지를 뒤적대곤 이런 게 있구나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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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보고 싶은 영화가 별로 없던 터에, 상품권 유효기간이 1년밖에 안 되어서 조만간

휴짓조각으로 날라가진 않을까 긴장감이 더해가고 있었기 때문에..이 영화를 꼭 보자! 라고 둘이서 결심했다.

맘마미아 뮤지컬도 몇 번씩 보고 싶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었고, ABBA의 노래는 좋아하고 있었으며,

이번 영화가 뮤지컬에 충실한, 그다지 욕심부리지 않은 영화란 평을 봤었기에 더욱 보고 싶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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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서, 6만원짜리로 두 명이면 12만원이니까 추가로 드는 현금은 2만원이면 그만인 셈.

영화를 먼저 볼지 밥을 먼저 먹을지 잠시 자중지란에 빠졌다가, 먼저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밥먹으면서 얘기할 것도 많을 거라는 게 그녀를 설득시킨 나의 근거들. 사실

밥을 먹던 차를 마시던 항상 쉴새없이 둘이 떠들어대는 터라 그다지 영화얘기만 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는, 지중해의 부드럽고 화사한 햇발이 바다 표면에 산산이 비산되는 만큼이나 반짝인다고 생각했다. 멋진

풍경에, 가슴을 울리는 발성과 노래가사, 그리고 발랄하고 생기넘치는 군중 퍼포먼스까지. 왠지 여성상위의

모계사회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다소 발칙할 수 있게도 딸은 세 아버지를 긍정하고 세 잠재적 아버지는 모두

1/3의 딸을 인정하겠다는 장면 역시 신선했던 장면 중 하나.


무엇보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제 아바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풍경이 떠오를 거 같다. 마치, 에픽하이의 노래

러브러브러브를 들을 때마다 김태희가 깜찍하게 춤을 췄던 광고가 떠오르듯이.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꼭 '맘마미아'를 뮤지컬로 봐야겠다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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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는 나쁘지 않았다. 가벼운 전채로 버섯샐러드와 연어샐러드가 나왔고, 아마도 8만원짜리 메뉴일 스테끼

대신 파스타가 나왔다. 메뉴판이 따로 나온 건 아니었고, 웨이터가 몇 가지 주워섬기면 그 중에 맘에 드는 걸

고르는 형태였는데, 올리브오일 파스타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고르고 나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자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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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도 고급스러웠고, 테이블 배치도 넓찍하게 쓰여져서 주위에 신경쓰지 않고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부부동반으로 오신 듯 했고, 우리처럼 젊은 애들은 안 보였다.

하긴, 영화를 아무리 골드클래스보다 더 좋은 의자-자그마치 좌석당 600만원 짜리라는 홍보..-에 앉아 볼 수 있다

하고 점심식사를 좀 분위기 있는 데서 '칼질'할 수 있다 해도, 인당 6만원은 버거운 금액임엔 틀림없다.

더구나 6만원짜리 메뉴는 '칼질'할 것도 없는 파스타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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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면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골드클래스도 그랬지만, 영화를 안락하게 볼 수 있고

영화보기 전후에 뭔가 특별한 공간에서 식사나 차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지불하기에는 비용이 좀 세다고 본다.

그러니까 전국을 통틀어 오직 CGV압구정점에만 운영하고 있는 거겠지만.


하나 불만이었던 건, '씨네 드 쉐프'를 예매할 때 그리고 예매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웨이터나 매표원이 '육만메뉴'

혹은 '팔만메뉴' 이런식으로 적나라하게 가격을 드러내어 지칭한다는 것.


어찌됐건 결론은, 여친 덕분에 좋은 경험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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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애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이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기대를 꽤나 했었고, 꽤나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흥미진진했었다. 그렇지만 칸영화제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는 수다스런

언론의 설레발이 확대재생산되고, 마치 한국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알리는 전기가 될지 계속 침체일로를 걸을지

막중한 역사적 의미까지 띈 영화처럼 부각되면서 차츰 우려스럽기 시작했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단

사실만으로 이미 맘속으로 몇 수 접어주고 관대한 갈채를 보냈던 분위기 속에서, 생각보다 별로였다..란 조심스런

얘기조차 돌팔매질당하는 분위기가 또다시 재연될까봐 불편했다.(이미 '디-워'를 둘러싼 이해할 수 없는 논란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던 데다가, '밀양'같은 '어려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 역시 외국영화제로부터 빌려온

아우라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이미 스스로도 너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아닐까, 이러다간 왠만한 영화를 봐도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겠다..란 생각도 하고 있던 터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치솟기만 한 기대치를 어떻게든 낮추고 봐야겠다는

경계심이 들었달까. 개봉 나흘만에 100만에 육박한다는 실로 과열된 신드롬 현상-한국에서 흥행했던 많은

영화들의 첫 궤적-을 따르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약간의 우려와 스스로에 대한 경계, 그 두가지가
 
아마도 이 '놈,놈,놈'을 보는 나의 준비자세였지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생각하며, 두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그다지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볼거리와 긴장감도 팽팽한 영화인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볼 때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거나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하는 편이라면 다소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여름방학을 맞이한 본격적인

오락영화 그자체의 본분에는 매우 충실하다. 그렇게 진지하게 뭔가 잡아내서 이야기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그리고 이 영화가 몇백만이 들만한 영화일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평가하기도 그런-재밌으면 보는 거지 뭐..

다만 남들이 보니까 따라보는 게 아니기만을 바랄뿐..아니 실은 그랬대도 별말 하고 싶지는 않다-영화.



최근에 씨네21이었던가, 어느 영화잡지에서 본 거 같은데 김지운 감독이 분명 '마카로니 웨스턴'의 광팬이었을

거라고 평했던 적이 있었다. 착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 아니라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대결.


* 마카로니웨스턴 [macaroni western],

미국 서부극과 같은 개척정신의 요소는 없고, 주로 멕시코를 무대로 총잡이를 등장시켜 잔혹한 장면을 강렬하게 묘사한 것이 특색이다. 1964년 세르지오 레오네가 《황야의 무법자》를 제작한 이래 미국 서부극을 압도할 기세로 선풍을 일으켰다. 한국에도 1966년 《황야의 무법자》(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가 상영된 이래 여러 편이 수입되어 마카로니 웨스턴 붐을 일으켰다. (네이버 백과사전 中)


그에 더해, CGV 골드클래스 경험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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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에서 나온 CGV골드클래스 장면)

영화 시작 한시간전부터 골드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 골드클래스 상영관에 붙어서 바로 라운지가 있다.

주류를 포함해 약간의 음료와 간식류를 팔고 있으며 조그마한 카페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영화 시작전

아늑하게 미리 입장해서 편히 앉아 놀거나 쉴 수 있는 장소.

입장을 하게 되면 좌석은 총 30개, 130도까지 꺽이는 편안하고 커다란 가죽의자가 두개씩 붙어서 있고 커플석당

테이블이 하나씩 놓여있다. 한껏 젖혀서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영화관을 전세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조조를 봐서 그런지 대략 10명도 안되는-그니까 네 커플도 안되는-사람들이 엉성히 앉아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실 영화시작전 한시간동안 라운지에서 무료음료와 보드게임 어쩌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CGV입장에서도 일종의 수익사업이지 관람객의 편의를 기한다는 느낌이 크지 않고, 영화관의 좌석 배치와

안락한 좌석...그게 골드클래스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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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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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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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마도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시도되었을 열차탈취씬. '서부영화' 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장르
역시 한국에서 최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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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상한놈 송강호. 자칫 '가오'만 잔뜩 잡고 엉성해지기 쉬웠을 영화를 끝까지 붙잡고 갈 줄 아는 배우.
그는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생생한 캐릭터를 연기해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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