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전과 방해물에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투표하라는 독려가, 투표했다는 '인증'이, 왠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주눅이 드는 거다.

특히 선관위가 시대에 뒤떨어진 온갖 규제와 '공정성을 빙자한 편파성'을 드러내는 와중에

그러한 자기 검열의 기제가 유권자들의 머릿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싶다.


젠장, 투표할 곳이 어딘지를 찾는 것도 왜 이렇게 힘든지.

몇 군데를 뒤적거리다가 짜증나서 걍 내 블로그에 올려버리기로 했다.

나처럼 어딘지를 못 찾고 헤매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밑에 클릭!

중국의 '공안'들이 열맞춰 걷는 이곳, 상해 엑스포 출입문 앞이다.

딱히 각이 칼처럼 잡혔다고 말하긴 힘들어도, 최소한 저 파란 신호등 불빛 속에서 걷고 있는 녀석만큼의 절도는

있어 보인달까. 이리저리 각자의 구역 내에서 왔다갔다, 돌고 있는 공안들.

아직 엑스포 공식 개관 전이어서 스탭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출입구는 꽤나 엄중했다. 오죽하면 공항보다

더욱 철저하게 몸수색도 구석구석 한다고 다들 혀를 내두를까.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더듬더듬, 감정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스킨십을 감내해야 했다.

심지어는,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면 한번 찍어보라고 시킨다. 카메라를 가장한 뭔가가 아닐까 싶어서 그렇단다.

그래서 찍힌 한 장의 사진. 물이나 음식류의 경우엔 한번 마셔보고 먹어보라고까지 시킨다고 했다.

임시 출입증의 앞면과 뒷면. 스티커는 중국 공안이 인증했다는 비표 역할을 할 거다. 뒷면에 찍힌 붉은 별

도장이 멋지다.

상해시 역사관, 왼켠엔 일본산업관. 푸서지역의 1번 출입구쪽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두 개의 전시관.

일본산업관은 한국기업연합관과 더불어 엑스포 사상 최초로 '연합관'의 형태로 들어간 전시관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일본과 한국은 서로를 의식하고 경쟁하게 되는 듯. 2002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대개의 경우 후발주자,

혹은 역사적 피해자로서의 복수심이랄까 오기랄까. 그런 게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이긴 한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한국기업연합관. 엷은 하늘빛을 띄고 있는 외관이, 꼭 어렸을 때 좋아라 먹던 그 뭐더라,

아이스크림 색깔이 떠올랐다. 왜 우윳맛 진하게 나던 하얀색 알맹이 겉에 딱 저런 색깔을 한 샤벳같은 게

코팅되어 있던 아이스크림. 캔디바던가. 뭐였지...;

여기도 열지어 대기중인 중국 공안들. 고생들 많으십니다 그려.

산뜻해 보이기도 하고,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뭔가 바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근처의 하수구 뚜껑들은 이미 검침을 완료하고는 봉인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손을 타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치들이다.

아직 개관 전인지라, 동선 중간중간을 폴리스라인이 끊어두고 있었다. 왠지 여기저기 쑤시며 사진찍다가는

카메라째 뺏겨버릴 듯한 살벌한 분위기. 지들 기분 거스르면 언제든 출입증 좀 보자고 들이대는 녀석들인지라.

아, 엑스포장 내에서는 금연이라며 담배나 라이터를 가진 사람은 전부 압수당한다고 했다. 쓰레기도 이렇게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버리도록 해두었고. 아무래도 주제가 친환경 쪽이니까 그렇겠지만 글쎄.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고작 180여일 쓰자고 각 국가들이 거창하게 지어둔 건물들이 내어놓는 건축 폐자재니 쓰레기부터

어떻게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지.




델리에서 약 200킬로 떨어진 아그라에 도착, 티켓 오피스 앞에 섰다. 약 200킬로면 사실 한국에서야 두시간임

주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여기 기준으로는 네시간 반 정도. 안 그래도 전날의 숙취가 고스란히 누적된 상황에서

멀미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티켓을 받아드니 없던 힘도 불끈 생겨나서, 정신차리고 돌아보기 시작. 티켓 뒷면의 도장은 타지마할

티켓을 사고 아그라의 다른 네 개 유적을 돌아보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표시라는데, 살짝 빵꾸가 뚫려있는

AGF, 아그라 포트만 돌아볼 수 있었다.

매표소 옆에 붙어있는 노천 까페/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길, 기둥마다 그려진 소박하고 단순한 그림들이 눈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매표소 건물 입구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던 코끼리, 비슈누상. 굳럭을 상징하는 시바신의

화신 중 하나라는 비슈누다.

매표소에서 타지마할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약 1킬로 정도 걸리는 그 길을 걸어서 가는 방법이 하나, 다른

하나는 전기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는 거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지마할의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실은 몇년정도 비공개로 쉬게 하라는 권고를 받을 정도였던지라 도입된 전기 자동차라고.

인도의 정정은 사실 그리 확립된 편은 아니다. 작년에도 테러가 있었고, 카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알력이라거나 분리주의자들의 격한 움직임도 유의할 대목. 타지마할까지 가는 길은 계속 이런 체크포인트와

장벽들을 넘어서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유있게, 쓰레기통 깊숙이 얼굴을 처박고 먹을 거리를 찾는 소 한마리.

길 끝에서 타지마할의 입구를 만났다. 적색 벽돌로 매끈하게 가다듬어진 저 성벽 너머엔 타지마할이 있다.

인도 날씨는 꽤나 후텁지근할 거라 생각했지만 델리나 아그라 지역은 사실 1월엔 그다지 기온이 높진

않은 편이다. 다소 쌀쌀한 봄의 아침날씨정도랄까. 그럼에도 저렇게 댓바람부터 길거리에 사지를 뻗고

누운, 그야말로 개팔자 상팔자의 강아지들. 

역시나 입구 옆에는 소총을 둘러멘 경비원들,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예 벽돌로 저렇게 진지까지 구축해

놓았을 정도로, 테러의 위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로 체감하고 있나보다.

마법의 숲을 지나 늪을 건너, 금속탐지기와 거친 손놀림의 스캐너를 거치면 타지마할 입성.

난 타지마할에 들어가면 바로 새하얀 그 궁전이 나타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기대를 배신하고,

쭉 이어지는 테라스와 붉은빛 벽돌담. 이것도 이쁘지만 난 얼른 타지마할이 보고 싶을 뿐이라구~ 생각하다가

사실 타지마할이 뭔지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덥썩 여기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저기가 타지마할로 들어서는 입구. 타지마할은 힌두교와 이슬람의 영향이 혼합된 방식으로 지어진 사원으로,

익히 알려졌든 '타지Taj'라는 왕비를 위해 바쳐진 사후궁전인 셈이다. 현지어로는 '따즈마할'이랄까, 좀 다르게

발음하는 것 같던데.

외국인 여행자들이 쉼없이 들고 나고, 그 와중에 두껍게 무장한 병사들은 살벌한 쇠막대기들을 들고 발소리

척척 맞추어 사방을 순시하고 있었다.
 
정확한 좌우대칭이 되도록 힘썼다는 이야기, 힌두교 사원들이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좌우대칭 형태에 집착한

것처럼 타지마할 경내의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 맥락인 거다.

건물 안을 지나던 길, 어둑어둑한 실내에서 문득 발견한 창문 하나, 쏟아지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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