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인천에서 대부도, 선재도, 그리고 영흥도까지 다리로 전부 이어져 사실상 육지와 같은 셈. 다리가 이어지는데


전깃줄이라고 못 이어질리 없다. 온통 사방으로 치렁치렁한 송전탑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



그리고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의 해안데크. 잠깐 산책할 정도, 일이십분 정도의 거리가 편도로 만들어진 길이라서


올라섰을 때 챙겨들었던 맥주캔이 홀딱 비워지고는 빈 깡통만 들고 돌아왔다.




멀찍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풍경은 아무래도 인천인 듯. 


살짝 성수기를 빗겨난 해수욕장엔 둘둘이 짝지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멀찍이 보이는 송도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니 미래소년 코난이라거나 로스트라거나 난파구조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서기 2046년, 지구는 멸망했다.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용케 남은 자들은 잔해를 껴안고 바다를 전전하다가


어느 무인도에 닿게 되었다, 랄까 그런 컨셉의 영화를 찍기에도 좋겠다.


그리고 통일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쌈마이풍은 제외하고라도 아무래도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해가 지는 풍경이


이쁘겠다 싶어서 타이밍 맞춰 올라가본 절이었다. 꽤나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린 길 끝에는 예상보다 훨씬


작고 최근에 새로 지어진 느낌이 가득한 절이 있었다. 


절 자체보다도, 그리고 온통 나무에 가려지고 인접한 섬들에 가려져 생각보다 실망스럽던 풍경보다도, 통일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여기서 노닐던 강아지 두마리. 똥개임이 분명한 녀석들의 살가운 손님맞이라니.



삼각대가 없고 HDR이 과하게 들었간 때의 대표적인 망사진 한장만 남은 통일사.





선재도 옆에 바싹 붙어있어서일까, 측도라는 이름의 섬. 바다가 빠지고 나서 거칠한 자갈길이 드러나고 나면


전봇대가 측도로 내달리고 그 옆으론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게 된다. 



측도까지 덜컹덜컹 내달린 길이 끝나고, 어디든 차를 세울 만한 곳에 세워두고는 타이어랑 휠베이스를 챙겨보게 된다.


천천히 달린다고 달렸는데도 워낙 모가 날카롭게 선 돌들이 사방으로 튀던 길이었던지라.



조그마한 섬이니 설렁설렁 한바퀴 돌아보는 걸로. 이렇게 담쟁이가 무성하게 건물을 덮고 있기도 했다.


파스텔톤으로 이쁘게 탈색된 슬레이트 지붕. 


윤기나는 새빨간 색으로 물든 고추는 햇살 아래 잘만 말라가고.


멀찍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언덕 위의 집에서는 자잘한 생선을 이렇게 말리는가 하면.


어느집 우체통은 바닷바람을 잔뜩 머금고 이렇게 벌겋게 녹슬어버렸다.



아직 해가 뜨겁던 9월의 햇살을 고스란히 맞고선 허수아비는 덥지도 않은지 깜장색 패딩점퍼를 둘렀다.



탈춤의 춤사위를 시전하는 듯한 몸짓의 허수아비. 금세라도 참새떼들을 쫓아낼 듯한 운동감이 좋다.


서해쪽의 섬은 아무래도 여름철 한철 장사려나. 살짝 피서철을 지났을 뿐인데도 사람 한명 볼 수 없는 풍경에


새빨갛고 굵은 페인트칠로 씌여진 간판이 괜시리 민망하다.



서해의 특징은 역시, 물이 빠진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정취랄까. 황량하고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 담뿍이다.



돌아나오는 길, 측도의 가장자리에서 선재도를 향해 섰다.


멀찍이 인천공항에서 날아오른 비행기들도 보이고.


선재도에 다시 오르는 찰나에 잠시 차를 세우고 기념샷.




시화방조제 위를 열심히 달려 대부도, 포도밭이 지천인 대부도를 주파해서 도착한 선재도 입구. 대부도와 선재도를


잇는 선재대교의 끄트머리가 선재도에 닿자마자 바로 왼켠으로 보면 그야말로 자그마한 언덕 하나가 모래사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물때가 맞아 흔히들 '모세의 기적'이니 '바닷길'이니 하는 그게 열려서 선재도와 목섬을 이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고작 이삼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가 저걸 섬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아서 그렇게 


떠들썩하게 알려진 포인트는 아닌 것 같지만, 바닷길을 건너서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여긴 나름 굉장한 매력이 있다.


도톰하게 일어선 저 '신비의 바닷길' 이외에도 내키는 대로 목섬 너머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면 어느새 이렇게 


멀리까지 나가게 되는 거다. 서해가 워낙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니까 물이 훅 빠지는 거 같은데, 물때만 신경써서


자칫 바다에 고립되는 불상사만 조심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렇게 한참 바다 쪽으로 나아가서 보이는 풍경은, 뭐랄까, 바다 사막이라고 해야 하나.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면서도 굉장히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 그와중에 단단하고 찰진 갯벌을 밟는 기분은 상쾌했다.




대충 한두시간 가까이 갯벌을 정처없이 걸었던 것 같은데, 불과 여섯시간 전에만 해도 물이 꽉 차 올랐을 바닷속


땅바닥을 걷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강추. 그리고 보다 안전하게 목섬 안 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경운기를 개조한


갯벌 전용 트럭으로 체험학습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갯벌에서 빨강 '다라이'를 끌고 다니시며 게니 조개를 채취하는 어민들도 보이고.



목섬을 한바퀴 빙글 도는데는, 이렇게 길이 불편하고 뾰족뾰족한 바위가 많다고는 해도 이십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목섬에 조그맣게 세워진 비석. 


두세시간 동안 목섬과 그너머의 서해바다 갯벌을 산책하다가 슬슬 돌아서는 길, 마침 채취를 다 마치셨는지


어민 한분이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선재도로.








마음이 답답하던 어느 날, 서해의 섬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나섰던 날. 


대부도로 가서 선재도니 승봉도니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침 백령도 아랫쪽 섬들에 가닿는 뱃삯을 50% 할인해준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급할 것은 없었으니 설렁설렁 달리다가 잠시 차를 멈춘 곳은 인천에서 대부도로 넘어가는


시화방조제. 덕분에 대부도로부터 선재도, 영흥도까지는 연육교로 이어진지 오래다..


그리고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중간 어디메쯤 낚시배들이 들고 나는 선착장,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아이스박스를 깔고 앉은 왼켠에는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쪼그려 앉아 그들의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였더라, 어느 여름에 찾았던 수목원 제이드가든에서의 몇 컷들. 추석이 지나고 어느새 서늘해진 날씨 때문인지


사진 속의 왕성한 초록빛이 문득 그리워지는 느낌이다.


특히 이런 진초록빛의 나무그늘 아래에서 느끼는 바람이라거나 그 은근한 냉기라거나.






꼭 이름난 곳, 유명한 곳을 따라 다니는 것말고도 재미난 일들은 많다. 동네 마실삼아 설렁설렁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으니. 낯선 눈으로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1만 있다면.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지만, 그냥 짠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천천히 낡아가는 마을의 살아있는 풍경들.


인공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너머에는 야트막한 울타리, 그리고 바로 짙푸른 남해 바다.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샛노란 스쿨버스 두대가 얌전히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논밭 한켠에는 이렇게 생활하수가 흘러내리는 '싱크홀'.


그리고 이름과 외관의 이 아이러니도 참, 온통 낡고 헐어보이는 아주아주 오래된 새마을농업창고. 


그리고 이 오랜, 담쟁이조각이 눌어붙어있고 온통 붉은 녹물이 흘러내리는 철문짝.


언제 마지막으로 열렸을까 싶도록 오랜시간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듯한 철문이었다. 


그리고 등이 굽은 자전거 라이더.


굴양식을 위해 바다속에 걸어두는 조개껍데기들. 여기에 매달려 자라는 건가.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쪽에서, 이 나무 울타리는 왜 때문에 설치해 둔 건지 모르겠지만 새들의 좋은 쉼터가 된 듯.






바닷가 아스팔트길은 온통 갈라터지고 깨져있기 일쑤, 그 틈새에 머리박고 자라난 물색없는 이파리들.


바닷가를 떠나 크게 우회해서 마을로 돌아가는 길. 각기 다르지만 오묘하게 비슷하게 바랜 빛깔의 슬레이트로


누덕누덕 기워진 지붕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벌겋고 퍼런 차양이 갈기갈기 찢겨있는 어느 헛간.



그나저나 사람 한명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동네다. 아까 배 떠나갈 때 두어분의 어르신이 타시는 거 보고 계속 혼자.


이 가로등은 언제 이렇게 기세가 꺽여서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걸까. 지난 태풍쯤이었으려나.




남해군의 맨 아랫곁, 남해 바다를 향해 싹둑 잘린 느낌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토막토막 논을 일군 오랜 흔적. 다랭이논.



한창때의 짙푸른 녹음이 그악스런 산복판이나 계단처럼 차곡차곡 내려오는 논밭이나 시퍼렇기는 매한가지.


구름다리 두개가 듬성하니 지나가며 바닷가의 날카로운 바위들을 가로지른다.


다랭이논조차 만들 엄두를 낼 수 없도록 깍아지른 바닷가 가파른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바다 저아래 수천년 수만년 파도에 시달렸을 바윗덩이는 평생 땅을 파먹고 사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했던


할배의 손등같기도 하고.



한발 멀찍이서 보면 온통 빽빽하게 무성한 초록 지천이더니 가까이 다가서면 이런 산책로와 논두렁길이 숨어있다.


다랭이논이 산의 사면을 따라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습.




역시 여름이다. 사람들이 꽤나 오다녔을 텐데도 서슬이 퍼런 잎사귀는 손바닥보다도 크게 자라나 길을 가렸다.



해남 땅끝마을에 비해서는 조금 북쪽에 위치해있다지만, 느낌으로는 거기 못지않다. 땅끝의 느낌.







남해 다랭이마을을 돌아보는 길은 '남해바래길'의 일부로 다랭이지겟길 코스라고 한다. 남해의 수려한 풍광을 한켠에


두고 반대로는 산비탈을 깍아만든 다랭이논을 지나볼 수 있는 트레킹코스.


한국의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남해대교,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같은 현수교이자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충북 괴산이나 전북 무주보다 더욱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해에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지이니만치 한번 가서 제대로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올해 5월,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나서 바로 옮겨간 무주 덕유산. 널찍한 등산로와 쾌적한 햇볕이 반겨주던.



전날까지 내렸던 비 덕분인지 수량이 제법 불어난 개천, 아마도 무주구천동으로 이어지는 맑은 개천이 아니려나.




이틀동안 지리산을 걸었으니 좀 살살 다닐 생각이긴 했지만, 또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못 밟고 돌아가는 것도


좀 섭섭한 노릇. 설렁설렁 걸어보기로 했다.



백련사였던가, 덕유산 깊숙이에 자리잡은 사찰의 담백한 색감과 가지런한 기와지붕이 차분하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올린 야트막한 돌담.




그러고 나니 갑작스레 경사가 가팔라졌다. 산에 다닐 때 제일 맘에 안 드는 건 보폭을 고려하지 않은 들쭉날쭉한


계단인데, 특히나 향적봉 오르는 길의 계단이 전혀 사람의 보폭을 고려하지 않았던 듯.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태양 아래, 그늘 한 점 남겨두지 않은 민둥민둥한 덕유산의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


그래도 역시, 올라오고 나면 이렇게 내려다보이는 산들의 선굵고 울룩불룩한 근육질 모습이 멋지다.


정상.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강해서, 뜨거운 햇살마저 땅에 채 꽂히기 전에 날아가버리던 느낌.



정상의 가장 높은 바위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저아래 어디쯤 무주 구천동의 차디찬 개울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을 거다.




내려오는 길에 눈에 들어온 백련사의 커다란 법고와 단청지붕. 





그리고 올라갈 때에 비해 한 1.5배쯤 길어보였던 하산길 막바지에 마주한 자전거족들. 신나게 페달을 밟는 가족들의


모습을 따라 어디선가 다시 체력이 되살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1코스와 22코스가 만나면서 지리산 둘레길을 한바퀴 완성시켜주는 접점인 주천면에 닿기 전, 제법 지대가 높은


구룡치 어간에서 자욱한 운무를 만났다. 이슬비가 쉼없이 내리던 와중에 안개가 조금 짙어지나 싶더니, 이렇게


배배 꼬인 연리지 나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삽시간에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이렇게. 온통 희끄무레하고 먹먹한 커튼이 내려뜨려진 느낌인데다가 빛은 사방에서 번져버리니 분위기가 묘하다.


들이마시는 호흡조차 축축하고 새하얀 빛깔인 것만 같은 느낌. 



마법의 시간이 끝나고 숲을 빠져나왔더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찍이 내닫는 시계.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1구간과 22구간이 양쪽으로 내달리는 시작점이자 종착점. 주천읍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녹색이 침공해 들어오는 계절도 아니건만 벌써부터 이 곳은 초록초록에 절반쯤 잡아먹힌 상태.





의식적으로 둘레길 코스에서 벗어나볼까 하면서 가닿은 곳에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저수지가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다 보니 수위가 더 올라간 거 같기도 하고.







어느 곳에선가 마주친 사당이랄지, 아니면 사람이 살지 않게 된 흉가랄지. 집앞의 배롱나무가 활처럼 허리를 휘어서는


본채를 향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현관의 기와지붕에 온통 퍼렇게 돋아난 이끼들도.



비가 그쳤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빗발이 그칠 기미가 없어 카메라를 잘 꺼내들 수가 없었다.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던 숲길, 설마 저 나무도 오늘 하루종일 비를 맞아 저렇게 이끼가 잔뜩 생긴 건 아니겠지. 



지리산유스호스텔 부근, 좀더 걸어가다가 아무래도 산속 깊숙히 들어가는 길인 거 같아서 중도에 돌아나왔다. 


계속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깊은 숲에선 금방 해가 떨어져버릴 것 같다는 점들을 고려했는데, 현명한 판단이었던 듯.



콜택시를 기다리던 중에 귀여운 표지판 발견. 나무를 베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도 굉장히


명료했지만, 특히나 맨 마지막 그림의 토끼가 짓고 있는 호소력짙은 표정이 맘에 들었다. 자살토끼같은 표정.




지리산 둘레길 코스걷기 이틀째, 예보대로 종일 비가 올 모양인지 아침부터 꽤나 꾸물꾸물. 


행정마을은 그러고 보니 다른 지리산 마을에 비해서 꽤나 잘 정돈되어 있는 거 같다. 이런 이쁜 솔숲도 있고.



멀찍이 병풍처럼 자리잡은 지리산은 온통 희뿌연 연무에 휘감겼다.



아무래도 이런 둘레길이 자기 동네에 생긴다고 하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거다.





가지런히 열지어서 심어진 모들이 부채꼴 모양의 논을 따라 부드럽게 휘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 걸어가는 신작로. 시멘트로 반듯하게 만들어진 길은 걷는 재미는 확실히 흙길만 못하다.



물이 가득 채워진 무논들 너머로 군데군데 잘 정돈된 마을 정자랑 그럴 듯한 나무들.




제법 빽빽한 소나무숲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온몸이 흠뻑 빗물에 젖었다. 





노치마을에서 만난 백두대간 비석. 지리산 인근 백두대간 정맥에 일제가 박아두었던 쇠말뚝을 제거하고는 이 마을에


일부 전시를 해두고 있기도 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산맥들이 한반도를 아우르며 어떻게 쉼없이 이어지는 건지


그림이 잘 안 그려졌었는데, 이 그림을 보니 백두산에서 설악산, 지리산이나 무등산까지 산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좀 알거 같기도 하다.


마을 어귀의 아름드리 나무 아래 시소. 시뻘겋게 녹이 슬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삐걱대는 소리 없이 잘 움직이더라.




모내기에 한창인 때인지라 곳곳에서 이앙기가 출동 준비 완료.


그리고 이미 모내기 작업을 완료한 논. 슬쩍 손으로 쓸어보면 굉장히 보드라울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1코스 끄트머리쯤에서 만난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간이식당. 라면을 시켰을 뿐인데 굉장히 맛난 김치가 


함께 나와서, 역시 전라도 음식은 최고라는 확신을 다시금 갖게 해주었던.





애초부터 둘레길 코스에 딱딱 맞춰서 주파해나갈 생각은 없었다. 1코스 종반부의 민박집에 자리를 잡고 났더니 


2코스 끝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체력도, 시간도 남았다. 설렁설렁 3코스를 계속 가보기로 한 참이다.



모내기에 한창이던 시절, 저렇게 여리고 자그맣던 아이들이 올여름 무더위와 가뭄에 잘들 버티고 있기를 바랄 뿐.


둘레길 코스를 따라 함께 흐르는 강 너머엔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우는..(이 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다만서도)



어느 장소의 분위기를 아는데엔 한번의 방문으로는 택도 없다. 사계절을 다 보는 것, 그리고 하루의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담는 것, 그런 공을 들이고서야 이 공간이 가질 풍성한 느낌을 비로소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꽃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가던 길 끝의 어느 마을. 베이지색으로 단정하게 칠해진 담벼락에 벽화가 꽃길을 이어준다.



3코스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 그 아래 개구멍을 꽉 들어채운 시퍼런 잡초.


담벼락에 기대 섰던 나무의 등걸에 기대어 그려진 벽화의 센스가 재미지다.



요새 축사는 그렇게 소똥 냄새가 멀리 않을 만큼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듯. 코앞에 도착해서야 저 안에서


뒹굴거리며 되새김질중이신 소들이 보였다.


산비탈을 따라 제법 층층이 포개진 다랭이논, 그리고 그 옆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둘레길.


3코스에는 황매암을 경유하거나 산신암을 경유하는 두가지 갈래길이 있다는데, 어쩌다보니 황매암으로 와버렸다.


코스 표지판을 부지불식간에 놓쳐버렸거나, 아니면 생각보다 길안내가 부실하거나 둘 중 하나.



그래도 황매암을 둘러보며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건 꽤 괜찮았다. 산속길 깊숙이 숨은 곳에서 문득 마주하는


자그마한 암자의 정취도 그렇고, 온통 푸릇푸릇하게 감싸고 올라오는 녹색의 기운도 그렇고.






지리산 둘레길 중에 가장 인기있다는 3코스, 아무래도 1박2일에서 이 코스를 배경으로 촬영했던 덕분인 거 같은데


역시나 방송에 나왔던 장소라는 현수막이 이렇게 떡하니 붙어있다. 




이런 개울을 지나고 산길을 계속 걷다 보면, 


현지 주민들이 지각없는 일부 둘레길 여행자들에 대해 읍소하는 이런 표지판도 보이고.


유려하게 구부러지는 마을길이 산모퉁이로 사라지고 숲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마을과 함께 수백년을 함께 했을 오랜 낙락장송 한 그루. 가지를 휘청휘청 늘어뜨린 모습이 연륜 가득하다.


대충 두어시간을 걷고 나니 장항마을에 도착, 또다른 아름드리 나무에 기대 만들어진 쉼터에서 맥주랑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며 머리를 맞댄 결과 숙소로 이제 돌아가기로. 죽자고 걷기보단 여유롭게 가자는 컨셉이니만치.



버스 시간표를 잠시 확인해보니 대충 이삼십분만 기다리면 한대 오겠다 싶다. 이런 여유로운 자세라니.





 

 

 

지리산 둘레길 2코스, 운봉읍에서 금계까지 이어지는 10km여의 구간은 마을의 수호장승으로부터 시작.


 

함께 걸었던 군대친구들. 어느덧 십수년의 세월동안 참 잘도 지내는게, 이리저리 갈린 길에서도 용케 잘 뭉쳐다녔다.


  

 

 

모내기를 위한 모판을 무논 위에 둥둥 띄워놓고. 모판을 실제로 본 건 꽤나 오랜만인데, 이렇게나 빽빽했던가,


그리고 이렇게나 싱그럽도록 연둣빛이었던가 싶다.


뭔가 일을 하시다 잠시 쉬시는 농부아저씨. 논두렁에 멋진 포즈로 딱 버티고 서서는 대지와 산을 바라보는.


 

둘레길 옆으로는 염소젖 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는 조그마한 염소농장도 있고.


이런 아름드리 나무들도 쉬이 눈에 띄는 시골길이다.


 

또다른 아름드리 나무 옆에는 나무의 자연스런 곡선을 그대로 살려서 지은 정자도 있고.

 

잠시 길을 잘못 든 통에 차들이 씽씽 다니는 도로변에서 걸어야 하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논두렁 태우는 연기와 냄새가 훈훈한 시골의 봄길을 걷는 건 꽤나 유쾌한 경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그리고 솟대들이 온통 삐죽거리며 솟은 곳은 어느 마을의 입구.

 

 

 봄의 빛깔은 누가 뭐래도 연두연두. 그리고 저렇게 한풀 꺾여 수그러든 낡은 벽돌빛의 배경이라면 더 좋다.


 

이제 슬슬 금계마을에 도착, 길이 민가로 접어들었고 이렇게 사람사는 풍경들이 나타난다.

 

골목길에 딱 버티고 선 나무도 싱싱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천의 발랄한 물소리와, 그쪽으로 귀기울인 나무들의 휘영청한 모습도 참 좋고.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보려 마음을 세운 것이 벌써 몇 년째, 5월초의 황금연휴에 불쑥-떼밀리듯-내려와버렸다.

 

별생각없이 잡은 숙소는 1구간 중간의 행정마을/삼산마을의 부녀회장님댁. 역시 전라도의 손맛이란 게 어찌나

 

훌륭하던지 아침저녁으로 푸짐하고 맛있으면서 저렴한 식사를 하고 내처 사흘째 걷다가 왔다.

 

 

모내기를 준비중인 논들은 온통 그득그득 물을 받아두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둘레길의 방향과 코스를 안내해주는 표지판들의 도움을 얻어 2구간쪽으로.

 

1구간 남은 곳과 2구간을 걸을 요량이었다.

 

 

 

 

 

유채꽃인지 무꽃인지, 화사하게 피어난 노란꽃들이 지천.

 

 

모내기를 준비하느라 물을 가득 채워놓은 논. 수면에 모든 풍경들을 가둬놓은 모양새가 마치 수상마을 같기도.

 

 

 

그렇게 양쪽에 무논을 끼고 멀찌감치 지리산이 시야에 툭툭 걸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이내 운봉읍까지 도착.

 

 

읍내 곳곳의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골목골목 들어가며 찾아보고.

 

 

 

색이 빠지고 바래서 이젠 파스텔톤이 되어버린 간판과 자전거와 풍경들.

 

 

그와중에도 버스 정류장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인 듯.

 

 

 

울타리나 철책이 둘리지 않은 자그마한 초등학교.

 

 

 

그렇게 설렁설렁, 금세 도착하게 된 2구간 시작점. 운봉-인월 구간, 거리는 9.9km라는데 뭐 무슨 정복하러 온 것도

 

아니고 갈 수 있는데까지 걸어보고 택시던 버스던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전국 제일의 철쭉군락지라는 지리산자락 바래봉,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러 5월초 황금연휴에  남원 운봉읍의 민박집을

 

잡았더니 여기를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신 거다. 부녀회장님이시기도 한 민박집 어머니의 말씀을 좇아 철쭉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도 구경하고, 떡과 막걸리도 얼콰하니 얻어먹고.

 

시골 축제 분위기를 북돋우는 건 역시 하늘 높이 떠올라있는 애드벌룬과 만국기.

 

그리고 한마리를 통으로 굽고 있는 지리산 흑돼지 바베큐, 막걸리 안주로 더할나위 없었던. 덕분에 몇걸음 걷기도

 

전에 모든 걸 다 이루어냈다는 느낌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로 조금 올라가는 약간의 경사길에도 헥헥거리며 발걸음을 질질 끌고 말았던 것.

 

사실 철쭉이 그다지 이쁘다는 생각도 안 했었고, 무리지어 피어봐야 얼마나 볼만하랴 싶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어느 한 굽이를 지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꽤나 장관이었다. 온통 진분홍빛의 울긋불긋한 철쭉, 철쭉.

 

 

이렇게 지천으로 흐드러진 철쭉은 그야말로 옴쭉달싹 못 할 만큼 빼곡하게 피어나서, 사람 하나 끼어 들어가

 

사진 찍을 틈새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비집고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앞에서 어떻게든

 

포즈를 잡아보느라 애쓰는 중이었고.

 

 

 

 

사실 바래봉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도 있고, 그 길을 따라 계속 철쭉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고는 했는데 일단

 

막걸리가 올라와 더이상 걸을 수가 없었고, 또 이제 막 개화가 시작된 터라 중턱까지만 피었지 위는 아직 멀었단

 

이야기를 듣고 지레 힘이 빠져서 그냥 크게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내려오는 참이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잘 꾸며놨다. 조경도 잘 해놨고 오밀조밀하니 걸어서 한바퀴 돌아볼 만하다.

 

 

 

그렇게 한참을 사방의 갈래길로 쏘다니며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조금 취기가 진정되고 나서야 하산. 본격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2코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부산에 놀러갈 때마다 슬쩍슬쩍 걷던 길이, 멀리 청사포항에서 달맞이고개, 달맞이고개에서 해운대를 지나 동백섬,

 

동백섬을 지나 광안리해수욕장까지 걷게 되다 보니 얼추 바닷가를 따라 내려오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거

 

계속 이어서 가보자고 시작한 길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이기대 공원을 지나 오륙도까지.

 

처음에 광안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지날 때만 해도 그 코스가 의외로 길고 힘들 줄은

 

몰랐던지라 카메라며 노트북이 든 가방을 그대로 메고 걸었던 거다.

 

 

이렇게 바닷바람에 온통 시퍼렇게 녹이 슬고 만 송수구에도 굳이 무릎을 꿇어가며 사진을 찍을 만큼 여유롭던 출발.

 

그리고 이렇게 낚시대 네다섯개를 일정하게 벌여놓고 고기를 기다리는 아저씨 옆에서 잠시 구경할 만큼 느릿느릿.

 

 

길에 표지판도 있고 걸어온 거리, 앞으로 걸어가야 할 거리가 적혀 있긴 했다지만 꼭 끝까지 갈 생각도 아니었고,

 

그냥 되는 대로 설렁설렁 걸으며 사진이나 찍을 생각이었으니까.

 

 

 재미있는 조형미를 가진 등대를 구경하기도 하고.

 

 부산의 세찬 바닷바람에 떨어질세라 케이블타이로 꽁꽁 묶인 화분들의 열차놀이.

 

 어라, 그러다 보니까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입구쯤이다. 그리고 비로소 한눈에 잡히는 광안대교와 해운대 신시가지.

 

 제법 시가지와 떨어져 흙길을 밟는 느낌이 좋았다. 마치 울릉도나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느낌같기도 하고.

 

 

 이기대 해안산책로 초입의 웨딩홀이던가, 한적한 까페가 있는 곳에서 잠시 앉아 딴짓도 하고 책도 보고.

 

역시 이때만 해도 이기대 해안산책로가 한번 걷기 시작하면 중간에 빠져나오기가 힘든 통발같은 코스란 걸 몰랐다.

 

어쩔 수 없었다. 계속 걸어갈수록 광안대교와 해운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더 멋진 각도와 뷰포인트들이 나타났다.

 

 

 

예컨대 이런 장면. 우와...감탄감탄.

 

 

그리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해안선의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긴 했는지 야외촬영중인 예비부부들도 보이고, 곳곳에 커플들이 해바라기중이다.

 

 

나중에는 해가 지고 나서도 한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영화 '해운대'에 나왔던 야경을 보던 장소가 여기라나.

 

아...이즈음부터 풍경이 살짝 등산과도 같다 싶었는데, 돌아나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왠지 한쪽에서 약숫물이 이렇게 흐르는 풍경도 그렇고.

 

 

 

다소 지루하다 싶도록 녹색의 짙은 숲길을 헤치고 나가는 해안산책로, 사실 제법 오르내리막도 있고 풍경도

 

심심하진 않았지만 전날의 숙취와 며칠전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덕분인지 조금 녹색에 질려있던 참인 듯.

 

그래도 결국 이 구간의 종점이라는 오륙도까지 도착하니 좋다. 어쩌면 숲길을 뚫고 사람 사는 동네로 나왔다는 게

 

좋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늦게 출발하고 여유부리다보니 사실 바다아래로 넘어가려는 해가 조마조마했었다.

 

오륙도 전망대에 꽂힌 화살표들. 도쿄와 엘에이와 독도, 홍콩, 그리고 뜬금없는 질문이 하나.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언젠가 해운대의 바다를 보면서, 그리고 광안해수욕장의 바다를 보면서 여기는 동해인지 남해인지

 

궁금해했던 때가 있었다. 어차피 인간들이 붙인 자의적인 구분이긴 하지만, 비로소 여기에서 해답을 발견.

 

오륙도는 동해와 남해를 구분하는 분기점, 그러니까 오륙도 동쪽의 해운대니 광안리 앞은 동해바다 되시겠다.

 

오륙도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도 있더라는. 오후6시인가가 마지막 시간대여서

 

들어가 밟아보진 못하고 이렇게 멀리서 어찌 생겼는지나 한장.

 

보는 각도, 그리고 밀물썰물에 따라 다섯개로도 보였다가 여섯개로도 보였다가 해서 이름이 오륙도.

 

이제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라는 노래가사에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 생겼다.

 

알고보니 이곳 오륙도에서부터 해운대 끝의 미포까지가 동해를 따라 걷는 해파랑길 1코스란다.

 

지자체마다 해파랑길이니 갈맷길이니 강릉바우길이니 강화 나들길이니, 온갖 이름으로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놨지만

 

이런 식의 난립은 조금 곤란한 거 같기도.

 

그러니까 저 굽이굽이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지나 광안대교를 따라 광안해수욕장을 걷고 동백섬을 휘감아 한바퀴

 

돌아본 후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 달맞이고개까지, 대략 14키로정도의 해파랑 1코스.

 

삽시간에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가방은 사정없이 어깨를 조여와서 택시를 잡아탈까 하다가 눈앞에 버스정류장이

 

나타났다. 종점인지 버스 몇대가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고, 온통 바닷바람에 녹슨 양철표지판이 삐걱대던 곳.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오륙도의 모습. 제법 듬성듬성 초록빛 머리칼이 풍성한게 아직 미중년의 모습이다.

 

 

 

광화문 인근을 지날 때마다 늘 맘속 한켠에 머물던 산, 인왕산. 온통 바윗덩이로 이루어진 듯한 험준한 산세 때문에

 

주저하곤 했었지만 이 짧디짧은 봄철의 산을 놓칠 수 없다 싶어 전격 트레킹.

 

 

대체 철쭉과 진달래는 어떻게 구분하는 건지, 늘 이맘때면 헷갈리고 다시 찾아서 익히고, 그리고 다시 내년엔 까먹고.

 

생각보다 훨씬 금방 올랐던 인왕산 정상머리쯤. 광화문과 서촌, 북촌은 물론이고 효자동 윗자락의 청와대까지도 환히

 

보인다. 슬쩍 카메라를 그쪽으로 돌리니 어디선가 휘리릭 나타난 의경 아저씨가 '사진 찍으시면 안됩니다'라고.

 

국내지도의 해외반출이 안되는 거나 청와대 사진찍으면 안된다는 거나 참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백악관 사진 찍으면

 

안된다거나 다른 나라 정부수반이 위치한 공간에 대해서 사진찍지 말란 이야기는 듣도보도 못한 일이다.

 

그래도 물리력을 갖춘 의경아저씨가 있으니, 얌전하고도 순순하게 카메라를 돌려서 이번엔 인왕산 자락 반대편,

 

독립문쪽이랑 아마도 신촌 근방이려나. 애꿎게 사진 한장.

 

 

광화문이랑 경복궁 궁궐들이 내려다 보인다. 아마 조선시대에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한양의 전경은 꽤나 멋졌겠지 싶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 시계가 맑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아늑한 느낌으로 자리잡은 서울의 구도심이라니.

 

내려가는 길에 줄곧 함께한 북한산 성곽.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벽이 제법 운치가 있다.

 

그렇지만 코앞에 들이댄 풍경은 또 다르다. 키치와 오리지널이 각기 보여주는 깊이와 색감의 차이.

 

 

벚꽃잎을 풍성하게 매달았던 벚가지 끄트머리에도 비로소 새순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봄이 지난다.

 

 

 

어제(2015년 5월 8일)부로 삼성역 인근 오토웨이타워 지하에 오픈한 구글 캠퍼스 서울. 세계적으로도 3번째로 지어진 만큼 각계의


관심이 쏠려 성황리에 오픈식을 열었다고 한다. 여기 사진들은 그 이전, 비공식적으로 서울 구글러들에게 사전오프식을 했을 때 찍었던


것들로 이제서야 '엠바고'를 깨고 포스팅.


 

 

웰컴 투 캠퍼스, 라며 스타트업 회사 관계자나 스타트업을 시작하려 하는 분들을 반기는 입구, 그리고 오른쪽에 아직은 앙상하게 


가지만 뻗어있는 소원나무. 공식 오프닝즈음 되었을 때는 꽤나 소원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던 거 같은데.


 

 

캠퍼스 한쪽에 있는 까페. 창업보육센터라는 성격에 걸맞게도 '빈스 브라더스'라는 스타트업 브랜드가 입점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캠퍼스는 가운데에 이렇게 천장이 뚫려 있는 테라스를 갖고 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실내 공간. 왠지 구글코리아 오피스보다 더 이쁜 거 같...은데, 그저 새 건물과 인테리어에 대한 질투려니 한다.


 

 

 

미팅룸의 이름들도 재미있는 게, 대박룸, 결심룸 등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영어 이름도 success, determination 등등.


 

아마 창업 성공을 위한 요소들을 짚고 싶었던 작명센스 아닐까. 운!도 운이지만 결심 역시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니.


이름만 그럴 듯 한 게 아니다. 활발한 미팅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즈로 잔뜩 만들어진 미팅룸들의 실내도 꽤나 멋지다.


 

 

 

 

이런 식으로 간단한 부스 형태로 만들어진 룸들도 있는데, 깨알같이 단청무늬를 둘러놓은 모습도 눈에 띈다.

 

 

 

 

 

 

그리고 여러 창업관련 이벤트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게 될 대회의실..이랄까. 구글코리아의 대회의실-약 100명 가량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이름은 '집현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여기 이름은 뭔지 모르겠다.


 

Work hard, Stay hungry. 열심히 일하고 계속 욕망하라는 경구..글쎄,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처방일지도.

 

냉장고와 간단한 부엌 공간. 


 

캠퍼스서울의 로고를 응용해서 금연 표지판을 만들어낸 센스. 


전체 평면도. 여기에도 대회의실이랄까, 그 공간은 그저 'event space'라고 되어 있다. 이름을 좀더 그럴듯하게 지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오피스랑 지하철역으로 두어개 차이가 나다보니, (그보다 구글러 배지로 입장이 불가능한 공간이다 보니) 언제 또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쪽으로 출근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동하게 만든 구글 캠퍼스서울이었다.'






 

서울역 인근의 썬더볼드Thunder Bald, 강북을 지날 때에면 꼭 한번 들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캐쥬얼 레스토랑이다.


파스텔톤의 색감과 편안한 인테리어가 맘에 드는 곳인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러보니, 자그마한 트리들도 여기저기


서있고, 다소 차갑다 싶던 철제 의자 위에도 폭신한 방석이 놓였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앞두고 레스토랑 사장님의 센스가 묻어나는 구석구석의 디스플레이들.


 

저번에는 안 보이던 달콤한 스낵류들이 계산대 앞에서 트리와 함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곳의 위치는 서울역 5번출구에서 길을 건너서..라고 이리저리 설명하는 것보다는, 최근의 화제작 '미생'에서 장그래가


양말을 팔았던 그 찜질방 '실로암 건강랜드' 바로 옆이라고 설명하는 게 빠르겠다. 구도심의 다소 낡은 풍경 속에서


제법 말끔한 분위기를 풍기는 썬더볼드의 외관. 오른쪽의 커다란 날개 그림도 포인트.


눈발이 제법 날리던 날, 레스토랑에 사람이 없을 시간인 오후 세네시 였지만 그래도 제법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미 네이버나 검색포털에 '서울역 썬더볼드'로 검색하면 많은 리뷰를 볼 수 있으니만큼 제법 유명세가 생긴 듯.


참고로 주소는 '서울시 중구 만리동 1가 51-1 스카이1004빌딩 1층', 빌딩 이름부터 1004를 달고 있다 보니까


이런 날개 모양 장식도 생뚱맞은 게 아니라 굉장히 센스있게 느껴진다. 


연말연시 단체모임을 받는다는 안내가 내걸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분위기의 실내가 나타난다. 제법 연세가 있어보이는 부부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는.


 

계산대 앞 메뉴판은 여느 코지한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늘어서 있고, 사장님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생과일주스도 


눈에 잘 띄도록 포인트가 뙇.

 


그렇지만 이 집의 메뉴판은 꽤나 인상적이다. 황동색으로 된 금속 플레이트에 볼트와 너트로 조여놓은 메뉴판을 


한장씩 넘기며 보다보면 그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느낌이 전해진다.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 사이의 귀여운 그림들


역시 오랜 시간 메뉴판을 탐독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



온통 한쪽 벽면이 바깥을 향해 환하게 틔여 있다 보니까 내부는 굉장히 밝고 훤한 느낌이다. 그렇게 넓지 않은 실내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이유일 거다. 그리고 샤방샤방한 빛깔의 날렵한 의자들도 맘에 들고.



썬더볼드Thunder Bald, 라는 조금 낯선 이름은 저 이미지를 보는 순간 바로 머리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번개를 내리치는 대머리 아저씨, 뭔가 사장님의 외모하고 닮은 듯 하면서도 슬쩍 장난스러운 입매가 매력적이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로 유명한 카페마마스의 뺨을 때릴 수 있을 만큼 맛나던 그것, 썬더볼드의 리코타 치즈샐러드. 


그리고 처음 이곳에서 맛을 보고 홀딱 빠졌던 통오징어 덮밥. 칼집이 적당한 간격과 깊이로 들어간 오징어의 찰진


쫀득거림은 물론이고, 완벽한 반숙을 선보이던 계란의 노른자위는 정말 훌륭하다.


 

그리고 디저트메뉴로 맛봤던 프렌치 토스트. 계란을 입힌 토스트도 맛났지만 직접 만드셨다는 휘핑크림 역시 전혀


달거나 느끼하지 않고 진하고 깔끔한 우유맛이 듬뿍. 딸기조림 역시 화이트와인을 넣고 직접 졸이셨다니 강추! 

 

대박나세요, 사장님! 강북쪽에 놀러갈 때마다 꼭 생각나서 들르게 되는 그런 맛집 오래오래 유지해주시길 바라며.

 

이만 총총.





 



전주 한옥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희뿌연 하늘이 계속되더니 끝내 펑펑 눈이 내렸다.

 

진눈깨비처럼, 혹은 쌀가루처럼 휘몰아치는 눈이 내리고, 시커먼 기와지붕위에는 하얗게 줄이 그어졌다.

 

 

 

 

제주도 앞바다 바람은 어찌나 세차고 몽글몽글하던지, 한번 쑤욱 하고 천막 아래로 들어가면 온통 들썩들썩이다.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송악산과 산방산 지역을 찾은 날은 하필 날씨가 들쭉날쭉.

 

송악산 아랫도리에 뚫려 있는 무수한 인공동굴들, 일제시대 전쟁시설물로 쓰였다는 곳은 이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출입금지의 위태로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수륙양용기나 전함들, 아님 대포들이 숨어있었으려나.

 

 

그리고 송악산을 따라 이어지는 구비구비 올레길.

 

해안을 따라 오르내리는 율동감도 좋고, 좌우로 뱀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걷는 느낌도 좋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벼려진 절벽을 지난 시선이 꽂히는 곳은 산방산.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푸른 바다와 초록초록한 풀밭과 새하얀 파도.

 

 

그리고 바다 너머 점점이 꽂혀 있는 조그마한 암석 쪼가리들과 제주도의 실루엣.

 

제주도하면 역시 말, 이 푸른 초원 위에서 승마를 체험할 수 있으려면 말을 좀 배워야 할 듯.

 

 

 

제주도 이쪽 지역의 특색인 듯, 양지바른 곳에 잘 쓴 묘 주변을 현무암으로 저렇게 두텁게 둘러놨다.

 

동물들이나 잡초들의 침범을 피하기에 딱일 듯.

 

 

 

그리고 어느 시점에선가 시작된 나무데크 산책로.

 

 

송악산을 외곽으로 빙 둘러서 걷는 코스, 대략 2.8km라 했으니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이 채 안 걸렸던 듯.

 

어떻게 보면 바다를 향해 단단히 채비하고 세워진 만리장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무데크가 스물스물 기어오르고 내리면서 제주도 남단의 해안선을 그대로 끼고 걷는 산책로.

 

 

길 중간에는 떡하니 버티고 선 나무를 그대로 살려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한 바퀴. 형제섬을 앞에 둔 송악산 입구에는 여전히 펄럭펄럭, 깃발처럼 천막을 나부끼게 만드는 바람이 잔뜩.

 

 

 

 

 

한라산 영실 코스, 백록담을 밟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라산의 수려한 풍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또다른

 

경로임에는 틀림없다. 내려갈 때는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는 것도 추천한다지만 차를 픽업해야 해서 같은 길로 하산.

 

우리나라 유일의 고산 초원이라는 '선작지왓'. 이름만 들으면 무슨 태국 지명같기도 한데, 봄에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이라고 한다.

 

내려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는 한라산 봉우리. 빠른 화면으로 돌린 듯 삽시간에 움직이는 구름이 빚어낸

 

새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나타나는 모습도 정말 장관이었다.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흐트러져 있는 울타리 말뚝들.

 

그런 울타리를 무너뜨릴 듯 커다랗게 솟아오른 소원탑들. 붉고 구멍많은 한라산의 화산질 돌멩이들이 눈에 띈다.

 

 

이름 모를 들풀 앞에 무릎을 꿇고 정면으로 사진을 담기도 하고.

 

 

 

아까 지났던 자그마한 구상나무 숲길에서 사람이 전부 지나길 기다리며 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이 밟고 다니던 구멍 숭숭한 화산암에 고인 빗물이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혼은 떠났지만 형체는 그대로 지키고 있는 주목의 잔해들이 보여주는 비감함과 당당함의 혼합물.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산중턱에는 잔뜩 짙은 안개가 버티고 있었다. 촉촉한 공기, 초현실적인 풍경.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는 어느새 무거워진 발과 무릎을 최대한 보호하려 줄에 기대고, 심지어는 거꾸로 걷기도 하고.

 

영실 탐방로, 올라갈 때는 온통 사방을 둘러보며 설렁설렁 올랐지만 역시나 산행은 내려올 때가 힘들다.

 

그래도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 영실기암과 병풍바위까지 영실 탐방로가 숨겨둔 비경들은 꼭 챙겨서 두번 볼 것.

 

 

 

 

한라산 등산코스는 대충 다섯 개, 보통 성판악으로 올라가 백록담을 보고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지만,

 

영실코스를 통해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도 짧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탓에 무리없는 트레킹이 가능하다.

 

 

백록담까지 가볼 수는 없다지만 뭐 꼭 산행이라는 게 꼭대기를 짚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좀 흐린 탓에 백록담을

 

제대로 볼 수도 없을 바에야 안 가본 길을 가보자던 생각. 이미 예전에 활짝 개인 파란 하늘 아래 백록담을 보기도 했고.

 

 

영실휴게소에서 시작해서 얼마 걷지 않아 나타난 병풍바위, 근 1.5km 지점이던가.

 

길도 성판악과 비교해서는 나무 데크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경사도 완만한 편 같다.

 

 

..그렇지만 역시나 한라산은 얕볼 수 없는 산.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싶으면서 식생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진다.

 

슬쩍 뒤돌아보면 굽이굽이, 나무데크가 끊길 듯 안 끊기며 저 멀리서부터 이어져 오는 모습이 내려보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삽시간에 주위를 삼켜버린 구름..이라 해야 하나 안개라 해야 하나.

 

 

관음사 코스에서 참 멋졌던 죽은 주목나무의 잔해들, 여기도 조금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이름 모를 보랏빛 꽃들이 활짝 피어난 경사면, 그리고 탐방길 우측으론 그보다 급한 경사의 산비탈.

 

 

 

 

올라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안개. 공기까지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

 

 

문득 경사가 끝났나 싶더니, 마치 마트 싱싱코너에서 물안개를 흠뻑 맞은 채소들처럼 싱싱하게 초록초록한 나무들.

 

 

멀찍이 백록담인지 뭔지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숲을 벗어나서는 야트막한 풀들이 가득한 초지다. 걷기도 좋고 기분도 딱 좋은 그런 길.

 

 

아까까지 시커멓게 먹장구름을 드리웠던 하늘이 조금씩 파란색을 머금기 시작하기도 하고.

 

 

마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막판에 잔뜩 업된 채 걸었던, 그런 완만하고도 평화로운 분위기의 산길.

 

 

그렇게 해발 1,700미터 고지의 한라산 윗세오름 도착. 여기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어서,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옆으로 틀어 어리목 코스로 내려가거나 해야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많이 몰려들어 짖어대던 까마귀떼들. 컵라면과 음료를 현.금.으.로.만. 판매하는

 

매점 위에 앉아서 울긋불긋한 등산객들을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도 모슬포항,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라 갈 때마다 꼭 고등어회를 벼르곤 한다.

 

조금 숙성된 고등어회에 야채를 조금 얹고 김에 싸먹는 식인데, 고등어가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맛나던지.

 

...배고프다.

 

그리고 회를 뜬 고등어의 남은 잔해로 거의 끈적해지다시피할 만큼 지리를 끓여내오시는데, 이것도 역시 술 도둑.

 

원래는 '만선'이라는 곳만 맛집인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있는 '돈방석'이란 곳이 더욱 맛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사진은 돈방석에 다녀갔다는 어느 시인이 주인 아주머니를 두고 읊은 시라고.

 

 

 

 

제주도 천제연, 갈때마다 날씨에 욕심을 부리게 되는 명소 중 하나. 이날 역시 하늘이 파랗게 이쁘진 않았던 게 아쉽지만,

 

육각기둥형태로 굳어진 주상절리의 기묘한 병풍에 둘러싸인 짙은 에메랄드빛의 연못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연한 초록빛이 되기도, 혹은 심원한 푸른빛이 되기도 하는 물빛깔이라니.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2폭포와 3폭포. 그런데 선임교라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가 살짝 갸우뚱.

 

 

 천제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그토록 신비로운 빛깔을 지녔던 물방울들이 매끈하게 흘러내린다.

 

 

 척, 하니 옆구리에 팔을 올린 것만 같은 아크로바틱한 나뭇가지도 지나가고.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우거진 나무들을 지나는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하는 제2폭포. 제법 수량도 꽤 되고 폭포 아래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하얀 폭포수에 씻겨내리는 게 근사하다.

 

 비가 많이 온 다음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장쾌한 폭포의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선임교. 문제의 선임교..옆면에 붙어 있는 저 선녀들의 부조부터 왠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사출해낸 것만 같은 저렴한 느낌도 그렇지만, 왠지 한국적이라기엔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여하간 큰 호를 그리며 위로 올라섰다가 내려서는 구름다리는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고, 마침 해가 뉘엿거릴 때는 저렇게

 

샛노랗게 물드는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저 석등이 이어지는 디자인이라거나 국적불명의 울타리는 좀 걸렸지만.

다리의 맨 꼭대기쯤에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니 야자수가 점점이 늘어선 게 멋지다. 남국의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

 

한국이라기보다는 어디 중국의 남쪽 리조트같은 느낌에 가까우려나.

 

 이 아이도 좀 미묘했던 게, 한국의 사찰이나 전통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분수라거나 연못에 놓이지는 않는 형태 같은데.

 

최근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더니 이런 자연 유산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대해서도 입김을 발휘하는 걸까,

 

천제연의 아름다운 비경 그자체에는 한국이다 중국이다 딱지를 붙일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덧붙는 조형물들이 이왕이면

 

이 땅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거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모슬포여객선터미널, 새롭게 단장중이던 터미널 앞 건물에는 철썩철썩 파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객선으로 대략 20-30분 정도면 금세 제주도를 떠나 가파도에 가닿는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바다너머 보이고.

 

  

누군지 참 공들여 쌓아둔 돌탑.

 

올레길 코스를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오두막에 단단히 박혔다.

 

 

 

새파랗던 하늘, 시퍼렇던 바다, 초록초록하던 가파도의 해안길.

 

 

 

 

선인장이 드문드문 자라는 식생도 조금 이질적으로 보이고.

 

풀숲 위로 스물스물 낮은 포복하듯 기어가는 하얀 구름, 파란 배경 탓에 바로 눈에 띈다.

 

 

 

가파도 마을 사람들이 바다에 제사를 지낸다는 제사단.

 

그리고 사람들이 앉아 쉬었다 가는 팔각 정자의 시원한 대청마루.

 

 

 

 

 

온통 동글동글한 몽돌로 치장한 가파도 마을의 어느 민박집.

 

올레길의 또다른 상징, 파랑색 조랑말 모양의 표지판.

 

아무래도 이런 조그마한 섬에선 급한대로 이렇게 쓸 일이다. 나무판자에 (아마도) 락카로, 급커브.

 

 

 

해안도로랄까, 산책로와 바다의 경계에는 씨알굵은 바윗덩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단단히 박혔다.

 

 

그리고 가파도 민박식당. 이곳의 정식은 갈 때마다 참, 신기하고도 맛난 반찬들로 가득하다.

 

어느 갈래길. 제주도의 흔한 현무암 돌멩이들로 쌓아올린 돌담들의 실루엣이 미묘하다.

 

 

 

단단히 묶여있고 싶었던 거다. 이리저리 묶고 조여서는, 붉게 녹슬어 거죽은 부서져내릴지언정 철심에 기대고 싶었을 거다.

 

 

가파도를 해안선따라 한바퀴 걸어서 돌아보는 시간은 고작해야 두어시간, 중간중간 쉬고 사진찍는다 해도 그정도.

 

 

 

풍력발전기가 두 기.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윙윙 돌아가는 모양새가 한마리 학처럼 우아하기도 하고.

 

 

구멍이 숭숭한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처음엔 신기한 수석보듯 보다가 나중엔 그저 범상해 보이기만 하더라는.

 

와중에 만난 하얀 강아지 한마리.

 

그리고 이 뜬금없는 시멘트 구조물은, 바다를 향한 미끄럼틀.

 

가파도를 닮아 담백하고 조용한 할머니 한분이 천천히 지나가며 슬쩍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제주도와 가파도를 오가는 배의 선장님은 때로는 피자배달부가 되기도 하더라는.

 

 

 

 

 

 

 

벼르고 벼르다가 처음으로 가봤던 안동하회마을, 마침 안동하면 떠오르는 부네탈이니 양반탈을 쓰고 벌이던 마당극부터 운좋게 조우.

 

양반집 대문에는 역시, 용龍과 호랑이虎가 새겨져 있는 운치있는 데코레이션.

 

곳곳에 세워진 자그마한 장승같은 목상들, 얼굴은 그대로 잘라내면 탈로 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던.

 

 

이런 표찰도 있구나, 싶던 '독립유공자의 집' 표찰. 멋지기도 하고, 그게 고작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저런 걸로 되려나 싶기도 하고.

 

 

검은 기와를 훌쩍훌쩍 뛰어넘다보면 층층이 올라가 본채의 지붕 끄트머리까지 가닿는 시야.

 

중간중간 이렇게 초가지붕으로 소담하게 지어올린 집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대개가 고래등같은 기와집.

 

 

이런 고택이 민속촌이니 뭐 그런 박물관화된 곳에서 사람냄새없이 동그마니 있는 것보다 훨씬 정겹다.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란 것.

 

 

야트막한 담벼락들도 마치 경복궁 옆 돌담길처럼 이런저런 문양을 꼼꼼히도 채워넣었다. 그야말로 한칸한칸 채워넣었을 문양.

 

어렸을 적 처마가 과하게 쳐올라가지도 않고 너무 단정히 미끄러져내리지도 않는다며 한국의 미란 게 바로

 

저 은근한 각도,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처한 각도에 있단 글을 읽었었는데 정말 미묘하긴 하다. 저 처마의 추임새 모양이란 게.

 

 

 

기와지붕이 그나마 풍경에서 조금 직선의 느낌을 던지는 정도지, 온통 둥글둥글한 풍경이다. 산도 초가지붕도.

 

다시, 이렇게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라니. 집 뒷켠 나무에 얹힌 까치집 두개가 더 정겹다.

 

 

문득 마주친 검은 고양이. 앞발을 모아세우고는 담벼락 위에서 해바라기 중인가부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택들은 본채에 별채에, 이어지는 행랑채들까지. 꼬맹이 발걸음으로는 한바퀴 도는 것도 쉽지 않겠다.

 

 

뭐랄까. 한옥의 전통보다는 좀더 일상의 쓰임에 집중했달까. 목재와 돌로 지어진 전통 가옥에

 

플라스틱과 비닐, 스테인레스의 조합이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균형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위풍당당한 양반댁의 풍경 중 하나.

 

이렇게 보기드물게도 호기로운 커다란 대문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한국적이라 말하는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보인달까.

 

절제하고 소박한 조선 시대 선비의 분위기가 우리가 익히 아는 '한국적'인 분위기라면 약간 그보다는 당당하고 위압적인.

 

색을 절제하고 나무 본연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고택. 멋지다.

 

 

야트막한 돌담길 사이를 하릴없이 거닐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과 지점으로 가닿는 게 매번 신기하기만 하다.

 

 

한옥 지붕의 옆면이랄까, 저렇게 벽돌인지 기와인지 검정 재료를 황토 사이에 촘촘히 찔러넣어 세련된 문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회마을의 수호목. 소원을 적어 매달아둔 하얀 종이들이 꼭 흰나비처럼 나무를 뒤덮었다.

 

 

Let it be.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될 텐데 굳이 소원을 빌려고 하는 건 절박하거나 불안하기 때문이겠지만..

 

사실은 꼭 그렇게 삐딱하지 않더라도 재미삼아랄까 혹은 보험들어두는 셈이랄까.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일.

 

하회마을을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버스. 오자마자 관람할 수 있었던 탈춤 공연의 한장면이 그대로 차 꽁무니에 담겼다.

 

 

그리고 안동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 걸어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지만, 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하회마을은 정말이지 무슨 미니어쳐 마을같은 느낌. 한 귀퉁이에서는 저녁밥을 짓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웅크리고 있는 동물떼처럼 야트막한 기와지붕과 초가지붕들이 사이좋게 어깨를 견주고 있는 풍경.

 

 

 

 

 

포스팅 주기만으로 봤을 때는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한 열흘 가까이 걸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내려오는 길은 세시간 정도.

 

내설악과 외설악, 병풍처럼 늘어선 설악산 능선들이 시야를 첩첩이 가로막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끼인 바윗덩이 하나. 거대한 바위산인 설악산 울산바위 어귀 어드메쯤의 균열에 오도가도 못하고 딱 낑겼다.

 

 

그저 눈앞의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살짝 아찔할 만큼의 경사였다.

 

죽어버린 고목 한 그루가 이파리고 줄기고 다 잃어버린 채 뒤틀리고 갈라진 기둥 하나만 남긴 채 가을처럼 서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내달려오던 구름이 어느순간 울산바위 위의 하늘을 꽉 채웠다 싶었는데, 또 저만치 내달리며 파란 하늘을 남겼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렇게 금세.

 

사진사 아저씨가 딱 자리잡은 곳에서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가 동시에 이렇게 담기는 것이었다. 살짝 눈치보며 찰칵.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병과 파전과 전날 사둔 '만석닭강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사람들의 소망이 텅빈 나무등걸을 꽉 채우고 흘러넘치던 모퉁이를 돌아나오고.

 

 

제법 형체를 우람하게 갖춘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슬쩍 곡선을 그리며 섰는 모습도 눈여겨봐주고.

 

 

신흥사에서 올려다보이는 설악산 바윗덩이들의 우람한 육질도 감상하고.

 

 

손을 꼭 맞잡은 어느 커플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부러워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 입구. 언제나 그렇다지만, 안 가본 길을 처음 갈 때는 무지 멀고 길어보이지만 되돌아오거나

 

다시 한번 밟을 때는 어라, 하면서 생각보다 짧고 쉽게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올해 가을은 끝.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설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편도1차선 길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힌지 오래. 그보다 한 4킬로미터쯤 아래쪽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

 

그래서 왕복 5시간 정도면 될 울산바위 코스가 왕복 7시간짜리로 늘어났다는 건 함정.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초중학교 때 극기훈련이나 스카우트 활동으로 잼버리장 왔던 가물가물한 기억밖에는 없었던 거다.

 

이렇게 산이 이뻤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울산바위에 오르고 나니 다른 코스 역시 한번 쫙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입구에서 커다란 불상을 지나쳐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 계속 걷고 있는 참, 아직은 단풍의 냄새만 풍기는 풍경.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나.

 

모르는 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버렸지만, 온통 검정색 옷 덕분에 단풍빛깔이 더 고와보인다.

 

 

중간에 만난 매점, 산에서 끌어내린 시원한 물이 음료수병 가득한 빨간 대야로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흔들바위, 아마도 어렸을 적 내 로그는 여기까지였을 거다.

 

커다란 바위, 흔들바위 옆에 명문을 새긴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뜻하게 새로 칠해진 듯한 단청이 새초롬 끄트머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는 뒤로, 바야흐로 만개한 단풍.

 

흔들바위 옆에는 석굴이 하나 있는데 영험하다나, 현판도 '신통제일나한석굴'이렸다.

 

그나저나 흔들바위가 이렇게 느닷없이 길가에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어보는 포즈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전혀 새로운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 설악산 오른 걸 처음이라 치는 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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