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다시 돌아본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지스타 출장에 뒤이어 시간을 따로 빼는게 쉽지 않았지만서도.


부산 감천 문화마을의 껍데기, '부산의 산토리니'라고들 하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의 속살, '산토리니'란 별칭은 내려놓는 게 어떨지.


2011년 11월쯤 돌아본 소감으론, '산토리니'라는 당치도 않은 별칭으로 이 동네를 치장하는 건 불편하다는 거였는데,

막상 감천마을로 향하는 부산지하철에는 이제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더욱 거창스런 문구로 홍보중이더라는.




그새 꽤 많이 바뀐 입구에 조금 놀랐다. 이전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게 상업화된 분위기랄까, 그새 많이 알려진 건 알고


있었지만서도 이렇게 뭔가 관광지화된 느낌까지 들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뭐, 사람들이 많이 돌아보는 입구쪽의 큰길가나 그렇고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영락없다. 4년전의 모습들이다.


예전에도 저렇게 외딴 성처럼 뜬금없이 우뚝 솟은 빌딩이 있었던가.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던 건물들이 저 앞에서


격류에 휘말리듯 돌돌 휘감기는 듯한 환각이 보이는 듯.


빽빽하게 슬레이트 지붕을 겯고선 건물들 사이로 이어진 길들, 이전에 비해 동네주민분들은 외지인들이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데 훨씬 날카로워지셨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골목 곳곳에서 만나는 길냥이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한발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길앞잡이를 자처해주기도 하고.



곳곳에 숨은 자그마한 벽화나 센스넘치는 조각들은 감천문화마을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 숨겨진 보물들.


때로는 이렇게 파란 하늘로 난 파란 대문 앞에 서기도 하고.


막다른 골목까지 사람을 홀려내는 여시같은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씁쓸한 '긍정 메시지'를 보기도 하고. 긍정적이 되라는 말처럼 알맹이없는 무책임한 말이란..


당장 이곳은 '산토리니'도 '마추픽추'도 아닌, 빈곤과 난개발이라는 거미줄에 얽힌 채인 현재의 생활터란 말이다.


이런 곳을 관광지화한다, 는 마인드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까. 물론 그에 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 역시도 자유롭지 않은 질문이다. 가난한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밀면서도 진부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려면.



산비탈을 따라 다랭이논을 일군 사람들, 그리고 다랭이논처럼 비탈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그들의 파란네모집들.


빈틈없이 공간을 구획한 야트막한 옥상들은 그대로 빼곡한 모자이크가 된다.


다소 답답한 풍경에 잠시 쉬었던 까페의 하늘을 한 장. 샛노랑 파라솔 귀퉁이가 살짝 뭉개진 것도 정감있다.



부산 앞바다로 흘러내려갈 듯한 기하학적인 문양들.



그리고 에피톤프로젝트의 '유실물 보관소' 앨범 커버랑 비슷한 느낌으로 찍어본 사진. 그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사방으로 펼쳐진 전깃줄이지만서도.


그래도 이런 식의 유머러스한 벽화들이 늘어난 건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


그리고 곳곳이 새로이 단장중이고,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늘어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공방이나 기념품점이나


까페거나 게스트하우스겠지만, 이 곳의 주민들에게 실제로 좀더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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