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분명하고도 직관적인 화장실 표시라니. 게다가 인도의 최전선인 공항에서 꼭 어필해야 할 인도 전통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인도 출장중 저녁식사를 하러 들른 그럴듯한 바 겸 레스토랑. 잘 먹고 마신 후 야근을 하기 위해 일어서기 전 찾은 화장실 표시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이렇게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삿대질.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지 잔뜩 허벅지를 움츠린 남자. 어흑~ 하며 숨을 삼키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여자. 마찬가지로 엄청 급해보이는 포즈가 생생하다. 화장실이 깔끔하고 좋은 술집, 남녀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욱 좋고, 그런 술집 찾기가 강남에서도 쉽지 않은데 인도에서 이리 쾌적한 화장실과 세련된 표지를 만났다.



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


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





올댓재즈였던가, 핸드폰에 묵혀둔 케케묵은 사진인지라 어디에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등신대 크기의 남자와 여자가 자못 분위기 넘치는 포즈를 잡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겠다만


혹여 여자의 잘록한 허리라거나 남자의 근육질 팔목에 혹해 이성을 좇아 문을 열지 모를 일이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삼성, 샌디스크,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부스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모델 주다하, 김미혜, 박시현, 정주미 등등.

 

 

 

 

 

 

포즈를 취하기 전 자기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며 편한 표정과 포즈를 지은 채 웃고 있던 모델들.

 

모델들이 서 있는 앞으로 카메라폰, 똑딱이 카메라, 대형 DSLR에 이르기까지 렌즈를 겨눈 사람들.

 

모델인지 관계자인지 아님 그저 일반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남들이 찍으면 덩달아 불을 뿜는 카메라.

 

오랜 시간 마네킹처럼 얌전히 포즈를 살짝살짝 취하는데도 옷매무새는 곧잘 헝클어지나보다.

 

무대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델. 깔끔하고 화려한 무대 위에 선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쓰레기봉지 옆 뒷문을 지난다.

 

붙인 속눈썹과 서클렌즈로 고문당한 눈이 시뻘겋게 핏발이 서고, 입술 끝은 안간힘을 쓰며 올라가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다음 선수와 교체할 때의 후련한 표정이라니.

 

새로 무대에 서는 모델들은 신선한 에너지를 담뿍 담아 바톤 체인지.

 

아무리 그래도, 높은 굽 위에서 꽃장식을 이고지고 뭇 사람들의 시선과 대항했을 그녀들 참 대단하다.

 

그 와중에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살짝 자세를 풀어주는 모델도 있고.

 

누군가는 카메라 삼각대 다리만큼이나 여릿한 다리를 번갈아 꼬며 아픈 다리를 달래고 있었고.

 

누군가는 하품을 억지로 참는 듯, 충혈된 눈을 천천히 깜빡거리며 자꾸 찌르는 속눈썹을 달래보는 거 같기도.

 

어정쩡한 높이의 딱딱한 의자에 살짝 엉덩이만 걸친 채 높은 힐의 뾰족한 두 개 기둥에 실린 몸무게.

 

그러고 보면 기자재전 안에는 남자 스탭조차 찾기 힘들었던 거 같다. 온통 여자 여자 여자. 그것도..

 

장비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모델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님 그저 모델을 상대로 사진찍기 연습인지.

 

모델들이 세 방향으로 세워놓고는 벚꽃나무 모양의 무대는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어지럽진 않으려나.

 

당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놓은 모습에 눈이 갔다가도, 아무래도 이런 무대 뒤의 모습들,

 

남몰래 깜빡이며 속눈썹을 밀어낸다거나 구둣발 속 발가락을 꼼지락댄다거나 하는,

 

그녀들의 고충이나 인간적인 모습에 더욱 눈길이 가는 거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방송에 나왔다는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 부분만 보자.


나꼼수를 소비하는 개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리고 이에 반응해 비키니 사진을 올리던 뭘 하던 개인의 자유다.

그걸 두고 개인의 진심인지 얼굴 한번 팔아보려는 장삿속인지 따지는 것 자체는 의미도 없고 결론도 없다.


문제는 나꼼수다. 더이상 비주류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다. 비주류이기에는 일반 대중의 정서와 너무 영합하고 있고,

약자이기에는 말 한마디한마디의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이제 나꼼수는 MB집권 5년차 시대의 주류이자 강자다.


애초 씨바,씨바 거리며 육두문자와 마초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던 건 그들 스스로 비주류이자 약자를 자처하였기에

희석되었거나 용인되었는지 모른다. 불만과 불쾌함을 꾹꾹 눌러참는 것이 아니라 터뜨려 표현하는 게 통쾌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나꼼수'가 설정한 '선/악'의 닫힌 구도에 희망버스니, 비정규직 문제니, 양성문제니, 체제 문제같은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는 들어설 곳이 없었다. 나꼼수가 권력화되기 전엔 괜찮았다.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였을 뿐.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이제 주류화되어 대중의 등에 올라탄, 권력화된 '나꼼수'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자체의 문제의식 내에서 닫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세적으로 닫힌 이야기가 아닌 공세적으로 닫힌.


그 와중에 여성은 자위를 위한 '도색잡지' 수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그들의 높이에서 그것은, '하대'에 가깝다.

이거 괜찮은 건가. 다른 이슈들이 전부 희화화되고 상처받고 대상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조짐은 아닐까.


나꼼수 팀이 이전처럼 자유롭고 분방한 방송을 원한다면, 그리고 권력화와 주류 감성을 경계하고 싶다면, 이번 문제는

분명히 털고 가야 할 일이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와 조직되지 않은 비주류를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에 대한 바로미터다.




* 프레시안 만평, 손문상 화백의 그림 "씨바, 거기 조용 좀 합시다"



네발 달린 짐승이 슬쩍 고개를 돌린 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자태다. 이것은 뭐에 쓰는 물건인고, 묻고 싶게

만드는 이 물건의 이름은 호자(虎子), 백제 시대의 남성용 변기라고 한다. 아하. 그러고 보니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는 데다가 등언저리에 손잡이가 붙어 있는 게 보인다.


위트있게 슬쩍 뒤로 뺀 엉덩이하며, 몸통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그 은근한 곡선미하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있게

버티고 선 균형감하며, 집에 저런 거 하나 있으면 따로 화장실 안 쓸 거 같다. 게다가 휴대하기도 편하잖아.

변기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페트병이나 들고 다니던 현대인들에겐 없는 고졸한 운치와 미감은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이름은 '호자'라니, 왠지 볼 일을 보면서 호랑이처럼 울부짖어야 할 것 같은 충만함.

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신체의 구조와 용변의 자세가 다르니 남자와는 달라야 하는 건 사실 당연한 건데,

내가 봐왔던 휴대용 변기, 요강의 형태는 남녀에 무차별했던 것들 뿐이었다. 앞으로 길게 뻗어나온 입술이

편안한 배변을 돕기에 맞춤한 백제 여성들을 위한 변기, 신기하게 이름은 변기(便器) 그대로다.


이런 한자이름으로 백제 때도 불리웠을지는 모르겠지만, 변기(便器)라는 단어는 새겨보면 뭔가 의미심장하다.

지린내와 똥내가 섞여있는 단어라기보다는 '편리한 기구'라는 담백하고 호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단어랄까.


분명 장담하지만 이런 변기는 밤새 안녕하라는 의미로 방안에 들이는 일종의 '요강' 기능을 수행했을 테고,

일반 가정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체높으신 분들을 위한 물품이었을 터. 일반 백성들은 뭐, 집밖의 큰 나무아래

성별에 따른 편한 자세를 취하고는 대충 풀잎사귀 한줌 뜯어다가 닦고 덮어두고, 그랬을 거다.



@ 국립부여박물관.


초대장을 드리면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에 드리는 분들은 간판만 만드시고 사라지시는 거 아닐까,

게다가 공짜영화니 뭐니 선전에 열을 올리시는 스패머는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여섯 장 밖에 안 되니만치 꼭 필요한 분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맞추는 분께, 선착순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니체는 남성의 질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남성의 질병-자기 경멸이라는 남성의 질병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은 ○○○ 여성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뭐뭐한 여성, 그 빈칸 세 개의 정답을 맞춰주시는 분께 한하여 선착순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모 제한은 없으므로, 한번에 여러가지를 말씀하실 수도 있겠고, 혹은 생각날 때마다 몇 번씩 말씀하실 수도 있겠네요^^


 
● 일시 : 2009년 8월 30일(일) 20: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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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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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면접관으로 면접을 시행하고 나서 느낀 바를 포스팅했더니 모처럼 다음뷰에 올랐다.

([면접관 후기] 면접보는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그리고 쏟아지는 댓글들, 폭언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들. 확실히 군대는 민감한 주제다.

면접에서 군대얘기는 좀 진부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는 게 어떨지..라는 이야기에 열폭이라니.


2년에서 3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는 엄혹한 사실로부터 뿌리깊은 보상심리와 피해의식이

작동하며, 그건 동시에 턱없는 자부심이나 과도한 의미부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군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순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었다가, 또 순간 보람찬

애국자가 되어 자부심에 넘치기도 하는 자기분열적인 모습
을 보이는 거겠지만, 기본적으로

군인들의 애독서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란 점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깊은 한숨으로 마지막장을 덮게 되는.


게다가 돈있으면 만고땡인 한국사회에서 '군필'이란 딱지는 마치 돈없고 빽없고, 그래서

순진무구하고 선량한 서민/소시민의 자격증인 듯 간주되고 있으니 더더욱 피해의식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피해의식은 대개 풍부하게 공급되는 온갖 병역비리,

군필 논란사건을 보건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기도 하다.


결국 피해의식은 다음과 같은 이중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애초 군대를 남성만 간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

그리고 남성 중에서도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만 간다는 사실에서 비롯하는 부자(남성)에

대한 피해의식. (거기에 더해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널럴한 요즘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도 있지만 그건 차치하자.)

그리고 그런 피해의식은 바득바득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를 수반한다.

술자리에서 남자들 모두 자신이 가장 힘든 군생활 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보상심리의

사소한 발현일 거다.


만약 군대라는 공간이 조금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 알찬 곳이었어도 그렇게

큰 피해의식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만약 군대에서 뭔가 나름의 성과를 얻어 나왔다면, 뭔가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렇게 큰 피해의식이나 보상심리도 없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2년여의 시간을 밖에서 여성과 부자(남성)들이 공부하고 연수다녀오며 알차게 보낸만큼

자신들도 거기서 뭔가 스스로에 플러스가 되는 뭔가를 얻어왔다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렇게 강변하며

'군필'에 대한 배려 내지 선호를 당연하다고 말한다. 위계에 대한 예민한 감각, 상명하복의

체화, '튀지 않고' 중간만 가려는 무사안일주의랄까 그런 것들이 이미 우리 사회 조직문화의

일부로 흡수된지는 오래인 건 맞다. 뭐 일부 그런 기풍에 벗어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는

있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게 사실이다.


뭐 좋다. 그런 거 배울 수 있다고 치고, 진심으로 군대가 '조직문화를 익히는 배움의 전당'

이라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익힌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직장에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난 후에 수월하게 적응한다면 된 거 아닌가. 혹 군대에서 익혀나온 '조직문화', '협동/인화/

단결' 같은것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평가받지 못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페미니스트, 여성부,

군대내에서도 덜 '빡시다는' 곳을 다녀온 남성들..그런 사람들 때문에 가산점도 없어지고

호봉도 깎이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근데 이력서에는 군필 여부를 기록하고 구별이

가능토록 하고 있은 지 오래고, 군미필에 대한 주류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게 사실이니

별로 억울할 건 없지않나. 적잖이 보상받고 있잖아.


난 사실 군대에서 개뿔 얻은 것도 없고, 아무리 사회적으로 보상하려 해봐야 그건

2년 몇개월의 시간을 메꾸기엔 턱없으며 소모적이고 갈등적인 사회적 논란-남녀간,

빈부간-만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군대란 걸 모병제라거나 기타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현실에 적응시키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괜히 허풍떨듯 여성은 못가는 군대, 남성들만

뭔가 특별한 걸 배워나온 듯 과시하지 말고, 동시에 가장 불쌍하고 천대받는다는 듯

분노하지도 말고. 어차피 갔다온 사람들은, 앞으로 그곳에서 썩어나갈 사람들이 조금은

덜 썩을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은 더 스스로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군복무가 될 수

있도록 개선시킬 의무가 있는 거 아닌가.





P.S. 내 이전글 [면접관 후기] 면접보는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에서는 취업시 군필자와

미필자를 무차별하게 대하는 게 옳으니 그르니에 대한 글은 아니었다. 이미 이력서에 체크가

되어 아마도 서류전형에서 감안되었을 것이고, 면접때는 면접관의 이목을 끄는 좀더

생생하고 참신한 사례를 들어 본인을 어필하란 이야기였을 뿐. 군대 경험이 값진지 아닌지

그걸 따지는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저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핏발 세우고는 자부심과

피해의식이 마구 혼재된 심리상태를 자동기술하는 사람들은 참...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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