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모기와 혈투를 벌이다 뺨을 때리고야 잠들 수 있었다. 걱정을 잔뜩 하며 전자모기향과 모기약을

챙겨갔던 캄보디아에서도 못 겪었던 전례없는 수준의 치열한 사투였다. 급기야 절정고수만이 구성의 내력을

동원해 시전할 수 있다는 뺨과 모기를 한번에 때려잡는 일타쌍피의 묘수까지 선보였으니.


늦잠을 잤지만 버스는 나를 기다려줬고, 전철 역시 내 보폭과 속도를 감안한 듯 제깍제깍 들어왔던 멋진 아침.

사무실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마저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아가리를 쫙 벌려주는 통에, 묘한 두려움마저 일었다.

왠지 '운수좋은 날'의 그 대목이 떠올랐달까. "왜 사왔는데 먹지를 못하니." 그게 미래에 대한 예견이었던

시니컬한 자의 자기실현적 기대였던, 나름 기분좋게 시작한 g월 l일이었다.


근데 일주일 여행 다녀오면 뭔가 리프레쉬되고 일에도 집중할 수 있으리라던 건,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핑계였다. 이건 도무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이런저런 경로로 떨어지는 산발적이고 일회적인, 소모적인 일들은
 
그저 짜증이 날 뿐이다. 10월에 출장을 갈 지 말지도 모르겠고, 10월 중 있는 중요한 일 하나도 준비가 하나도

안 되고 있는 데다가, 계속해서 그런 생각 뿐이다. "여긴 어딘가 난 또 누군가."


게다가 오랜만에 다시 로그인한 구글토크, 늘 자동로그인하다가 다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치려는데 좀체

모르겠다. 몇 번씩 거부당하는 기분, 아는 숫자 문자 조합열을 모두 동원했지만 좀체 안 되니 미칠 노릇이다.

이놈의 구글은 늘 그랬다. 맨날 아이디 까먹고, 또 패스워드 까먹고. 재발급받고 나서 또 까먹고. 아...화나.

분명 여긴 내 집인데 왠 거지같은 게 집앞에서 설치며 못 들어간다고 깝쭉대고 있는 걸 눈뜨고 봐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라면 좀 전달이 되려나.


약간의 미열, 기침, 콧물과 어지러움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플루가 아닐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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