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펑, 펑, 풍선터지는 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잔뜩 배가 불러서는 제대로 날지 못하는 녀석들.

취침등 하나 없어 온통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조명삼아 휴대폰을 찾았다. 이미 야무지게 끈적한 느낌은

오감을 자극한 지 오래지만, 막상 휴대폰 조명 아래로 형체따위 사라진 시뻘건 곤죽을 바라보려니 기분이 더럽다.


하기야 풍선도 펑 터뜨리면 사방팔방에 대고 잔뜩 늘어져 보기 흉한 고무 쪼가리만 남겼댔다. 대학교 축제 때

매년 빠짐없이 등장했던 물풍선 놀이나, 초등학교 때 길가는 사람 맞춰보겠다고 물풍선을 창밖으로 폭탄처럼

투하하던 경험에 비춰보면, 그 돌돌 말린 고무쪼가리조차 어디로 전부 도망갔는지 찾기도 쉽지 않았던 듯.


모기는 없고, 모기의 가느다란 다리들과 샤벨은 보이지 않고, 흥건하던 핏물만 그새 말라붙었다.


가끔 이 녀석들은 주둥이에 칼을 물고는 어둠을 틈타 소리없이 접근해서는 내 숨통을 노리고 치명적인 검상(劍傷)을

입히려다 실패하고 사라지는 자객같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피부에 칼자국이 이리저리 나 있을 거 같은 느낌.

어둠 속 어디선가 위이~잉 하며 선회비행을 하다가는 어느순간 내 귓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파공성.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며 귀때기도 때리고 볼때기도 때리다 보니 차츰 배가 양껏 불러오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둔해졌나보다.


이쯤되면 펑, 펑, 풍선터지는 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