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벌써 몇년째 매 학기마다 학교와의 협의를 거쳐 학점을 인정받는 인턴을 십여명씩 뽑고 있다.

오늘은 상반기 인턴이 3월-6월로 마치고 난 후, 9월-12월 동안 근무하게 될 인턴들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상반기에도 인턴 면접때 면접관으로 들어갔었고 당시 경험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이
 
다음 첫화면에 뜨기도 했었지만, 그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이 적잖이 보이는 경험이었다.


인턴 면접은 각 팀의 실무자가 나가서 팀의 업무에 대한 짧막한 소개를 한 후, 그걸 기반으로 지원자들-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1, 2, 3순위 희망팀을 적어내고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물었던 질문들은 대체로 올 초와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 팀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알고 있는지? 아까 설명드렸던 내용이 충분히 이해되셨는지?"

"마지막 학기신데 졸업은 어떻게 하실 건지? 연말까지 인턴하려면 구직활동과 병행해야 할 텐데 괜찮을지?"

"경력사항 중의 이것은 무슨 일을 한 건지?"

"앞으로 이쪽 분야와 관련해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건지?"

"친구들이 자신을 센스있다, 눈치빠르다고 평가하는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평하는지?"


조금 까칠하다 싶은 질문이라면 이런 게 더 있었다.

"팀의 특성상 개인의 능력보다 팀웍과 융화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팀웍을 배우러 들어오겠다니 조금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진 않는지?"


이건 뭐 살짝 압박해서 반응을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모를 기우에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인턴이나 정식취업이나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 물론 당연히 뭔가를 배우게 되는거고,

그 자리에 딱 맞는 능력을 이미 갖춘 사람이 어디있냐만, 말하기의 스킬 면에서, 설득력 면에서 이런 식의

발언은 조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경력이 좀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있는데 설명할 수 있는지?"

이건 내 경력도 워낙 일관성이 없어서 많이 들었던 얘기였기에, 이런 가벼운 인턴 면접때 미리 한번

물어보고 대비케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럴 때 "얼핏 보면 좀 (미친년) 널뛰듯 하는 경력이라 여기실지

모르지만"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치만 상대가 묻기 전에

먼저 그걸 방어해주거나, 묻고 나서 뭔가 잘 답하지 않으면 큰 허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건 틀림없다.


그 밖에 우리팀 하반기 일정상 인턴이 운전면허가 필요할 듯 하여 그것도 물었다.

"운전면허증은 있는지? 운전은 잘 하는지?"

물론 면허증이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다만 있으면 좋겠다, 정도.


몇가지 촌평이라면, 올 초에 내가 올렸던 포스팅(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에서 지적했던 몇몇 아쉬운 점들,

1) 단답식의 답변이 아닌 서술형의 답변을 하자,

2) 상대와의 호흡을 고려해서 자연스러운 인터벌을 두고 대답하자,

3) 말할 때 태도가 흐트러지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동작을 피하자,

4) 마지막으로 묻는 자유질문의 기회를 잘 활용하자.

정도에 더해 다른 것들, 특히 남녀간의 차이가 두드러졌던 것 같다.


서류 통과자, 그니까 면접 대상자 중 남성은 채 1/3도 안 되었는데, 역시 요새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훨씬 성적관리나 기타 취직준비에 철저한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야무진 (듯한) 표정과 말투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몇가지 남정네들의 허술한 답변이 맘에 안들었다.


"저는 군대를 다녀와서 인화/협동심/여하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행정병이었기 때문에 조직 문화에 훨씬 익숙한 편입니다."

"군대가 제 삶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군대에서 있었던 xx입니다."

"군대에서 안 해 본게 없기 때문에 뭐든 시키면 다 잘합니다."

"군대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 몸쓰는 건 자신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조직에 훨씬 적응을 잘 할거라는 장담, 군대 다녀왔으니 협동심을 체화했다는 장담,

이런 대답은 좀 곤란하지 싶다. 군대 문화가 곧 조직 문화는 아닌데다가, '센스있고 눈치빠르며 팀웍을

중시하냐'는 게 '군대 문화에 절어있'냐는 걸 묻는 건 아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조직문화가 군대의 그것과

과히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는데다가 면접관 개개인과

대면하고 있는 거지 저높이 앉아 조직을 위해 발언하는 기성세대-꼰대-와 대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CEO 면접이나 고위급 면접이라면 좀더 조직차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안전하게 가야하겠지만,

그때 역시 군대를 앞세운 이야기는 위험하다고 본다. 이미 그들도 최소한 머리로는 충분히 군대문화의 폐해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시대인 거다. 심지어 면접관이 젊은 사람이고, 혹은 여성인 경우에도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할 건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군대에서 개인적으로 그런 값진 체험을 했고, 떳떳이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다 하더라도, 실용적인 견지에서도 군대 이야기는 너무 식상하다. 너무 식상하고,

이미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잔뜩 끼어있어 그걸 만회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놀랍게도(안 놀라움

말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소개서에 군대이야기를 주절주절 적고 있다는 거다. 달리 쓸 만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혹은 정말 이시대 한국 20대 남성의 삶에 그만큼 큰 흔적을 남기는 게 사실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이경우라면 십분 공감하는 바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남자들, 좀 영리해지자. 는 거다.


자신을 어필하고 자신의 장점을 알리려는데 전혀 참신하지도 않고, 상대의 흥미를 끌지도 못하는 '군대'란 소재를

앞머리에 끼워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어떻게 보나 손해보는 짓이란 뜻이다. 가뜩이나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어수룩해 보이고, 훨씬 수줍어 보이는데다가 말도 잘 못하는 게 남성들 아닌가.(일반적으로 말이다.)
 



덧댐. 물론 특수직종이나 특정 기업에서는 군대의 경험을 높이 살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난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라 하나의 추세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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