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서 김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한, 일종의 항공사진이랄까. 어젯밤에 중부지방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더니 제법 가벼운 느낌으로 쳐내어진 구름들이 하얗게 깔려선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조그마한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분명한 속도감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구름들은 더러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혹은 딱 붙어서는 전혀 움직임없이 비행기와

함께 흘러가는 듯 하기도 했다. 비행기 탈 때마다 잠시 구경하다가 이내 창문을 내리고

잠을 청하거나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작정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지루할 틈 없이 뭉개지고

다시 뭉쳐지고 또다시 뭉개지는 그 모양새와 디테일한 보슬보슬함에 눈을 뗄 수가 없다.

터키의 파묵칼레, 온통 하얀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반짝거리는 새하얀 산이었던 그곳에

다시 오른 느낌이었다. 비행기 문을 열고 저위로 한걸음 내딛으면 딱딱한 바닥이 감각될 듯한.

맨발로 그 하얀 석회석과 미끈거리는 물을 가르며 걸었던 기억이 문득 발에 돌아왔지만,

아니면 북극이나 남극에 둥둥 떠다닐 커다란 빙하에 오른 듯 차가운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도 제법 날카롭고 높직한 산맥이 내달리는가 하면, 평야가 넓게 펼쳐지기도 하고,

새하얀 대지 아래를 적시며 잿빛 강이 흐르기도 했다. 예전에 봤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업'이 떠올랐다. 색색의 풍선들을 매달고 하늘을 나는 집, Adventure is up there라고 했지만

실은 Adventure란 게 어디에나 있음을 이야기하던, 그리고 인생을 순식간에 흘려보내는

압도적인 오프닝이 있었던 멋진 애니메이션. 풍선들 대신 비행기를 탔지만, 그림으로

접했던 그네들의 설렘과 열광, 흥분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부산에 거의 도착할 무렵, 지상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불쑥 굽어진 어떤 강이

온통 황토빛으로 흐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탁하고, 무겁고, 혹시나 4대강 삽질때문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워낙 새하얗고 가볍고 장난스러워서

상대적으로 더욱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줘야 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안탈랴에서 마주쳤던 아이들, 저울을 갖고 다니며 몸무게를 재주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터키 전통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를 파는 맥도널드 앞에서 머니머니~를 외치며 오가는 관광객을

붙잡기도 하고 있었다. 크고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인, 그래서 그저 선해보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눈에 꽉 찼다.


파묵칼레로 이동하려고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문득 볼일이 있어서 급하게 주위를 찾았더니, 화장실 앞에

지하철 같은 회전문이 설치되어있었다. 무려 500,000터키쉬리라. 그래봐야 한국돈으로 치면 500원이라지만

어쨌든 이런 치사한.


안탈랴(Antalya)에서 데니즐리(Denizli)까지 4시간, 거기에서 다시 파묵칼레(Pamukkale)까지 30분 소요.

생각보다 피곤했었나보다. 여러 사람과 계속 다녀서 그랬는지, 혹은 맨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빡센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내 자버렸다. 생각보다 파묵칼레는 별로였다.

탄산성분을 흠뻑 함유하고 있는 온천이 흘러나와 기원전시대부터 휴양지로 이름높았다는 파묵칼레, 이곳의

하얀 물그릇같은 웅덩이에 층층이 고인 하늘빛 물결이 찰랑이는 그림. 요새 터키 관광을 홍보하는 광고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로 그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던가,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고.

여러 이유가 있었을 거지만, 이 탄산온천 지역의 환경 및 수량 보존을 위해 유량을 제한하고 있었다는 것도 하나,

그리고 뭐랄까...딱 이 사진만큼의 풍경이었다는 이유도 하나, 마지막으로 저 언덕을 올라가는데 신발을 벗고

맨발로 느꼈던 물머금은 탄산칼슘 덩어리들의 찝질한 감촉이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는 것 하나까지.

해가 질 무렵 다시 올랐던 파묵칼레에서의 그늘진 풍경. 때로는 잔뜩 선망을 품고 다가갔던 그에게서 생각보다

전혀 진부하거나 실망스런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는 거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새하얀 '목화의 성'(파묵칼레의

의미라던데)다운 풍모가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이대고 볼수록 뭔가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는..멀리서 바라볼 때

더 좋은 풍경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에서 걸어서 고작 몇 분..? 그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고대의 도시 유적이다. 집터라거나,

아치형 문의 형체라거나, 여러 유적들이 남아있지만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2세기경에 만들어졌다는 로마의

원형극장이었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에 귀를 쫑긋세워 감청해 보니 여기가

오히려 그곳보다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도 못지 않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실제로 여전히 당시 고안되어

배치되었던 돌들에 반사되는 음향효과가 작동하고 있어, 무대 위에서 지른 소리가 관객석 뒤쪽까지 전달된다고

했다. 반신반의하는 여행객들. 나도 뒤에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원형극장을 한바퀴 돌았다.

그걸 확인하러 무대와 관객에 뿔뿔이 흩어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경탄하는 여행자들. 나는 신체분절의

마법을 사용하여 조금씩 사진 속에 나를 구겨넣기로 하고, 나의 가지런한 두 발을 사진에 담았다. 아 물론,

내 귀에도 무대에서 누군가가 "마이크 테스트"를 웅얼대는 소리가 와닿았었다.

더운 날씨였다. 8월의 터키는 계속 그랬었던 것 같다. 유럽에서 온 듯한 여행객들은 웃통을 훌떡 벗어제끼고,

우람한 배와 복실복실한 가슴털을 자랑하며 활개치고 다녔다.




지금까지의 1/4에서 3/4까지가 올해 찍은 사진들로만 고른 거라면, 마지막 4/4는 지금까지 곱게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채 빛을 못 보고 있던 사진들 중 그나마 인물이 소거되어 있거나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진. 사실은

조만간..아마도 조만간 내 블로그에 전부 글과 함께 올리려고 하는 사진들인데, 어느새 사진공모에 몹시 몰입한

터라 우선 몇 장 올려본달까. 6월이 좋겠다 싶은 사진들. (자꾸 머릿속에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어쩌구 음산한

목소리가 맴돌지만, 꿋꿋이 거부하는 중..)

#1. 태국 농눅 빌리지의 프렌치 가든.

#2. 태국 농눅 빌리지의 프렌치가든2.

#3. 태국 아유타야사원의 어느 길.

#4. 방콕 인근 어딘가의 높은 사원.

#5. 그 태국 방콕 인근 높은 사원에서 내려다본 아랫풍경.

#6. 태국 농눅 빌리지 안의 어느 정원길.

#7. 태국 어딘가의 수상 시장.

#8. 태국 아유타야 근처던가..코끼리와 사이좋은 아저씨.

#9. 태국 꾸란섬 가는 길의 해변가.

#10. 태국 수상 시장위 벌려진 좌판대들.

#11. 6월엔 아마도 부처님오신날. 태국의 어느 사원.

#12. 태국 아유타야 사원의 부처상.

#13. 태국 위만멕궁전의 처마.

#14. 터키의 파묵칼레. 하얀 수반에 담긴 하늘빛 물결.

#15. 터키 파묵칼레 위로 쏟아지는 햇살.

#16. 터키 에페스의 원형극장.

#17. 터키 카파도키아, 땅에서 솟아난듯한 버섯마을.

#18. 터키 카파도키아, 러브 밸리란 이름의 유래는..?

#19. 터키 카파도키아. 뒷편의 장미빛 고운 로즈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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