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화장실이 급할 만큼 긴 시간 배를 탄 적이...부산에서 후쿠오카 건너갔던 때 말고는 없었던 거

같다. 그 쾌속선이야 워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으니 딱히 화장실이 눈에 띌 만큼 특징적이지도 않았지만,

남해의 소매물도니 외도를 돌아보는 이 유람선에 이렇게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은 신기했던 거다.


뭐,이런 화장실에 눈이 갈 만큼 긴 시간 배를 탔던 것도 이유겠고, '소변만 가능'하다는 저 협소하고 불편해

보이는 조그마한 공간이 불쑥 혹처럼 튀어나온 게 눈에 잘 띄기도 했고. 살짝 문을 열어보고는 그 강렬한

냄새와 위생상태에 질겁을 하며 문을 닫아버렸다는.

사실 파도만 좀 잔잔해서 바다가 거울같이 반반하고 실크처럼 매끈하다면, 그래서 배가 전혀 요동이 없고

흔들거리지 않았다면 화장실이 그렇게까지 되어버리진 않았을 거라 짐작해 본다. 배 위에서 일을 본다는 건

일종의 거대한 천재지변과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의지, 그 의지로 자폭해버리거나 뒷사람에 민폐를

끼치는 걸 막기 위해 아마도 '소변만' 가능하다고 읍소한 거였나 보다.




통영 미륵산 정상까지,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나니 발아래 저만치 보이던 잔뜩

갈기갈기 찢긴 듯한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정말 저 너머가 바다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빼곡하다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수평선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섬마다 소보록하게 덮여있는 나무들의 질감은, 마치 습기찬 어느 바윗돌 위에 잔뜩 덮여있는

촉촉한 이끼같이 부드럽고 보슬보슬할 거 같다. 저 너머 너울너울 오르내리는 섬들의 실루엣은

무슨 장대한 산맥이 몇겹으로 놓여있는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전날 저녁에 횟집에서 푸짐한 상차림을 마주하기 전에, 얇은 비닐이 한 겹 깔려있는 테이블 위에

또르르 물방울이 굴렀었다. 사방으로 퍼진 물방울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땡글땡글 섬처럼

자리잡았다. 한려수도의 수많은 이름모를 크고 작은 섬들처럼.


그는 그녀를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던 게다.

무작정 통영에 내려와서는 다소간의 인연을 빌미로 무작정 불러낸 그녀와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그녀는 차를 배웅하던 그 순간.

창밖에 선 그녀를 향한 그의 손이 갈고리가 되었다. 그의 손이 유리창을 긁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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