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중심부인 슈퍼트리 글로브에서부터 바깥방향으로 크게 돌아 실내 정원으로 가는 길,

 

잔디밭 위에 둥실 떠올라 있는 듯한 커다란 아기 조각상이 시선을 붙잡는다.

 

 

싱가포르 플라이어, Flyer를 바라보고 있는 Dragon Fly의 Flyer. 이런 유머러스함을 녹여낸 건 아마도 작가의 의도려나.

 

 

어느새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그늘 한줌조차 남기지 않는 시간, 그나마 날이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지만 햇살은 만만찮다.

 

 

 

멀찍이 윤곽을 드러내는 실내 정원. 그러고 보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색깔은 보라색인 걸까, 공항에서부터 세련된 보라색이 눈에 띈다.

 

이빨 하나하나 정교하게 새겨진 악어 조각상, 그저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이 자체가 긴의자로 사람들의 쉼터가 된다.

 

그리고 플라워 돔 입장. 두개의 실내 정원 입장료가 근 SD28 이던가, 대충 한화로 이만오천원 선인 거 같은데 아깝지 않았다.

 

 

여기서부턴 그저 식물원 내의 이쁜 꽃들을 담은 사진들.

 

 

 

 

 

 

 

 

 

 

 

 

 

 

 

 

 

 

 

아프리카 바오밥나무에서부터 다육식물들, 각종 지역별 특색이 살아있는 정원까지 굉장히 큰 규모로 꾸며진 데도 놀랐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유럽 성의 컨셉을 따르는 거 같아서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저런 인형이 중간중간 화려하게 등장하고.

 

 

 

 

뭐랄까, 식물원 위에서부터 설렁설렁 내려오다 보면 왠지 공주를 지키러 온 기사단과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

 

 

그리고, 탐스럽고 동글동글한 이끼더미가 치덕치덕 달라붙어있던 공간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면 딱 귀여울 거 같은데 딱 발딛을 장소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세워뒀다.

 

 

 

 

 

북아프리카의 강렬한 태양 아래, 반짝반짝 파랗게 빛나는 수평선이 창문틀 위로 쑤욱 올라서있다.

빳빳하게 긴장한 태양은 시커먼 먹지같은 카펫에다 창문틀 모양의 빨간 도장을 쿡 찍어버렸고.


어쩌다 창문 너머로 수평선이 올라서 있는 그림을 보게 되면 뭔가 되게 어색하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눈의 착각이거나 시점의 높이로 충분히 가능한 일일 텐데, 이렇게 직접 사진으로 구현된 그런 모습을

보니까 이제서야 납득이 간다. 여전히 살짝 어색해 보이는 완고한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알제리의 환율은 2009년 5월 현재 US$1 = AD72.3289. 400,000 알제리 디나르였던가..그다지 크지 않은 돈을 갖고도

저렇게 푸짐한 돈뭉치와 똥글박이들을 (잠시나마) 쥐고 있을 수 있다는 건, 꽤나 기분좋은 일이었다.

김정은이 그토록 외쳐댔던, "여러분~ 부자되세요~" 전 부자됐어요~* 라고 답해주고 싶었다는.


P.S.

저녁시간이 되어 문득 생각나는 그때의 만찬..배고프다..T^T

지중해와 알제리 사이에는 누렇고도 길다란 모래변이 있다. 지중해를 바로 굽어보는 호텔에서 나와 지중해로.

어제는 모랫바람이 불어온 건지 해변가 모래들이 바람에 휩쓸린 건지 온통 누런 바람이 불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그야말로 쾌청이다. 뭔가 황량하고 황폐한 느낌의 도로와 길가 녹지를 밟고 건너 바다로.

쉐라톤 호텔이 차지하고 있는 이 해변엔 주인없는 긴 의자들이 네개씩 다섯개씩 열맞춰 가지런했다, 위풍당당한

포신처럼 말린 파라솔을 하늘향해 쳐들고는 꼿꼿이 자세 유지 중. 발이 푹푹 빠지는 고운 모래사장이라 이미

내 구두 속은 씨름판이 된지 오래였는데, 이런 곳에서 저렇게 가지런히 긴의자를 세팅해두다니. 턱없는 감탄.


저 멀리 보이는 곶은 알제리 해방전쟁 때 프랑스군이 가장 최초로 침투했던 곳이라고 했다.

바람이 거셌다. 바람 따라 파도도 거셌다. 하얀 포말이 모래사장에 욱씬, 하며 부서져내렸다.

바닷가에 오면 늘 파도를 헤아려 보게 되는 건, 어렸을 적 무슨 동화에선가 아홉번째 파도가 그 중 크다는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 동화에선 눈이 바다색인 바다고양이가 나왔었다.

아무 긴의자에나 털썩 주저앉았다. 의자 위 얇게, 그렇지만 빈틈없이 코팅된 모래가 정장바지와 사각거렸지만
 
뭐, 알제리의 지중해를 맞이하는 데 적절한 옷차림을 하고 나올 만한 짬은 애시당초 포기했단 말이다.

역시, 알제리의 건물들은 대부분 베이지색이랄까, 회색조랄까. 바닷가 포말의 색깔같기도 하다. 색채 부족.

뒤를 돌아보면 조막만한 그림자만을 겨우 숨긴 긴의자들이 태양 아래 희뿌옇다.

"그것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똑같이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대가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지끈거렸다...다만 이마 위에 울리는 태양의 심벌즈 소리와, 단도로부터 여전히 내 앞으로

뻗어나오는 눈부신 빛의 칼날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모든 것이 기우뚱한 것은 그때였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왔다. 하늘은 활짝 열리며 불을 비오듯 쏟아놓는 것만 같았다." (이방인, 까뮈)


아마 뫼르소 그는 바다를 등지고 있었을 거다. 바다의 요란스런 소리를 듣되 그 율동감넘치는 움직임을 못 봤기에

더위를 못 참은 게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해변가 한 귀퉁이의 계단. 힘주어 밟기도 겁날 정도의 바닥, 하물며 설핏 손대기조차

미안해지는 앙상한 난간.

아마도 쉐라톤 소유의 해변과 이외의 해변을 가로막아 놓은 거겠지. 모래사장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누런 빛깔의

홑껍데기 성벽이 쉐라톤의 영지를 수호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해변가 저편에는 깃발도 펄럭인다. 줌으로 땡겨보니 이런, 이 영지를 소유한 가문의 문장, 커다란 에스.

뭔가 깃발이 저렇게 혼자 맹렬하게 바람에 나부끼는 걸 보자니 피가 끓는다. 왜지..?ㅡㅡ;

바닷가, 그러니까 모래사장과 땅의 경계란 건 늘 모호하기 마련이어서, 표현하기도, 인식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이런 식으로 돌멩이 마구 모아놓고 대충 야트막한 녹색식물 삐쭉삐쭉 꼽아놓으면 거기가 경계려니 한다.

자연스럽게 눙치고 들어가는 모래사장과 맨땅, 둘의 자연스러운 화해가 이뤄진다.

베티블루라는 영화에서 이런 비슷한 신이 있었던 거 같다. 주인공 남자가 베티와 함께 해변가의 허름한

집을 얻어 신나게 꾸미던 장면이었던가.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 다시 영화를 확인해볼만큼 열의가

뻗치진 않았으니 그냥 그랬나보다..그랬던 영화같다..정도로 넘어간다.

지단도 이렇게 해변가에서 동네친구들과 축구를 했을까? 호텔 안에는 온통 정신없고 뭔가 중요한 '척' 하는 일들이

가득한데 여긴 참 유유하다. 적당히 경쾌한 템포의 파도소리 덕분에 너무 늘어지는 느낌도 없고.

여전히 바람은 미친듯이 세게 불었다. 골대 앞 존을 그리는 사람은 몇번이고 흰색가루통에 손을 넣었다 뺐다.

손에서 흘러내린 가루들이 모래사장에 선을 그린 채 얌전히 버텨줘야 하는데, 미처 바닥에 안착하기도 전에

거개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붉은 황소도 뿔났다. 깃발처럼 펄럭거리던 황소가 어느 순간 똑바로 알루미늄 봉을 향해 돌진하는 자세를

취했고, 나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저 녀석의 각진 몸뚱이와 붉은 투혼을 기울지 않고 그럭저럭 담았다.

알제리 쉐라톤 호텔은 호텔 투숙객을 위한 전용 비치를 갖고 있다. 초록색 잔디 정원이 넓게 펼쳐진 뒤로 보이는

남푸른 지중해 바다. 3박을 묵으면서 늘 창밖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틈만 나면 창가에 붙어

바다를 바라봤다.

어디를 가던 외국 단체 방문단에겐 경찰 호위가 붙어야 하는 나라지만, 의외로 호텔에 들어오는 절차는 간단했다.

물론 따로 우리 방문단을 챙기는 시큐리티팀이 가동되었다고는 해도, 저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검색대, 그리고

검색하겠다는 의지의 수위가 다른 아랍국가에 비하자면 매우 낮은 편이었달까. 최대한 우리 측의 편의를 봐준 탓도

있겠지만, 이거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하는 희미한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

호텔 로비를 딱 들어서면 보이는 계단. 이틀동안 회의다 오찬이다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면서도 막상 저 계단을

밟아본 건 삼일째쯤 되는 날이었다.

금연 표시는 어디에나 붙어있었다. 화장실, 엘레베이터, 복도..그렇지만 그건 거꾸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연기가

피워올려짐을 의미했다. 심지어는 회의장 내부, 호텔 복도..모든 곳에서.

내가 있던 곳은 주로 호텔 로비에 있는 푹신한 긴의자. Amir를 만나 아랍어나 불어 통역을 부탁할 때, 혹은 환전을

부탁할 때, 그리고 Farid에게 급작스레 변경된 배차계획을 알려주고 차량 이동을 부탁할 때. 금연공간이라지만

아랍인들이 모두들 장소불문 담배를 피워올렸고, 금세 한국인들도 장소불문 담배를 꼬나물었다.

담배연기로 자욱한 그 로비 귀퉁이 긴의자에서 바라보는 화려한 계단. 저 정도의 계단이면 뭔가 무도회를 열기에도

안성맞춤이겠는걸. 하얀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가 하얗고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살짝살짝 발등으로 쳐내리며 계단을

우아하게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지중해 비치를 소유하고 있는데다가, 이런 벨리댄스 쇼까지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이곳은 휴양지로 정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국제행사를 하기에는 영...

일단 불어의 문제. 화장실도 이렇게 '옴므'와 '팜므'로 표시되어 있을 정도. 영어는 기본적으로 이들 알제리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언어인 게다.

화장실 앞에서 만난 신기한 기계. 뭐냐면, 무료로 구두를 닦을 수 있는 구두닦이 기계였다. 왼쪽에서부터 구두약을

찍찍 눌러서 구두위에 짜내고, 두번째 부드러운 솔로 한번 구두약을 문질러 주며, 부드러운 세번째, 거친 네번째 솔
 
중 취향에 맞는 것으로 광내기작업 마무리. 새벽부터 저녁까지 벗지도 못하고 발발댄 탓에 막 물기짜낸 걸레처럼

찐득거리는 구두에 호사 좀 부려볼랬더니, 구두약부터 안 나온다. 걍 솔질 몇번 하며 킬킬대주고 치웠다.

오찬 행사장을 미리 점검하러 들어갔더니 의자들에 하얀 시트를 씌우고 있었다. 무질서하게 배열된 그 의자들이

마치 자체의 의지를 가지고 창밖을 내다보거나, 혹은 자신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그 위에

앉히고야 소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몸짓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바다, 초록빛 잔디. 나처럼 의자들도 저런 풍경에 매혹되고 말았나보다.

한편에는 풀장도 있다. 이 풀장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수영복을 가져갔는데, 고이 접어 가져간 그대로 고이 접힌 채

집까지 들고 왔다. 수영은 무슨.

종종 보기에는 이쁜데 실제 가서 앉고 싶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의자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매력적이고, 딱히

나쁜 점을 꼽아낼 수 없으며 외려 내게 과분할 수도 있는 사람인데, 뭔가 주저하게 된다. 내게 그런 의자들은

왠지 호텔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카파도키아를 떠나 지중해와 '나무 위의 집'-허클베리 핀이 살았을 법한-이 기다리는 올림포스로 향했다.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도시라는 안탈랴(Antalya)에서 머물 생각이었으나, 올림포스에 있다는 나무위의 집과

오렌지밭이 궁금했다. 카파도키아에서 올림푸스까지는 11시간, 버스비만 무려 25,000bin. 밤새도록 달리는

버스에서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이스탄불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야누님과 그랬듯.

그리고 이어폰을 나눠낀 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새벽 6시. 안탈랴에서 잠시 버벅대다가 올림포스행 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오렌지 펜션으로.

오렌지 펜션의 나무위의 집. 첫인상은 머..신기하고 색다르기도 하고 그런데, 좀 거리를 두고 보면 가건물같기도

하다. 통나무집 짓고 쓰고 남은 자재로 얼기설기 지은 게 아닌가 하고. 중간층의 더블룸을 잡고 나서는 올림포스

유적과 해변 쪽으로 나가보았다. 해변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다고 들었고, 실제로 옆에선 입장티켓을 끊던데...

난 걍 들어갈 수 있었다. 절대 꼼수를 쓰거나 비비적대며 사람들 틈에 묻어 들어간 건 아니다.

지중해. 정말 파란 바다와 물밑 자갈들의 반짝거림. 잠시 갈등하다 이내 팬티만 남기고 바다로 입수.

어찌나 좋던지.

걍 암 생각없이 멍하니 파도만 바라보다 바닷가에 누워 낮잠을 즐겼다.

노느라 정작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던 건...최소한 지중해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건 아쉽기 짝이 없다는..

점심 때 수박하고 빵을 양껏 먹었는지라 별로 배는 안 고팠고, 맛난 요구르트를 후식삼아 한끼를 해결하고는

친구와 맥주 한병씩. 지치도록 바닷가를 거닐며 이야기하고 '가건물'로 돌아왔다. 아침, 점심, 저녁...빵에

고등어를 집어넣거나, 양고기를 넣거나, 혹은 치킨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삼시세끼를 해치웠더랬다.

머 먹는 거라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튼튼한 위와 비위좋은 미감을 감사할 뿐. 터키의 수도물과

이집트의 수도물 역시 내 위장을 비틀어대지는 못했으니.ㅋ


다음날 눈뜨자마자 샤워를 하고, 역시나 전통적인 터키의 아침. 걍 과일과 빵. 늘 그렇듯 맛있게 먹고 설탕 듬뿍한

애플티를 석잔. 오전에 좀더 거닐다가 안탈랴로 다시 빽.


지중해의 풍토란 건 그전에 보았던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랑은 영 다른, 그런 햇빛과 분위기가 있었다.

휴양도시라서 그런지 유로화가 많이 쓰이고, 물어물어 찾은 Lase Pension에 4$짜리 돔베드를 잡고 바로 나서선

골목골목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목걸이, 팔찌, 귀걸이 같은 온갖 장신구에, 장식품에, 특이한 문양의 헤나며

타투까지 아이쇼핑하기 너무도 좋았던 그 뒷골목들. 생오렌지를 갈아만든 주스도 사마시며 올림푸스와 비슷하게

휴양하는 기분으로 다니는 게 조금 처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했지만, 카라알리올루 공원서 본 퍼어런 바다색과 그

율동감을 넋놓고 바라보면서...그냥 맘을 놓아버렸다.


코에 피어싱을 고민하는 친구를 부추기기도 하고, 오렌지주스맛을 못 잊어 다시 大자로 사먹으며 케밥먹고, 저녁

해가 어슴푸레해진 안탈랴의 구시가를 거닐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철푸덕 자리잡았던 카리알리공원 명당자리서

돈계산을 한번 해보곤, 딱 액수가 맞음을 핑계로 쐈던 Efes Dark 두어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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