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뾰족하니 솟아오르고, 둥긋둥긋한 꽃잎 위로 나비가 깃을 나리던 곳. 색소폰 소리 짙게 울리는 두물머리 옆의 세미원이다.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잇는 배다리, 배를 둥둥 엮어 만든 다리라 하여 배다리라 하였던가. 제법 센스넘치는 안내문이 각별하다.

 

 

 

 

이렇게 수십척의 배를 매어 다리를 만드는 건 아마도 높은 분의 행차를 위해서렸다, 색색의 깃발을 세워둔 것만 해도 알만 하다.

 

 

트로트삘 충만한 색소폰 소리는 사진에 담기지 않았지만, 왠지 두물머리의 풍경에는 자연스레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입장료는 25달러를 '권장'하나 원치 않으면 그냥 내지 않고 들어가도 된다. 미국에선 흔치 않은

 

국영 기관의 배포라고 해야 하려나. 센트럴 파크를 잠시 걸어주다가 날도 덥고, 앞에 색소폰 부는 아저씨가 먼저 날 불렀다.

 

사진엔 성조기를 꺼내들었지만, 공연 중에 각국의 국기를 꺼내들며 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각양각색의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그리고 두둑한 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다.

 

원색의 옷을 입은 가족, 아이들은 흥겨운 색소폰 운율에 맞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 계단을 마구 뛰어놀았다.

 

조금 앉아서 연주를 듣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슬쩍 둘러나 보자고 박물관 안에 들어갔다.

 

 

박물관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이집트 파라오의 좌상. 박물관 1층의 큰 비중을 차지한 전시물이 이집트 유물들이기도 하다.

 

 

2004년에 이집트 여행을 한달동안 하며 내겐 특별하고 소중한 곳으로 각인되어버린 이집트, 여기서 이리 보니 반갑다.

 

이집트 미술이라고 전부 정면을 바라보는 건 아니란 말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나신의 여인.

 

 

사람들이 전부 한번씩 고개를 빼고 안을 들여다보게 만들던 커다란 석관. 그치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쿠푸왕의 대피라밋에 있었던 석관도 딱 이런 사이즈였던 듯. 그 안에 들어가 누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는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금반지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피에타 상.

 

 

그리고 유럽 상류계층의 호화스러운 가구들과 생활 자기들.

 

 

 

작품을 보며 제목이 뭘까, 상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라고 하면 이 작품은 그 재미를 만끽시켜 준다. "겨울".

 

 

 

 

 

 

 

 

사랑의 비너스~ CM송의 위력을 되새기게 만드는 비너스.

 

 

이 작품의 제목은, "밤"이다.

 

 

이런 테이블은 아무런 실용적인 용도는 충족시키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멋지다.

 

 

여성의 성기를 저런 모양으로 단순화해서 나타내다니, 감탄감탄.

 

 

그리고 아마도 남미나 중미 고대 문명관으로 넘어온 듯. 동선이 좀 복잡하게 짜여있어서 어디로 향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제는 썰물빠지듯 지나가버린 올림픽을 되새기며 그리스의 도자기 몇 점.

 

남자들이 고추를 덜렁거리며 뛰어다니던 게 올림픽의 시초란 건데, 그 때나 지금이나 운동 그 자체보다 그 위에

 

이리저리 얹어둔 정치적 의미와 역학 관계가 더 중요했던 시기들이 많았을 거다. 혹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번지거나.

 

 

뉴욕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들의 폐장 시간은 네시 반. 생각보다 꽤나 이른 시간이지만 얄짤 없다.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연주 중이던 아저씨.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지만 아저씨는 지나가던 아가한테

 

무릎을 꿇고 '잘자라 우리아가', 이게 슈베르트의 자장곡이던가, 그걸 불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박물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더러는 계단에 철퍼덕 앉고, 더러는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버리고, 그런 어느 한가하고

 

따뜻한 뉴욕 중심가 여름날의 오후.

 

 

 

 

 

금요일 점심마다 짬을 내어 피아노 학원을 다닌지도 어언 3개월, 이제 슬슬 새끼손가락에도 힘이 들어가고 어렸을 적

배웠던 것들이 몸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질러버렸다. 피아노. CASIO의 PX320, 가뜩이나 책으로 가득차서

좁은 방에 뭔가를 더 들이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멜로디 악기를 쭉 배우고 싶단 생각에 중고로 질렀다.

(셔터속도 15 sec, 조리개 F/29.0, ISO 800)

그리고 틈날 때마다 맹연습 중.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나, 늦게 들어가더라도 괜히 술이 땡기는 날이면 예전처럼

혼자 술을 홀짝이는 대신 피아노 커버를 벗기고 이것저것 치고 있다. 초딩 때 쳤던 정규과정에 따르자면 모차르트

연습곡 번호 5번이나 7번을 치는 수준에까지는 돌아왔는데, 굳이 그 레파토리 따르지 않고 치고 싶은 곡들 치려고

지금은 유키 구라모토의 'ROMANCE'와 야니의 'ONE MAN'S DREAM'을 주로 연습하는 중.

(셔터속도 5 sec, 조리개 F/11.0, ISO 100)

술을 혼자 마시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엊그제부터는 집에서 위스키나 꼬냑 한 잔 따라두고 향이 잔잔하게

퍼지기를 기다리며 두어번 곡을 연습하는 재미에 눈을 떠 버렸다. 비틀비틀 건반 위를 허우적대다가 보면 어느 순간

황금빛 알콜의 짙고 끈적한 향이 음표처럼 방안을 떠도는 거다.

(셔터속도 8 sec, 조리개 F/32.0, ISO 1600)

우야튼 그리하여, 정확히 10월 6일에 업어온 피아노. 어느새 3주로 접어들고 있지만 피아노를 향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심지어 이름도 지어줘버렸다. '나넬', 모짜르트의 누나이자 숨겨진 천재, 그리고 최근 영화로도 개봉된 그녀의 이름)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 되었다 싶으면 동영상 녹화를 해서 여기에 하나씩 악보와 함께

올려볼까 싶기도 하고. (셔터속도 1/25sec, 조리개 F/3.5, ISO 800)


아, 그리고 악기 사진 올린 김에 겸겸. 회사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기 시작한 알토 색소폰을 불고 있는 사진도.

2년 가까이 배웠지만 주중에 한번 잠깐 배우고 잠깐 연습한 거여서 아쉬운 점이 많다.

2년 동안 불면서 그래도, 아저씨들의 뽕삘 대신 근사한 재즈삘의 엇박을 조금은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길고 이쁜 동그라미를 그리며 호흡을 내뿜도록 좀더 가다듬게 되었다는 건 앞으로도 큰 재산이 될 듯.

물론 그 '재즈삘의 엇박' 감각은 정박 클래식 악보를 펼치고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한참 충돌하더니 지금은

어디갔는가 모르겠다. 아마도 안드로메다로.





부평풍물대축제는 부평역에서부터 뻗는 8차선 대로를 거의 블럭 하나 통째로 잡아두고는,

풍물마당, 경연대회장, 시민참여마당 , 체험장 등등으로 구획을 나누어 여기저기서 시끌벅적

축제가 벌어지는 그런 모양새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에서 풍물이 물론 주된 테마이긴 하지만,

'인천부평지역의 문화 예술 역량을 집결하여 시민들의 열정과 예술적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을 마련하는 게 축제의 또다른 목표이기도 하다니 더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끌어내는 게 축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말일 듯.


ㅇ 시민참여마당



아이들의 벨리댄스, 어쩜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가 이쁜데다가 고개도 확확 젖혀지는지

아마추어들의 공연이라곤 믿기지 않는 호응과 집중도를 끌어냈던 무대였다.

원래 아이들에게 저런 공연시키면 괜히 화장 짙게 하고 아이답지 않은 애매한 섹시동작이나

시킨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워낙 방긋방긋 웃으며 땡볕아래서도 열심히 하니까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더라는. 공연을 마치고 나니 꽉 찬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장난아녔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펼쳐진 인천부평시민들의 공연들. 오카리나 공연도 있었고, 전통북 공연도

있었고, 최신 노래에 맞춘 격정적인 안무를 선보인 공연도 있었고, 꼬맹이들의 태권도시범까지.


ㅇ 체험마당



 

공연장의 떠들썩한 소리를 뒤로 하고 부스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놀랐던 사실 하나는,

확실히 부평풍물축제에는 체험하고 참여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였다. 풍물을 직접

배워보고 상모를 돌려보는 체험장에서 모자를 집어들고는 뱅글뱅글 해드뱅잉을

격하게 해대며 해맑게 웃는 꼬마가 너무 귀여웠다.

상모를 돌리는 꼬맹이의 개구진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커다란 천막을 가득 메운 채 이쁘장한

아이에게 풍물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해맑고 설레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해 모두의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는 천막 안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채를 두드려대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부평대로의 팔차선, 평소에는 차들이 씽씽 내달려서 사고도 적잖이 발생했다는

그 곳에서 엄마와 할머니 손을 붙잡고 종이로 된 꼬깔모자를 접어쓴 꼬맹이가 산보를 하는가

하면, 굴렁쇠를 굴리고 투호를 하고 제기를 차는 아이들이 온통 내달리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런 게 그야말로 축제의 공간, 잠시나마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제낄 해방구의 분위기.

' 2011 부평평생학습축제'라는 이름으로 평생학습 체험장이 8차선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던 것도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 해볼꺼리들을 품고 있었다. 부평과 인천의 각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학습이라거나 평생대학 같은 곳에서 배우는 치료법들 같은 것들을 소개하고 있었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조금씩 말라붙어가며 지친 사람들에게 귀맛사지도 해주고 어르신들

수지침도 놓아주며 또다른 놀거리들, 즐길거리들로 안내해주고 있었다. 


말하자면, 잠시 쉬며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며 원두커피를 홀짝이다가 저쪽에 가서 네일도 받고

귀 아로마맛사지 받으며 피로를 풀고, 조금 발걸음을 옮겨서는 부채에 그림도 그리고 자잘한

악세사리도 따라 만들어보고. 그리고 기네스북에 도전한다는 길다란 김밥만드는데 동참도 하고.

 

축제 한켠에선 아무래도 울긋불긋한 메뉴판을 풍물패 옷차림 바람에 나부끼듯 내걸고 있는

노천식당들이 점심 장사 준비를 하고 있고, 왠지 이런 축제에는 빠질 수 없는 각설이들도

등장해서는 가위질에, 만담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눈이 꽂히던 건 어렸을 적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동전을 쓸어가던 조그마한 바이킹.

지역의 축제들도 그렇고, 하다못해 대학교 축제때만 해도 항상 문제가 되는 건 화장실,

남자와 여자를 위한 화장실을 동수로 두는 것도 참 무신경하고 배려없어보이지만,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넉넉히 준비해두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여긴 달랐다.

장애인 전용 간이 화장실을 이렇게 준비해둘 만큼 세심한 준비라니, 주최측에 감탄했다.



ㅇ 거리미술전




부평풍물축제가 벌어지는 주된 거리는 부평대로의 8차선, 그렇지만 그 8차선을 대동맥으로

해서 실핏줄처럼 인근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곳곳에도 축제의 기운은 가득 스며들어있었다.

풍물소리가 이제 충분히 심장을 쥐고 흔들었다 싶을 무렵, 적당히 쉬어가며 호흡 좀 가다듬고

지글거리는 아스팔트의 복사열도 피하고 싶다 할 무렵, 문화의 거리로 슬쩍 빠져들었다.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설치미술 작품들. 동글동글한 알을 품고 있는 바다거북들이 거리 가운데

정원석 위에 조용히 은신하고 있는가 하면, 역시나 풍물축제의 분위기를 이어 풍물패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누워있기도 했던 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실로폰, 캐스터네츠, 탬버린

그리고 트라이앵글 따위의 악기들을 설치해 두었던 작품. 유난히도 작렬하던 햇살이 하늘을

온통 눈부신 하얀빛으로 덮어버린 아래 투명한 초록 그늘을 겨우 드리운 나무, 그 아래

꿈결처럼 열려있는 악기들의 이미지가 꽤나 초현실적이었다.

그 밖에도 몇몇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재기발랄하던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환풍기인지 뭔지

커다란 금속박스를 거울로 덮어버리고는 독특한 표정의 가면을 늘어세우는가 하면,

나무 아래 (이번에는) 반짝거리는 포장지로 잘 포장된 사탕들을 매달아둔 풍경 너머로

꼬맹이가 들고 다니는 노랑색 피카츄 헬륨풍선이 잘 어울렸다.


부평풍물축제 기간에 맞추어 진행되는 2011 거리설치미술전, 풍물과 설치미술은 얼핏

좀 뜬금없어보이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개방된

전통문화공연장은 풍물축제를 찾은 아이들의 즉석 장기자랑 공연장이 되었고, 그 주변에

요모조모 설치된 미술작품들은 잠시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멋진 휴식공간도 되어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묶어두는 실용적인 보관대의 역할까지도 맡았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기, 부평 '문화의 거리'는 이미 설치미술전시회 이전에도 나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심심치 않고 띄는 곳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슴 두마리가 볼을 부비는

저 모양새의 차량통행 금지석이라거나, 푸근한 아주머니의 미소를 닮은 돼지 분수라거나.

그리고 색색으로 나부끼는 저 메뉴들은 정말 풍물놀이패의 그 날쌔고 현란한 몸놀림을

연상케 하는 거다.

골목이 끝나는 곳, 이런 예감이랄까 연상이 결코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란 확신이 들게 해준

풍물놀이패들의 흥겨운 몸놀림들이 묘사된 조각상. 골목이 적잖이 길었으니 여기까지 저쪽

부평대로의 거침없는 풍물소리가 들릴 리는 만무한데도 귓가에는 여전히 꽹과리와 장구소리가

투닥거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북소리에 맞춰 심장도 같이 맥놀이하는 기분, 이내

몸을 돌려서 다시 풍물놀이가 벌어지고 있을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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