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두고 김비서니, 정권의 나팔수니 말이 많지만 결국 최근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2000년 이후

입사자들이 실명으로 연서를 작성하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단다. 아무리 그래도 젊은 직원들은

여전히 강건하구나, 싶기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찔끔하기도 한다.


입사한지 10년이 채 안 된, 적게는 입사 1,2년차일 그들이 나서서 회사의 최고경영층에 집단으로

반발하며 할 말을 하는 상황이란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이고

집단해고사태가 또 오지 말란 법도 없는 너절한 상황이고 보면 그들이 더욱 돋보이는 거다.



문제는, 이런 이들의 행동이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묻혀버린다고 할 때. 그렇게 각개격파되고


숨통이 조여져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고착되는 게 최악의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응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그 젊고 싱싱한 분노와 의지를 꽃피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                                                   *


박대기 기자등 "영혼없는…굴욕 못참겠다" 폭발(미디어오늘)


2000년~입사 KBS 기자 166명 "사장·본부장 모든걸 걸고 도청의혹 답하라"

[0호] 2011년 07월 21일 (목)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자사 기자가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KBS의 젊은 기자들이 집단 연서명으로 작금의 굴욕적인 현실에 개탄하며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 등 KBS 수뇌부를 상대로 명쾌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규엽, 고진현, 김경진, 김명주, 류석민, 박대기, 박효인, 범기영, 유동엽, 이하늬, 조정인, 허솔지 등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기자 256명 가운데 166명은 21일 오후 각각의 실명을 밝힌 성명을 내어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심을 받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쏟아냈다. 이들은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가는 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며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탄식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겠다’는 KBS의 해명에 대해 이들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라며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해명이 되레 불신만 키운다는 것.

이들은 그간 취재현장에서 조롱과 비아냥을 받아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들은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취재현장에서는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는 조롱 뿐 아니라,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지난 2008년 9월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KBS 입사 1~9년차 기자들이 방송장악 규탄과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던 모습. ⓒ프레시안 자료사진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KBS에 대해 이들은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을때,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며, 그게 정도(正道)”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며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며 김인규 사장과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에게 다음의 질문에 떳떳하게 답하라고 촉구했다.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며 이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2000년 이후 입사한 기자 166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김인규 사장-고대영 보도본부장, 모든 것을 걸어라!>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간다. 그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김인규 사장을 비롯한 KBS 수뇌부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KBS가 내 놓은 해명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음을 부득 불 확인하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는 않겠다” 또한 애매모호한 해명의 주체 역시 경영진은 보도본부로, 보도본부는 정치외교부로 떠넘기고 있다.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 정녕 KBS 수뇌부는 세상 속 여론을 모른단 말인가? 이런 해명으론 의혹 해소는커녕 불신만 키울 뿐이다. 언제까지 ‘언론자유나 취재원 보호’ 운운하며 사무실 뒤에 숨어 있을 셈인가?

지금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한달 가까운 침묵과 애매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다. 당장 취재현장에서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 이런 식의 조롱과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만약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다. 그게 정도(正道)다.

더구나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다.

우리 기자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 김인규 사장, 그리고 KBS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자신들의 직책을 걸고 다음 물음에 떳떳이 답하기를 요구한다.

1.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2.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3. 또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우리 기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라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 3가지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어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

2011년 7월 21일 2000년 이후 KBS 입사 기자들 (가나다순)

강규엽, 강수헌, 강재훈, 강정훈, 고순정, 고은희, 고진현, 공웅조, 곽선정, 구경하, 국현호, 권태일, 기현정, 김가림, 김경래, 김경진, 김기중, 김기현, 김나나, 김대원, 김도영, 김동욱, 김명주, 김문영, 김민경, 김민아, 김민철, 김상민, 김석, 김선영, 김성주, 김성현, 김승조, 김시원, 김연주, 김영은, 김영인, 김용덕, 김웅, 김재노, 김정은, 김종수, 김준범, 김지선, 김진화, 김진희, 김태석, 김태현, 김해정, 김현태, 노윤정, 류란, 류석민, 류성호, 박경호, 박대기, 박미영, 박상현, 박상훈, 박선우, 박수현, 박예원, 박장훈, 박중석, 박현, 박효인, 박희봉, 백미선, 범기영, 변성준, 변진석, 서재희, 손은혜, 송명훈, 송명희, 송민석, 송수진, 송현준, 송형국, 신봉승, 신지원, 심각현, 심인보, 안다영, 양민효, 양성모, 엄기숙, 연봉석, 오광택, 오수호, 우동윤, 유동엽, 유승용, 유용두, 유지향, 윤나경, 윤영란, 윤지연, 윤진, 은준수, 이경진, 이광열, 이만영, 이소정, 이수정, 이수진, 이승준, 이승준, 이이슬, 이재교, 이재석, 이재섭, 이정민, 이정은, 이정화, 이종영, 이종완, 이중근, 이진석, 이진성, 이진연, 이철호, 이하늬, 이호을, 이효연, 임명규, 임재성, 임종빈, 임주영, 임태호, 임현식, 장성길, 정성호, 정수영, 정아연, 정연욱, 정영훈, 정윤섭, 정창화, 정현숙, 정홍규, 조경모, 조승연, 조정인, 조지현, 조태흠, 지형철, 진정은, 차정인, 천춘환, 최경원, 최광호, 최대수, 최만용, 최세진, 최지영, 최형원, 최혜진, 한규석, 한승연, 한주연, 허솔지, 홍석우, 황재락, 황현규, 황현택


 

#1.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문득 그녀의 전화를 받고 끊을 때, 그녀는 말한다. "공부 잘해~". 집에서 회사일을 말할 때

나도 문득 말한다. "학교에서~".

아직도 어색한 정장차림과,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출근길, 그리고 여전히 번거롭기만 한 아침마다의 의례.

넥타이와 셔츠의 매치. 대학생이자 인턴인 남자아이 하나와 대졸 회사원이자 외부적으론 대리인 남자아이 하나
 
사이에는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그런 묘한 분위기가 이따금씩 피어올랐다 사라진다.


#2.

적나라한 금전적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업무의 특성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확실히 스트레스가 적고, 덜

늙어보인다. 들어오기 전도 그렇지만 들어오고 나서도 줄기차게 들었던 말, 이곳 사람들은 다들 너무 좋다고.

첨에는 정말 여긴 사람들의 인성을 많이 보고 뽑나보다, 할 정도로(글탐 내가 뽑힌 게 100% 시스템 에러겠지만)

사람들이 하나하나, 다들 좋아 보였다. 물론 지금도 좋아 보인다.


다만 그러한 '사람 좋아보임' 이면에는, 굳이 다른 사람에게 까칠해 보이기 싫고 뒤로 싫은 말 듣기 싫다는

암묵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깊게 개입되지 않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허허 웃고 치우는

거다. 그럴수록 뒤로만 말이 무성해지지 않을까. 선배들이 최소 3개월은 나죽었다 생각하고 이미지관리 잘 하고

앞으로도 이미지로 '쇼부'칠 거라는 충고를 던지는 건 괜한 게 아니다. 굳이 부딪히지 않고, 마침 크게 부딪혀야

할 일도 없고 뚜렷이 숫자로 된 성과로 계측되는 집단도 아니니, 좋은 소리 듣고 좋게좋게 가는 게 제일 중요해

지는 거 같다. 아님 술자리에서, 어디에서든 질겅질겅 씹히면서도 정작 본인은 모르기 십상이지 싶다.


누구였더라, 사석에서 남의 뒷담화만 안 해도 제대로 회사생활하는 거라는 말씀은 갈수록 묵직하게 느껴진다.


#3.

내가 외국계 기업을 가고 싶어했던 건, 그곳에는 뭐랄까, 문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술을 먹어야

빨리 친해진다거나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거 말고.

여기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으레 술을

깔아놓고 몇차씩 옮기며 마시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을 못찾고 있는 것 같다.


단적으로 합격자 발표 후 가족들을 불러 식사를 함께 하는 IBM의 '가족적'인 마인드는, 사실 한국 기업들에선

찾아보기 힘들 거다. 적어도 협회에선 확실히 그런 거 같고. 그래서 한국 대기업식의 빡빡한 조직문화도 아닌

것이, (다소 이상화된) 외국계기업식의 개인화된,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묶여있는 조직문화도 아닌 것이

어정쩡하게 조직과 개인을 모두 풀어버린 지금의 그림이 아닌가 싶다. 그닥 뚜렷한 묶임이 없고 각자 적당히

친한 척하며 살짝살짝 그림자만 스칠 뿐인 피.상.적.이기 쉬운 관계. 그렇게 두루두루 친하고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아닐까. 하고 다소 기우 중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 어떤 관계를 누구와

만들어나가야 하는 걸까 생각 중이다.

#1. 환영회

부서에 배치받은지는 어언 한달이 넘어가는데, 외국 출장과 각종 행사로 바빴던 터라 어제야 내 환영회가 있었다.

미루어지다 보니 마냥 내 환영회랄 수만도 없는 게, 대학 같은 과 친구이자 입사 3년 선배인 분께서 우리 부서로

옮겨온 환영회도 더해졌고, 어제 새롭게 합류해 한학기동안 인턴활동을 할 대학생 인턴환영회까지.

여태 팀회식은 한번도 없었지만 익히 예상했던대로 술은 그렇게 먹지 않는 분위기에, 소탈한 팀장님 이하

화기애애한 팀원들의 거리낌없는 대화가 오가는 자리여서 맘에 들었다. 평소 사무실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뭐, 아직 내가 바쁜 시기를 경험치 못한 탓도 있겠지만.



#2. 시간.

그러고 보면, 대학 졸업에 이르기까지는 계속해서 시간표가 학기 단위, 월 단위, 시험 단위, 주 단위로 짜여져

있었다. 딱히 시간을 분절시켜서 쓰고 있다는 감각 없이도,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알아서 규칙적인

일정과 시간 관리가 가능해지는 그런 상황에서 이십여년을 살아왔던 거다. 거창하게는 근대적 노동자의 예비..

랄 수도 있겠고, 안정적으로 주어진 스케줄표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지간. 그래서, 정식 출근 후 고작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스케줄이 가능할지에 대해 감이 안 잡히는 건

당연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중간중간 규칙적으로 꼽혀있는 깃발들..이 안 보이니 내가 뭔가 스스로 시간을

덩어리로 묶어가며 써야 될 거 같은데, 아직 일년 한 바퀴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감잡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일의

템포-강약강약이랄까 강약중강약이랄까-를 강조하는 팀의 고유한 분위기 탓, 혹은 고유한 스케줄 탓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그런 식의 타협으로 2월 한 달을 정신없이. 아무것도  계획한 거 못하고 보내버린 스스로를

조금은 살갑게 용서.ㅋ



#3.

열두개가 찍힌 커피빈 쿠폰으로 자그마치 6,200원짜리 아이스 블렌디드를 바꿔들고 올라와선 9시 땡치고 일과가

시작되었음에도 쓰던 글은 마저 써야겠다고 이러고 있다.ㅋ

#1. 이미지(Before & After랄까..)

'한국무역협회'와 '이희범회장'을 키워드로 해서 뽑아 보았던 1년반치 기사뭉치, 월간지, 논문들에서

비쳐진 무역협회란 곳은 전경련을 필두로 한 경제4단체 중 하나라곤 해도 조금 달라보였다. 자력으로

무역하며 위협섞인 엄살을 피워대는 대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근근히 수출하며

먹고살기 바쁜 중소무역업체, 중앙에서 소외된 지방업체의 이익을 통틀어 대변하려 하는 무역업체들의

이익단체. 애초 공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고 단지 한국의 '무역업계'만을 위한 민간단체가

정체성이라지만, 다른 것도 아닌 '한국의 무역'이라니 공공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게다.


해병대 등 이런저런 희떠운 연수스케줄 몽땅 합쳐봐야 아직 한달도 안되었다지만 실제로 중소

무역업체를 위한 일도 많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高원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정부에 촉구한다거나,

FTA활용방안을 홍보한다거나..SERI가 삼성이란 일개 사기업의 지적 전위부대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는데 반해, 협회산하 국제무역 연구원은 그래도 국가 차원의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 분석, 대안 제시의 노력도 진지해 보이고. 물론 그러한 식의 '수출 XX불',

'세계 XX위'같은 유치한 양적과시가 끊임없이 거슬릴 뿐더러 기업인이 한국의 1등국민이라는 암묵적

전제도 썩 와닿지는 않지만.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필연적 결과로 한미FTA를 앞장서 주도했으며

한EU FTA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불쾌하지만.(근데 대체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처하는 진보진영의 자세가 왜 이렇게 다른지, 반미의식에 편승해 쉽게 감정을 동원할 수 있겠단

꼼수 >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



#2. 낯익은 위화감

게다가 벌써부터 거슬리는 문제들도 있다. 만약 중소무역업체와 대기업의 이해가 상충하는 무역현안이

있다면, 무역협회는 어떠한 의견을 채택할 건지? 비록 6만5천여 회원사를 모시는 서비스단체..란 게

공식적인 외피라지만, 정몽구회장이 사회환원한다며 만든 재단위원장에 협회장을 위촉시킬 만큼,

삼성역 무역센터 54층짜리 건물과 코엑스의 번듯한 외양이 중소무역업체들을 왠지모르게 위축시킬만큼,

친재벌과 친기업이란 입장 간의 간극은 만만치 않다. 나아가, 무역협회라지만 수출협회라는 치명적
 
약점. 여태 한국은 수입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소홀해 왔는데, 수입에 대한 막연하지만 뿌리깊은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게다. "무역흑자를 갉아먹는..국부를 유출시키는..신토불이를 나몰라라 하는..

사치스러운.." 등등.


그렇지만 수출만큼 수입도 중요하며, 수입의 질적, 양적인 면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단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한국 사회나 기업들이 보다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무역협회는 '무역흑자가 지고의 선'이라는 중상주의적인 가치관에 기댄 채

수입업체들로부터의 많은 가능성을 사장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수입은 가공생산을 위한

원자재란 걸 생각하면, 전략적인 측면에서나 원칙적인 측면에서나, 협회가 수입업체들을 외면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의미를 싣지도 못한 채 뭉뚱그려진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 간의

엄연한 차이. 수출입의 질적 측면, 실제 수익성 등에는 소홀한 채 그저 수입을 최대한 묶고 수출을

최대한 이끌어서 국부를 쌓겠다는 단순무식한 중상주의적 사고.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간의 모호한 경계에 모호하게 발붙이고 선 무역협회는 그러한 상식이

얼마나 무디고 편향적인지 첨예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중소기업 편인지 대기업 편인지, 김용철 변호사가

개XX인지 삼성이 XX끼인지. 이미 면접 때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나름의 답까지 제시해

줬었던 무역협회다. 흑자면 장땡이라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신중상주의로 부활하고 있다는 건, 70년대 건설업체 사장나부랭이가 'CEO'라는 21세기적 단어가 가진

마력을 빌려 대통령에 덜컥 당선한 마당인지라 이상할 것도 없다.



#3. 창조적인 불만, 냉소에서 출발하는 낙관,..Whatever.

과장스러운 환영사와 일장훈시들은, 결국은 "초심을 잃지 말아라" 혹은 "비싼 밥이니 맛있게 먹어라"

정도로 요약된다. 누구나 초심을 운운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지만,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처럼 문제는 자신의 마음인 거다. 내게 있어, 모든 초심의 초심은 '즐거움'이고..즐겁게

일하고 싶다.

일단은..아직 발령도 안 받은 신입직원 나부랭이로서는, 이렇게 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곳을 갈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놓고 부메랑처럼 돌아올 부담감과 깨어있음의 압박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ver2.0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런지.

#1.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 쿠바..

프레시안에서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여정을 좇은 여행 사진전을 열었다. "시가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모른다 답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 시에게 묻는다면 시는 그 답을 해줄 것이다." "여행이

무엇인지.." "사진이 무엇인지.." 그런 식으로,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맥락과 관심사를 통해 외부

사물들을 이해한다. 240여장의 사진을 넘기며 그 때 가졌던 감정과 부여하고자 하는 의미를 두시간여 조곤거리던

다소 지루했던 사진전에서, 나는 그 여정에 거쳐간 국가 이름들이 갖는 이국적인 느낌에 취해버렸다.

아-르-헨-티-나. 베-네-쥬-엘-라. 페-------루. 큐-바.



#2. 외교부의 미운 털.

이번주 월욜에 있었던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립총회 때 일이다. 외교부 참사관 하나가, 문득 우리 진영 쪽으로

와서 그런다. 당신이 XXX대리에요? 언제 입사했어요? 여자친구는 있어요? 네, 얼마 안됐습니다. 있습니다.

여기서 내 멘토선배가 한 마디, 여자친구가 얼마나 이뿐데요~* 그 참사관 말이 외교부의 직원들 사이에 나에 대한

성토대회가 한시간이나 열렸댄다. 회장의 일정과 필요를 빙자해 끊임없이 귀찮게 한다나. 신입직원답잖게.

같이 하는 행사니만치 그쪽과 우리쪽의 정보가 공유되야 했고, 나 역시 주겠다는 빈말만 계속하며 짜증내는..

무례하고 건방진 외교부 직원들과 계속 독촉하라는 팀장님 사이에서 얼마나 열받아 있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지

십장생들. 어쨌든 행사는 무사히 마쳤고 다음날 난 잠시 고민하다가 그들 모두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선에서

마무리. "행여 제가 귀찮게 해드렸다면 죄송 운운" 은근히 그런 거 잘한다, 맘만 잘 먹으면. 니들한텐 어디던

모두 을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니넘들의 강변, 인정해줄 수도 있다. 내게 그다지 중요치 않으니까 그런

갑-을 장난질은.



#3. 박제가 된 천재..는 아니지만.

이상의 그 표현이 날 향했던 건 두번째다. 첫째는 내가 제대하고 고시공부를 할 때. 대체 내가 정부기관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며 고시공부에 매진하던 날 안타까워하던 식이었달까. 두번째는 엊그제, 출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군시절 중대장님. 거기에서 뭘 할거냐며 5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박제가 될 거라고 했다.

그래도 '똑똑하고 말도 잘 하는 녀석'이, 서울대 외교학과란 딱지를 갖고서, 메인 스트림..유학도 다녀오고 뭔가

'그렇게' 비전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 (여전히 난 그 '그렇게'의 의미를 전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참 다른 두 개의 방향..이랄까. 체게바라는 죽고나서야 박제가 되어 맥주병 포장지, 티셔츠, 건물외벽을

장식한다지만..난 벌써 박제가 되어 이후의 쓰임과 이전 기억의 용도를 고민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 아직

살아있는데. 두 지적 모두 내가 요새 답답해하는 이유를 어슷하게 관통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10년 후, 아니 5년 후, 하다못해 1년 후..난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4. 내 문제는..

직장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멀찌감치 밀어뒀던 가치들..그것들이 헐떡대며 내 등뒤를

잡아채고 내리찍는 사이에, 지금 이곳이 내게 허한 빈 공간들을 채울 의미있는 뭔가를 찾지 못했다는 것. 애초엔
 
그게 그래도 꽤나 긴 토막의 텀일 거라 생각하고서는, 내가 안정성과 자기관리를 위한 시간 대신 '포기한' 혹은

포기했다고 믿고 싶은 고액 연봉, 커리어 관리, 다이내믹한 분위기을 대신할 뭔가를 찾는 건 마치 휴대폰 배터리

갈듯 금방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2월, 3월, 4월, 5월. 아무런 대안도, 새로운 공간도,

흥미도 관심사도 발굴하지 못한 채 지나고 있다. 이걸 희생한 대신 얻겠다던 저것..이 아직 손에 잡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게 뭐여야 할지도 전혀. 감이 없는 상태란 게..날 바싹 말려 박제로 만들고 있다.

'신입직원'으로서의 허니문은 이제 끝났고, 누추하고 더러운 현실이 보이면서 대체 내 '위생관념'과 '긍정적인

사고'란 게 얼마나 갖춰져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간다.



#5. 오늘은.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선배와 술한잔 했다. 안티로 가득한 거리의 정치 그리고 단지 '이명박'과 '광우병'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패닉 상황이 기회일지, 위기일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난 위기가 맞다고, 아니려면 FTA로

제왕적 대통령제로 초점을 넓혀가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달에 채 백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몇 년째

일하는 사람들, 딱히 대단할 것도 없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그들은 마음에 찍히는 숫자가 불었을 테다.

문제는, 나처럼 그 어디에도 하루하루 숫자를 불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 사실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걸로 암담해하는 건 건방진 걸지도 모른다. 6시 좀 지나 사무실을 막무가내로 나서서 경복궁 사진전으로 달렸던

건 그런 암담함을 지워내려는 육체적인 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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