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위는 효과의 우롱차', 후쿠오카나 유후인은 아무래도 한국인 여행객들이 워낙 많아서 이런 한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편의점이나 어디나, 만화적인 이미지들이 많은 나라인지라 이런 유머러스한 그림도 곳곳에 숨어있다. 저 침흘리는 모습은 참.

 

 

그리고 이번에 마셔본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무려 스파클링 소이 워터. 한국어론 뭐랄까, 탄산 콩물?

 

 

그렇지만 역시 포장도 참 이쁘고 깔끔해서 더욱 호기심을 부채질, 맛은 생각보다 괜찮은 탄산 콩물맛이었다.

 

편의점에 흔한 과자랄까, 스낵이랄까. 이걸 먹을 때는 저 꼬맹이처럼 눈을 가리고 먹어야 하나보다.

 

볶음면이 레토르트 음식으로 편의점에서 이렇게 팔리기도 했다. 양념도 다 되고 야채도 조금 들어간 상태 그대로.

 

오후의 홍차 시리즈 증에서도, 이건 아마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거 같은데.

 

미니쉘 같은 초코렛들이 이렇게 낱갤로 팔리기도 한다. 리라쿠마가 누워있는 포장지가 귀엽다.

 

 

210ml, 딱 한잔감인 월계관의 사케병.

 

편의점 옆에도 굳이 이렇게 음료가 잔뜩 디스플레이된 자판기가 줄줄줄.

 

 

편의점, 슈퍼에 들러서 한바퀴 돌며 이 동네 이 나라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살피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

 

특히나 일본의 진하디 진한 마차가 맘에 들어서 꼭꼭 찾아보곤 했던 일본차 코너.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왔던 라면들, 다다미가 깔린 유후인 료칸의 방에 앉아 시식 시작.

 

 

짜파게티나 볶음면처럼 끓는 물로 면을 익히고 나서 물을 빼 버려야 하는 조리상, 이렇게 속포장지에는 구멍이

 

뽕뽕 뚫리게 되는 부분이 배려되어 있다. 이런 게 정말 일본의 세심함을 보여주는 사례.

 

 

그리고 이 녀석은, 모밀면으로 된 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온천물 속에서 하드보일드하게 익고 있던 계란 하나를

 

풀어 넣었더니 더 맛있게 먹었던 거 같다. 아니면 그냥 밤늦은 시간에 컵라면과 맥주란 게 으레 그런지도 모른다.

 

 

 

 

겨울을 보내고, 벚꽃이 날리는 봄이 되어 문득 생각나는 일식 주점 하나.

일본에서 갔던 그런 주점들의 분위기도 제대로 나던 곳, 게다가 일본인 주방장의 솜씨가 좋아서

안주도 술도 모두 맛있던 곳. 특히나 복어 지느러미의 향이 담긴 히레사케를 두손모아 마시면.

갈 때마다 앉게 되었던, 주방장이 안주 재료를 꺼내고 손질하는 걸 바로 구경할 수 있었던

주방쪽 바에 앉아 올려다봤던 냉장고와 벽면에 가득한 일본술들. 그리고 자기 그릇에 가득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두알씩 꺼내쓰던 달걀도 눈에 들어왔었다.


이제 원전 사고 때문에 일본을 가는 것도, 일본에서 건너온 식재료나 술들도, 맥주니 사케니..

먹을 수 있으려나. 이래놓고 어제도 아사히 맥주를 죽도록 마셨지만. 언제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웃나라 일본,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고와 그 거대한 후과로 인해서 문득 그 어디보다

멀고 먼 나라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딱히 색깔이나 무늬를 맞출 생각은 없는 듯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그래도 대충 모양새는 비슷한

앞접시들. 누구에게 어떤 접시가 갈지는 모르고, 함께 가서 앞이나 옆에 앉았던 사람과 같은

접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뽑기같은 랜덤함도 재미있었다.

빨간색과 검은색 젓가락이 점쟁이 산통에 들어있는 산가지들처럼 뺴곡하게 꼽혔다.

유난히도 길고 지루하던 지난 겨울, 몸을 녹여주고 곤두섰던 신경들을 다독여주던 따뜻한 술 한잔.

도쿠리에 나오는 술이 그렇게 싼 걸 쓰는 건 아닌 거 같았다. 향이나 맛이 조금은 달랐었다.

그리고 유쾌하던 화장실 표지. 가볍게 한 도쿠리와 맛난 안주를 먹고 나서 한참 이야기하다가

나오면, 이미 들어가기 전부터 어두웠던 사방이 더욱 짙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언제 또 갈 일이 있으려나. 정말 맘에 드는 가게였는데, 겨울이 지나면서 히레사케의 독특한 향도,

따뜻한 도쿠리의 감촉도, 그리고 무엇인가가 사라져버렸다. 일본이란 나라의 '뚜껑'이 닫혀버린

느낌과도 같이 더이상 접근하기도 열어보기도 어려워져버린 기억.





연초라고는 하지만 뭔가 스산하고 별로 감흥도 없다. 작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듯 하지만,

올해는 작년말에서부터 워낙 뒤숭숭한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더욱 심한 거 같다.


정성일 감독이 그런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연말에 뉴스 마무리 멘트로 '모두 원하는 거 이루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라던가, 아나운서가 그렇게 인사를 하니까 거의 반사적으로 '그럼 지옥이

오겠지'라고. 뭐, 말 자체로도 맞는 말이지만, 왠지 그가 그렇게 뇌까린 날은 오지게 춥고 하필

저렇게 한 잎쯤 덜렁 남아있는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날 아닐까 싶다.

그런 날 히레사케, 복 지느러미를 적당히 꾸득꾸득하게 말린 다음에, 성냥불을 살짝 댕겨서

가장자리가 파랗게 불을 내며 타오른다 싶으면 살짝 지그시 바라봐주곤 퐁당, 뜨겁게 덥혀진

사케잔에 담그는 게 히레사케의 묘미 아닐까.


뜨겁게 덥혀진 사케의 특유한 향기와 달달한 맛이 살짝 피어오르는 비린내를 꾹 눌러주면서

오히려 더 고소하고 달콤해지는. 뜨거운 잔을 두손으로 모아쥐고, 안경에 뿌얘지도록 잔에

머리를 박고선 지느러미를 후후 불어 마시는 순간이면 꽤나 행복해지는 거다.


아..히레사케 한 잔이 오지게도 땡기는 날.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 마시라고 누군가 와인을 한 병 건넸었다. 따뜻하게 데워먹는 와인이다.
 
겨울철 유럽의 거리에서는 한 잔씩 팔기도 한댄다.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특별한 경험이 될 듯 하다.

왠 아가씨가 방긋 웃고 있는 사진이 라벨 맨 위에 올라붙어 있지만, 뭔가 너무 산만해서 잘 눈에 띄지가

않는다. 독일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술은 맞겠지 대책없이 믿어본다.

처음에 받아봤을 때도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앞을 보고 잠시 황망해하다가, 뒤를 보곤 당황했다. 어라,

한국어네. 정식 수입된 와인인갑네. 이름은...크리스트킨들스 마르크트 글뤼바인...?;;;;


집에서 정종 덥혀먹을 때 그러듯 자그마한 주전자에 붓고 살살 끓였다. 60도에 딱 맞출 재간은 없고, 그냥

적당히 김이 오르고 와인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싶을 때 불을 껐다.

잔에 가득 따라붓고는 홀짝홀짝, 따뜻한 사케 마시듯 두손으로 잔을 감싸쥐었다. 안경에 뽀얗게 김이 서리곤

이내 사라진다. 레몬향과 계피향이 진하게 섞여든 게, 와인이라기 보다는 따끈한 차 같기도 하다.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방긋 웃어주는 아가씨. 가만 보니 머리엔 금색 왕관도 썼다. 금발에 금색 왕관이라니,

무슨 초록색 개구리가 초록색 똥 눈 거 같이 티가 한개도 안 난다.




#1. 매해 추석은, 추석뿐 아니라 명절날 아침은 왠지 약간 어리어리한 시각적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은 늘 아침일찍 일어나 차린 차례상의 제사주를 음복할 때. 아, 작년 이맘때도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몇 잔씩 마셨었구나, 그래서 아침부터 발갛게 살짝 취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2. 제사주를 일본주로 올렸다. 조상님들도 늘 우리것만 맛보실 게 아니라 물 건너온 외국것도 좀 맛보시는게

어떨까 싶어서, 라곤 하지만 따로 차례주를 사자니 마침 집에 많은 일본 청주-사케-를 올려도 되지 않겠냐고

내가 쿡쿡 찌른 탓이다. 사실 한때 광풍처럼 일었던 '신토불이'의 프로파간다가 여전히 강고하게 남아있는

곳이 제삿상, 차롓상인 거 같은데 이거 좀 의심스럽다. 제삿상 음식을 꼭 과거 어느 한지점에 고정된 것으로

바득바득 챙겨야 하는지도 의심스럽고, 술이니 음식이 꼭 국내산이어야 하는 이유 역시.


#3. 추석이니 설이니, 친척들 바글바글 모인 풍경의 한 귀퉁이에는 으레 왠지 '촌스런' 화면을 뱉어내고 있는

티비가 시끄럽기 마련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소음처럼 고스란히 담겨있는 야구 경기를

하나쯤 보았고, 한복을 차려입은 진행자들이 우글우글한 프로 몇개를 보았으며, 경이로운 '동안'이라며

시청자에게 억지부리는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4. 젊은 것들의 대중가요 세계가 온통 핫하고 쿨하고 섹시하며 불끈불끈한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트로트의

세계는 그 죽일놈의, 끈끈하다 못해 더럽고 무섭다는 '情'이 담겨있다. 몇 번의 사랑을 거치고 나면 사랑이

아니라 정 때문에 살아가고, 정을 추억하며 살아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이나 '사랑'이니 정의내리기

어렵긴 매한가지지만, 어느 지점에서 '사랑'이 '정'으로 바뀌었음은 자각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트로트의

세계가 새롭게 보이는 나이대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5. 개천절이니 일요일이니 토요일이니 추석이니 연휴가 겹쳤으면 겹친 만큼, 그만큼 찐하게 쉬어주고 놀아

줬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늘 허무하게 끝나는 명절 연휴.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닌 탓이다.






집에 있는 조그마한 술병 중에 180ml 짜리 사케가 있다. 월계관, 게케이칸의 달콤하면서 담백한 청주.

맛이야 뭐, 가볍고 달달한 맛에 한잔한잔 하다 보면 한 병이 금세 비워진다는 점 정도 이야기함직하다.

이미 사케가 대중화된지는 오래지만 이런 병은 여전히 신기하다. 볼록하게 배가 튀어나온 병에,

하얀색 뚜껑이 얹혀있는게 뭐가 신기하냐면.

뚜껑이 바로 술잔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 신기하게도 이 잔 역시 대략 7잔 분량이 나온다. 마치 어릴 적

소주 한병이 왜 7잔정도의 분량으로 맞춰졌는지를 들으며 신기해 했던 것처럼 다시금 신기했었다.

부모님이 산행가실 때 한번 가져가셨던 적이 있는데, 아주 '대박'이었다고.



보름달을 보며 술 한잔. 소원을 뭘 빌지 생각 중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