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구룡반도 중심가 몽콕, 그 메인로드 뒷편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시장 골목들.

 

거기에서 만난 고양이 한마리,

 

아니, 이렇게 두마리를 만나고 말걸고 쫓아가다간 멈춰서고, 그렇게 사진에 담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

 

 온통 높다란 빌딩들이 한뼘 정도의 틈만 서로 내어준 채 빼곡히 채워져있는 홍콩, 그 무대 뒤 철골이 날카롭고

 

위태하고 뾰족거리는 곳에서 기껏 빗물이나 받아먹고 철골구조물의 페인트나 핥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

 

 

 

 왠지 두 마리 모두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살짝 우수에 젖고 무기력해진 것도 같은.

 

 낯선이를 온통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바지런하게 움직여 도망가지도 않는 게 이미 이동네 생리에 인이 박혔다.

 

 

근데 이 녀석 가만보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눈 한쪽에 상처를 입었나 보다. 잘 뜨지 못하는 거 같은데.

 

못된 꼬맹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고 그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그런

 

작고 별것아닌 상처였으면 좋겠다.

 

골목에서 두 개 마주본 건물 사이에 덩굴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물, 계속 그걸 올려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왔다갔다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분주하고 돌아다니시는 참이다.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문득 방금 시선이 슬쩍 훑었던 곳 중에 굉장히 맘에 걸리는 뭔가가

있었다는 불편함이 느껴졌었다. 뭘까, 이리저리 휘적대던 시선을 다시 뒤로감기해서 발견한 그것,

'삘딍'이라는 굉장히 생경하고 낯선 단어. 저건 뭐지. 초록색 페인트가 다 벗겨져나간 황동판의

고풍스러움은 저리 가랄 듯한 포스가 느껴지는 두 글자인 거다.


아무리 외래어표기법이 여러번 바뀌어왔고, 그 와중에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표기도

적지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buiding이란 단어 어디에서 '삘딍'이란 표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삘', 은 그렇다고 쳐도 저 요상한 '딍'이란 표현은 순간 수십년전, 혹은 백년전쯤의

아스라하고 케케한 과거의 향내를 짙게 풍겼다.


저런 풍경은, 아무래도 뭔가 효과가 더해진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게 훨씬 그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저 색감을 강렬하게 살린 느낌의 사진이 아니라, 뭔가 2011년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900년대 어딘가의 골동품, 그것도 녹이 잔뜩 슬은 골동품을 만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려면 뭐가 좋으려나.

1) 토이카메라. 주변부가 어둡고 색감이 약간 붉어져서, 좀더 오랜듯한 분위기가 묻어나긴 하지만,

빛이 모인 중앙부에 '삘딍' 두 글자에 온통 시선이 몰리는 거 같긴 하다.

2) 수채화. 저 단어와 시공간과의 불화를 조금이나마 화해시켜주는 게 수채화 모드랄까.

너무 그림같이 변형되어 버리고 나니 2011년의 도심 한복판에 뭐라 써져있대로 이상하지 않을 듯.

3) 파스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말랑한 질감으로 바뀌어버렸다. 차가운 청동판이나 대리석기둥이

아니라 파스텔을 빚어 만든 판과 기둥인 것처럼. 삘딍이란 단어 역시, 조금은 부드러워 보인다.

4) 포스터효과. 원색의 색감이 강렬하게 발산하는 느낌이다. 삘딍이란 두 글자에 조금이나마

녹이 서려 있었다면, 완전 빤짝빤짝하게 닦아내서 광이 나는 거 같달까.

5) 모노크롬. 역시 오래된 느낌을 주거나 살짝 아련한 느낌을 전하는 건 모노톤, 살짝 갈빛을

섞어서 세피아의 느낌을 주니까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근데 좀, 모노톤은 슬픔이 묻어나.


뭔가 맘에 드는 거 한 장만 올리려다가, 글쎄, 딱히 이거다 싶은 느낌을 팍 전해주는 사진이

없어서 우다다 올리고 보는 포스팅.




각국의 발렌타인데이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타이완의 발렌타인 데이는 8월 16일이라고 했다.

타이페이101의 1층이나 지하에는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온통 발렌타이데이, 그리고 아버지의 날을

맞는 판촉 행사 중이었다. 아버지의 날..은 언제일까 근데.

전망대에 올라가는 티켓을 사려면 5층, 매표소로 가야한다. 거기에서 바로 89층까지 올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야 하는 것. 5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화려하게 꾸며진 101빌딩의

외관을 담은 포스터가 그럴 듯 하다.

곳곳에 붙어있는 전망대 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가다보면 금세 도착했다. 높다란 몰 천장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간이 넓어 보이게 했었는데, 코엑스몰이나 그런 곳도 천장이 좀만 더 높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천장이 높으면 왠지 좀더 쾌적해 보이고, 여유로와 보인다.

도착한 전망대 매표소. 왠지 매표소 입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친 사람들끼리 알 수 없는 경쟁심에 휘말려서

거의 뛰다시피 줄을 섰던 순간.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도 많이 보였고 드문드문 한국어도 들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모른 척.

그리고 드디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에 합류, 옆에는 왠 전구처럼 똥그란 녀석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길래 이게 뭐하자는 플레인가 싶어 요모조모 뜯어봤더니, 아하. 숫자 101을 저렇게 형상화한 것.

그렇게 귀여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101의 숫자를 갖고 참 솔직하게 이미지화했구나 하는 느낌은 강렬했다.

89층, 통유리로 된 사면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타이페이 시내의 전경, 당장 방금 다녀왔던 국부기념관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이제 막 어두워지려는 찰나, 점점이 이어지는 불들이 한순간 팟, 하고 일제히 빛나기 시작했다.

타이페이101 빌딩의 외관에 달려있던 경첩 같은 장식물들, 여기서 자세히 보니까 이렇게 생긴 거였다.

순식간에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불룩 돋아난 실핏줄처럼 점점 도드라져 보이는 불빛들과 더불어 떠올라

보이는 타이페이의 야경, 창문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 구경하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경고 표지문.

101빌딩은 외관이 매끈하다기보다는 뭔가 울룩불룩, 재미난 모양새여서 그런지, 외벽 유리창에 반사되어

빛나는 주홍불빛들을 전망대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 완전 거뭇거뭇해지기 전, 어슴푸레하고 어설픈 분위기의

타이페이 시내를 보자니 마음이 싱숭생숭.

죽순의 모양을 형상화해 타이페이101을 지었다느니, 세계에서 가장 큰 무게중심추라느니, 건물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을 소개해둔 자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그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무게중심추를 볼 수 있었는데, 88층과 89층에 걸쳐 건물 중심에 설치된

거대한 구가 노출되어 있는 것이었다. 101의 마스코트인 듯한 그 귀엽지 않은 녀석들, 잔뜩 놀라기만 한 녀석들

옆을 지나 허벅지만한 두께의 쇠줄이 팽팽히 내려뜨려진 공간에 들어섰다.

벽면에 적힌 수치들에 따르자면 이 무게중심추의 무게는 660톤, 직경은 5.5미터, 무식하도록 거대하고 무지하게

무거운 물건이다. 이 무게중심추 덕분에 500여미터에 이르는 건물이 외풍이나 외부 충격으로 흔들릴 때의

움직임을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하긴 하다.

그런 정보들이 적혀 있던 우글쭈글한 벽면, 좀체 한 큐에 찍히지 않는데다가 글자가 깨져보여서 이거 참 난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엘리베이터, 일분에 1010미터를 오르내리는 속도라니. 왠지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비밀에서 나오는 그 설탕 연료 엘리베이터처럼 사방으로 윙윙대며 날아다니다 끝내 하늘까지 펄펄 날아오를 듯.

89층에는 이 타이페이101 빌딩이 준공되고 완공되기까지의 사건들, 그리고 작년 12월 31일 밤 카운트다운을

헤아리던 그 때 이 건물에서부터 사방으로 터져나간 폭죽들의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상영관이 조그맣게

있어서, 돌아다니다 지친 걸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 끝내 아쉬움을 못 버린 사람들의 시선은 창밖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모른다. (88층을 지나

내려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찾아가는 길에는 구불구불, 최대한 동선을 늘여놓은 듯한 길을 따라 온갖 매장이

잔뜩 호객행위 중이었다. 중국인의 상술이란 역시 경탄할 만하다, 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만큼.)

37초만에 5층에서 89층까지 도착했던 엘리베이터, 이번에 내려갈 때도 그만큼 속도를 내려나, 어쩜 더 빠르려나

싶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엘리베이터 내 설치된 그래픽.

5층에 내려서서 아까 올라갈 때 미처 찍지 못했던 기네스재단의 공인서부터 찾아 카메라를 들이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객용 엘리베이터임을 인증하는 내용.

다시 1층으로 내려서서 새삼 올려다본 타이페이101의 천장. 쭉쭉 곧게 뻗은 기둥들도 시원하지만, 저 천장 너머

500여미터 상공까지 올라 101층을 차곡차곡 쌓아올렸을 타이페이101를 휘감고 윙윙거리는 거센 바람의 압력과

소음을 떠올리고는 까짓 것, 하고 말았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겨우 꼭대기에 시선을 안착시킬 수 있으려나.





그 높이가 무려 508미터.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인증받던

타이페이101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하구나, 왠만한 빌딩은 아무리 바싹

눈앞에 땡겨놓고 원근법의 힘을 빌린다 하여도 딱히 상대가 안 된다.

길가를 다니는 타이완 현지인들이야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막느라 양산을 쓰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시야를

두진 않겠지만, 마냥 모든 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뭔가 계속 낯설고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려 눈이 벌개져 있는 거다.

오토바이가 유난히도 많은 타이페이 시내, 어디서든 신호만 걸리면 마치 모래와 자갈이 분별깔대기에서

분리되듯 오토바이가 맨 앞으로 몰려나온다. 그 뒤론 커다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고. 멀리 하얀 햇살에

투명하게 탈색되어 버린 타이페이101의 윤곽.

어디쯤이던가, 도심을 걷다가 어느 순간 불쑥 눈앞에 나타나버린 101에 깜짝 놀랬었다.

다른 건물들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이랑 비슷하게 적당히 오래된 저층 건물들도 많고 새롭게

올라간 높고 두꺼운 건물들도 적당히 섞여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높이와 외관이다. 죽순의 형태를 형상화했단

말을 듣기 전에도 슬쩍 예감할 수 있었다.

단수이에 가는 길이었던가, 어딘가의 고가 위를 달리는 차에서도 멀찌감치 타이페이101의 우뚝 솟은 실루엣이

보였다. 다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타이페이101의 91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겠다며 나선 길, 조금씩 빌딩 앞으로 다가설수록 고개를 젖히는

각도가 가팔라졌다. 호오...서울의 트레이드타워나 63빌딩보다는 확실히, 월등히 높구나.

모양새도 꽤나 정묘하게 만들어진거 같다. 미끈하고 유려하게 뻗은 라인과 금빛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63빌딩이나, 상승을 거듭하는 그래프 모양처럼 생긴 트레이드타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우선 외관 자체에

돌출된 부분이나 장식물처럼 매달린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고, 왠지 손으로 만질만질하면 그 오돌토돌한

골격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해질녘 101타워 위의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본 타이페이 시내의 야경, 야경이야 어디서든 이뿌다지만

불안정한 대기 탓에 뭉게뭉게 예술구름이 피어나는 하늘 아래 다정하게 깜빡이는 주홍불빛들은 참.

101타워에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 최대높이는 89층, 382미터. 거기에서 계단으로 두 층 올라가면

건물 옥상으로 나와 타이페이 시내를 조감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거다.

91층 높이, 390미터에 이르는 그 전망대는 사실 타이페이에 오기 전에는 굳이 오를 필요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평소 일하는 사무실 높이가 47층인지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둠이 내려 주홍불빛이 번지는 그 모습들에서

미감을 느끼기엔 다소 질려버리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조금 갈등하다가 가보기로 결정.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할 거라면 차라리 가고 나서 후회하자는...결혼과도 같은 고민.


게다가 현재 세계 최고로 높다는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에서 이름이 바뀐)도 가봤으니, 그 이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라던 이 타이페이101도 한번 가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싶어서.

올라서자마자 보인 건 촘촘한 안전철망 사이로 빛나던 조그마한 손톱달. 바람은 철망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윙윙 소리내며 노닐고 있었고, 해가 떨어지며 찜통더위는 급속히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아래로 보이는 야경은 89층에서 유리창 너머 보였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던지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여지지 않는 날것의 풍경이란 감흥 때문인지도, 시시각각 짙게 나리는 어둠 때문인지도.

이런 높은 건물에서는 꼭 줄을 내려 등반을 하거나, 글라이더를 타고 내려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지라,

이런 식의 경고 문구 역시 꼭 있기 마련이다. 그에 더해 흡연 금지, 뜀박질 금지라는 건 자칫 불씨가 날려가서

어딘가 불을 낼까 봐, 그리고 뛰다가 자칫 바람에 날려 떨어져 버릴까 봐 경계한 것일 테다.

101타워, 총 101층으로 되어 있어 101타워라고 불린다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된 부분은 여기 전망대의 91층까지.

아마 나머지 10층은 전망대가 있는 옥상 위에서부터 다시 탑처럼 솟은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인 듯 하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전망대를 한바퀴 거니는 동안 하늘은 시시각각 어두워졌고, 언제부턴가 건물의

곳곳에서는 조명이 밝혀졌다. 뭔가 동물원 우리를 연상케 하는 안전철망, 다른 점이라면 갇힌 게 이쪽이란 점.

사방을 뛰어다니며-사실은 걸어다녔지만-사진을 찍어대다 보니 마치 신경세포들 같다. 그리고 신경관들이

촘촘히 뻗어있는 그것들은 마치 101타워, 여기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뻗어나간 듯한 느낌. 여기가 그만큼

타이페이 시내 중심가에 있기 때문이겠지만, 멀찍이 둥글둥글 혈관이 뭉쳐있는 정맥류처럼 불빛들이 올망졸망

뭉쳐있는 곳들을 제하고 나면 대체로 가지런하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안전철망 따위 쉽사리 넘나드는 손톱달.

중간중간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철망을 조금쯤 걷어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센스를 발휘했어도 좋았을 텐데, 사방을 빙빙 두른 철망은 완고하기만 하다. 풍경을 가지런히 칼질해내어

마치 병풍처럼 세워내는 그 솜씨하며.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니 바람이 더욱 거세진 느낌이다. 어쩌면 조금씩 사위어가는 주위 풍경 속에서 용쓰지

못하는 시각 대신, 온통 바람이 건드리는 그 촉감에 쏠린 탓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어둑어둑해져 불빛을 잡아내기조차 힘들어진 즈음, 굵고 유난한 불빛, 굵은 혈관같은 불빛의 흐름만
 
남아버렸다.





@ GFC Starbucks.

도시를 가득메운 고층 빌딩의 색감이 딱 저런 거 아닐까 싶을 만큼,
칙칙하고 음울하고 건조한 벽면 위로 오른 유리창살.

@ Seoul Zoo.

얼룩진 호랑이가 아니라 녹슨 창살에 맞춰진 포커스.
어쩔 수 없다, 니놈은 살았답시고 자꾸 움직이잖아. 억울하면 철창살로 태어나 녹슬다 죽던가.





얼핏 보면, 차가운 은색 파이프 십여개를 동여매둔 것 같다. 길이가 다른 파이프들을 질끈 묶어두고는 창고

한 곳에 똑바로 수직으로 세워두면 저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정원 한 가운데 연못에 비친 버즈 두바이의 서늘하고 뾰족한 실루엣.

빌딩 옆구리춤에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파리같은 불빛은, 실은 그렇게 작지만은 않을 크레인이다.

버즈 두바이의 발치께에는 여전히 공사중인 짜잘한 건물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그러고 보니 밑둥만 보면

버즈 두바이도 꽤나 옹골찬 건물이다. 튼실한 하체, 얄쌍한 상체.

그래서다. 더욱 주사바늘이 연상되는 건. 저걸 한 손에 쥘 만한 사이즈의 로봇이 있다면 언제든 툭,

꺽어선 무기로 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롱기누스의 창.

공사중인 아랫 건물들. 이것들도 그리 작다고 치부될 건물은 아닌데, 덜컥 하나가 뾰죽하니 솟아버리는 바람에

영 가오가 죽어 버렸다.

부분부분 떼어서 보면, 꽤나 높은 마천루다. 뉴욕이나 어디 대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높이이기도 하고.

사실 한국만 해도 최근 지어진 고층건물들이 잔뜩 몰려있는 지역이란 드물다. 아무리 강남이나 광화문 거리라

해도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그다지, 고층건물이 빼곡한 지역을 찾기는 쉽지 않은 거다.

뭔가 금속 골조와 유리 재질의 외장재가 초현실의 느낌을 던지고 있다. 메탈과 유리, 그 두가지 재료가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의 핵심 자재라는 지적이 와닿는 순간. 고층으로 오를수록 하늘의

파란빛을 머금은 버즈 두바이.

버즈 두바이를 올려다 보기 딱 좋은 이곳은 the old town island, 두바이의 전통 왕궁과 저택들이 재현된 공간.

압도적인 높이, 그렇지만 저 건물에 입주해서 일할 사람들은 좀 깝깝하겠다. 50여층만 되어도 창문 하나없이

답답한 공기가 내부에서 돌 뿐인데다가 엘레베이터 한 번 타면 귀가 윙윙거리는데, 저렇게 높아서야 원.


가까이 보나, 멀리 보나, 까마득하니 높게 뻗어 저게 진짜인가. 싶은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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