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들에 이어.

 

 

잡다구레한 사진들이지만 나름 하루하루 일상을 짚어나가고 있어서 재미있는 듯.

 

어느 고등학교였더라, 무슨 자격증 시험감독으로 나갔을 때 교실 형광등스위치에서 발견한 낙서. 딱 남고 수준.

 

또다른 학교의 또다른 자격증 시험감독이었던가, 고루하게 나가던 교훈에 급 '훈훈한 우리'라니. 훈훈한 교훈.

 

추석 때,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가져왔던 문제집 푸는 걸 도와주다 만난 문제. 담배피는 그림이라고 했었다, 이녀석.

 

무역의 날 행사, 이제 그만 좀 보고 싶은 그 사람.

 

뭔가 기분이 아주 더러웠던 날, 어느 술집에 장식되어 있던 성생활 교과서.

 

이런 기사는 기억해둘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목만 덜렁 뜬 연합의 속보를 캡쳐.

 

매달 나가진 못하지만, 영유아 보호센터에서의 봉사활동. 색색의 형광펜이 그참.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이번 겨울, 동면에 들어간 오토바이는 그래도 이삼일에 한번씩 시동을 걸어줬었다.

 

뭔가 삶에 흔들림없는 '영구 지침'이 생긴 건 아닐까, 설레던 맘 가득하던 그 때.

 

강릉 경포 앞바다를 보겠다고 무작정 떠났던 그 겨울, 그 바다. 그리고 만화책 한 컷.

 

 

오물렛? 오믈렛 아니고? 오물오물 오물렛.

 

선유도 공원의 어느 벤치에 누워서 누군가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었다.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이 곧 올테고 그러고 나면 가을. 사계절이 한번 도는 셈이다.

 

부모님이 최초의 커플폰이자 스마트폰으로 프라다폰을 들여놓으셨던 날.

 

속초의 갯배를 타러 걷다가 발견했던, 암수 서로 정다운 저 복어 두마리.

 

유난히 과시성 국제행사가 많던 시절, 핵안보정상회의 때 받아들었던 비표.

 

어느 금요일 오후, 겨울비가 주룩대며 낙하하던 비사이로 막 내달리며 7시간짜리 마라톤 워크샵을 하러 가던 날.

 

새롭게 시작하는, 이전부터 생각은 있었던 그림 그리기. 팔레트에 물감을 짤 때의 느낌이란.

 

서울과 울산을 당일로 주파하는 코스란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았지만.

 

만수무강을 위해 오토바이를 팔고 나니 자전거를 사야 하나, 볕좋고 바람좋은 날씨에 싱숭생숭.

 

일단은 걷고 있다. 족저근만염을 막기 위해 출퇴근은 정장에 트레킹화로 대체.

 

다시 찾았던 강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흰색과 검은색의 모노톤으로 채색은 끝.

 

문득 시선을 잡아당겼던 작품 하나를 다짜고짜 폰카로 찍어서 저장.

 

올해 건강검진은, 사람을 물총새로 변신시키는 대장내시경을 처음으로 포함시켜보았다.

 

그야말로 5월의 햇살. 눈 깜짝하니 벚꽃이 사그라들었고 뜨거운 햇살이 촘촘해졌다지만.

 

온통 산산조각이 난 푸우를 겨우겨우 맞춰놓았지만, 배은망덕한 녀석은 오른손에 총을 쥐었다.

 

한강둔치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성산대교의 야경. '행복'이란 추상어의 구체적 현현.

 

지하철 플랫폼에 적힌 시들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때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딱 와닿는 때가 있다.

 

 

 

 

촛불집회 때, G20 때, 그리고 각종 크고 작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지금은 핵안보정상회의장 주변을 그의 차벽이 감쌌다.

평소라면 현대백화점 근방을 들고 나는 차들로 붐비고 있을 코엑스 인근 6차선도로가 한개 차선만 남기고 모두 비었다.

우리 나라 국격을 높이려면 이 공간은 '핵무기'와 '강대국만의 밀실 국제정치'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배치되었어야 했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노력. 정확하게는, '핵 독점'에 근거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

지방에서까지 수만명이 동원되었다는 짭새들. 안쓰럽기도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이고 명령조인 그들은 불편하다.

웃는 얼굴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포도리 나부랭이 인형이라도 출동시켰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횡단보도 신호등이고 교통신호 시스템은 모조리 무용지물, 파란불로 깜빡이며 보행자를 인도하는 신호등이 무색하다.

G20때처럼 블럭 전체를 차벽으로 감싸고는 몇개 되지도 않는 출입문을 만들고. 금속탐지기와 엑스레이 탐색기를

지나도록 하는 경호처와 경찰 인력들. '완장'질에 대한 무조건반사적인 혐오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떽떽거리는 건 팩트.

대체 이런 회의가 한국에 도움이 되는 건 뭘까. G20때처럼 측정도 불가능한 국가브랜드 제고효과니 뭐니, 그딴 거

말고 당장 이 동네에서 출퇴근하거나 먹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율의 허울을 쓴 차량이부제 나부랭이의 부작용을

따져보란 말이다. 삼성역에 전철이 서지도 않고 버스도 내리지 않으며 셔틀버스 따위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고,

코엑스몰이니 인근 음식점은 대부분 문을 닫아 밥한끼 챙겨먹기도 힘든데 '니가 누구냐'며 '가방엔 뭐냐'며

으르렁거리는 짭새들을 참아내주는 사람들의 피해 말이다.

소방차에 닭장차에, 이중 차벽으로 둘러쳐진 코엑스 인근을 다시금 한겹 커다란 차들이 둘러싸고 있다.

M본부니 K본부니 S본부 이외에도 온갖 종편 방송국들 차량까지 차곡차곡 주차되어 있다.


짭새들이 고생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민생에나 좀더 신경쓰는 게 어떨꼬. 이를 두고 개고생 혹은 MB시대의

아이콘이 된 노가다 도구의 이름을 빌어 '삽질'이라 한다.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호주총리 만찬 행사 때문에, 오늘로 연이어 사흘째 '외근'을 다니고 있다. 조선호텔에 가서

호주대사관 측과 이야기도 하고, 호주 본국서 온 경호/의전팀과 사전점검도 하고.

오늘은, 비표 검수를 위해 청와대 경호처에 다녀왔다.


국가 수반 정도의 고위 인사가 방문해서 행사를 가질 때, 참석자의 신원조회를 완료했다는 의미로 발부받는

명찰이 비표랜다. 덕분에 150여명에 이르는 참석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영문 이름, 직함, 소속까지 전부

정리하고 추가하고 빼고 고치느라 근 일주일 동안 정신없이 바빴었다.


청와대는 생각보다 넓었고, 생각보다 사람이 바글댔다.

서울시티투어 버스가 나른한 표정의 몇몇 외국인을 태우고 이미 자유로이 청와대 경내를 돌고 있었고,

파란지붕의 맹박이 셋방은 몇개의 튼실해보이는 건물들 뒤로 멀찍이 숨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삼청동에서 지날 적마다 궁금해하던 그 관공서틱한 입구서부터가 실은 청와대 경내였다는 사실에

저윽이 놀라기도 했고.


땡볕이 내려쬐는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변에는 사복경찰이 기십여 미터마다 촘촘이 박혀 있었다. 방문차량을 위한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아무데나 주차도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기자차량을 위한 주차장에서야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경찰, 전경이나 사복경찰이 아닌 민간인은 전부 어디에 숨은건지, 왠지 서울대가 한없이

관악산을 갉아먹으며 만들어진 휑뎅그레하고 맥없는 공대 건물들이 여름방학을 맞은 느낌이랄까.


북악 안내소였던가..로 불볕을 맞으며 걸어가서 방문신청서를 썼다.

방문 목적 : 호주총리 비표 검수, 방문 기관 : 청와대 경호처, 방문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소속, 직위 : 대리. 운운.

신청서와 신분증을 맡기고 패찰을 받고 가슴에 달곤, 엑스레이 검색대와 메탈 디텍터를 통과해 청와대의

심장부로 들어서다. 슬쩍 다른 신청자들이 맡긴 신분증을 보니 대부분 정부부처 사람들. 다들 나처럼

허드렛일하러 나온 말단직원이겠거니 생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 경호처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어둑하고 후텁지근한, 왠지 후질그레하고 눅눅한 건물을 더욱 싫게

만드는 정부의 에너지 시책에 부응한 거겠지만, 그런 느낌에 대실망.


제작해간 명찰에 청와대 경호처 도장을 190여개 찍는 동안 경호원 한분이 비타500도 아니고 자그마치 비타1000을

대접해 주셨다. 며칠전 부시가 왔을 때 진심으로 죽는줄 알았다는, 그런 하소연을 들으면서 난 묵묵히 열심히

도장을 찍고, 같이 갔던 선배는 붙임성있게 말을 섞고. 여기 나오면 사설 경비업체로 많이 스카웃되시죠, 아니오

그렇지도 않아요, 젊은 사람이나 받아주겠지만 어디 젊은 사람들이 거길 가겠어요, 어쨌든 가족보다 일이 항상

우선이라 사람이 할 짓이 못 되요, 협회는 공채인가요 뭐이런..


흘낏흘낏 본 그분의 가슴과 어깨, 그리고 허벅지는 역시나 솔찮이 튼실한 게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원나온

경호원들과는 풍기는 포스나 냄새가 달랐다. 뭔가 엄청 억세고 딱딱한 걸 천 조각 아래 움켜놓고 있다는 느낌.

조선호텔에서 한국측 경호 실무팀하고 만나 동선을 확인할 때에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우린 아마 청와대 경호처 건물엔 발칸포나 탱크같은 대형 화기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몰래 건물 뒤켠 그늘에 숨어 각자 가슴에 차고 있던 패찰을 카메라폰으로 찍느라 잠시 부산스러웠다는.

사실 나는 경호처 건물도 좀 찍고 몇장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던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선배 앞에서 왠지 그렇게

촐싹대는 건 대범치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언젠가 청와대 내부에서 사진찍으면 아예 폰카 내부의 사진을

전부 지워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꾹 참고 있었던 거다.


나오면서 패찰을 돌려줄 때, 휴대폰에 실드는 안붙였었나요? 라고 물었던 걸로 보아, 그리고 그 옆에 유리창닦는

그 칙칙이 세정제가 놓여있던 걸로 보아, 아마 좀더 '중심부'에 가깝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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