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열린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놀다가 예기치 않게 빨려들어 완전히 몰입해버린 밴드가 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밴드 이름만 듣고는 이게 어느 나라 밴드인지, 어떤 느낌인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지만, 일단 한번 딱 듣고 나면 바로 그들의 신도가 되어 버리는 거다.(혹은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며

평생 등을 돌릴지도 모르고.) 나 같은 경우는, 좀체 연예인 사인받고 팬질하고 그러는 거 없지만서도

공연 마치고 난 그들을 발견하고 얼른 달려가 사인까지 받아버렸다.


노래하는 오마르와 다르부카 치는 미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정현이 바로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멤버들.

그들의 음악은, 앨범 제목이 '지구음악'이라는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듯 그 뿌리를 딱히 어느 나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인류의 음악, 민족과 국가로 쪼개지기 전 신과 통하려는 주술적 의지나

집단 최면상태를 만들어내는 그런 음악인 거다. 달리 말하자면, "박카스 주사맞은 느낌"의 음악.


이토록 강하게 끌어당기는 음악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근래 달달하고 은근한 인디음악만 줄곧

들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예기치 못한 멜로디의 진행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창법들. 정말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허를 찔러들어오면서도 몸을 흐느적대게 만드는 그 마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아래는, '수리수리마하수리'의 공연 영상과 몇 장의 공연장 사진들.



















 


 

 


 



 




갑자기 조문갈 일이 생겼다. 캐쥬얼데이라서 말이 뛰노는 반팔티를 입고 왔는데, 덕분에 타투도

번쩍 눈에 뜨이는 날인데 바로 가야 하게 되어서 어쩔까 하다가 반창고를 덕지덕지.


반창고가 워낙 더덕더덕 붙어있어서 그 자체가 눈에 띌 수는 있겠지만, 윗분의 어르신이 돌아가신

자리에 파란색 별이 막 번쩍거리고 그러는 거보다는 아무래도 낫겠다 싶어서.


이로써 타투는 봉인되었다. 일시적으로나마 밴드 다섯개로.

아 왜 하필 오늘이 금요일인데다가 날씨가 더워가지고. 정장은 아니더라도 겉옷이라도 갖고 왔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타투란 게, 문신이란 게 정말 죽을 때까지 몸에 남아있는 거니까 이런 정도의

불편이야 이미 예상한 바고, 조금씩이라도 이런 데 너그러워지다 보면 나중엔 반창고를 이렇게

덕지덕지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요새는 위드블로그에 종종 앨범이 리뷰대상으로 오르고 있지만, 위블에서 올린 음반 리뷰의 첫대상이었던 '화나'

힙합앨범이 운좋게 당첨된 이후([FANATIC] 생기다만 귀로 듣는 화나의 힙합.)로는, 전혀 당첨의 기회가 없었던지라
 
아쉬워 하던 참이었다. 아마 그때의 리뷰가 맘에 안 들었나보다, 역시 내 귀는 생기다 말아서 누군가의 음악을

평한다는 게 가당치도 않은 소리로 들렸나보다..여러 가지 자책감과 자괴감이 물밀듯 몰려오던 중.


"클래식/크로스오버 뮤직의 센세이션! 본드와 바네사 메이보다 업그레이드된 21세기형 클래식 밴드"라고?

본드는 제임스 본드를 말함인가 했지만, 여튼 바네사 메이는 안다.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를 나름 좋아라 하며

찾아들었던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21세기형 클래식 밴드'란 단어가 와닿는다. 오호...냉큼 신청.

"레드 제플린의 'Kashmir',엔니오 모리꼬네의 'Chi Mai'라니요..이 두곡을 어떤 식으로 재해석해서 연주했는지 꼭 듣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바네사 메이밖에 모르고 본드가 누군지, 에스칼라가 누군지 듣도 보도 못했지만 바네사 메이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단 게 대체 어떤 느낌일지 맛보고 싶네요."

라고 알랑방귀 아닌 알랑방귀를 뀌었더니, 뿡, 소식이 왔다. 역시 방구가 잦으면 또...흠, 여튼.

앨범 포장지에도 붙어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최종전까지 진출했던 그녀들인 게다. 하긴 데뷔 앨범에서

'Palladio', 'Kashmir' 두 곡이 동시에 싱글 차트에서 대박을 냈다니 실력은 인정받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들어보니 2번 트랙 Palladio와 3번 Kashmir, 그리고 7번 Chi Mai와 9번 Serabande가 가장 귀에

꽂힌다. 주로 가사없는 클래식 음악이나 뉴에이지 음악류는 틀어놓고 쭉 BGM으로 쓰는 터라 따로 트랙번호나

곡 이름을 확인하는 일이라곤 좀처럼 없는데, 이렇게 네 곡은 앨범을 들춰 제목을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특히 Palladio는 그녀들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들고 나간 곡이라던데, 아마 그 쇼에 나가서 처음 이 곡을

선보이던 순간, 심사위원들은 이런 느낌을 받았지 않을까. 포장지를 쭉 잡아찢어 그녀들의 음악을 좀더

맛보고 싶다, 대체 이 세련되면서도 파워풀한 곡 흐름은 뭐지, 두 대의 바이올린, 한 대의 비올라, 한 대의

첼로로 이렇듯 풍부한 감정을 탄주할 수 있다니. 아마 그랬기에 최종전까지 올라갔었으리라. 다른 재해석된

곡들도 물론 멋졌지만,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빛나는 곡이 바로 Palladio인 것 같다.


나름 클래식한 우아함, 장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스피디함과 보다 드라마틱한 궤적을 화려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지만, 이 씨디를 아예 차에다 갖다놓고 시간날 때마다 듣게 되는 걸

보면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는 거다. 아마도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한번쯤 살지 말지를 고민하게 될

법하다. (물론 그 전에 리뷰대상으로 나온다면 꼭 뽑아주세요~하고 저요저요 하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기억 속의 흐릿한 바네사 메이보단 파워가 약하면서도 좀더 풍부한 화음이 장점이지 싶다.

아무래도 솔로와 밴드의 차이겠지만. 점수를 주라면 솔직히 바네사 메이에 쏠리겠지만, 데뷔 초의 그녀와 비기는게

공정한 거고, 그렇다면 글쎄. 오십보 백보의 점수를 받지 않을까.

멋진 앨범이었지만, 다만 한 가지. 배송 상태가 왜이렇게 엉망인지 씨디 케이스를 열자마자 나뒹구는 씨디와

옥수수 강냉이 이빨빠지듯 사방으로 튀겨나가는 씨디 케이스 쪼가리들. 에어캡을 좀더 감던가 택배직원에게

좀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청하던가, 씨디를 열 때마다 조심스레 수평맞춰 여는 일이 없도록 다음번에는 신경을

좀 더 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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