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콕을 관통하는 네이던 로드 양쪽의 골목통은 온통 재래시장, 어디서부터 어디가 여인가인지, 금붕어시장인지 혹은

 

전자제품거리인지 딱 끊기는 맛은 없으니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여기는 한국의 남대문시장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 고만고만한 아이템들이다.

 

 

그래도 이런 생선가게는 재미있는 게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선들을 먹고 사는지, 뭐가 익숙하고 뭐가 낯선지도.

 

 건어물 가게라고 해야 하나, 위에 매달린 소세지 같은 고기덩어리에서 풍기는 냄새가 강렬하다.

 

용과와 두리안! 동남아 지역에 가게 되면 과일을 밥보다 많이 먹는데 역시, 두리안 향기를 좇아 과일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다란 골목통을 온통 꽉 매우고 늘어선 버스. 몽콕행 버스 종점이 여기 시장 복판인건가 설마.

 

사실 시장통의 묘미는 전면의 아이템들보다도 이런 뒷골목의 날것 풍경.

 

 뒷골목을 헤매다 보면 이렇게 무대 막을 뒤에서부터 젖히고 다시 시장통으로 스며들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온통 광고가 붙어있는 벽면 앞에서 심각하게 이야기중인 두 홍콩 젊은이.

 

돌아보다 보니 조금씩 날이 저물고, 바야흐로 홍콩의 밤거리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홍콩의 구룡반도 중심가 몽콕, 그 메인로드 뒷편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시장 골목들.

 

거기에서 만난 고양이 한마리,

 

아니, 이렇게 두마리를 만나고 말걸고 쫓아가다간 멈춰서고, 그렇게 사진에 담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

 

 온통 높다란 빌딩들이 한뼘 정도의 틈만 서로 내어준 채 빼곡히 채워져있는 홍콩, 그 무대 뒤 철골이 날카롭고

 

위태하고 뾰족거리는 곳에서 기껏 빗물이나 받아먹고 철골구조물의 페인트나 핥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

 

 

 

 왠지 두 마리 모두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살짝 우수에 젖고 무기력해진 것도 같은.

 

 낯선이를 온통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바지런하게 움직여 도망가지도 않는 게 이미 이동네 생리에 인이 박혔다.

 

 

근데 이 녀석 가만보니까 인상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눈 한쪽에 상처를 입었나 보다. 잘 뜨지 못하는 거 같은데.

 

못된 꼬맹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한테 당한 상처가 아니고 그저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그런

 

작고 별것아닌 상처였으면 좋겠다.

 

골목에서 두 개 마주본 건물 사이에 덩굴처럼 늘어진 철골구조물, 계속 그걸 올려다보고 있는 와중에도

 

왔다갔다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분주하고 돌아다니시는 참이다.

 

 

 

 

 

Chijmes, 차임스라고 읽어야 하지만 자신있게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곳은 1980년대까지 수녀님들이 고아들을 돕기 위해 이용한

 

일종의 보육시설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웨딩 촬영이 곳곳에서 성행하는 데이트 코스이자 이름난 레스토랑들이 집결한 곳.

 

 

아르메니안 교회 정원, 시내 한 가운데에 있지만 굉장히 조용하고 시내의 소음에서 뚝 떨어진 느낌의 하얗고 자그마한 교회

 

주변으로는 이렇게 십자가로 고행하는 예수를 담은 십자가의 길이 3D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중앙 소방서. 건물이 아기자기 귀엽게 생긴 게 소방서의 급박하거나 긴장감 넘칠 업무와는 영 딴판.

 

멀라이언 파크에서 싱가포르의 서쪽으로. 남쪽 해안으로는 온통 술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뒤에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고층빌딩들이 한무더기.

 

무더기째 뭉쳐져 있던 건물들로 한발 재겨딛으면 이렇게 활짝 열리는 미지의 뒷골목.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중앙에서 수시때때로 기획되어 있는 듯한 라이브 공연. 나름 시스루를 입고 나오셨다.

 

 

그리고 헬릭스 브리지. 싱가포르의 다민족, 다인종성을 상징하듯 DNA 나선구조가 거침없이 꽈배기로 용틀임하는 모습을 담았다나.

 

 

물론 다리가 온통 불밝히는 밤도 좋지만 낮에도 걷기 괜찮은 다리,

 

다리가 잇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쪽과 싱가포르 플라이어 쪽의 풍경도 좋다.

 

 

 

다리 중간중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전망대. 저기에서 마리나 베이 저끄트머리의 멀라이온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두리안, 이라는 별칭의 에스플러네이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미술 전시나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잠시 둘러보려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전통악기 공연이 있다길래 삼십여분 무료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연주를 감상.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 때더라, 택시를 탔더니 온통 불상과 힌두교 신들, 혹은 무조건 복을 빌어주는 각종 잡신들, 심지어

 

손님을 빌어주는 일본 고양이인형까지 모아둔 정신사나운 모양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독일 맥주가 굉장굉장굉장히 맛있었던 어느 바. 특히나 더웠던 날 점심부터 맥주를 대차게 마셔줬다.

 

이건 센토사,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남쪽의 리조트 월드 공간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리지널로 경험했으니 패스, 대신 택한 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

 

 

 

 

그 거칠한 질감의 벽면이라거나, 온통 사방으로 새어나가는 것 같이 뾰족거리는 안테나들이라거나.

 

무엇보다도 잔뜩 찌푸린 하늘이랑 경쟁이라도 하듯 잿빛으로 두텁게 칠해버린 불투명 수채화의 텁텁함을 닮은 건물들이라니.

 

 

가슴이 답답할 때는 하늘을 보자, 라고들 한다지만. 제각기 발 딛은 공간에 따라서 하늘이 열린 만큼도, 하늘의 빛깔도 다르다.

 

 

 

 

@ 홍콩, 썽완.

 

짜오프라야강 서안에 있는 왕실선박박물관은 사실 가이드북엔 그리 크게 나와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찾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가면 꽤 괜찮은데, 그리고 가는 길도 꽤나

매력적이었던 곳이었다. 왕의 배들이 웅크리고 있던 방콕의 선박박물관

큰길을 따라 걷다가 표지판을 보고 꺽어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그야말로 허름한 빈티지 삘

가득한 뒷골목의 느낌이라 조금 당황한 건 사실이었다. 더구나 앞으로 나가봐야 길이 막혀있는

것처럼 벽이 벌써부터 보이니까 더욱. 그래도 옆에 화살표가 크게 붙어있으니 믿고 들어가기로.

골목을 틀어 돌아가니 개 한마리가 좁은 길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옆엔 나른하게

널부러져 있는 황구 한마리. 길 양켠을 차지한 건 허름한 음식점과 두개밖에 없는 테이블.

뭔가 의구심이 생길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주는 화살표라 더욱 믿음직스러웠달까.

거침없이 계속 앞으로 가다가, 잠시 후진을 해야 했다. 좁은 길폭에 딱 맞춤하게 만들어진

세바퀴 수레를 끌고 길을 나오고 있던 아저씨, 양쪽으로는 다닥다닥 붙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벽처럼 서 있어서 적당히 피할 공간도 없길래 조금은 뒤로 후진. 근데 저 수레 위에

올려진 것들은 대체 뭘까. 뭔가 양념통 같은 것도 보이고.

아저씨와 수레를 보내드리고 나니 다시 막막한 외길이다. 다른 길로 샐 데가 없으니 그냥 조금만

걸음 되겠거니 싶긴 하지만, 조금씩 당황스러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금방 가 닿을 줄 알았는데,

바로 눈앞의 건물인가 싶었는데 계속 화살표만 나오니까. 그리고 이젠 화살표가 벽에 그려졌다.

마음을 조금 널럴하게 먹고, 설렁설렁 산책한단 기분으로 걷기로 했다. 주위에 널어진 옷가지도

보고, 저렇게 돼지모양 깔개가 귀를 물린 채 널려있는 것도 보고.

아, 그러고 보니 선박박물관에 배들이 물에 띄워져 있을 테니 수로 근처에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건, 조금씩 집들의 바닥이 드러나며 물위에 떠있다는 게 느껴지면서였다. 생활용수랑

섞여들고 각종 쓰레기가 섞이면서 희뿌얘진 물에 조그만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저렇게 집들의 아랫도리를 질퍽질퍽하게 적신 물이 이런 큰 수로로 섞여들어서는 조금은 더

깨끗해보이는 물줄기를 이뤘다. 여전히 탁하고 잔뜩 고인 채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그래도

말갛게 비추는 풍경은 실제보다 이뻐보인다.

허술하게 만들어진 안전바, 그 곁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여봐란 듯이 내부를 활짝

열어제끼고 있었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한 집인지도 그저 눈치로 추측할 뿐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 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렇게 가는 게 맞는지 싶어서 묻고 싶어도.

이제 뭐, 사실은 초점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굳이 선박박물관을 찾아야 할 이유는 없고

이미 충분히 이 구불구불한 미로길을 걸으며 방콕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거 같기도 했고

나름 세세한 풍경들이 맘에 와닿는 것들도 많았으니. 대충 벽면에 그려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일부러 조금씩 돌아가 보기도 하고 옆길로 새보기도 하면서 설렁대며 걸었다.

일부러 세팅이라도 해 둔 것처럼 하천 위에 벤치처럼 묶여 있는 화단이라거나, 하천 옆에

손바닥만한 땅바닥에도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각종 녹색 풀떼기들. 하나같이 싱싱하고 푸른.

태국 사람들은 전부 Green Thumb을 가진 건가 싶을 정도로 싱그런 초록색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어느 집 앞의 아저씨가 담배를 태우고 계시길래 슬쩍 말을 붙였다. 집안에

온통 강아지들이 가득 하길래, 그리고 또 뭔가 신기해보여서 인사도 하고, 안에 좀 둘러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직접 가꾼 운하위의 정원도 보여주고.

그 집을 벗어나서 다시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 산뜻하게 새로 세워진 담벼락 위로 누군가가

노랑색 물총을 걸어놨다. 뭔가 물총이 담 아랫길을 굽어보는 게 씨씨티비의 각도인 게, 골목길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는 듯한 포스.


어느새 선박박물관은 아웃 오브 안중, 그냥 촘촘하게 구불구불 쟁여진 골목길을 즐기고 있었다.

낡은 창문짝들이 활짝 열려있는 하얀 벽 아래 적색의 항아리가 뒤집어져 있는 모습이라거나,

이끼처럼 벽을 타고 오르는 꺼뭇꺼뭇한 자국이라거나.

어느 집앞에 널린 빨래를 무심히 지나치다가 살짝 놀랬다. 속바지가 여러벌 널려있었는데, 색깔만

다르고 전부 똑같은 제품이었던 것. 음..패션이나 심미적 만족 따위가 아니라 그냥 실용적으로다가

한다발 사서 쓰는 듯했다.

거의 다 도착했나 싶다. 삼거리에서 불쑥 눈에 뜨인 건 마치 하이네켄의 색감과 비슷하게

그려진 선박박물관을 향한 안내화살표. 얼룩덜룩한 시멘트벽돌담이 운치있다.

그리고 선박박물관. 왕의 배들이 웅크리고 있던 방콕의 선박박물관

돌아나오는 길에 슬쩍 고개를 집어넣고 구경했던 미용실 풍경. 국왕의 얼굴이 달마다 실려있는

달력이 몇개씩 걸려있고, 손님을 받는 곳도 고작 의자 두개, 옆에 소파에 누운 아주머니의 머리에

'구루뿌'를 말아주고 있었다.


다시 처음의 큰길 쪽으로 돌아나오면서 조금씩 정돈되고 깔끔해지는 건물들의 분위기. 단적으로

페인트칠도 말끔하고 태국국기도 산뜻하게 걸려있는 이런 집이 몇 채 몰려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집 현관에도 왠 뜬금없는 자동차 타이어가 하나 뒹굴고 있고. 뭔가 관광지를 따라다니는

동선으로는 보지 못했을 것들을 살짝 둘러봤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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