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라고 적힌 간판이 환하게 빛을 밝혔다.

무언가가 나오고 밀어내어지는 곳이 출구, 그런데 출구 앞 볼록거울에 비친 출구는

외려 다시금 그걸 꾸역꾸역 되짚어넣고 밀어넣는 그런 구멍처럼 보였다.


뗏국물이 말라붙은 더러운 거울은 출구의 기능을 반사시켜 뒤집은 것도 모자라서,

출구란 글자도 앞뒤로 바꾸어 구출이 되고 구출 역시 반전시키고 말았다.

왠지 막막한 느낌. 출구도 막히고, 구출도 글러먹은 더러운 거울속 세상.


1박2일의 짧은 남해안 여행이 끝나고 올라오는 길,

뭐 하나 바뀐 것도 없이 돌아올 곳만 정해져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거다.




@ 광주, 어느 백화점 주차장 출구 앞.
[序]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한바탕 난리가 쓸고 지난 듯 밴쿠버 올림픽이 끝났다.
여전히 1등만 찾고 보는 언론의 취재 행태, 그럼에도 박성광의 질타 섞인 개그가 낯을 간질렀는지
굳이 '더럽지 않은 세상'임을 강변하는 그들이 우습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박성광의 개그는 이번 올림픽 내내 모든 언론매체 종사자들 사이에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했다.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지면이나 화면상으로 그 문구를 의식한 발언을 꼭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 같았다. 1등이 아니어도

기억해 주는 훈훈한 세상이라느니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런 국가대표라느니 , 그런 식으로 이 사회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어했던 거 같다. 세상이 1등만 기억하도록 더럽게 만든 책임을

부정하고, 아예 세상 자체가 더럽지 않음을 항변하고 싶은 걸까.


보통 사람들은 그런 식의 강박까지는 없었던 듯 하다. 사실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은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특정 방송국에 마이크를 독점당한 이번 올림픽에서 더욱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버린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라는 말을 굳이 들춰내 되새기거나 부정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냥, 김연아 스페셜 죽도록 나오니까 적당한 만큼 소비해 주고, 금메달 중심으로 돌아가는 성적순위
 
올라가니 기뻐해주고. 닭가슴살마냥 퍼석한 삶에서 접하기 힘든 잘 짜인 드라마와 멋진 쑈가 매일 펼쳐지니

티비 앞에 자연스레 모여앉게 되는 거고.


새삼스러울 게 없는 거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는 박성광의 개그가 먹히는

이유는 그 발언이 대부분의 공감을 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나운서니 기자니 사설이니 '성적에 연연치 않는

성숙한 태도'와 '더럽지 않은 세상'을 칭송해도, 연아의 한마디한마디가 그대로 기사가 되고 그녀의 짧은 삶은

어느새 영웅의 비범한 출세담으로 분칠되어 버렸다. 메달리스트가 아니면 앉을 자리도 없고, 은메달 동메달은

따고도 섭섭한 그런 거고, 연금이 얼마씩 나오고 금메달리스트 누군 돈방석이 앉았다느니 하는 그런 이야기들.

모든 선수들에게 기계적으로 고른 애정과 수혜를 주자고 말하는 건 아니다. 치사하지만, 누군가는 대통령 옆,

혹은 헤드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거고-좋던 싫던 간에-스포츠는 근본적으로 등수를 매기는 게 목적이니까.

(저러고 있다...난 절대 싫을 거 같다.) 아무래도 이쁘고 영악하고 연기력좋은 김연아에게 카메라가 한번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금,은,동을 따로 집계하진 않는다는 다른 나라들도

여전히 메달 수를 집계하고는 있으니까, 완전히 '경쟁'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승패, 애정과 상금의 불균등한

분배를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비록 한국이 정말 더럽도록 유별나게 1등에 집착하는 것 같긴

하지만, 여하간 1등부터 줄세우는 스포츠의 구조는 만국공통인 거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지레 발저려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가 아님을 강변할 필요는 없는 거다. 사실이

그렇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도 맘속 깊은 곳에서는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애써 아닌 척 밝고 맑고

도덕적이고 성숙한 세상인 척 노력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더구나 그런 '더러운 사회'로 내리닫도록 앞장서

조장했던 게 누구였더라. 오랜 세월 언론이 앞장서 학벌이니 스포츠니 온갖 분야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고 조장해온 게 부끄럽다면 그냥 입닫고 가만히 있는 게 어떨지 싶다. 


괜히 더러운 사회가 아니라고 나발불며 떠들어봐야 오히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박성광의

유행어 수명만 늘려주는 꼴 아닐까. 이번 밴쿠버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는 박성광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진정한 승자, 삼성(이라고 쓰고 '이건희'라고 읽는다). 밴쿠버 프로젝트의 효과와 삼성 자금력의

효과를 경시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마치 군대의 규율마냥 공동묘지 옆에서 담력훈련을 받았던

박세리 어간의 세대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스스로 몰입하는 그들의 문화적 차이는 어떨지. 그리고

그 새로운 루키들의 감수성과 삼성의 감수성 혹은 문화는 서로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어디 한번

따져본다면 어떨까.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그놈의 사면은 왜 시켜줘가지고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명바기가 이건희 안틴가보다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미쳤나봐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명박이 갈수록 패기만만해지는 거 가태..우얄꼬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정말 정권이 기업인들 조지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크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장난 아닌데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저러고 나면 삼성에서 이제 발벗고 나서서 삽질하려나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짜증나서 손 떼는거 아니냐 이거 원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집에서 탱자탱자 잘 쉬고 있는 사람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이놈의 명바기는 괜히 왜 들쑤시는건지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ㅎ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설마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삼성측에서 난리쳤겠지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가만히 있어도 삼성빠들이 어련히 알아서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챙겼을까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삼성장학생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있자노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아무리 노회찬이 X파일 무죄방면되었다고 해도 주류 언로에서는 누구 하나 떠드는 사람 없는 더러운 세상.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사면이 된다고 해서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이건희 본인한테 플러스 되는게 뭐 있냐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벌금도 다 냈겠다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구속 상태도 아니고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어디 출마할 것도 아니고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경영 배후조종을 못했냐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괜히 사면 시켜가지고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욕만 먹게 만드냐 왜 이놈의 정권은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동계올림픽 좀 안하면 어때서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법치에 대한 불신만 심어주고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하긴 것도 그렇네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올~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말이 되는데?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이명박이 안티였구나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ㅎㅎ

A (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 둘다 X되어 버리면야 좋겠지만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젠장

B ( 이건희 단독사면. 아ㅆㅂ뒷목 ) : 아놬ㅋㅋㅋ



@ 오후 인터넷 공간에서의 한담.
정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31일자로 단독 특별사면키로 했다고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29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안을 심의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살리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위해 이 전 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경제계, 체육계 등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 전 회장 이외 다른 경제인들에 대해서도 사면을 검토했으나 여러가지 면에서 부담되는 것으로 판단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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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사면해주는 더러운 세상..! 경제 살리기? 동계올림픽 유치?? 국격 높이자매? 아놔. 정말 예상했던 거지만

정말 더러운 세상. 단독 특별사면안이라니,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의 푸념은 정확히 말해 '권력이

삼성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거다. 1등, 그것도 온갖 탈불법을 저질러 만들어진 1등만 배려하고

약자에겐 가차없는 더러운 세상, 술푸게 하는 세상. 난 박성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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