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주기만으로 봤을 때는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한 열흘 가까이 걸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내려오는 길은 세시간 정도.

 

내설악과 외설악, 병풍처럼 늘어선 설악산 능선들이 시야를 첩첩이 가로막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끼인 바윗덩이 하나. 거대한 바위산인 설악산 울산바위 어귀 어드메쯤의 균열에 오도가도 못하고 딱 낑겼다.

 

 

그저 눈앞의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살짝 아찔할 만큼의 경사였다.

 

죽어버린 고목 한 그루가 이파리고 줄기고 다 잃어버린 채 뒤틀리고 갈라진 기둥 하나만 남긴 채 가을처럼 서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내달려오던 구름이 어느순간 울산바위 위의 하늘을 꽉 채웠다 싶었는데, 또 저만치 내달리며 파란 하늘을 남겼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렇게 금세.

 

사진사 아저씨가 딱 자리잡은 곳에서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가 동시에 이렇게 담기는 것이었다. 살짝 눈치보며 찰칵.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병과 파전과 전날 사둔 '만석닭강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사람들의 소망이 텅빈 나무등걸을 꽉 채우고 흘러넘치던 모퉁이를 돌아나오고.

 

 

제법 형체를 우람하게 갖춘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슬쩍 곡선을 그리며 섰는 모습도 눈여겨봐주고.

 

 

신흥사에서 올려다보이는 설악산 바윗덩이들의 우람한 육질도 감상하고.

 

 

손을 꼭 맞잡은 어느 커플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부러워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 입구. 언제나 그렇다지만, 안 가본 길을 처음 갈 때는 무지 멀고 길어보이지만 되돌아오거나

 

다시 한번 밟을 때는 어라, 하면서 생각보다 짧고 쉽게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올해 가을은 끝.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설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편도1차선 길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힌지 오래. 그보다 한 4킬로미터쯤 아래쪽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

 

그래서 왕복 5시간 정도면 될 울산바위 코스가 왕복 7시간짜리로 늘어났다는 건 함정.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초중학교 때 극기훈련이나 스카우트 활동으로 잼버리장 왔던 가물가물한 기억밖에는 없었던 거다.

 

이렇게 산이 이뻤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울산바위에 오르고 나니 다른 코스 역시 한번 쫙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입구에서 커다란 불상을 지나쳐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 계속 걷고 있는 참, 아직은 단풍의 냄새만 풍기는 풍경.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나.

 

모르는 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버렸지만, 온통 검정색 옷 덕분에 단풍빛깔이 더 고와보인다.

 

 

중간에 만난 매점, 산에서 끌어내린 시원한 물이 음료수병 가득한 빨간 대야로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흔들바위, 아마도 어렸을 적 내 로그는 여기까지였을 거다.

 

커다란 바위, 흔들바위 옆에 명문을 새긴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뜻하게 새로 칠해진 듯한 단청이 새초롬 끄트머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는 뒤로, 바야흐로 만개한 단풍.

 

흔들바위 옆에는 석굴이 하나 있는데 영험하다나, 현판도 '신통제일나한석굴'이렸다.

 

그나저나 흔들바위가 이렇게 느닷없이 길가에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어보는 포즈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전혀 새로운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 설악산 오른 걸 처음이라 치는 게 옳겠다.

 

 

 

 

 설악산 울산바위까지의 등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아직 채 농익지는 않았으나 그대로 또 풋풋한 단풍을 눈에 담았다.

 

왕복 네다섯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해가 뉘엿해질 무렵, 설악산 초입쯔음에서 문득 돌아본 설악산의 석양. 노란빛과 파란빛이

 

적당히 버무려진 신비로운 하늘 아래에는 금빛을 잔뜩 품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에만 해도 사람이 바글거리던 좌불 동상 앞에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하산객들만이 띄엄띄엄.

 

 

셔터속도를 달리 해서 찍은 사진은 좀더 밝기는 한데, 금빛이 덜 표현된 듯. 이것도 이것대로 좋다만서도.

 

 

 

 갯배를 타려고 줄을 선 사람들을 배경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였던가의 한장면을 찍는 듯한 동상 아저씨.

 

 그리고 동상 아저씨가 보는 풍경 속에는 까만색 털모자를 따뜻하게 뒤집어쓴 송혜교 동상과 그녀에게 따스한 백허그를 당한 원빈 동상.

 

그리고 갯배. 바다라기보다는 걸쭉한 스프같은 점도가 느껴지는 내해의 좁은 수로를 횡단하는 이 독특한 탈것의 매력이라니.

 

갯배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계속 달려 영금정 앞에 이르렀다. 문득 눈에 띈 양심저울. 해산물을 구매하고 무게가 의심스러우면 여기로.

 

 영금정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쪽 전망대로 향하는 녹슬고 야윈 현수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퇴락한 금문교 같기도 하고.

 

 바닷가 쪽을 내려다보니 온통 해산물인지 젓갈인지를 담고 있는 '다라이'가 풍년이다.

 

 

청초호 안쪽으로는 자전거를 달려 지나온 두개의 붉고 푸른 구름다리가.

 

 

 영금정의 육각 지붕.

 

 

그리고 바닷가쪽 정자에서 영금정 전망대를 올려다본 모습.

 

 

 

 

 

 

춘천 인근에 있는 오봉산, 야트막하니 산책삼아 걷기도 좋고 개울을 따라 빽빽한 나무그늘도 좋았던 곳이다.

 

오봉산 청평사의 독특한 발코니 형태의 창도 사진찍기에 꽤나 좋은 포인트였던 것 같고, 짧은 가을에 덜 익은 단풍도 꽤 이뻤던 곳.

 

 

 

 

 

 

 

 

 

 

 

 

 

 

 

 

 

 

 

 

 

 

 

 

 

 

 

 

 

 

 

 

 

 

 

 

 

 

나파 밸리의 중심가, 나파 다운타운에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트렌디한 와인샵들과 함께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다. 제법 와인 관련한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캘리포니아 와인과 함께

 

간단한 점심을 챙겨먹는 것도 좋을 법한 지점이다. 마침, 11월의 나파밸리는 담쟁이가 익어가는 계절.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려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유명하게 인지도가 높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프렌치 베이커리 앞에서 어마어마하게 늘어선 줄.

 

 

 샵들에서 구경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품들과 와인 관련 아이템들을 구경하면서 이곳저곳에 인심좋게 널려있는 음식들을

 

시음시식하다 보니 딱히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더라.

 

 

 

와인병을 재활용한 생활 소품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런 그럴듯한 조명 역시 와인병을 그대로 활용한 사례.

 

와인병을 녹이거나 이어붙이거나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상품들도 있었지만 촬영이 금지된 경우도 왕왕 있어 촬영 실패.

 

 

 나파 밸리의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는 와인 트롤리, 저속으로 운전하는 버스라 그런지

 

창문도 없고 관광객들은 모두 탁 트인 창문을 바라보고 옆으로 앉아있다.

 

 

 온통 빨갛고 노랗고, 그리고도 푸릇푸릇한 나파밸리의 가을.

 

 

캘리포니아 와인의 본산 나파 밸리에서는 자전거 보관소도 와인 숙성을 위한 오크통을 재활용해 만들어 놓았다.

 

다운타운에서도 중심가에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가로지르는 길. 골목 곳곳에서 향긋한 와인 향기가 번져온다. 

 

 

  

다운타운 곳곳에서 마주하는, 그야말로 그림같은 집들과 잘 가꿔진 정원. 그리고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단풍.

 

오퍼스 원의 양조장이었던가, 나파밸리의 아름다운 길을 달리며 가이드 아저씨가 알려줬던 커다란 와이너리.

 

 

 

 

숲을 보전하기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하루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정부 운영 트레킹코스라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었다. 아침 9시까지 주차장에 모여서는 가이드 겸 숲해설사와 함께 무리지어 출발하기 직전.

 

 

     입구에서부터 특별한 구간임을 강조하는 표지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탐방은 안내자를 동반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내용. 이 곳의 소나무들은 한국의 토종 소나무들로 산림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무척 높다고 한다.

 

 무리지어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산길 숲길이니만치 제법 멀리 벌어져서 움직이게 된다. 그냥 조금 밀도가 낮지 않은

 

등산을 나선 느낌 정도랄까. 아무래도 울진이 서울에서 쉽게 가닿기는 어려운 거리니만치 경상도 분들이 많으신 듯.

 

 

 

 아직 가을볕이 따끔거리는 시간, 단풍이 채 여물지 않은 싱싱한 초록빛 나뭇잎들이 연두빛 햇살을 걸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분이 잠시 쉬어가는 길에 보여줬던 화전민들의 생활터. 70년대까지만 해도 산 곳곳에 터를 잡고서는

 

숲에 기대어 생활을 이어갔다는 화전민분들의 삶에도 술은 빠질 수 없었을 거다.

 

굉장히 옛날 디자인처럼 보이는 '금복주'의 깨진 병이 곳곳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신산스럽기도 하고.

 

 

 

 금강소나무숲길은 현재까지는 1코스, 2코스, 그리고 3코스와 3-1코스 정도가 개장된 것 같은데, 난이도는 고만고만해 보인다.

 

대충 아침부터 오후 4시쯤까지면 끝나는 코스인데 점심식사의 경우는 근처 주민분들이 직접 밥차를 챙겨 준비해주신다고.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는 언덕배기를 두어개 오르내리고 나니 본격적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진입.

 

일제시기 한국의 곧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거침없이 벌채해가는 바람에 토종 소나무의 수가 확 줄어버렸다고는 해도

 

이곳 울진은 워낙 벽지여서 그런 수탈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는 여느 소나무와는 달리 이파리를 뜯었을 때 잎이 두 가닥이고, 송진이 많고 속이 꽉 차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강도와 내구성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조선시대 초에 궁궐 건축자재로 쓰였던 금강소나무 기둥을

 

수백년 후에 수리할 때에도 그대로 다시 썼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 시멘트나 콘크리트보다도 더욱 오래 버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을, 가을. 어느덧 부쩍 높아져버린 푸른 하늘과 각자의 색깔로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의 향연이다.

 

 

 

 

성미급한 나무 하나는 제멋에 겨워 벌써 홀로 새빨갛게 뺨을 붉혔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만 곳곳에 붉은 기운이 스며든 채 호시탐탐 호루라기 소리만 기다리는 중이다. 준비~ 땅.

 

 

 금강소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던 숲해설사님, 저 정도의 굵기로 자라려 해도 금강소나무는 근 이백년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던가. 생장 속도나 나이테 불리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속이 더욱 실한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손길이 함부로 접할 수 없어서일까,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한 자연 속에서는

 

개울물 소리가 더욱 영롱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물빛도 훨씬 깊어보이는 거다.

 

 

 그렇지만 탐방로는 의외로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이 걸음을 인도했고,

 

빽빽하게 치솟은 소나무숲을 요리조리 꺽어가며 붉은 황토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더러는 이런 징검다리 돌다리도 건너기도 하고.

 

 

 

 

 

구불구불 자연스런 리듬감이 묻어나는 길을 따라 훤칠한 금강소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금강소나무로 만든 것 같은 곧고 단단한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그렇게 우선 점심 식사를 위한 밥차가 있는 장소까지 걸었다. 대충 세시간 정도 걸린 듯.

 

그러고 보니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1코스였던가, 산양 보호지역을 지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3코스에서는 산양을 직접 볼 기회는 없다고 했다. 길 잃은 산양이라도 한 마리 조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영접한 밥차. 주민분들이 직접 매일매일 준비하는 밥과 국과 반찬들이라는데 맛도 훌륭하고 양도 적지 않아서,

 

오전의 어렵지도 않았지만 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던 산행으로 출출해진 배를 충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다들 식판에 받아들고는 근처에 적당한 나무그늘이나 등걸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바람소리 시원하고 어디선가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까지 들리던, 10월 중순의 녹색 그늘.

 

 

이제 점심을 먹고서는 금강소나무의 보존을 위한 생태경영림을 돌아보는 코스로 이어질 차례.

 

 

 

눈이 펑펑 쏟아지다 못해 눈보라가 맹렬하던 서울의 하늘과는 달리, 나몰라라 새파랗기만 하던 가평의 하늘.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천조각 퍼즐로 짜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렵다. 반복적인 문양과 미묘한 색감의 변주.

 

 

강아지들이 눈보면 완전 신나서 펄쩍펄쩍 정신줄 놓고 나댄다더니, 정말 그 끝을 보여준 누렁이 한 마리.

 

문득 얌전한 틈을 타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뭘 알았는지 늠름하게 카메라를 응시해주신다.

 

 

마당에 놓인 테이블 위에 눈이 두껍게 내려앉았다가 슬슬 녹고 있다.

 

 

NEX-5R의 일러스트레이션 필터를 적용해 촬영해 본 몇 장의 샘플들. 꽤나 재미있는 효과라서 자꾸 써보게 된다.

 

 

이런 느낌, 뭔가 거칠게 붓질을 한 느낌같기도 하고 굵은 윤곽선을 따라 형체만 잡고 나머지는 뭉개버린 느낌이 색다르다.

 

침실 옆에 깔린 핑크빛 커튼이라거나 비즈 장식, 그리고 굵은 매듭이 잡힌 매무새가 이쁘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과 외바퀴 수레. 엊저녁까지 눈을 치우는데 썼는지 눈이 가득 담긴 채 바닥엔 장갑이 한 짝 널부러졌다.

 

 

계속되는 일러스트 샷들. 펜션 옆 진입로를 비추는 등 주변에 소복하니 내려앉은 하얀 눈과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

 

 

눈이 녹고 다시 얼어붙은 바닥에 갇혀버린 단풍잎 한 장.

 

 

그리고, 펜션 앞으로 흐르던 비실거리던 개울 위론 꽁꽁 두껍게 얼음장이 얹혔다. 제법 겨울 풍취가 동한달까.

 

 

 

 동국대 캠퍼스 너머 남산N타워가 올려다보이는 장충단공원에 다다른 짧은 가을 풍경.

 

돌로 만들어진 석교 위로 사뿐사뿐 떨궈지는 색색의 낙엽을 즈려밟고 가을이 줄달음질치는 중이다.

 

 공원 한쪽에는 가을빛을 머금은 맑고 차가운 개울이 흐르고, 그 위로 울긋불긋한 가을 풍경이 한겹 깔렸다.

 

새파란 하늘, 바삭바삭 익어가는 가을 낙엽들.

 

 

곳곳의 벤치에서 따끈한 가을볕에 몸을 덥히며 여유로운 시선으로 가을 풍경을 만끽하던 사람들,

 

장충단공원의 가을이다.

 

 

 

 

 

 

장충체육관을 끼고 신라호텔 뒷켠으로 올라가는 길, 옛 서울 사대문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는 산책로 들머리에서

 

나른하게 몸을 옹송그리고 꾸벅거리고 있는 토실토실 얼룩고양이 한 마리.

 

반얀트리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동대입구에서부터 여하간 남산산책로로 이어지며

 

여차하면 남산N타워까지 기분좋게 걸어갈 수 있는 서울성곽길의 한쪽 코스다.

 

모든 구간에서 옛 성곽의 자취를 따라 걷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성곽이 완전히 망실된 곳도 있지만, 그래도 이 구간에서는

 

대략 옛 성곽을 끼고 주욱 걷게 되는 거 같다. 성곽의 커다란 돌뭉치를 꼬옥 쥐고 여름 한철을 지난 덩굴손 이파리가 노랗다.

 

그렇게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데 어느새 서울 시내가 눈 아래로 굽어보인다. 성곽을 따라 올라선 집들의 지붕에 눈높이가 맞는.

 

 

 아직 풍성한 초록빛 단풍이파리 사이로 빛이 한줄기 내리쬐이니 줄기에 뚜렷이 새겨지는 잎의 형상.

 

 

 햇볕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다르다더니, 이쪽 구간은 온통 시뻘겋게 불이 붙었다.

 

 나무에서 떨어져나와 사각사각 말려들어가는 이파리가 더욱 짙은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날씨가 갑작스레 차가워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욱 좋았던 산책로.

 

 

 후둑후둑 떨어지는 노랑빛, 빨강빛 조명과 그 아래 회색빛 성곽을 얼룩덜룩 마구잡이로 칠해놓은 가을볕.

 

 성곽의 총구멍 안에까지 어떻게 들어갔는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낙엽 한 장이 슬쩍 햇살을 등지고 웅크렸다.

 

 

 

 그리고 아직 시퍼런 생기가 푸르딩딩한 풀밭을 좌우로 거느린 나무계단을 따라 걸으며 이어지는 성곽길.

 

 

반얀트리가 눈앞에 보일 때쯤, 눈 아래로 굽어보이는 남산의 울긋불긋한 풍경, 그리고 남산로.

 

 

 남산 산책로로 어찌어찌 접어들어서 조금 더 걷던 길. 길도 이쁘고 날씨도 나쁘지 않아 언제까지고 걸을까 하다가.

 

설렁설렁 걷다가 조금 큰 원을 그리며 다시 동대입구쪽으로 돌아섰다는 짧은 가을소풍 이야기.

 

 

 

 

 

 

가을은 짧기만 하다. 갈수록 부풀어오르는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갈수록 위축되는 모양새랄까.

 

그럴수록 은행잎 단풍이 뿜어내는 노랑빛은 더욱 진하고 끈적하게, 뭔가 절박한 기분을 전하는 것만 같다.

 

 

 

 

 

싱싱한 대궁이 아직 살아있는데, 그 위에 얹힌 꽃은 물기가 삭 날아가고 가을이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가볍고

얄포름한 꽃잎은 바람 한오라기에도 자칫 바스라질 듯 위태롭게 아름답다.






잎사귀를 전부 떨군 은행나무, 그리고 그 밑에 소보록하니 쌓인 노란색 카펫. 이제 앙상하지만 촘촘한 잔가지를

가득 이고 있는 은행나무를 거꾸로 쥐고선 사각사각 쓸어내면 좋을 듯.

고등어는 등푸른생선, 등은 푸르고 배는 은빛으로 번쩍이는. 소나무도 비슷한 투톤으로 바뀌었다. 등은 여전히

초록색이고 배는 갈빛으로 바뀌어버렸다.




도마뱀이 숨어있는 사진. 깨끗한 1급의 자연환경에서만 사는 게 도마뱀이라고 들었는데, 여긴 그만큼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게 틀림없다. 하긴 이미 나 있던 등산로도 아니고 산 칠부능선 어딘가부터 잔뜩 헤매며 길아닌

길을 만들며 무작정 위로 오르고 있었으니.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로 지나는 등산객들을 툭툭 밀쳐낼 거 같은 압박감을 주던 나무.




무당집이나 성황당에 걸린 불그죽죽한 리본들을 연상시키던, 온갖 산악회들이 명성산에 남기고 간 흔적.



나방이 숨어있는 사진. 털이 복슬복슬한 나방은...징그럽지만, 그래도 사진 속에서도 역시 징그럽긴 하다.

누군가가 반듯하게 마모된 돌판 위에 가지런히 낙엽 세 장을 펼쳐 놓았다. 상처도 제법 있고 끄트머리엔 벌레도

슬었는지 색깔도 누렇게 죽은 부위도 있지만, 그래도 어찌할 수 없는 그 색감이란 역시. 가을이다.








전봇대를 따라 기어오르던 덩굴은, 미처 꼭대기를 못 밟고 가을을 맞았나보다. 이미 이파리는 거의 떨어져버렸고,

몇장 남지 않은 이파리가 세상의 모진 풍파는 다 겪은 표정으로 깔딱깔딱 붙어있었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난지 퍼블릭 골프장으로의 변신을 거쳐 난지 하늘공원으로 조성된 거라고만 알고 있었다.

근데 알고 보니 난지 하늘공원, 평화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이렇게 다섯개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위치한 5대공원이었던 것. 전투적으로 하루 날잡아 전부를 돌아보는 일 따위 하지 않고, 그냥 조금조금

돌아보기로 하고 우선 난지천공원부터 돌아보았다.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가을방학'의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싶어지던 어느 가을날.





 

 

 






 

 







새만금 아래, 변산반도국립공원 끄트머리에 있는 격포항에서. 허리와 엉덩이와 입술을 맞댄 배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조의 연환계라도 쓴 듯 그렇게 바다를 뒤덮은 채로 옴쭉달싹 못할 거 같은 배들 너머로 유유히

항구를 빠져나가는 배가 보인다.

그리고 조금 너머에는 배 세척을 사이좋게 나란히 묶어둔 채 둥실둥실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운데 있는 배가 조금

커보이긴 하지만 비슷한 사이즈의 비슷한 색깔, 모양새의 배 세척이 고양이 발가락처럼 곰실곰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 쭉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과 대치하고 선 우락부락하게 층진 암반, 그위에 살풋

얹힌 단풍들. 저쪽으로 좀더 걸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모자란 관계로 패스, 어찌나 아쉽던지.

대신 무지개빛의 바람개비 옆을 지났다. 바람이 불지 않던 탓에 빳빳이 굳어있던 바람개비들은 바다쪽으로부터

육지쪽을 향해 날아갈 폼만 잡고는 장대 위에 게으르게 앉아있었다.

바다도 보고 언덕도 보고, 그리고 단풍도 즐기며 변산반도 쪽, 다음에 시간 내어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개비들이 씽씽 돌기 시작했다. 저러다간 어느 순간 포르르 날아가버리겠다 싶도록.




*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의 일원으로 떠난 출사 여행이었습니다.

햇볕은 참 좋았는데. 부드럽고 진득하게 내려붓는 햇볕을 날카롭고 까칠한 바람이 전부

흐트러뜨려놓던 주말의 석촌호수. 벚꽃이 아니라 복사꽃이던가, 좀더 진하게 핑크빛이

번져있는 꽃잎이 나뭇가지에 온통 포도송이처럼 피어났었다.

하얗고 투명한 햇살 아래서 형광빛처럼 빛을 발하는 꽃무더기들이 황홀했다. 옆엣나무는

이제 그래도 봄이라며 제법 싱그런 연두빛에 힘을 빡빡 주며 그을리고 있는데, 이녀석은

때도 모르고 온통 하얀 빛만 일렁일렁.

석촌호수에서 걷는 사람들을 보면 꼭 한쪽 방향으로만 돌고 있다. 시계반대방향으로, 허리춤이

바싹 졸려서 8자모양처럼 생긴 석촌호수를 따라 도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거꾸로 걷다 보면

굉장히 불편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시선따위 신경안쓰고 그냥 거꾸로 걷게 된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가 아스팔트 보도 위를 사방으로 내달리는 균열을 그려냈다.

날씨가 미쳐서 그런가, 단풍나무가 벌써부터 시뻘겋다. 그리고 나뭇가지들이 여전히 앙상한 걸

보고 있으면 대체 지금이 봄인지 가을인지. 햇살만 받고 있음 따끈하니 봄볕은 맞는데 여전히

칼날처럼 에이며 맹렬한 바람까지 얹어지면 헷갈리고 마는 거다.

추워서 들어온 까페에서 만난 커피설탕. 와, 진짜 오랜만이다 싶었다. 어렸을 때는 이거

맛있다며 한알씩 사탕처럼 먹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시럽으로 대체된지 오래라서

좀처럼 못 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김에 슬쩍 한 알. 오도독오도독.

주홍빛 결명자차가 꽉 채워져있던 커다란 유리병, 저런 식으로 만들어진 마개를 보면 몇번이고

딸깍거리며 열었다 닫았다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거다.


나 말고도 역주행을 하는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마침 네발로 땅을 박차고 튀어오른 시점인듯

공중부양하듯 공중에 뜬 채 주인을 향해 되돌아 달려가는 에너지 넘치는 강아지 녀석.




다자이후 역에 내리면, 다자이후덴만구 이외에도 고묘젠지, 그리고 교토박물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고묘젠지는

'고케데라-이끼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곳으로, 이끼로 육지를, 흰모래로 바다를 표현한 정원과 돌로 '빛 광'

(光)자를 써놓은 정원, 그리고 아름다운 단풍과 진달래로 유명한 사원이라고 한다.
고묘젠지 입구 모퉁이길에 세워져있는 볼록거울에 꽉 채워진 이웃집 풍경.

고묘젠지는 다자이후텐만구를 돌아보고 나오다 보면 빠지는 조그마한 샛길따라 나타난다.

고묘젠지,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했었는데 한자를 보니까 좀 풀린다. 광명선사..구나. 안내판의 한자들을 띄엄띄엄

읽어보니 임제종 계열에 속하는 철우원심스님이 약 700년전 창건한 절로서 다자이후텐만구의 결연사라는 거 같다.
절 앞측 정원은 열다섯개의 돌이 빛광자를 나타내고 있다는 큐슈 지방의 유일한 석재정원이라는 듯 하고, 절

내부의 정원은 육지나 섬을 이끼로 표현했고, 하얀모래로 바다를 표현했다는 것 같다. 음...어디까지나 내 맘대로의
해석.ㅋ

들어서려는데 현판의 초록빛이 이목을 끈다. 아마 이끼사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의 특징을 감안해서겠지만, 녹색을

사용해 저런 편액 글씨를 써놓은 것은 처음 봤다. 대문 너머 붉은 단풍과 어울려 산뜻한 느낌을 준다.

대문을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하얀 돌 가득 깔린 앞마당 정원. 여기가 아마도 빛 광자 모양으로 돌들이 늘어서

있다는 곳일 텐데,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 글자, 光자가 나타난다는 걸까. 외려 눈에 띄는 건

저토록 완벽하게 고랑이 파인 바닥. 긁개 같은 것으로 잘 가다듬어 놓은 거같은데, 그 이랑 틈새에 단풍잎들이

내려앉아 더욱 선명히 굴곡을 드러냈다.

고묘젠지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큰 방, 방 앞쪽에 마치 무대처럼 꾸며져 있는 이 조그마한 단상과 좌우에 도열한

그림 그려진 문짝은...뭘까. 뭔가 이 신사의 중심부가 여긴가 보다 싶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러 왔는지 검은

옷의 사람들이 이 곳에 무리져 있기도 했고.

이제 절 내부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사실 들어갈 수는 없는 것 같았고, 모두들 목조건물 대청마루랄까, 내부를

향해 펼쳐진 대청마루, 혹은 열린 복도에 서서 정원을 감상했다. 하얀 모래로 바다를, 초록색 이끼로 땅을 표현했단

설명이 그럴듯 하다. 그렇담 저 튀어나온 괴석들은 바다에 불쑥대며 솟은 섬들이겠고, 저 나무들은...땅덩이의

사이즈와 비례해 생각하건대 거의 하늘을 꿰뚫만큼 높이 솟은 신목이겠군.

이런 정원을 밟게 해놨다면 얼마나 쉬 망가지겠냐만서도, 한번 저렇게 그림같이 잘 꾸며진 정원을 거니는 것도

정말 운치있고 행복할 거 같다. 저 하얀 자갈들의 바다는, 밟을 때 자갈자갈 소리를 내지 않을까.

고묘젠지 본건물과 옆의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뭐가 나올까 해서 살짝 들여다봤더니, 경읊는

소리와 함께 꽤 많은 사람들, 아마도 가족들이 제를 지내고 있었다. 여긴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곳이었던 게다. 자연 발걸음소리도 더욱 죽이고 걷게 되었다.

이런 식의 대청마루, 혹은 열린 복도. 건물과 바깥 마당을 막고선 저 울타리가 있으니 마루라기에는 좀 그런가.

11월 중순의 일본 후쿠오카, 처마지붕 아래 단풍이 연하게 든 나무들을 담고 싶었는데..지붕 아랫도리가 너무

어둡게 나왔다.

건물 벽면을 따라 쭈욱 돌면서 정원을 완상하다가 한 컷. 정원과 건물 사이를 가르고 있는 저 경계가 선명한 걸

보면, 정말 이 정원은 두고 보기 위해 만들어진 정원같긴 하다. 흔히 일본과 한국, 중국의 문화적 차이를 담벼락

높이가 거의 낮고, 조금 높고, 매우 높다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저렇게 부여하곤 하는데, 정원만 두고 보면 중국과

일본의 정원은 보통 도매금에 묶이곤 하는 것 같다. 한국의 '자연미'에 비해 중국과 일본은 너무 인위적이라거나

특히 일본은 인간과 유리된, 감상용으로서의 정원을 꾸민다거나. 모종의 가치평가가 내재된 그런 지적을 꼭

따르고 싶지는 않지만, 여긴 확실히 그런 감상용 정원이긴 하다.


다만 그런 '감상용'이라는 단어가 갖는 모호성을 생각해 보자면, 저런 풍경을 배경으로 한 채 차를 한 잔 한다거나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면..굳이 유리되어 있다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당장 유센테이코헨같은 정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풍경에 녹아들었으니, 꼭 "일본의 정원은 이래"라고 말할 것도 아닌거 같기도 하고.

옆건물로 건너가는 길, 조그마한 다다미방안에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아 격자무늬 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조그마한 물받이 돌그릇...이거 대체 이름을 뭐라고 해야할지 원...에 뭐가 있다고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몇분씩

카메라를 들이대고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 그 열의가 좋았다. 그리고 대체 무엇을 찍으시는 건지 무지하게

궁금해져서, 옆에서 여기저기 얼쩡거리며 구경하다가 드디어 빈 자리를 꿰어차고 들어앉았다.

아..!! 작게 탄성이 터졌다. 그 안에 단풍나무가 담겨 있었다. 물에 비친 선연한 붉은 빛의 단풍나무.

옆에는 정말 제대로 된 마루에서 사람들이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서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을 보기도

하고, 옆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는 것에 때론 눈길을 빼앗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분위기. 뭔가 이 곳은 다른 질감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앉아서 보고 있던 풍경. 11월인데, 아직 대세는 청량한 초록빛이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가지런히 정리된 게다와 담백한 나무질감의 서랍장이 차분하다.

고묘젠지의 가을 풍경.

그래도 제법 울긋불긋한 느낌인데다가, 하얗게 내려앉은 가을 햇살이 지붕에 서렸다.

2층으로 올라가 난간을 잡고 내려본 고묘젠지의 앞면 정원. 완벽하게 빗살무늬가 새겨진 하얀 자갈정원바닥에

빨간 단풍잎이 고랑마다 내려앉아 더욱 선명하다.

고묘젠지를 들고나는 입구. 엉성하게 연두빛 잎사귀를 틔운 나무가 시야를 가렸다.

뭔가 그럴듯한 포스를 풍기며 가지를 사방에 뻗어나간 붉은 단풍.

2층 지붕에 살짝 가려진 단풍나무. 얼핏 보면 지붕에 불이 붙은 것 같지 않냐...는 강변이었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한바퀴 돌고 잠시 정말 대청마루에 앉아서 좀 쉬었다. 나무의 원색을 최대한 끌어낸 채 별다른 채색이 더해지지

않은 담백하고 단정한 건물이, 붉고 푸른 주변 풍경에 더해져 제법 화려한 느낌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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