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소득 이만불이니 G20이니 떠드는 우리 나라지만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게 한두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 걸핏하면 언론과 보수정치권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전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항목 하나,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 그리고 파업할 권리에 대한 보장이다.

 

 

근로 손실일수를 계산한다는 OECD의 이십여개 국가들 중 최저 수준일 뿐 아니라, 프랑스나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아예 '근로 손실일수' 따위를 계산하지 않는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국격을 올리기 위해서 매년 파업 일수를 1일씩 늘린다고 해도 20년이 걸려야 그나마 평균치에 도달하는 수준.

 

 

국격은 그리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국가는 파업을 장려하고 파업을 조장하라~)

 

게다가 최근 보수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이 국회 사무실에 적힌 낙서에 답하며 '근로자'라는

 

단어를 쓴 것은 노동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보수 야권이나 여권이 도끼니 개끼니임을 보여준다.

 

 

굳이 기사를 스크랩해두는 건, 나중에라도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 같은 곳의 파업을 두고 이 나라는 강성노조와

 

파업 때문에 망한다느니, 어느 나라도 이렇게 '극성맞게'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느니 따위 개소리가 나왔을 때

 

검색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

 

 

* 문재인 입주한 의원회관 사무실에 '근로자 낙서(?)'…"정권창출하시길"

 

 

 

 

한국 노조파업 OECD 평균 이하

 

 

(2012-06-04 오후 2:11:00)

 

2011년 근로손실일수 24.7일로 최저치 … "노동기본권 지나치게 제약"

재계가 우리나라 노조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2009년 이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통해 분석한 'OECD 근로손실일수 비교'에 따르면 1999~2008년 사이의 OECD 회원국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평균 45.9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파업 손실일수를 매년 관리하는 2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7년엔 33.6일로 OECD 평균치 이하를 나타냈다. 이후 2009년 38.1일, 2010년 30.2일, 2011년엔 24.7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은 49.9일로 OECD 평균치보다 높았다.

 

 



국가별 근로손실일수가 한국(33.6일)보다 높은 나라는 2007년 기준으로 △터키(502.2일) △캐나다(124.2일) △스페인(58.3일) △이탈리아(52.6일) △영국(38일) △핀란드(37.9일) 등이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노조 파업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재계가 자주 언급하는 것은 허튼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손실이 영국 캐나다 핀란드 등 선진국들보다 낮고, 지금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여서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노사분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다만 프랑스 덴마크 등 일부 주요국가들이 근로손실일수를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누군가의 트윗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오랜동안 눈으로만 좇던 그녀, 김진숙의 트윗을 퍼나르고 여기도 당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있으니 울지 말라며, 죽지 말라며 하루종일 몸만 회사에 두고 있던 어제였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과 한진중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과 용역깡패들의 침탈이 시작되던 순간, 이 사람은 '그런' 강의를 듣고 있어 마음 둘 곳을

모르겠다지만, 난 '그런'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지원하는데 일조하는 곳에 몸담고 있다니.


그녀가 내 타임라인에서 언제부터 날짜를 하루하루 세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같은 파업현장이나 명동성당 앞, 포이동 판자촌같은 재개발(예정)

지역들의 이야기들로 온통 무거워지기만 하던 공간, 그녀에게 조금더 일찍 내 목소리를

전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나의 침묵이 행여나

부정적이거나 힘빠지는, 그렇게 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노조'의 이름으로 평노조원들의 인생과 신조를 둘둘 말아서 투항해버린 노조

집행부..비겁하단 말로 부족하다. 비열한 배신행위, 그야말로 등에 칼 꼽는 이적행위를

한 거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핏대세워 분노하기엔 스스로 떳떳치 못하단 생각이

들어서..지금이라도 한진중공업 파업사태의 배경을 알만한 글 하나 펌..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진숙 그녀는 살아 내려와야 한다.


*                                                              *                                                     *

"작가가 울고 카메라도 울고 나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정희준의 '어퍼컷'] 조남호 회장님, 이건 살인입니다!


지난 1월부터 한국방송(KBS) 부산방송총국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시사인 부산'의 진행을 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도 여느 때처럼 '시사인 부산' 진행을 위해 남천동 KBS로 갔다. 그날 방송의 주제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의 농성장과 이곳을 방문한 희망 버스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열 받는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 기가 찬 이야기, 귀신 곡할 이야기를 많이 다뤄봤기에 솔직히 그날도 분장실에 들른 후 무덤덤하게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피디와 작가들이 사전에 7~12분짜리 비디오 세 개를 준비하면 내가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며 진행하는 30분짜리 프로그램이다. 최근엔 진행이 꽤 익숙해졌다. 미리 집에서 대본을 보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판단하고 오기 때문에 내가 맡은 부분이 끝나면 스튜디오 안의 모니터를 통해 이어지는 비디오를 보곤 했다. 그런데 이날은 조금 달랐다.

내리는 비 때문인지, 피디와 카메라맨이 오늘은 더 잘하려 해서인지 어딘가 어수선했다. 나도 몇 번을 버벅거렸다. 왠지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그날 유난히 실수를 많이 했다. 끝나고 나서 담당 피디가 "교수님이 자꾸 틀리니까 나도 틀리잖아요!" 하며 투정이다. 왜 그랬을까.

자꾸 눈물이 나올라 그러잖아 XX…

첫 비디오는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들은 농성을 시작한 2010년 12월부터 집에 들어가지 못한 관계로 식구들과의 유일한 통로는 휴대 전화다. 가족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이곳 농성자들은 영상 통화를 많이 한다. 한 농성 노동자가 아내와 통화를 하다가 아들을 바꿔보라 한다. 큰아들이다.

"오늘따라 니 와이리 잘 생겼노."

참으로 싱겁고도 썰렁한 그 말에 작은 화면 속 아들은 덤덤해 보인다. 이어 아버지는 동생 잘 챙겨주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아들은 대답이 없다. 나 혼자 속으로 '요즘 애들 참 버릇없어, 대답을 안 해' 하며 내 아들을 떠올리는 순간 내 귓전을 때리는 아버지의 한 마디.

"또 운다 이놈 자슥."

이어서 집에 있는 둘째 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다는 둘째는 최근 가족의 그림을 그리는데 아버지를 그리지 않았단다. 아이 엄마는 둘째가 요즘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울까봐 아버지의 전화를 안 받는다고 자기도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가 인터뷰를 하는 사이 결국 둘째는 머리를 양 무릎에 파묻고 울기 시작한다. 양팔로 마구 눈물을 훔치면서.

또 다른 농성자는 딸 이야기를 한다. 배가 아픈데도 말을 않고 있다가 결국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면서도 아빠 걱정을 했다고 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면 될 것이지, 이 곰 같은 노무 새끼가 계속 참았던 모양이에요. 병원 가면서도 하는 말이…. 지가 뭐할라꼬 병원비 걱정을 하냔 말이야."

비디오를 보고 있는데 문제를 직감했다. 내 마음 속에 이미 눈물이 한바가지 고여 버린 것이다. 눈 크게 뜨고 껌벅이며 참는데, 이걸 계속 보다간 다음 순서 진행을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안 보기로 했다. 그래서 대본을 보려는데 소리는 계속 들리는 게다. 눈이 다시 모니터로 간다. 결국 스튜디오 구석으로 가서 대본을 들고 소리 내서 읽기 시작했다.

어수선하게 두 번째 진행을 마치고 다음 비디오가 나올 때 나는 마침 작가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는 이 비디오를 만드느라 아마도 수십 번은 봤을 것이다. 그런 그가 모니터를 보며 한 마디 한다.

"아~ 눈물 난다."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다 울어요!"

그가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해준다.

해고된 남편들이 해고와 함께 농성에 들어가면서 월급이 끊기자 아내들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우선 애들 학원을 그만 두게 해야 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사원 임대 아파트 단지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논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있는 여성들이라 흔한 식당일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그래도 아이들 먹여 살리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처음엔 스티로폼 만드는 새벽 공장에 나갔단다. 아이들을 재우고 한밤중 11시에 나가서 새벽까지 일하는 일당 5만 원짜리였단다. 그래서 손에 쥐는 게 한 달 70여만 원. 그런데 이게 곧 일이 끊겨 다른 일을 알아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집에서 냉장고 냉각기 부품 조립하는 것. 이건 얼마? 개당 15원. 새벽까지 하루 1000개 정도 만들어봐야 일당 1만5000원이다. 한 달이면 30~40만 원.

그렇게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회사는 사원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단다. 그래서 34가구가 쫓겨날 판이다. 이들은 냉장고 부품 조립을 모여서 한다. 그러나 사실은 무서워서 모이는 것이다. 퇴거나 가압류 통보하러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게 무서워 이들은 모여서 작업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나면 이들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 갑자기 부모에게 쫓아가 손을 벌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최근 부산의 전셋값이 오르는 바람에 내쫓기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과의 인터뷰가 이제까지의 어떤 인터뷰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다 운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방송은 눈물 없이 보기 힘들다. 아버지를 보고 아들이 울고, 전화 끊고 아버지가 울고, 아들 이야기 하며 엄마가 울고, 그 엄마를 보며 아들이 또 울고, 엄마들이 부품 조립하다 인터뷰 하며 울고, 한 엄마가 우니까 옆의 엄마들이 다 울고, 그들과 인터뷰한 작가는 집에 가서 울고, 진행자는 다음날 다시보기 보며 울고.

사실 그날 스튜디오 풍경도 평소와는 달랐다. 비디오가 나가는 동안 카메라맨들을 포함한 7~8명의 스태프가 모두 모니터 앞에 모였다. 이제까지 이들 스태프는 비디오가 나가는 10여 분 동안 이를 보는 이도 있었지만 전화나 잡담을 하며 각자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은 모두들 골똘히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 한진중공업의 정리 해고에 맞서 6개월 넘게 총파업을 벌이던 노동조합은 6월 27일 결국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업무 복귀를 거부한 약 30여 명의 조합원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있는 타워 크레인 중간에서 장기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퇴거 명령 강제 집행을 실시하면서 약 300여 명의 용역 직원이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노동자를 강제 퇴거했다. ⓒ노동과세계

한마디로 '악덕 기업주'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의 가정은 붕괴하고 있다. 이게 바로 가족의 생이별이고 가족의 해체다. 다른 말로는 날벼락이다.

정리 해고된 170명 노동자들의 가족은 남편 없는 생활, 아버지 없는 생활을 반년 가까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에 걸린 아내들이 늘기 시작했고 이미 이혼을 한 부부들이 있는데 점점 늘어갈 조짐이란다. 지금 이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정도가 아니다. 추락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들은 졸지에 이런 막다른 처지에 내몰리게 됐는가.

요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진중공업이 자리한 영도구를 지역구로 가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을 지낸 그 지역 정치인인 내가 면담이나 통화 요청을 해도 거부하기를 벌써 십수 번인데 노동자들에게는 오죽 했겠는가"라며 그의 국회 청문회 출석 거부는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을 비판했다.

주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조남호 회장이라는 사람은 아주 독한 기업인인 듯하다. "사람 몇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않을 사람이에요"라는 말도 들었다. 지난 몇 년간 회사가 보인 회사의 행적도 양식을 가진 회사라 보기 힘들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영도 조선소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다. 이쯤 되면 '악덕 기업주' 아닐까.

회사는 정리 해고의 이유로 '긴박한 경영난'을 핑계 대지만 한진중공업은 지난 10년간 4277억 원의 흑자를 본 회사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수익성도 좋았다. 2010년 조선 부문 영업 이익률은 13.7%였다. 이번 정리 해고 직후 한진중공업은 174억 원의 주식 배당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긴박한 경영난이라니. 노동자들 정리 해고 시키면서 돈 잔치 하는 걸 보면 이들은 참으로 앞뒤도 없고 낯짝도 없는 인간들이다.

한진중공업은 수주 물량이 없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4월 한 해운 조선 전문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조선 산업은 조선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특히 한진중공업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수주 잔액이 5조500억 원. 2010년 중에도 1조7000억 원 수주 계약을 달성했다. 그런데 수주 물량이 없다니.

문제는 이 물량이 모두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2006년 이후 수빅 조선소는 67척을 수주했는데 영도 조선소엔 2008년 이후 한 척의 수주도 없는 것이다. 회사 측이 한마디로 필리핀의 조선소로 '몰빵'한 거다. 회사가 영도 조선소를 죽이기 위해, 결국 노동자들 해고의 근거를 마련키 위해 영도에 수주 물량을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도 조선소의 문제는 수주 물량이 없는 것 아니라 수주 물량 배분의 문제이다.

노동자 해고는 '가족 살인'

사실 이 수빅 조선소 때문에 2007년 노사는 '해외 공장 관련 특별 단체 교섭'에 합의했다. 당시 사측은 해외 공장을 운영해도 노동자들의 정년을 보장하고 "특히 해외 공장 운영으로 인해 국내 공장 조합원의 고용 불안이 발생치 않도록 한다"는 조항까지 넣어 노조와 합의했다.

그럼에도 한진중공업은 2009년 12월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400여 명(희망 퇴직 349명 포함)을 감원했다. 2010년 2월 정리 해고 중단을 노동조합과 합의했지만 그해 연말 이를 또 깨고 노동자들을 내쫓은 것이다.

1931년 설립된 한진중공업은 74년 역사의 향토기업이다. 그 재벌은 영도 조선소에서 돈을 벌어 부자가 됐고 그 재벌 일가를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영도 조선소의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그 재벌은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준 수많은 노동자를 무더기로 해고해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또 그 가정을 파괴하는 만행을 부끄러움도 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 뻔뻔스러움과 파렴치함 때문에 나는 그런 이들을 재벌이라기보다는 악덕 기업주라 부른다.

노동자들은 재벌만큼 부자가 될 생각도 없고 재벌의 재산을 뺏을 생각도 없다. 그냥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꿈이고 행복이다.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했고, 방송에 나왔듯 아이들도 아빠의 회사 한진중공업을 (지금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돈독 오른 악덕 기업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들 노동자와 그 가족의 행복을,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아 무참히 짓밟는 짓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해고 노동자 가족을 취재한 작가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그 가족에겐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렇다. 채 2년도 되지 않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가족 15명이 생을 달리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6개월이 지났다.

증오하라!

요즘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돌베개 펴냄)는 책이 유행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백번 동감하면서도 지금 우리 한국사회의 현실에는 뭔가 2퍼센트 부족하다. '분노하라'에는 그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상이 누락된 듯하다. 정확히, 다시 조준하자.

"증오하라!"

우리 사회는 그들을 증오할 권리가 있다. 상생과 공존을 거부하고 수많은 노동자의 고통을 딛고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그들을 증오할 권리가 있단 말이다. 그리고 이는 일방적 권리가 아니다. 그들에겐 자격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증오를 받을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 90년대 말 집회 현장에서 그의 연설을 몇 차례 들을 기회가 있었다. 누구였더라,

옆에서 저 사람이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을 선도했던 사람이라고 내게 알려줬더랬다. 골리앗 투쟁? 그게

뭐였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 싸움이었는지 알고 난 건 그 후였다.


이미 그때도 조금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골리앗 위에서 '고작' 14일 버텼다고? 그전엔 '고작' 128일동안 투쟁을

이어갔다고? 주변엔 1000일이 가깝도록 싸우고 있는 현장들이 쉽게 눈에 띄는 데다가 망루 위로, 굴뚝 위로,

옥상 위로, 올라가 몇 달을 버티는 소식들도 쉽게 들리고 있으니까 그랬다. 그야말로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세례를 받은 초기 세대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의 책은 '그땐 그랬었지'류의 회고를 하지 않는다. 대개 '-한다'라는 식의 현재형 문장을 구사하는

그는, 그의 경험이 여전히 유효함을, 그가 체감한 노-자간의 굵은 갈등이 조금은 세련되어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같은 모양새로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1000일 가까이 장기투쟁중인 사업체들이 겪는 이야기나

128일 투쟁했던 현대중공업의 이야기나. 지금 한국사회를 온통 장악한 삼성의 천하무적스러워 좌절스런

이미지나, 90년대 대통령까지 넘보았던 거대했던 현대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나.


그러고 보면 '내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 노조는 안된다'던 정주영의 현대도 어느새 (상대적으로) 쇠락했다.

대대손손 해먹을 기세인 이건희의 삼성도, 지금은 비록 통제불능의 거악으로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갑용은, 본인의 경험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살려내어 '작은 실무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투쟁 교본'. 김대중과 노무현을 거치며 더욱 위축되고 천대받던 노동을 위해 시행착오와

착시현상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그의 책 제목은 참 우직하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 길은 복잡하지 않단다. 마음이 복잡할 뿐. 정말 그런진

모르겠다. 다만 그가 '강성/온건 노조'의 거짓된 구분을 거부하고 '단결'과 '투쟁'만이 노동자의 힘이라고

재이재삼 다짐하며 노동현장에서 투쟁하던 이야기나, 최초의 노동자 출신 구청장으로 재임하던 때 노무현의

공무원 노조에 대한 징계를 거부해 중도사퇴당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궁금해진다.


무섭도록 단순하고, 심플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민주화 유공자'란 이 사람은 앞으로 또 어떻게 살게 될까.

그의 부인은 그를 '계급주의자'라고 칭한다. 국가나 국민 따위의 알량한 실체 없는 거품을 제하고 나면 늘

모든 일은 특정 계급에게 이익이 되고 다른 계급에 손해가 될 뿐이다. 지금의 민주노총은-한국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정파적 이해에 갈린 진보정당들 역시-노동자 계급, 밥벌이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육체를

팔고 있는 계급을 제대로 지켜내고 있지 않다는 그의 날카로운 말들이 약이 되길 바란다.



'34년 전인 190년, 평화시장 시다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노동청을 찾은 청년

전태일을 맞은 노동청의 공무원은, 노동운동을 그만두라고 오히려 전태일을 협박했다. 노동청이 노동자를

위하는 곳인 줄 알고, 근로 감독관이 잘못한 업주를 감독하는 노동자의 편인 줄 알았던 전태일은 큰 충격을

받는다...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34년째 되는 2004년 11월 1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위원장은 '공무원

노동자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선언으로 이제야 공무원 노동자들은 열사에게 진 빚을 갚았다. 더이상 노동자에게

저항의 대상이었던 공무원,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닌 정권의 심부름꾼인 공무원은 없다. 공무원 노동조합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공무원 노조는 반드시 합법화될 것이다. 지금 정권에서 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이던

그 다음 정권이던 그들이 노동자란 사실이 변하지 않는 한, 그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니 노무현 정부여, 나를 고발하라! 누가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는지 두고볼 일이다."

(2004년 공무원 노조 파업때 파업 참가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하며 이갑용 구청장이 쓴 글, p.246)

길은 복잡하지 않다 - 8점
이갑용 지음/철수와영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종면 위원장(언론노조 YTN지부장)의 체포 소식을 듣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옛말에 '미인 박명'이라고 했는데 '명박 박명'이라고 바꿔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은 누구냐"라고 물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년간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해야할 일만 했다. 부자 세금 깎아줘서 올해 12조, 내년 25조씩 세금이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서 장애인을 비롯한 복지 예산을 줄였다. 양도 소득세 깎아주면서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사교육을 경기부양 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세금깎아 자동차 팔리게 한다며 에쿠스는 깎아주고 경차는 안깎아준다. 지금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은 이명박이다"

그는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을 보며 '아 이제 나도 감옥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감옥갈 정도면 나머지는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느냐"며 "그러나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 무너진다.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준대로 싸울 것이다. 임기를 마친 독재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09.03.27. 프레시안 "감옥이 가득 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이춘근 MBC "피디수첩" PD가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YTN 노조에서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며 출근저지투쟁을 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피디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를 내보내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그리고 포털 대문은 온통 '김연아', '임창용', '북한 로켓' 이야기다.

포털을 쥐고 있는 조중동, 주요 언론이 의식적으로 YTN와 MBC에 대한 이러한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보도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 아니 선명한 건지도 모른다.

(참고 : 09.03.28. 미디어오늘 "한겨레, 'YTN·MBC 사태 보도' 조선일보 16배")
                                                                                                                 ⓒ 09.03.28. 경향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 손문상 화백 ( onscar@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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