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옷의 경비가 넥타이도 늘어뜨린 채 제대로 누워 자는 중이다. 입에서부터 뿜어나오는 zzzz 장난기

어린 모양새라거나, 필시 뒷춤에 꼽아놓았을 신문지를 깔고 누운 모습이라거나, 들숨날숨에 맞추어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퉁퉁한 배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기계가 잠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메시지 옆에서 누워자는 이 유머러스한 그래픽, 타이완의 한 ATM기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잠시 어슬렁거렸던 이유.





앙코르 유적지의 스몰투어와 그랜드투어, 그 중에서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얼추 하룻동안 돌아보게 되는

그랜드투어 루트를 자전거로 밟고 있다.

앙코르 왓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앙코르 왓은 앙코르 유적지 중 하나,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하나의 사원이고,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혹은 거대한 사원들과 유적들이 즐비하다. 그렇게 유적지와

유적지를 이어주는 이차선 도로 옆으로는 이따금 소가 풀을 뜯고, 원숭이가 지나가는 정글이다.

그렇게 도착한 니악 뽀안, 사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돌아봐야 하나 하는 회의도 얼핏 스쳤지만, 어차피 루트를

따라 가고 있는 중에 마주치게 된 것이라 잠시라도 들러보기로 했다. 먼지가 풀풀 나는 비포장도로, 게다가

경사도 살짝 있어서 당장은 좋지만 나중에 돌아나갈 땐 어쩌나 싶은 코스를 오분 정도 달리니 당도했다.

니악 뽀안은 '꽈리를 튼 뱀'이라는 뜻이다. 가운데 분수대처럼 조성된 사원의 계단을 가만히 보면 두 마리의

뱀이 둘둘둘, 흔히 표현되는 잘 싸질러진 Ddong처럼 감겨 있는 걸 볼 수 있으니 이름의 의미는 충분히 알겠다.

사방으로 부조 조각이 있고, 그 중에서도 아직 많이 훼손되지 않은 조각들은 꽤나 그럴듯한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원래 이 곳은 물이 가득 차있는 수상사원인데, 우기에나 물이 찰 뿐 다른 때에는 걸어서 사원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거다.

주위에도 네 개의 조그마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체 물이 어디까지 잠겨들어간다는 건지 그리고

조그마한 연못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그냥, 짙푸른 하늘을 보며 잠시 누워 쉬기로 했다. 딱히 여기가 어떤 곳이고 역사적으로 어떻고 조각은 어떻게

조성되었으며 재질은 뭔지, 그런 거 모르고도 그냥 정글 한가운데 커다란 운동장 벤치 같은 거 있고 마침맞게

짙은 그늘도 있으니 쉬기 딱 좋은 타이밍인 거다. 그럴 듯한 운치. 잠시 낮잠을 즐겨도 좋을 만큼 기분좋은

따뜻함, 땀이 식으며 몸이 조금씩 '찰져가는' 느낌, 게다가 쉼없이 달린 자전거로 묵직하지만 유쾌한 두 발의

나른함까지.

잠시 누웠다가 가운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이 웃긴다. 아마 물이 들어차 있었으면 가운데

사원으로 헤엄쳐 가는 말의 형상이 그럴듯 했을 텐데, 지금은 무슨 부적붙은 말 강시처럼 두 팔을 앞으로

내뻗고는 꽁꽁 굳어있는 모습이다. 

중앙성소에서 한번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는데 저쪽 입구에서 우르르,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들어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의 매력은 정글 한가운데서 사람 소리없이 편안히 누워 쉴 수 있었단 게 가장

컸었는데 그 평화가 깨지기 직전이다. 사람의 파도를 피해, 서둘러 다시 돌아나가기로 했다.





꺄아~~ 완전 귀여워~!!

얼굴을 살짝 돌리면...꺄아~~ 너무 귀여워~!!

반대편 얼굴도 보여주셔요 고양이님~~! 꺄아~~~

고양이님과 눈높이를 맞춰 카메라를 들이대는 즐거운 한때.

꺄아~

응? 

꺄아~ 마치..해변가를 걷던 잘빠진 구릿빛 피부의 젊은 남자가 뒤에서 부르는 나긋한 여성의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살짝 돌아보는 듯한 분위기랄까. 방심한듯, 무심한듯, 하면서도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는.ㅋ

이 몰입한 눈빛연기. 앞에 각잡고 앉아있는 고양이들을 눈빛만으로 제압할 기세다. 근데, 실은 아무것도 앞에 없었다.

왠지 심통스런 표정의 고양이. 나 지금 진짜 삐졌거든. 말걸지 마 흥. 정도랄까.

짝눈뜨니까 완전 불량해 보여. 왕년에 껌 쫌 씹었던 고양이. 그치만 별로 무게감은 없다.

완전 귀여운 새끼고양이. 눈을 몇번 꿈뻑거리다간 정신못차리고 잠들어버렸다.

흔히 여성의 눈을 두고 '고양이눈'이네 뭐네 하지만, 똑같은 고양이눈도 눈가 주름이 약간씩 씰룩거리면서 영

다른 분위기를 풍긴단 말이다.

왠지 고양이가 아니라 부엉이나 올빼미를 떠올리게 만들던 녀석.

이 아이들은 말을 할 줄 아는데 안 하고 있거나, 말을 이해할 수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믿게 만드는 눈빛을 가졌다.

이렇게 우아하고 의젓한, 그야말로 왕족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고양이는 처음 봤다. 다만 저 갈기갈기 갈기수염이

밥먹을 때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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