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휴가였다. 비가 오는 꾸물꾸물한 날씨인지라 차를 끌고 그동안 별렀던 고양이까페에 가기로 맘먹었다.

유리창에 볼록볼록, 빗방울이 도톰하게 올라붙었다.

왠지 가는 길에 경찰차가 계속 눈에 밟혔다. 마침 빨간불에 걸린 김에 사거리 반대편에 보이는 경찰차가 뭐하나

궁금해하다가. 자꾸 경찰차가 유난히 눈에 띈다 싶을 때 조심했어야 했다. 결국 나오는 길에 딱지를 떼고 말았으니.

서울대입구역 4번출구로 나와 신한은행을 끼고 좌회전하면 나오는 지오캣, 알고 보니 6, 7년째 고양이까페를

운영해 오신 베테랑 사장님이 버티고 계신 고양이까페계의 좌장이랄까.

이곳을 가르쳐주신 윤뽀님의 포스팅에서도 봤었던, 이미 한번 눈에 익었지만 여전히 섬뜩한 경고문구.

고양이의 생명을 위한 길이 뭔지를 잘 생각하고, 양육자로서의 책임이 뭔지도 잘 생각하고.

(궁디)팡팡 금지!!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찌찌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조심.

고양이나 개의 '성격' 운운하는 말은 항상 뭔가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당연히 갸들도 나름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있겠지만,

대개 한 번에 한마리씩 조우하게 되는 터라 비교하기란 쉽지 않았던 터. 한꺼번에 수십마리의 고양이를 만나면 '성격'을

구분해 낼 수 있겠지..라는 기대로 드디어 입장~*

가장 먼저 눈에 띈 새하얀 고양이. 도도하게 몸을 누인 채 방심한 듯한 눈매를 흘리고 있다.

고양이들이 세걸음마다 한마리씩 놓여있었다. 말하자면 단위면적당 고양이밀집도에 있어서는 거의 세계최고수준 아닐까.

의자위에 올라가 있던 조그마한 새끼고양이. 하얀 털실뭉치같으면서도 올망졸망 달릴 건 다 달려있어 더욱 귀여운.

아무도 없던 금요일 오후 1시의 고양이 까페에 밀고 들어선 방문객에 조금은 동요하는 녀석들.

이녀석은 사자처럼 늘어뜨린 갈기를 우아하게 펼치고는 뭔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주었다. 고양이 왕인가.

주둥이와 귀, 발끄트머리가 온통 까매서 무지 세련된 느낌의 요 고양이는 슬슬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이 풍부한 표정이란..! 입매와 눈빛, 살짝 이지러진 얼굴의 각도만으로 표정과 분위기가 확 바뀐다.

못생겼단 표현은 고양이님께 죄송하지만...얜 참 독특하게 못 생겼다. 얼굴이 평면이다. 뭔가 스타워즈의 캐릭터스럽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나 친구집에 놀러가 마주한 고양이와는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이다. 다들 머릿속엔

나나나나나, 자신만 들어있는지 주변에 별로 괘념치 않고 있었다. 내가 카페 안을 헤집고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도

피하거나 겁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둔한 것도 아닌 것이 참 묘하다. 묘妙한 고양이猫들.

나와 동생은 고양이든 개든 키우고 싶어하는데, 어머니가 원체 반대하신다. 당신이 동물털들이 날리는 걸

못 보아넘기는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아버지나 내가 살짝 알레르기 기운이 있어서 안된다는 거다. 난,

이렇게 고양이가 떼지어 모여있는 걸 보고 마냥 좋을 뿐이고.

이제 조금 차분하게 앉아서 고양이들이 노닥거리는 걸 구경할 생각이었다. 여태 까페 안을 헤집고 다녔으니 한마리한마리

눈여겨 보며 사랑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내 무릎에 앉아 귀염을 떨던 고양이 녀석 하나, 갑자기

휴대폰 진동처럼 부들부들 떠는 거다. 급격히 따뜻해지는 내 아랫도리.

떨리는 목소리로 주인 아저씨를 불렀더니, 화장실 가서 깨끗이 씻고 드라이기로 말리면 된댄다. 자주 일어나는 일인갑다.

씻고 나와 그 녀석을 찾았다. 구석에 이렇게 숨어들어서는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그런 것처럼 보였다. 에구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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