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게임을 하는 방식.


꼭 가운데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두눈 부릅뜨고 목청 드높이고 싶지 않다.

그저 가운데 어간에 맞으면 그걸로 족한 것. 굳이 다트판이 정해놓은 점수대로 헤아릴 필요는 없는 거고.


조금 욕심을 부려 두세번 던져 두세번 가운데 어간에 맞는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다고 새삼 점수를 헤아리며 다른 이의 점수를 곁눈질할 생각은 없다.


내가 팔에 힘을 실어 던지는 재미, 내 의지가 실려 날아가 꽂히는 재미, 재미있으면 됐다.


내 꿈은 한량, 숫자놀이나 감투크기엔 관심없고 그냥 내 깊이와 넓이가 궁금할 뿐이다.

무겁지 않게 세련되고 발랄하게, 재미있게 춤추며 살고 싶을 뿐.


그러면 안 되나, 내 꿈은 한량.






@ 터키, 이스탄불.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는 멀고 먼 출퇴근길을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책 볼 시간을 벌고 있다 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지 삼년째인 친구는 올해 첨으로 유럽여행을 해봤다고 했다.


내가 못 가본 길들,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하여 닫혀버렸던 길들, 그런 다른 이들의 현재가

지금 나의 현재를 위로하고 긍정하는 발디딤판으로 쓰인다면 굉장히도 이기적이고 치졸한 짓.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의 현재와 나의 현재가 그닥 어느 한 편의 승리라 이야기함직한 것도 아니고,

난 책으로 둘러싸인 그의 환경과 쉼없는 지적 자극으로 활기찰 그의 환경이 부럽긴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현재를 부러워하며 살고 있진 않다. 앞으로야 모르겠지만서도.

깜빡깜빡 위성 신호를 놓치는 DMB를 퍽퍽 치대며 잠깨우듯 그렇게 우선 내 정신부터 차릴 일.








@ 전주 한옥마을.


어렸을 적 자주 꾸던 꿈이었다. 팔과 다리, 가슴과 목, 얼굴에 이르기까지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나서는 벌레들이

스물스물 기어다녔었다. '미이라'란 영화를 보기도 한참 전이었지만, 만약 내가 그 꿈의 모습을 재연해낸다면

딱 그 영화에서 풍뎅이들이 팔뚝 속에서 울룩불룩 꿈틀대며 사람 몸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눈알을 파내는

모습과도 같았을 거다.


그렇다고 벌레들이 그 구멍들을 헤집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네들의 여섯개 다리가 잘그락잘그락, 정교하게

움직이며 온몸과 구멍들을 살살 간지르긴 했지만 아프지는 않았고, 내 몸에 더이상 구멍을 낼 생각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별로 적대적이지 않았고, 난 어쩜 그들의 반짝이고 반들거리는 케라틴질 껍데기를 차라리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꿈에서 내가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 묵어 썩어빠진 고목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연밥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단순히 그 벌레들은 이미 누덕누덕 구멍난 상태라 더이상 내 몸에

구멍뚫기는 무리라 여겨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1.

어젯밤 꿈에 전지현이 나왔다. 그녀는 내 앞에서 해실해실 웃으며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따내려고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없었다. 당황해서 가방을 뒤졌지만 역시 핸드폰은 나오지 않았다. 울고 싶은 마음이 되어 그녀에게
 
말했다. 명함 한 장 주세요.


#2.

저번주 목요일 밤부터 2박 3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예기치 않은 일정, 생각지 않았던 장소였다. '올레길'이란 건 뭔가

심각한 고민이나 결정할 사항들을 싸짊어지고 걷는 게 제맛 아닐까 했는데, 가족들하고 도란도란 걷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포스팅거리는 잔뜩 늘었다. 캄보디아도 갈 길이 먼데, 제주도부터 차근히 올려야겠다.


#3.

일요일밤에 만난 군대친구는 부산에서 올라왔다. 벌초하러 갔다 오는 길에 문득 서울행 버스를 탔다고 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면서 또 물었다. "어떻게 살 건데?" 아마도 2002년께 군대에서부터 서로에 대해 계속되었던 질문,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가서 밤새 술을 펐을 때의 대답과는 달랐나보다.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은, 내게서 그가 기대했던 마지막 말이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시작되는 구구한 말들,
 
"핑계인지도 모르겠지만"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핑계들. 내가 이미 그 녀석에게 '황소만한 개구리'라고 뻥을 얼마나 잘

쳐놨었는지는 몰라도, 아닌 게 아니라 요새 스스로에 불만이 많다. 자유란 건 단순히 물리적인 시공간에 대한 개념이

아니니까.


#4.

슬슬 바빠지고는 있다. 할 일은 늘어나고, 하고 싶은 건 많고. 당장 이번주 월요일에 있었던 '시사IN 강연회'는

가지도 못했다. 진중권이 강사로 나왔는데, 다음달 출장 준비다 뭐다 바빴다. 오늘도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의

강연이 있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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