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모슬포항,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라 갈 때마다 꼭 고등어회를 벼르곤 한다.

 

조금 숙성된 고등어회에 야채를 조금 얹고 김에 싸먹는 식인데, 고등어가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맛나던지.

 

...배고프다.

 

그리고 회를 뜬 고등어의 남은 잔해로 거의 끈적해지다시피할 만큼 지리를 끓여내오시는데, 이것도 역시 술 도둑.

 

원래는 '만선'이라는 곳만 맛집인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있는 '돈방석'이란 곳이 더욱 맛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사진은 돈방석에 다녀갔다는 어느 시인이 주인 아주머니를 두고 읊은 시라고.

 

 

 

제주 모슬포항, 고등어회가 유명한 이 곳, 가파도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에서 맞았던 봄.

 

 

짠기운 섞인 비바람에 삭아내려 조각조각 부서져내리는 항구 끄트머리의 나무틀.

 

 

그 틈새에서 용케도 뿌리를 내리고 새 잎사귀를 틔워내고 줄기를 겯고 급기야 꽃망울까지 터뜨린 녀석들.

 

언제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모슬포항, 곳곳에 그려진 벽화도 무척이나 리얼하다.

 

모슬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버스를 몇차례 타보면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건 꼭 사람만은 아니더라는.

 

기다림이 간절하면 저렇게 갓 박아둔 보도블록 틈새로 손가락만큼 굵은 꽃대를 세우기도 하더라는.

 

 

 

 

 

작년말 루시드폴 연말공연에 이어 이번엔 그의 세미심포닉 공연!

 

듬성하고 촉촉하지만 얼어붙은 땅속 깊숙히 스며드는 봄비처럼 맘속을 적셔주던 루시드폴의 읊조림은 정말.

 

 

 

인터미션도 없이 근 두시간동안 워낙 많은 노래를 불러서 뭘 불렀던지 제대로 기억도 안 나지만,

 

'어'로 시작하거나 '어'로 끝나는 그의 대표곡들을 비롯, 앨범 미수록곡과 브라질 노래들까지 다양했지만 다 좋은.

 

기타 네개를 앉은 자리 좌우로 둥글게 후광처럼 배치해 두고서 노래를 불렀던 루시드폴, 잠깐 곡을 소개하고

 

두세개씩 연거푸 노래를 부르던 그가 마지막 노래를 마치고 일어나 함께 했던 마에스트로 조윤성에게 박수를 보냈다.

 

 

루시드폴 조윤석과 마에스트로 조윤성. 이름도 한끝차이인데 생긴 거나 개그코드까지 비슷하던 그들.

 

항상 공연가면 궁금한 점, 어차피 앵콜곡 준비해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굳이 인사하고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걸까. 아마 관객들이 '앵콜곡'을 들어야 돈이 덜 아깝게 여겨진다는 심리 때문아닐까 싶은데, 이날

 

역시 그런 조삼모사의 지략이 발휘되어 앵콜곡이 두개. 마지막은 고등어를 다함께 열창.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관객 앞에서 추어올리던 그들.

 

5집에서 그들이 함께 작업했던 노래는 '어부가', '불', '그리고 눈이 내린다', 모두 인상적이던 노래들.

 

작년말에 들었던 루시드폴의 'Silent Night, Nylon Night' 공연은 그가 매년 하던 연말 공연이었는데,

 

올해는 이 공연 LUCID FALL with 조윤성 Semi-Symphonic Ensemble로 끝으로 안식년을 갖는단다.

 

 

영혼의 떨림이란 게 있다면 저런 게 아닐까 싶은 그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미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겠지만,

 

내년에 다시 돌아올 그의 공연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다.

 

 

 

완전 아기같은 표정으로 두손을 나풀나풀 흔들며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루시드폴.

 

공연이 있었던 LG아트센터. 벤치의 색감이나 디자인이 참 독특하다.

속초에서 꼭 돌아봐야 할 곳은 속초관광중앙시장이란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원래 여행을 다닐 때 시장구경하길

좋아하기도 하지만, 수수부꾸미니 닭강정이니 오징어순대니, 항구쪽보다 싼 횟집들까지 먹거리도 많고 이것저것

구경할 것도 많았던 곳이다. (그리고 갯배랑 바로 이어지는 동선이라거나 속초시내 중심에 있다는 점도 좋다)

갯배에서 내려서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만나는 이 커다란 황금색 황소. 뉴욕 월스트리트가에 있는 황소는

Bull's Market, 호황을 바라는 증권맨들의 마음을 담은 거라면, 이 녀석은 소를 닮은 지형의 속초가 번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속초인들의 마음이 담긴 걸까.

사실 시장이란 게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곳이기도 하고 그자체로 여행의 메타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건 딱히

정해져있는 입구와 출구도 없고, 루트도 없고. 발 닿는 대로 걸으면서 둘러보면 되는 거고, 그러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야지, 라거나 사야지, 라고 맘먹었던 샵이나 위치는 대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어지는 묘한 마력이 있다는.

그리고 시장에선 애써 꾸며지거나 포장되지 않은 모습들이 드러난다는 점도 참 맘에 든다. 이렇게 빛바랜 만국기가

잔뜩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하늘을 가르고 있다는 점도 왠지 맘에 들지만, 저런 '미용휴게실'이니 다방이니 하는

촌스런 간판들이 늘어서 있다는 점도 그렇다.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시장에서 눈에 띈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손에 들고 다니는 거 같던 '만석닭강정'.

줄이 어찌나 길던지 뱅글뱅글 용트림을 하고도 한참 늘어서 있어서 좀체 줄을 설 엄두는 못 내고, 맞은편의 맛난

수수 부꾸미와 찹쌀 부꾸미를 파시던 분께 부꾸미를 사며 슬쩍 물어봤더니 그 옆의 '속초닭강정'도 추천해주시더라는. 


먹어본 사람들의 말도 분분하던데, 맛이 거기서 거기다, 라는 말도 있고 아무래도 만석닭강정이 짱이다, 라는 말도.

모르겠지만 가격대는 대략 이렇게 비슷한 거 같고, 아무래도 방송과 입소문의 힘, 그리고 무엇보다 줄이 저렇게

늘어서 있단 건 그 자체로 저 꼬리에 붙어서야 할 거 같은 굉장한 압박감을 주는 거다. 시장입구의 호떡집도 그렇고.

여하간 속초닭강정, '매운맛/보통맛/순한맛'으로 나뉘는 삼단계 양념소스 중에서 보통맛도 조금 매콤하다고 하여

보통맛을 골라 순살닭강정을 맛보는데 오오..따뜻해도 맛있고 식어도 맛있고 배고파도 맛있고 배불러도 맛있고.

시장 안에는 이렇게 천장이 막혀 있어서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도 있고, 여느 재래시장처럼

천장이 없는 대신 파라솔들이 촘촘이 늘어서서 자연스레 하늘을 막고 있는 구역도 있고.

아바이순대타운, 닭전, 어물전, 의류, 그리고 중간중간에 박혀 있는 호떡집이라거나 국화빵집이라거나. 제법 너른 공간에

끼리끼리 뭉쳐있는 상인들의 난전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가 또 줄이 늘어선 호떡 겸 붕어빵 집을 보면 슬쩍 줄을 이어서서 하나씩 맛보기도 하고.

지하에 있는 수산센터, 노르웨이에서 온 냉동 고등어들이 빳빳하게 몸을 비튼 채 박스의 형체를 간직하고 있는.

아주머니가 다듬는 생선은 광어 한마리와 우럭 한마리. 그렇게 간식거리들을 맛보고도 어쨌든 저녁은 먹어야겠다며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자는 단순한 소망을 끝내 이루고 말았다.





모슬포항 앞,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로 배를 가득 채운 '만선'의 꿈이 뭔가 어촌의 정취가 느껴지면서도

여유롭고 뿌듯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 느껴지는 단어라면, 그 뒤로 보이는 단어는 훨씬

강렬하고 직설적이다. '돈방석'이라니. 굉장히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욕망을 드러내는.

내가 꼭 저 만선식당에서 먹었던 고등어회가 정말정말 맛있어서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뜩이나

신선도가 금방 떨어져서 회치기가 힘들다는 고등어, 왠지 비릴 거 같기도 한 그 생선회를 구운 김에

싸서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비빈 밥과 함께 먹으면. 캬아..제주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바다에 비가 내리는 걸 보노라면 뭔가 망연해진다. 비가 오는 날 회를 먹지 말라던 건, 비싼 회를 조르는

아이들의 입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던 어른들의 궁여지책 같은 거 아니었을까. 배고프다.

제주도답게, 구멍이 송송하고 반들반들한 현무암스러운 돌멩이로 냅킨을 눌러둔 까페에 앉아

책도 들척이고, 노래도 듣고. 그러고 있으면 참 좋았다. 어딘가로부터 어딘가로 걸었던 길 끝에서,

혹은 어딘가로 떠나기 전 길을 앞에 두고, 쿠션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포실포실한 쿠션을 꼬옥

끌어안고는 잠시 몸을 부려두는 거.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다시 책 속이나 멜로디 속으로 떠나는 거.

더구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라면.

모슬포항 주변에도 이런저런 벽화가 그려져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저 해녀 사진.

몸의 동작이나 모양새 자체가 바다 속이라는 느낌이 가득하도록, 살짝 흐느적거리거나 유영하는 듯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자유롭게 몸을 운신하며 바다 밑 해산물들을 채취하는 그네들의 생활이 꼭 저럴 거 같다.


이렇게 며칠째 비가 내리는 날에는 바다 밖의 사람들도 저렇게 둥둥 유영해다니는 거 같다. 길거리를

부유하는 우산들도 그렇지만, 뭐 하나에 마음이 집중되지 못하는 정신상태 역시.









종로의 피맛골, 왠지 추석 연휴에는 한번씩 가게 되는 곳이다.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 어쩌구하면서 금세라도

다 밀어버릴 듯 하더니 아직도 '피맛골 고갈비집'은 건재하다. 워낙 추억이 촘촘이 서린 곳이라 참 반가운 곳.

몇 년전이더라, 불이 나는 바람에 가게 절반이 날아가고 그때부터 그냥 이렇게 공터로 놀리던 곳, 그 우켠에 선

건물 역시 완전완전 허름해서 무슨 폐가같기도 하고 쓰러지기 직전같기도 하지만 추석에도 쉼없이 맛있는

고갈비와 막거리를 팔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아직 시간이 조금 일렀는지라, 가게 안에는 혼자 와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신 머리 희끗한 아저씨 한 분을 빼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모양새도 색깔도, 짝도 제대로 맞지 않는 삐뚤빼뚤 제각기 놓인 의자들.

메뉴판이 있긴 하다. 얼마나 오래전에 붙여놓은 건지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베니어판 벽면과 비슷한 색깔로

누렇게 변해버렸지만, 사실 여기서 다른 건 맛본 적도 없다. 앉으면 그냥 갖다주는 막걸리 한 사발과 고갈비.

메뉴판에도 벽면에도 온통 낙서투성이다. 낙서라기엔 꽤나 그럴듯한 시간과 사건들을 이겨낸 것들.

나왔다. 양은으로 만들어진 양푼에 담긴 막걸리랑 고갈비 한 마리. 여기 막걸리는 뭔지 모르겠는데 탁하면서도

단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랄까.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고갈비랑 같이 먹으면 딱 좋다.

조명은 늘 그렇듯 어두침침하다. 드문드문 박힌 채 테이블 하나만큼의 공간을 겨우 밝히는 전구, 그리고 창밖에서

슬몃슬몃 넘쳐흐른 햇살이 조명의 전부. 아, 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푸르스름한 불빛도 있구나.

누군가 창문에 깃발을 붙여두었다. 지난 지방선거때 붙였두었던 깃발인 듯. 창밖으로 보이는 리어카들이 왠지

살풍경하다. 저게 혹시 서울시 표준형 리어카인가, 반듯반듯 주차된 그들 앞에서 현란한 녹색 거죽이 입혀진

리어카 한대가 반갑다.

어떻게 보면 토굴같은 느낌도 들고, 나지막한 천장과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바닥 높이 때문에 행동거지 하나가

조심스러워지는 게 기분이 색다르다. 올 때마다, 여긴 뭔가 정겨움이 그득그득.

이런 화장실 표지판도 넘 좋다. 촌스런 초록색의 왠지 촌스런 남자 여자의 그림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단호하고

선명했을 화살표 앞뒤꼭지에 누군가 짖궂게 장난쳐둔 모양새들까지, 웃음지을 수 밖에 없는 그림들.

온통 낙서투성이인 벽면, 여기도 뭔가 신품의 냄새를 가득 풍기던 그런 때가 있었을까.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어디서 누구 한명 담배라도 피워올리면 금세 가게 전체에 티가 나는 그런 곳이지만 나름 환기는 잘 되어서 다행,

안 그랬음 무슨 수산시장 같은 냄새가 늘 배겨있었을지도.

이런 낙서들, 추억과 즐거움을 증거하는 흔적들. 이런 게 언젠가 무지하고 둔탁한 포클레인의 무쇠 이빨에

산산이 부서져나가리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싸하다. 그야말로 수십년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작품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벽면을 통째로 어디에든 전시한다고 해도 훌륭할 텐데. 사람들은 자신이 이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 나눴던 이야기, 서려있는 추억을 기억하며 자신이 남겼던 낙서 한 줄을 곰곰히 찾아보지 않을까.

무엇보다 좋은 거야 그냥 이 공간이 계속 남아있는 거지만.

기둥이라고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화이트로, 검정펜으로, 누군가의 기록 위에 또 누군가가 기록을 덧씌우고

차곡차곡 쟁여간다. 심지어는 전등 스위치까지. 모든 곳에 공평하게 내려앉는 눈송이처럼, 허름한 가게 안

모든 장소에 아낌없이 내려앉았다.

아니, 눈송이는 천장에까지 채워지진 않는다. 낡고 깨져서 여기저기 덧대인 천장 쪼가리에도 어김없이 새겨지는

누군가의 메시지들.

막걸리 한 동이를 기분좋게 비우고, 고등어를 남김없이 해체하고 나서 돌아나오는 길. 들어설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웬 달마도가 입구 앞에 그려져있었다. 저건 정말, 작정하고 그렸겠구나 싶다. 기록을 남기고 전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한순간의 장난이나 술기운으로 끼적인 것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

이 집 이름이 와사등이었나 보다. 몰랐다. 벌써 수십번은 왔을 텐데, 오는 사람들끼리는 그저 '피맛골 고갈비집',

이렇게만 말하면 통했으니까. 가게 주인 할머니한테 물었다. 여긴 안 없어지죠? 할머니가 그랬다. 여긴 절대

안 없어져요. 계속 있을 거야.


부디 계속 남아있었으면. 맛있는 고갈비도, 누군가의 메시지들도. 그래서 내 추억도.





톱카프 궁전...이 지독히도 눈을 괴롭히는 궁전 기본 입장료가 15000, 보석관이 별도 10000, 하렘(여성전용 궁전

칸이라 해야하나;)이 별도 15000쯤 되던가. 안력을 만땅으로 돋구고, 쉴새없이 전후좌우위아래를 탐색해도

여전히 볼 것이 남던 그곳, 무지하게 화려한 온갖 치장과 혹시 한군데라도 빼놓을까 편집증적으로 치장된 기둥

-대들보-천장.
 
금남의 구역이던 하렘의 웬지모를 폐쇄적인 분위기와 화사한 장식들, 그리고 보석관에서 전시된 84캐럿 다이아를

위시한 보물들은 별도의 비용을 내고 들어갈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톱카프 궁전의 내실에서 발견한 절라 편해보이는 긴쿠션을 가진 의자, 게다가 어딜 가나 놓여있는 저 '향로'..?

온통 흰색과 파란색을 쓴 이즈니크 타일들과 천장 가득 조각된 문양들, 그리고 아낌없이 쓰여진 금색의 화려함은

곳곳에 놓인 보물류와 비싸보이는 도자기류들과 더불어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머...정신없이 보고 나왔는데,

대략 사람 살 곳은 못 되는 듯.ㅋㅋ

톱카프 궁전에서 어찌나 지쳤던지..하렘 입장표 끊고 난입직전 잠시 쉬는 중에 한 장. 아, 내 앞의 그 프랑스

아줌마 어찌나 싸가지 없던지...마구 허공을 찔러대는 손가락과 함께 blurblur..so be quiet, 이 지랄.--+ 하렘은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지녔다는 느낌과 더불어, 왠지모를 여성의 향기가 은은히 남은듯한 환상..마치 여행내내

차도르를 쓴 여성들의 눈을 보며 얼마나 이쁘실지를 상상하며 즐거워했듯.

톱카프 궁전의 뒷뜰에서 함께 하루를 빡시게 돌았던 누님들과 함께.

여행의 둘째날, 의욕에 불타던 나는 누님들을 독려해가며 오전, 오후를 상당히 밀도있는 스케줄로 함께했었다.

제대한지 기껏 5일 지난 군바리에게나 가능할 그런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급기야, 한 누님은 터키식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먹고서 갑작스레 더위도 같이 먹었단 걸 깨닫고...담날 카파도키아로 가는 껍데기만 벤츠였던 잔뜩

구린 버스를 결국 다른 누나랑 나만 타야했던...그래도 이땐 마냥 좋았는데^^; 톱카프 궁전의 뒤뜰서 이스탄불의

시가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많은 모스크와 미나렛들에 감탄했었는데, 이집트 가보니 여긴 장난이었던 셈이다.ㅋ


보스포러스 해협에선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가 만난다고 한다. 한강둔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던 그곳...

이 바다를 따라가면 한켠엔 흑해가, 한켠엔 지중해가. 그리고 지구는 둥그니까 언젠간 동해까지도 닿지 않을까

따위 망상에 잠시 젖기도 했었다. 흑해의 바닷물이란 어찌나 시퍼러둥둥하던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팔던 고등어케밥,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내가 이곳을 여행했던 2004년만

해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던 듯...바닷가에 정박해둔 배에서 고등어를 쉴새없이 구우며, 바게트빵사이에

토마토나 양배추와 함께 꼽아서 1,500,000터키쉬리라에 팔았던 듯. 말하자면 고등어샌드위치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애초엔 엄청 비리지 않을까, 좀체 빵 사이에 생선을 끼워먹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었지만..

먹어보니 무지 맛있었다. 터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맛보고 오겠다고 다짐할 만큼, 유니크하고도 맛났던

샌드위치.


아, 1,500,000터키쉬리라였다곤 하지만 0 세개 떼고 생각하면 대략 한국돈으로는 1,500원쯤? 이란 이야기. 이걸

하루종일 빨빨거리며 다닐 때 점심으로 먹었었던가..그러고 보면 여전히 군바리 마인드가 강했었더랬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선 예니 사원을 뒤로 하고. 나중에 이곳에선 왠 '미친 할배' 하나와 손짓발짓으로 싸우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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