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인가, 인터넷 포털이나 각 페이퍼 신문들에도 빠짐없이 떴던 기사가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인권 팬카페’ 등장...네티즌 "기절초풍",

강호순팬카페 개설? 연쇄살인보다 더 큰 충격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 접한 네티즌 '충격, 경악'

살인에 충격·살인 찬양에 ‘또’ 충격…강호순 팬까페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에 "개념없다" 비난폭주

강호순 ' 카페' 등장…"할 말을 잃었다"

"강호순은 영웅" "살인자 찬양하냐"…'강호순 팬카페' 네티즌 논란 확산

강호순 신드롬?…팬카페 개설에 네티즌 북적

강호순 팬카페에 네티즌 경악

네이버에 강호순 팬카페…네티즌 "황당하고 어이없다" 비난


전부다 비슷한 식으로 제목을 달고는 "네티즌"을 동원해서 강호순 팬카페가 엽기적이고, 반사회적 신드롬이며,

세상에 어떤 또라이가 저런 짓을 했나 싶도록 생각하게 만든다. 내용도 그런 식이다. '충격과 공포'랄까.

치사하게 따옴표를 동원하거나 네티즌의 입을 빌려 선정성을 극대화하는 대부분의 언론들에 비하자면,

그나마 덜 자극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쓰려 했던 신문 두 개의 제목은 차분한 편이다.

‘인권’ vs ‘살인예찬’…강호순 팬카페 논란 (경향)

강의 팬카페 “범죄자 인권도 보호돼야” (서울)


궁금해서 가입했다. http://cafe.naver.com/ilovehosun.cafe



등업인사방에 보니까,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그야말로 쓰레기통이었다.


글쎄, 굳이 I love Hosun이란 센세이셔널한 주소를 달았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개인의 판단이다.

마치 내가 이 포스팅의 제목을 뭘로 하던 내 마음이듯이,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화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일종의 후크(hook)랄까. 그리고 카페지기는 설명한다. 그 러브란,

범죄자 강호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나 지지가 아니라, '자비에 기인한 사랑'을 의미한댄다. 호의적으로

생각하자면 종교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휴머니즘.

게다가 그 까페는 모방범죄를 독려한다거나 연쇄살인범에 대한 동경 내지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체포 후의 그를 대하는 언론과 사회의 드잡이식 행태로 인해 침해받는 인권에 대해 지지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아가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까지, 조금은 깊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끌어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아래는 까페 가입 후에야 읽어 보게 된 까페지기의 규탄 글.

 

그리고 현재, 까페지기는 '카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한 상태. 이 사람의 편을 100% 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촛불시위때부터 갑자기 집단지성의 화신으로 떠받들리기도 하는 소위 '네티즌'이란 정체불명의 집단이

때론(여전히) 얼마나 흉폭하고 잔인한 말들을 던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인터넷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이상, 네티즌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한 단어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거다.

사실 '네티즌'이란 단어 대신 '사람들'이란 단어를 바꿔써도 의미상 별 차이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아직 네티즌에

특화된 의미가 부여될 맥락이야 남아있지만, 갈수록 '네티즌'이란 단어는 무의미해 지지 않을까.


어쨌든, 이 사람의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를 싹수부터 짓밟아 버리고 욕하고 침을 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실 그다지 틀린 내용이 아닐 뿐더러, 상식을 얘기하고 있을 뿐 아닌가 싶다. 강호순과 같은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범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이상한' 태도에 대해서 이미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강호순의 목청큰 갤러리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내용도 자세히, 최소한 객관적으로라도 알릴 노력은 없이 그저 신나서 갈굴 거리, 욕할 거리만 찾아 바치는
 
언론들은 또 뭔가.(용산참사와 정부의 실책들을 가리려는 건 아닌가..라는 식의 음모론은 사양이지만, 대체 왜?)




아래는 공지글 전문.

*                                     *                                     *

백기를 들까하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카페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하는 바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쪽지와 메일, 게시물을 통해 '인권'에 대한 고견을 피력해주셨고 또 현재까지도 계속 그러하시고 계십니다. 비록 며칠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지금껏 수많은 분들께서 인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며 연쇄살인범 인간이 아니고 고로 그의 인권은 부정함이 마땅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때문에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범죄자의 '인권'을 논한다는 것.

 본 카페가 만들어 진지 약 나흘이 지났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범죄자의 인권 또한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그저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이토록 많은 '돌팔매질'을 불러올 줄 몰랐습니다. 한 성인(聖人)인 말씀하셨듯이 죄가 없으시어 그리도 쏟아 부으신 돌팔매인 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치 그 돌이 내던져지는 이 사회의 범죄자인권의식인 것만 같이 느껴져 참으로 씁쓸하고 괴로웠습니다.

 수많은 욕설과 비난의 여론으로 인해 무척이나 혼란스럽기도 하였고, 많은 분들의 조언, 혹은 협박과 같이 차라리 이쯤에서 카페를 폐쇄를 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적어도 그러는 편이 마치 짙게 내리깔린 안개 속을 홀로 걷는 듯 한 막막함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십분 도움을 줄 것이 명백해 보였습니다. 때문에 대문에 중대결정 발표시안을 내걸고 몇 시간 동안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그동안 보내주신 쪽지며, 메일들을 통해 소통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서도 '혹여나 또 받아들이시는 면과 글의 내용에 있어 오해가 있지는 않을까'하여 몇 번이고 다시 검토를 하며 고심하였습니다.

 그렇게 결코 짧지 않은 나흘,

그리고 카페의 향방을 결정짓기 위해 가진 몇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여러분 말대로 범죄자에 대한 '인권'은 없다는 것입니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라고는 너무도 황당한가요?

'인권'
타인의 인권을 유린한 자에게서 박탈되는 것.
고로 짐승과 같은 범죄자에게는 없어도 되는 것.

 많은 분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의 통용되는 '인권'의 정의란 위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저는 금방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략 1600건의 쪽지와 50여 통의 메일, 수백 개의 게시물과 수천 개의 댓글들은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인권'의 의미를 예습, 복습하기에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여러분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또 하나의 인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괴상한 따옴표 조차 지니지 않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이고, 자고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영원히 가져야할 진정한 의미의 인권 말입니다. 설사 어떤 이가 짐승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 역시 인권을 존중 받아야할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비록, 강호순씨가 7명의 부녀를 연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조차 천부된 권리를 박탈 할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강 씨를 비롯한 범죄인 및 소수자 아울러 만인의 인권은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더불어 예로부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죄가 미워 형벌로써 다스릴지언정 사람이 미워 가족사항이나 얼굴 등 개인신상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가권력과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닌 사력(私力)에 의한 방임적인 형태의 응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임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가령 강 씨의 신상정보의 유포로 인한 피해로부터 그 누가 강 씨의 범죄와 전혀 관련 없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을 보호, 보상해줄 수 있겠습니까?

  옛 독재정권시절 국보법위반으로 잡혀갔다 나온 이가 그 소문이 동네에 번져 자신의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빨갱이의 아들이라고 놀림 받고 "빨갱이 잡았다"며 목줄에 매어 끌려 다니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슬퍼하였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강 씨의 아들이 단지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이유로 형태는 달라도 어떤 부당한 대우나 사회적 차별 받게 될지 모른다면 이것은 분명 현대적인 관점에서 명백히 부조리하고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인의 인권에 대한 여론이 나날이 극단화되어가고, 이에 대해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며 바람직한 여론을 제시해야할 언론이 앞장서서 팔걷고 나서며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등 오히려 대중적 분위기에 영합해 마치 진화(鎭火) 커녕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고 있는 것만 같은 최근의 형상을 보이는 것도 저는 진심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 행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 짚고자 합니다. 범죄자의 인권조차 존중한다는 본 카페 모토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하여 마치 우리가 피해자의 인권은 하등의 위함도 없이 여긴다고 오해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본 카페 측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인권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결코 희생자의 인명과 인권에 대해 경(輕)하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나 애초 그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하지 않아 발생한 군중과 카페 상호간의 입은 불측의 손해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을 시인하고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미 GreatKiller라는 매니저 본인의 닉네임과 '팬 카페' 라는 명칭에 대해서 이전의 공지를 통해 해명하였음에도, 그 어감으로 인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회원님들의 의견에 공감하여 닉네임은 즉시 다른 것으로 바꾸고 '팬 카페'를 '모임'으로 대체하려 하였으나, 네이버 정책상 6개월 동안 카페 명을 수정 할 수 없어 네이버 측에 꾸준히 별도의 문의를 하는 한편 후임 스텝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을 유보할 생각입니다.

  백기 대신 바톤을 드는 이유.

 강호순씨를 비롯한 범죄인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여지를 두어 편향된 여론이 균형을 이루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이 카페는 존치되어야 합니다. 일부는 온라인이라는 활동범위의 제약을 근거로 본 카페의 역할론을 부정하며 '소용없는 짓'으로 규정하지만, 모종의 '잔상효과'를 통해 앞으로 범죄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 이슈를 접하는 일반 대중에게 두고두고 범죄자의 인권이 상기되게 함이 본 카페 최대목적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본인의 자질상의 미숙으로 인해 카페개설 초기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온라인상에서 일대 논란을 촉발하고 고의 아닌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기해 후임 매니저에게 조만간 운영권을 이양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며,
 더불어 다시한번,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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