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4.9%밖에 안 나왔다나, 시청자들이 냉담했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런데 그가 쏟아낸 말들에
살짝 눈이 간다. 또다시 '오해다'라는 표현을 동원해 그가 틀림없이 저걸 유행어로 밀고 있는 거라는 확신을 갖기도
했지만, 그보다 '소명'이라는 단어가 너무너무 거슬린다.
#1. 우선 이번 원탁대화 관련 기사부터 보자.
- 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31/2009013100058.html)
이 대통령은 이어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금년 한해도 못지않게 어렵다”고 전망하면서도 “저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가운데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에 경제살리기. 위기극복이라는 소명이 주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10203&artid=200901310030505)
이 대통령은 <원탁 대화> 모두에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을 거론하곤 “국민들이 불안하고 걱정됐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 문제를 하나님이 소명을 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힘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 중앙일보.(http://news.joins.com/article/3475913.html?ctg=1003)
(1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어려운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송구하지만 올 한 해도 어려울 거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가운데 취임했는데 어쩌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 세계일보.(http://www.segye.com/Articles/News/Politics/Article.asp?aid=20090131000189&ctg1=02&ctg2=00&subctg1=02&subctg2=00&cid=0101010200000)
경제 위기와 관련, 이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속에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위기극복이란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 SBS.(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537280)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는다면서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YTN 돌발영상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에게 송구스럽지만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게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살리기와 위기극복이라는 소명이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 대체 이명박은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말한 건지 단순히 "소명"이라고만 말한 건지 모르겠다. 궁금해져서
동영상을 새삼스레 들쳐보려 했으나 좀체 해당부분이 나오지가 않기로 패스. 아마 그의 말에 설명을 더해서 기사를
썼다면 괄호를 쳐서 표시했을 테니,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말했던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미 이전에도 소명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싶을 정도로 많이 써왔다.
- 09/01/09, 매일경제.(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21&cm=%EC%A0%95%EC%B9%98%20%EC%A3%BC%EC%9A%94%EA%B8%B0%EC%82%AC&year=2009&no=17574&selFlag=&relatedcode=&wonNo=&sID=302)
이 대통령은 "어려울 때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소명이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 09/01/09, 광남일보.(http://www.gwangnam.co.kr/read.php?idxno=2009010916145787302)
李대통령 "어려울 때 대통령된 것은 소명"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어려울 때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소명이라 여기고 있다"고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 08/06/23, YTN(http://www.mgoon.com/view.htm?id=1585420)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 임명된 청와대 2기 비서진에게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열정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 08/06/10, 폴리뉴스(http://polinews.co.kr/viewnews.html?PageKey=0101&num=83274)
金 통일, “남북의 상생,공영이 이명박 정부 소명”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이날 오전 청사 2층 현관 앞에서 진행된 현판식에 참여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받았다”며...
- 08/05/15, YTN(http://www.mgoon.com/view.htm?id=15297)
[녹취:이명박, 대통령]
"국민과 역사 앞에서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경제를 다시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서민의 근심과 어려움을 덜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07/08/30, 한나라당 다음 공식블로그(http://blog.daum.net/lovehannara/8187055)
[연찬회]이명박 후보, 정권교체의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금일(30일)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 참석해 진정한 화합은 정치적인 과시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마음이 흘러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진정한 화합을 강조하고,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 그가 말하는 소명이란, 신의 부름을 뜻하는 Calling, 召命이다. 다음 포털에서는 그 뜻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네이버에 물어보았다.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일이라는 게 네이버 국어사전의
설명이다. 그것도 '부름'이라는 말로 순화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그리스도교일반 파트에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주로 종교적인 단어랜다.
#4. 물론 '소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자신이 자각하고 있는 의무나 헌신의 대상이라는 식의 용례로 확장되어
쓰일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애초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식으로 쓰였듯 이명박의 '소명'은 지극히
종교적인 단어이다. 그런 의심은 그간 그가 보여온 언행에 비추어 더욱 강화되며, 아래와 같은 검색결과로도
쉽게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은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교회 세력의 간판스타로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시련을 극복하고 소명에 따르고자 노력하는 정치인'인 거다.
#5. 그렇다면 이명박은 그의 혀를 굴려 '소명'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색무취하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기독교에서는 '소명'이란
단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하나님의 선물 그자체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 : "소명이란 무엇인가, http://www.clm.or.kr/technote/readr.cgi?board=study&y_number=33&nnew=2)
#6. 그의 특정종교에 대한 편파적인 태도는 이미 숱한 논란과 대립을 불러 일으킨 바 있고, 종교분쟁이 거의 없는
모범적인 다종교국가로 인식되던 한국의 풍토를 급변시켰다. 교회 집사로서 익숙해져있을 어휘와 단어들, 그런
것들에 계속 둔감한 채 생각없이 발언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그에 더해 저간의 여러 설화(舌禍)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원탁대화에서처럼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꼭 집어
말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그는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저력과 한결같은 뚝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한다. 뭐랄까,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스럽다.
교회의 전도 활동을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 테니 부디 대통령직을 내놓은 후에 했으면 좋겠다. 그게 실제로는
얻는 것 없이 이미지만 끊임없이 나빠질 교회를 위해서나, 괜히 빈정상하고 감정만 나빠질 여타 종교를 위해서나,
쓸데없이 당면해야 할 전선만 또 하나 넓혀버리고 마는 이명박 자신을 위해서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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