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방화역에서 삼성역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 터라, 아침저녁으로 실감나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이던가 어느 신문에서 지하철 인구밀집도와 공기청정도 등을 검사하고 꼽았던 최악의 지하철역들, 신도림,

신림, 사당, 교대, 강남..을 오롯이 지나 삼성역에 도착할 때가 되면 상쾌했던 아침 기운이란 온데간데없이 날아가

버리고 온통 넝마같이 헤집어진 육체와 지쳐빠진 피로감만 남을 뿐이다.


그나마 위로라면 퇴근길 지하철에 자리를 못잡고 서서 가며 무릎을 똑, 똑 꺽으며 졸다가 도가니에 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출근길에는 그렇게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할 여지도 없이 빼곡히 꼽혀있어서 한결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것 정도? 그치만 숨쉬기 힘든데다가 옆에 네가지 없는 아저씨라도 있을라치면 계속 팔꿈치로 쿡쿡

찌르고 못 살게 굴어서..드디어 찾아낸 해방공간.


지하철 차량과 차량 사이를 이어주는 잿빛 자바라 비닐팩공간. 그 안에 들어가 양쪽 문을 꽉 닫고 흔들리는 바닥판

진동에 맞추어 몸을 흔들다 보면..왠지 어딘가 산꼭대기같은 데서 사고사라도 당해서 비닐팩안에 담긴 채

헬기로 흔들흔들 끄집어 내려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옆사람의 몸에 가방이나 이어폰 줄이 낑기거나

원치않는 신체적 접촉과 그로 인한 통제불가능한 육신의 변화랄까..그런 것들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넓찍한 데다가

그 싱싱한 율동감이 (조금 어지럽긴 해도) 재미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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