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보니 마침 미사를 막 마치던 중..아, 그러고 보니 일요일 아침이었다. 보통 서울에 있을 때에는 늦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서둘러 나서는 시간.

제단을 가운데 두고 세 방향에서 오붓하게 둘러앉아 신부님 가까이에 모여있는게 보기 좋았다. 성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유유히 구경하다 보니 친절한 아주머니 한분이 미사 후 간식과 와인을 권하신다. 마다않고 주는대로 먹고 마시고. 살짝 취기가 올라 천천히 성당 내를 걸으며, 서늘한 공기와 차분한 분위기의 감촉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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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의 연주를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 웅장함과 장대한 선율은 '신적인 것'을 느끼게 했었다. 프랑스에서 한번 들어볼 수 없을까 했는데, 나중에 예기치 않게 노틀담 성당에서 그 연주와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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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가가 생 마리 성당에서 철사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알바트로스의 형상, 이건 아마 그 작품 중의 한 점인 듯 하고.
언젠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서 알바트로스에 대한 기사를 봤을 때 깊은 인상과 선명한 대비감을 남긴 단어가 생각났다. gravity & wind. 중력과 바람의 새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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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와인을 권한 착한 아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프랑스에 가득한 성당들은 여행객이 쉬기에는 그다지 편치는 않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이집트의 모스크들. 내가 쉬고 자고 일기쓰고 일정짜고 음식까지 누워서 먹었던 평안한 공간. 프랑스에선 온통 널려있는 공원이 여행 내내 그런 공간이었다.

걷다가 지치면 앉아 쉬고, 추우면 햇볕쬐고, 샌드위치 먹고, 뒹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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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나서 가이드북을 뒤졌더니, 역시 짧막한 소개가 나와있을 만한 곳이었다.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닌 듯 하다 했더니, 1600년대에 완성된 성당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 1300년대부터 지금까지 울리고 있댄다. 뭐, 천장에 붙은 저 묘한 그림을 한동안 눈여겨보느라 종소리는 못들었지 싶다. 여인의 슬퍼하는 표정같기도, 남자의 괴로워하는 표정같기도, 혹은 초탈한 표정같기도 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아기와 젊은 엄마(아줌마 혹은 처녀), 십자가와 고통받는 남자와 여자..라는 몇 가지 소재를 가지고 참 많이도 만들어냈구나 싶었다. 저마다 다른 포즈, 표정, 외모, 그리고 분위기로 셀 수 없이 많은 변주를 해냈다, 인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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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사람들. 독실한 가톨릭국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다빈치 코드"가 가진 메시지는 내 생각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난 사실 그 책의 내용, 자체의 재미를 떠나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새롭지 않으니 놀랍지도 않았다. 그리고 충격과 경악에 빠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감정이입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여기 프랑스에선, 왠지 그럴만 하겠다 싶었다. 여긴 가톨릭 전통에 선 신 외에 다른 신들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곳인 데다가, 그 전통에 기대어 역사를 이어온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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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의 '비상구' 표시는 왠지 쌩뚱맞아 보였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고색창연한 성당에서, 비상시에 달려나갈 방향을 표시하는 현대적인 아크릴 나부랭이라니. 더군다나 보통 십자가는 교회 맨 안쪽 깊숙한 곳에 모셔져 있단 점에서...급할 땐 반대로 튀어라, 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셈이니 조금 웃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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