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로 출근하는 아침, 개천을 따라 걷는 길이 어찌 이리도 고즈넉한지.


개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의 모습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잠시 앉아 쉬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다하는 이쁜 다리.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자전거를 타고서, 혹은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며 과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이어주었던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덤.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슈프레강변에서 이렇게 카누인지 카약인지를 띄우려 시도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 틈틈이 응원해주던 친구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능숙하게 카누에 탑승.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느덧 저만치, 강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멀찍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한강에서 저렇게 카약을 타며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란색 유람선도 지나고 노란색 전철도 지나는 다리가 다시금 눈에 들어와 한 장.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내릴 즈음 아슬아슬하게 해가 남아있다 했더니,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오니 그새 깜깜해졌다.

 

하카다역, JR선이나 신칸센을 탈 수 있는 후쿠오카의 구도심 중심지다.

 

퇴근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여기나 한국이나.

 

 

역사 앞에 차곡차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에서 번지는 불빛, 그리고 그 너머 그리 높지는 않은 건물들로 이뤄진

 

스카이라인에서 터져나오는 불빛들.

 

 

조리개를 바싹 조이고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의 밤 풍경.

 

후쿠오카에 와서 라멘을 놓치고 갈 수는 없는 일. 돼지뼈를 푹 고아서 완전 찐득한 국물까진 아니었지만 이정도만 되도.

 

 

다음날 아침, 250엔의 전철을 타고 세네 정거장,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참이다.

 

게이트에서 비행기로 탑승하는데 문득 눈에 띈 에바항공의 헬로키티 비행기. 저걸 타는 건 아니었고.

 

사실 저런 건 본인이 직접 타는 것보다 누가 타고 있는 걸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통유리창 까페가 그렇듯.

 

내가 탔던 티웨이항공의 소박한 기내식. 음...저가항공사의 합리적인 비용 절감책이 반영된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 인천공항에 새초록한 잎사귀들이 돋아났다.

 

 

유후인을 목적으로 했던 2박3일의 여정, 유후인을 만끽하기에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정이었지만,

 

후쿠오카 시내 관광을 더하기에는 분명 짧았던 기간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은 늘 너무 짧다. 늘 짧다.)

 

 

1일차. 후쿠오카 도착, 유후인 도착 (늦은 점심) 온천 (저녁) (밤마실 조금)

 

2일차. (아침) 유후인 마을 구경. (점심) (이른 저녁) 후쿠오카 이동. (늦은 저녁) (도심 구경 조금)

 

3일차. (여유있는 아침) 후쿠오카 출발. 서울 도착. (점심)

 

 

 

 

 

 

 

 

열린 하늘 틈으로 빗발보다 먼저 뭉게뭉게 비구름이 들이찼다. 갈라진 천장 사이를 억지로 더욱 비틀어

비집고 들어오려는 듯 우왁스런 안개가 시시때때로 만들어져선 용을 쓰다 사라졌고, 그로부터 굵고 길죽한

빗발이 죽죽 그어져내렸다. 그렇게 온통 하얗고 까만 그 공간에서 빗물에 젖은 강철지지대가 녹슨 적빛을

식은땀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수직으로 낙하하는 빗방울과 교직하며 홍대입구행 'INNER CIRCLE LINE'이 도착했다.

애초 '내부순환'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을 저 단어가 언제부터 내게 그야말로 '이너서클', '파워엘리트집단'

따위의 부차적인 의미를 먼저 제시하게 되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말았다.




강릉의 선선한 날씨를 뒤로 한 채 졸음기 가득한 운전수가 몰던 버스가 도착한 곳은 동서울 터미널.

또다시. 누군가 작정하고 던지는 돌팔매질같은 빗발이 서울 하늘 가득 노이즈처럼 끼어있었다.


이틀간 내 피와 살이 되었던 싱글몰트 위스키와 한라산물 맑은소주와 카스와 하이트 맥주, 그리고

절어버린 담배연기를 씻어낸다는 느낌으로 그 따끔한 대바늘들을 온몸에 맞으며 길건너 강변역에 도착.


그러고 보니 7월의 절반은 참 정신없이 지나버리고 있었다. 운좋게 다녀온 일본 아오모리 여행에 이어

올해만 세번째인 제주도여행, 그리고 강릉 이박삼일까지. 와중에 양념처럼 뿌려진 이야기들은 또 어떻고.


어딘가 창문을 열어놓았던 거다. 장마인데, 밖에는 미친듯이 대바늘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쏘아지는데

맘속이거나 머릿속이거나 하여간 어딘가 단도리를 안 해두었나보다. 맘속이나 머릿속이 침수되고 말았다.


강변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살짝 열린 창문틀에 부딪힌 빗물이 분수처럼 치솟으며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지하철역 벽면 타일들이 울룩불룩 고르지 못하게 붙었단 걸 새삼 발견한 것도 그 때였다.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려야할 타이밍이 있다. 삼엄하고 부산한 빗소리가 귓전을 침식하고, 언제라도 살짝

열린 틈을 타고 온통 물바다를 만들어버릴 듯 덤벼드는 이러한 때라면 더욱. 이미 흠뻑 젖었으니 더더욱.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다가 청담역에서 내렸다. 무심하게 플랫폼을 밟고 계단을 향하는데,

문득 시선이 간 반대편 쪽에 전철이 문이 활짝 열린 채 뭔가가 바글바글한 거다. 그냥 잠시

정차해 있는 지하철이겠거니 했는데 다시 출발하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잠잠하다.


그러고 보니 양파자루도 보이고, 노랑 플라스틱 박스도 보이고, 어라 저게 뭐지.

궁금증을 못 참고 슬쩍 객차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무슨 마을 장터다. 손님들이 앉았던

의자는 박스들을 쌓아두는 간이창고로 바뀌었고,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할 위치에는

오이니 양배추니, 채소들이 진열된 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림, 제법 사람도 복작한 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예 저렇게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고, 냉장고도 들여놓고 본격적으로 장사하는 분들을

보니까 이게 한두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는 아닌 듯 싶다. 아는 분들은 알음알음해서

퇴근길이나 어디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 두손을 무겁게 해서 전철역을

나설 것만 같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지하철 마을 장터, 주변분들은 애용하시면 좋을 듯.







타이완, 타이페이에선 왠만한 곳들을 전철로 이동하는 게 편하다. 빠르기도 하지만, 워낙 지하철역 안에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시원하게 쉬엄쉬엄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술작품이 쭈르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쇼핑몰과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이렇게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신기한 건 그다지 벤치나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람들이 맨바닥에 그냥

털썩 앉아서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는 점.
 
구간에 따라 요금이 할증되는 시스템이다. 기본은 20NT$, 타이완의 화폐단위는 NTS, 뉴타이완달러의 약자인 듯.

기계에 돈을 넣으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전철표가 나온다. 금속도 아니고 종이도 아니고 플라스틱이라니,

왠지 조금 싸구려스러워 보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재활용하기에도 편할 거 같고 훼손이 쉽지도 않을 거 같고.

괜찮은 거 같다.

개찰구는 저 빨강 부채모양 장벽이 펼쳐져 있다가 지날 때마다 접히는 형태. 들어갈 때는 저 플라스틱 코인을

접촉면에 띡 대면 삑 소리나면서 문이 열리고, 나갈 때는 저금통 구멍같이 생긴 곳에 집어넣으며 나옴 된다.

여기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시행중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처럼 두줄서기 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는데, 한 줄은 서고 한 줄은 걷도록 해 주는 게 맞지 않나.

화려하게 꾸며진 지하철 역내 간판. 여기가 중정기념당 역이어서 좀더 신경써 꾸민 건지도 모르겠다.

중정, 장개석, 장제스, 그를 부르는 많은 이름들이 있다. 사실 대만의 장개석이나 한국의 이승만이나 일종의

'국부'였고 민주주의를 하는 양 독재를 했던 인물들, 닮은 면이 참 많은데 장개석에 대한 대만인들의 인식이

이승만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보다 조금은 좋은 거 같다. 기념물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일까.

사실은 별 생각없고 아무 느낌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月台, 월태가 전철을 가리키는 대만식 표현이다. 달 월, 별 태. 뭔가 굉장히 로맨틱한 느낌의 이름이랄까.

그런 달과 별을 조심하라는 전철역 플랫폼의 문구.

전철 안에 붙어 있던 인터콤 안내문, 왠지 2번 설명 위에 있는 녀석이 입에서 초음파를 발사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길래 그만 한 장. 주위의 사람들이 전부 이상한 사람보듯 쳐다보았지만 모른 척 했다.

그리고 또 한장, 노약자석에 붙어있던 안내판. 한국의 '노약자'는 임산부나 아이가 아니라 대개 나이든 노인을

위한 전용석처럼 되어있다가 요새 조금씩 임산부도 배려하기 시작하는데, 여기도 줄줄이 읊어놓았다. 노인,

행동이 불편한 사람,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녀, 임산부.

그렇게 도착한 중정기념당. 역사에서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모습.





파리에서 베르사유 가는 법, 뭔가 여기 적힌 코스가 가장 싸게 먹히는 코스랬다.

이런 표딱지를 썼었는데, 지금은 또 어떨지 확인할 수 없으니 모르겠지만. 혹시 도움이 되려나 싶어서.

한적한 전철 역, 플랫폼 정지선에 맞추어 전철을 기다리는 파리지앵.

파리 외곽의 주택가인 듯. 전철 역 너머로 저런 풍경이 보이는 곳은 서울에도 많다. 국철 구간이라거나.

신기한 2층짜리 전철.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텅텅 비었던 전철 내부.

베르사유에 도착.

공사 중인 곳, 그래서 폐쇄된 구간이 조금 있어서 살짝 실망했지만, 사실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이용했던 프랑스 왕조의 복잡한 가계도.

궁전 안엔 알록달록 각기 다른 색으로 꾸며진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굉장히 멋진 색감.

베르사유 궁전의 창밖으로 보이는 프랑스식 정원. 빗발이 드문드문 흩뿌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꽃밭엔 꽃이 가득.
이 곳에서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식을 올렸다고 했던가. 앞에는 화려한 파이프오르간이 보인다.


두바이 시내를 돌아보며 심심찮게 부딪혔던 '물차'. 식수로 마실 수 없는 짠물이 아니라, 식용이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sweet water'를 운송하는 차들은 한국의 유조차에 비길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유조차,

두바이의 식수차.

무슨 카레이싱 트랙처럼 하얗고 꺼멓고 번갈아가며 칠해진 보도블럭도 눈에 띄었지만, 그야말로 앙상하다는

느낌 그대로 듬성듬성 뜯겨진 머리칼처럼 빨강노랑꽃들이 피어난 화단이란 참.

자세히 보면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요리조리 보일러 배관처럼 화단을 커버하고 있고, 그 근처에 바싹 붙어선

운좋은 몇몇의 식물들만 꽃봉오리까지 피워낼 수 있었던 거다. 아마도 쉴새없이 저 호스로 쫄쫄쫄 물을

공급하면서 겨우 꽃들을 보듬고 있겠지.

그럴듯한 외관을 갖춘 건물 옆을 지나.

어디선가 옆에 바싹 붙어섰던 버스는 뿌연 먼지가 온통 차안으로 들어갈만큼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조그맣고

낡은 선풍기를 차안에서 돌리고 있었다. 고개를 완전히 팩 꺽은 채 졸고 있는, 피곤해 보이는 이주노동자.

두바이는 외국의 자본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외국의 노동으로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도로를 청소하는 것도, 거리의 경찰같은 하급공무원도, 심지어 기업을 움직이기

위한 실무진조차 모두 외국에서 수혈되어 온 노동자들이다. 호텔의 웨이터도, 쉐프도, 호텔리어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심심찮게 두바이 어느 호텔 근무 경력의 누구누구, 보이는 게 당연하달 수도 있는 거다.

운하도 만든 두바이. 바닷물이 들어온 거라고 설핏 들은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두바이는 하수처리

시설이니 하수배관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자생능력이 없는 도시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실제로 두바이 건물들은 거의 지하를 파들어가지 않고 하수배관이나 처리시설이 없어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바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도로가 온통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에 비해 비가 더욱

자주, 많이 내리고 있어 이후로는 더욱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했다. 굉장히 '퓨처리스틱'해보이는 디자인의 시설물이었다. 뭔가 했더니, 전철이랜다. 여행으로 다니면

한번 실제로 타보기도 하고 그럴 텐데, 눈으로만 볼 수 밖에. 들은 바에 따르자면, 1등급칸과 2등급칸으로

나뉘어 있어 돈많은 사람은 비싸게 주고 여유롭고 쾌적한 칸에 탑승하고, 돈이 없으면 퀘퀘한 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바글대는 공간을 버텨내야 한다고 한다. 가격 차이도 꽤나 크다던가.

두바이의 국기를 형상화한 지하도로의 벽면그림.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되었던 전철역. 딱딱하고 반짝거리는 껍데기를 가진 거대한 곤충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벌레같기도 한 형태가 시선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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