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경마장 가는 길.



겨울에도 말들은 죽자고 달렸다. 가을철에 만났던 말들보다는 조금 뻣뻣하고 둔해진 네발놀림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새하얀 입김을 격하게 토하며 팽팽한 근육을 조여대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앞까지 짖쳐들어온 말들은 휙 바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트랙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결승선에 가까울수록 아이유의 3단부스터처럼 높아가기만 했던 거다.

(이전 포스팅 : 쩍쩍 갈라진 말근육들의 향연, 과천 경마공원.)

그런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장면들,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역시 사진보다는 동영상이다.

중딩때 야설로 시작해 고딩쯤 야사(야한 사진)를 거쳐 야동으로, 그리고 이제 3D로 촬영된 야동으로

진화해 가듯, 분위기와 느낌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 유리한 거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영상이라도 그냥 동영상보다는 HD동영상이 화질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데다가 더구나 핸디캠의 전설 소니의 Full HD 화질이라면야.


이전에 경마장 왔을 때 미처 사진으로 못 나눴던 풍경들, 분위기들을 이제라도 소니a33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한다. 물론 그건 사진을 발로 찍는 허술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세상엔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 사람보단 웬만큼 찍거나 조금 찍을 줄 아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로 찍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사진 셔터 누르는 만큼 동영상 촬영하기가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찍힌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1. 사진 셔터 누르는만큼 동영상찍기가 쉬운지.

 : 아무리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뭐하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야 한다면

정작 눈앞에서 UFO가 지나쳐가도 동영상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휙, 보내버리고 말 거다.
 

경마장 구경가야 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무지하게 쉬웠다. 그냥 버튼 하나. 저 빨간 눈알이

박혀있는 'MOVI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 화이트밸런스, 노출보정, 측광모드나 오토포커싱

기능은 사진 촬영때 쓰이던 설정값이 그대로 넘어가니 따로 손댈 것도 없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은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초점이 계속 변환되어 알아서 찍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준다고 하니, 정말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란 얘기다.


물론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다. 사진찍을 때처럼 커다란 LCD모니터에 몇가지 디스플레이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자이로센서가 수평수직을 잡아주는 게 동영상 촬영 때 도움이 크더란 건 찍어보고

나서의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 이외에도 동영상 파일 형태를 바꾸거나, 동영상 크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렵지도 않거니와 부수적인 이야기니까 패스. 이럴 때가 아니라 경마장에서 '발로 찍은

동영상' 이야기 할 때란 말이다.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2.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 아무리 동영상 찍기가 간편하다고 해도 초점도 안 맞고 화질도 엉성해서 당췌 이게 뭘 찍어놓은

건지 알아보기 힘들거나 알아보기 싫다면, 차라리 발가락으로 사진찍기를 계속하겠단 거다.



1)
말돌리기 : 과천 경마공원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선 경마가 시작되기 삼십분 전 조그마한

광장에서 경주마들을 빙빙 돌리며 말의 상태와 워킹 등을 보여준다. 말의 저 탄탄한 허벅지와

굵직하고 강건해 보이는 말근육들, 이건 그야말로 '발로 찍은 말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다.





경주마들이 자그마한 원형 광장을 돌며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 말들을 하나한 렌즈로

훑으며 첫 촬영을 시작했다. 단지 장면 하나를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화면이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야 할지 따위, 생각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잘도 돌더라는.




2) 기수태우고 말돌리기 :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지가 알아서

앞뒤의 말들로 초점을 순식간에 조정해내는 카메라의 AF, Auto Focusing은 가히 AI라고

할 만하다. 요새 유행한다는 조류독감만 AI가 아니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도 AI인 거다.

알아서 초점을 이리저리 조정하며 기수를 태우고 광장을 도는 말들의 흩날리는 갈기, 강인한 걸음,

잔뜩 긴장한 근육 매무새들이 앞뒤로 생생하게 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3) 트랙으로 나서기 : 저번에 청담공원 등지에서 잘 써먹었던 파노라마 기능, 넓은 트랙에

경주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몸통만한 엉덩이근육을 씰룩거리며 잘 정돈된 트랙위로

나서는 말들과 기수들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비장함에 입김마저 조심스럽다.


4)
출발선에 주차, 아니 주마(駐馬)하기 : 기수를 태운 말들이 하나씩 출발선 앞에 섰다.




5) 폭풍질주하는 말들 : 트랙을 한바퀴 돌고 다시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들, 제법 엎치락뒷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지나갔고, 사람들의 고성 소리는 높아만 갔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는 듬직하게도 무리지어 지나가는 말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번호는 물론이고 발굽에서

뿜어져나오는 흙먼지까지 보여주던 거다. 비록 내 마권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이런 멋진

영상들이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랄까.



+ 알파(α). 실제로 동영상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경험담.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으로 남기면 괜찮겠다 싶은 순간들,

혹은 동영상으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 거다. 예컨대, 눈발이

거꾸로 땅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광경이라거나, 불빛 가득한 밤거리를 즐겁게 떠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은 것들.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바람이 마구 뒤집혀 불기도 하고, 마를린 먼로의 치마도 펄럭 뒤집는

음흉한 광풍이 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발마저 거꾸로 휘날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치만 사진으로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는 눈발을 잡아낼 재간이 내겐 없는 거다.



다행히도, 버튼 하나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다가 이렇게 화질이 뛰어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마침 갖고 있었기에 남길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리고 포스코사거리 앞의 범상치 않은 루미나리에, 촘촘한 꼬마전구가 알박힌 그곳의 풍경을

경쾌하게 뒤흔드는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이런 것들이 멈춘채

굳어진 풍경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담긴 건 다행이다. 근경과 원경을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풍경을 잡아내고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덤.


그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 보이듯

동영상은 동영상 폴더에, 오른쪽에서 보이듯 사진은 사진 폴더에. LCD모니터가 넓어서인지

저렇게 폴더 두개가 한번에 보이는 빼곡한 구성에도 그다지 답답하거나 조그매보이진 않는다.





Episode 2. 고감도 & '노이즈'줄이기.



#1. 빛이 적은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는, 고감도성능!!



ISO100에서 무려 ISO12800까지 올라가는 권장노출지수(ISO)는 과연 야경 촬영에 강하다

소니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ISO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진이 찍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감도가 높을수록 화면의 입자가

거칠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사진 두장이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잔뜩 감도를 높인 사진,

덕분에 조그마한 사이즈에서도 입자가 거칠거칠 드러나보인다. 반면 왼쪽 사진은 감도를

ISO1600으로 낮춘 사진, 그래서 확연히 부드러워 보이는 거다.


혹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감도를 한껏 높여 조금 사진이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불빛을 보다 환하고 이쁘게 잡아낸 거다. 반면 왼쪽은 ISO를 낮추어

불빛이 부드럽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다소 침침해 보인달까, 느낌이 안 산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ISO100의 저감도로 찍힌 왼쪽 사진은 잔뜩 흔들려 버렸지만, ISO12800

고감도로 찍힌 중간 사진은 또 조금 입자가 굵은 노이즈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ISO1600으로

잡아낸 풍경, 이래서 적당한 감도를 설정하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내는 게 관건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간 ISO128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흐리거나 어두워서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기에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이 자체로도 나름 멋진 야경을

부족한 발실력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도록 해준 건 오로지 소니a33의 성능 덕분.



#2. 빛이 적은 곳에서도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서 사진을 찍기 위한, 다중프레임 NR!


ISO감도의 폭이 넓어지는 건 분명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좀더 디테일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함께 사진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는 '노이즈'는

아무래도 고감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거 같다. 그런 '노이즈'를 조금 덜어내고

가능한 밝고 선명하되 부드러운 사진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

그래서 소니a33에서 채용한 기능은 '다중 프레임 NR(Noise Reduction)'. 자동으로 6장을

연속 촬영하고 그 화상들을 합성한 후 노이즈를 줄여서 하나의 화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그저 감도를 자동 설정하고 1장을 촬영하는 'AUTO' 모드에 비해 훨씬 진화한 기능인 셈이다.


AUTO 모드 외에도 ISO100~400 구간에선 (화창한 날씨에 야외에서) 밝을 때 촬영에 적합하도록,

ISO800~1600 구간에선 밝지 않을 때 촬영하는 경우(흐림, 저녁, 실내 등), ISO3200~12800 구간엔

조명이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경우, ISO25600에선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할 때 각각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이렇게 ISO100~25600의 총 9가지 '다중 프레임 NR' 모드

있다는 건, 꽤나 섬세하고 사려깊은 배려라고 감탄할 만하다.


이렇게 '다중 프레임 NR' 모드를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감도를 더 높여 밝으면서도 노이즈 역시

훨씬 줄어든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왼쪽은 ISO12800으로 찍은 한밤중의 놀이터, 오른쪽은

무려 ISO25600으로 찍은 같은 장소지만 훨씬 밝고 선명하면서도 노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혹은 같은 ISO12800으로 찍더라도, 좀더 밝고 노이즈가 줄어들어 부드러운 사진이 얻어지는 거다.

원목 재질의 안내판 배경이 좀더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으로 찍힌 사진, 딱 보면 알겠지만 역시

오른쪽 사진이 '다중 프레임 NR' 모드가 작동한 사진이다.


+ 알파(α). 실제로 '다중 프레임 NR' 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몇 장의 사진들.



위에서 그저 ISO를 높여서 찍었던 풍경들도 '다중 프레임 NR' 모드로 다시 찍는 순간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6장이 순식간에 찰칵찰칵 찍히는 소리도

맘에 들지만, '처리중'이란 안내화면이 지나가고 합성된 화면이 이렇게 뜨는 순간도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거다.


경마장 건물 1, 2, 3층을 빼곡히 메운 채 주먹쥐며 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아래에서 풍선을 들고 뛰놀던 아이들, 어느 일식주점의 벽면을 장식한 인형과 촛불들,

그리고 어느 까페에서 만났던 완전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던 낡은 의자까지. 다중 프레임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조율된 사진 속에서 더욱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아이유의 뒷목잡기, 옷벗어던지기의 구분동작.


초당 7매, 말이 그렇지 사실 눈깜짝할 일초의 시간 사이 일곱번이나 사진이 찍힌다는 건

웬만한 DSLR로는 꿈꾸기 어려운 속도인 거다. 반사거울이 계속 찰칵찰칵, 열렸다 닫혀야

하는 DSLR의 구조 때문일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덕분에 소니a33의 경우 초당 7매,

소니a55의 경우는 초당 10매까지 연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애니메이션이

움직이듯 사진들을 차르르 넘겨보면서 부드러운 움직임도 만들어낼 수준 아닐까.


그래서 시험해봤다. 아이유가 가장 귀여운 순간이 언제인지, 울 아이유의 '좋은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아마 다들 이 순간을 꼽지 않을까? "아이쿠, 하나 둘"

울 아이유가 뒷목잡는 순간, 아무리 뮤직비디오를 되풀이 보아도 늘 아쉽기만 하던 그 

찰나의 기적같은 순간을 초당 7매의 연사로 깨알같이 새겨두고 싶었다.
 
아앙 아이융~* 뒷목 잡을 때 너의 손동작은 이랬던 것이었던 것이구나. 가슴 앞에 다소곳이 모은

두 손으로 슬쩍 쏟아져내린 긴 생머리칼을 넘기듯 올렸다가, 은근히 뒷목으로 향하는 오른손.

고음으로 내달리던 어느 한 지점에서 '아이쿠♡'하며 완연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상체,

그리고 조금씩 찌푸려진 인상마저 한호흡 한호흡 쪼개서 볼 수 있었다. 아아~♡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옷 갈아입는 장면, 아아, 나풀대며 던져지는 옷가지이고파.

울 아이유의 손끝에서 미끄러진 옷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폭신하고 부드러워보이는, 게다가

향기로워보이는 침대를 지나 떨어지고 있었다. 옷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예닐곱번이라도

찍어낼 듯한 기세좋은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라면 그녀의 향기조차 담길 것만 같다.

흠흠, 초당 7매의 경이로운 연사 성능을 꼭 이런 식으로 시험해 봐야 했는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렇지만 다들 궁금하지 않았을까. 사실 난 별로 아이유에도 관심없고

벗어던져지는 옷가지에도 관심없으며 '아이쿠'의 저 귀..저 액션에도 별 관심없다는. 흥.




2.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을 한 장에 담다.


사실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지라, 소니a33의 기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파노라마 기능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길과 오른쪽길이

사실은 같은 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눈덮인 산길 교차로에서 찍은 사진이니까 맨 왼쪽

길과 맨 오른쪽 길은 사실 이어져 있는 한길,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이 한 장에 찍힌 셈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손목만 돌려주면, 알아서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주는 거다.

파노라마로 찍히는 사진들은 확실히 보통 사이즈의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풍경이 전부

담기는 데다가, 상자처럼 접혀있는 공간을 구비구비 평면으로 펼쳐내는 게 재미있다.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돌리다보면 이렇게, 180도가 넘는 회전반경이 전부 찍히는 정도니까

가히 괴물같은 성능이다. 파노라마는 '표준 사이즈'와 '와이드 사이즈'로 나뉘고,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위로던 아래로던 자유로이 세팅해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는 고작 발끝에서 몇 발짝 앞의 풍경까지밖에 담지 못하고, 멀리 봐야

기껏 나무 끝에서 그치는 풍경이지만 파노라마 기능으로 쏴주면 이런 풍경이 담기는 거다.


워낙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시도했던 파노라마 사진들, 여차하면 사진 위에서 나무가 거꾸로

꼽혀 있는 모습도 찍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제법 성공했다. 그외에도

다양한 사이즈로,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해본 사진들은 확실히 일반적인 사이즈의 사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3. 빛과 어둠, 숙명적인 싸움 끝에 찾아온 화해무드.


마지막으로 약간 편법이다, 싶을 정도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게 해주던 기능 하나만 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가 사진은 '빛, 공기, 바람' 이렇게 세 가지로 이뤄진다

이야기했을 만큼 사진에서 빛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적인 거 같다. (나도 잘 모르지만.)



소니a33은 빛과 그림자가 격렬하게 뒤섞여있어 좀처럼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다른 쪽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몇 가지 특출한 기능을 발휘하는 거다. DRO와 HDR. 알아서 적당한

노출로 음영을 조율해주는 게 DRO라면, 한번 셔터로 세장이 내리 찍힌 후에 자연스레 합성되어

최선의 사진을 내놓는 기능이 HDR이라 거칠게나마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건 꼭 노골적으로 불빛이 일렁이는 깜깜한 배경에서만 유용한 건 아니지 싶다. 좀더

여러 상황에서 다뤄봐야 알겠지만, 당장 이런 두 장의 사진만 비교해도 DRO기능이

발휘된 오른쪽 사진이 좀더 화면 구석구석이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된 게 보이니까.

아무래도 파노라마 기능이 참 재미있다. 이런저런 식으로 써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식으로는

절대 만들어내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게다가 여태 이렇게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내는 카메라는 없었던 거 같은데, 그저 셔터만 누르고 카메라만 돌려주면 알아서 합성해

주는 거니까 여기저기서 시도해 보게 된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두 손으로 받쳐 찍어야 할 만큼 무겁고

크고 사진찍을 때 철컥철컥 소리가 낮지만 분명하게 사방에 번지는 카메라 말이다. 전문용어로

DSLR이라 불리는 이런 본격적인 카메라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이나 들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젠 똑딱이로 셀카를 즐겨찍고 핸드백 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손목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아가씨들도 이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장에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다들 근본적인 한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거다. 고만고만하게 무겁고 커다란, 그렇지만 제각기의 신기능을 강조하는 카메라

무더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SONY가 고심 끝에 내놓았을 답변은

'DSLT'라는 단어로 응축되는 듯 하다.

DSLR과 DSLT, 그야말로 한 끝 차이의 단어지만 그 안에는 제법 혁신적인 변화가 숨어있다.

기존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가 바디 안에 숨은 반사식 거울을 통해 빛을

반사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면, SONY의 알파33/55시리즈는 빛을 반사하는 대신 그대로

투과해내어 사진을 찍는 방식인 거다.

투과, 'Translucent'의 'T'가 DSLT의 그 T인 셈이다. 저 안에 엷게 빛나는 반투명미러

빛이 향하는 형태가 되면서 반사식 거울과 미러를 움직이는 모터 등이 생략되며 그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덕분에 초급 DSLR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다양한 고급 기능을

탑재하고도 기존 DSLR에 비해 약 23%나 작아지고 26%나 가벼워졌다고.(SONY 알파550 대비)

구체적인 제원은, 124.4*92*84.7mm, 433g이라고 하니 한손에 들고 다니거나 작은 숄더백에 넣고

다녀도 손목에 무리가 가거나 백모양이 망가지지는 않을 듯. 똑딱이를 갖고 다니자니 조금 성능이

떨어진다 느끼거나, 혹은 DSLR의 그럴듯한 '가오'를 양보할 수 없는 이에게는 딱 한계점에 이를만큼

경량화된 무게, 그리고 소형화된 사이즈 아닐까 싶다.

셔터 버튼 뒤쪽으로 오밀조밀 뭉쳐있는 온갖 버튼들, 당장 카메라 위에 올라있는 몇개

버튼들이 꽤나 흥미롭다. 'D-Range'버튼은 빛과 어둠이 극단적이어서 사진을 찍기가

까탈스러운 공간에서도 자연스런 사진을 도와준다고 한다. 한번 셔터를 누르면 각기

노출이 다르게 세장을 찍어서 최상의 형태로 자동 합성해준다는 건데 과연 어떨지 궁금.

그리고 3인치의 광활한 LCD모니터와 전자식 뷰파인더를 넘나들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Finder/LCD'버튼도 신기하다.

LCD모니터는 거의 백만화소에 가까운 92만화소의 또렷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보다

신기했던 기능은,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것처럼 디지털 수평계가 쉼없이

움직이며 사진의 수평과 고도를 잡아주고 있는 자이로센서. 그리고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전달하는 전자식 뷰파인더는 눈을 가까이 들이대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전환되는데, LCD와

마찬가지로 실제 사진과 동일한 시야율100%의 라이브뷰를 보여준다.


더구나 상하로 180도, 좌우로 270도 회전이 가능한 LCD는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의

범위를 한껏 넓혀주었다. 셀카는 기본이고 적절하게 조정된 LCD를 보며 다양한 앵글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다.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각도와 높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사진을 구성해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인 거 같다. 셀카만 하더라도, 얼굴 인식에 스마일

인식 기능을 합치고 LCD의 라이브뷰로 요리조리 각도를 잡아보면 최상의 작품이 나올 듯.
 
전체적인 버튼 구성은 온통 오른쪽에 몰려있다. 커다란 LCD모니터가 카메라 후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쥔 상태에서 짧막한

엄지손가락과 (여차하면) 둘째손가락으로 편하게 가닿을 수 있는 범위내로 배치하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결과인 거다. 버튼 배열에 익숙해지고 나니 굉장히 조종하기 편하다.

모드 다이얼도 꽤나 신기한 것 중 하나. 7연사모드와 AUTO+모드, 그리고 길다란 네모꼴

그림으로 형상화된 '파노라마' 모드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초당 7매의 고속연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역시 반투명미러를 채택한 결과 반사식 거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알파33의 상위모델인 알파55는 심지어 초당 10매까지 가능하다고.

게다가 거울이 움직이지 않으니 연사 중간에 까맣게 나가버리는 현상도 없고, 자동으로

포커싱을 계속 맞춰주는 '고속위상차 AF'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정말 이건 기대만발이다.


AUTO+모드는 기존의 AUTO모드를 넘어서서 스스로 촬영조건을 인식, 평가하고 자동으로

촬영 조건을 설정해준다는 건데, 아무래도 카메라에 대한 유저의 승부근성을 북돋울 듯.

심지어 필요에 따라 사진을 연속촬영하여 합성하고 추출하기까지 하는 수준이니 여차하면

카메라만도 못한 사진만 찍다가 좌절할지도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해지겠지만, 굉장히.

여태까지 카메라의 '파노라마' 모드란 건 사실 상당한 수작업을 요했던 거였는데 이건 다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화살표 방향에 따라 좌우상하로 카메라만 부드럽게 움직여주면 되는 거다.

꼭 일직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나 죽일놈의 수전증 걱정도 조금 덜어내도 좋을 듯 한게,

내 방안에서 출렁이는 침대 위에 앉아 덜덜 떠는 손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이정도다.

셔터만 누르고 돌리라더니 정말, 꽤나 매력적인 기능이다. SWEEP PANORAMA 기능

역시 DSLT, 반투명미러를 채용한 덕분에 가능해진 기능이기도 하다. 연사속도가 빨라지고

AF 기능이 강화되면서 카메라 자체적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구성해내기에 이른 거니까.

그렇지만 역시 SONY 알파33의 백미는 AVCHD방식으로 압축저장한다는 Full HD 동영상,

명성높은 SONY의 핸디캠 기술을 이어받아, 카메라에선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라고 한다.

빨간색 무비버튼만 누르면 바로 녹화가 시작된다. 연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정확한

위상차AF가 가능해 움직이는 피사체에 맞춰진 초점을 쉽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제

한번 경마장에 가던 놀이동산을 가던 씽씽 움직이는 사물을 찍어봐야겠다.

카메라를 쥘 때 손에 딱 달라붙어 흔들거리지 않는 그립감이 좋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손바닥이 닿는 곳 전체를 싸고 있는 고무 재질의 찰진 느낌이 카메라를 내 몸과 자연스레

이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SteadyShot' 기능이 바디에 내장되어 손떨림을 방지해주니

흔들림없는 사진을 약속해 주는 셈.

내장 플래시는 꽤나 우뚝 올라선다는 느낌이다. 55-200mm 렌즈를 장착하고 후드까지 끼었는데

저렇게 기린목처럼 쭉 빼내밀고 있어 보이니까 여타 기종에 비해 높기는 한 것 같다.

이전에 쓰던 카메라가 AA배터리를 네 개씩 꼽던 방식이라 배터리에 조금 민감했다. 백장도 채

찍을까 말까 했는데 뚝뚝 방전되는 배터리인지라 신경도 꽤나 쓰였고, 어디 멀리라도 나갈라고

하면 배터리부터 바리바리 챙겨야했으니까. SONY 알파33은 전용 배터리팩인 'infoLITHIUM'을

쓰는데, 카메라 사용환경이나 전력을 반영해서 최선의 출력을 낸다고 한다. 좀더 써봐야알겠지만

한번 충전해서 이삼백장 찍는 건 충분히 가능한 듯. 
 

기자들은 소니의 알파33/55 시리즈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DSLT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소니(대표 이토키 기미히로, www.sony.co.kr)는 새로운 반투명 미러 기술 탑재 DSLT 알파 55 (SLT-A55)와 알파 33 (SLT-A33)의 지난 5일 예약판매와 11일 진행된 현장판매가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알파 NEX의 성공적 런칭으로 올 7월-9월까지 미러리스 시장에서 월평균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1위 입지를 구축한 소니 알파는 이번에 선보이는 알파 33/55 등 보다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렌즈교환식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 글의 첫문장은 이제 조금 의미가 바뀌어 읽혀야 할 것 같다. 너도나도 DSLR 들고 다니는

세상에 신제품이래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는 실망감 내지 냉소로부터 이제 DSLR시장의

판도와 문법을 바꿀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다는 환영과 독려의 의미로.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소니 DSLT의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다나와와 소니가 공동주최하는 a33 평가단 이벤트,

무겁고 커다란 DSLR보다 크기나 무게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반투명 미러를 장착해

빠르고 흔들림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등 기능도 탁월하다는 'DSLT'가 어떤지 한 번

직접 사용해보고 평가하고 싶으시다면 도움이 될 듯.

특히 '여행, 음식, 화장, 애완동물, 스탭 등을 즐겨 촬영하는 여성 사용자분들을 우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모집 일정 및 미션 주제는 아래에

긁어두었으니 꼭 참고하시길. 모집기간은 금일 24시까지.


* 신청사이트 : http://event.danawa.com/sony_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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