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가면 꼭 하루쯤을 할애해서 잔뜩 걸어보는 거리, 캣스트리트. 대략 소호거리와 만모우 사원이 있는 일대랄까.

 

이런 식으로 거리에까지 넘쳐나오는 중국의 전통 예술작품들이나 현대예술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들도 많고,

 

샵 하나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이 훌쩍 넘어버리는 홈 인테리어 아이템샵인 '홈리스'도 있고.

 

 

 그리고 골목골목 재미있는 벽화와 풍경들을 숨기고 있기도 하다.

 

 

 

완탕면이라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같은 이런저런 맛집들도 골목마다 숨기고 있고.

 

 

 만모우 사원에서 풍겨나오는 짙은 향내에 이끌려 사원 안을 둘러보기도 하고.

 

 이렇게 나선형으로 배배 꼬인 채 늘어뜨려진 향을 따라 시선을 뱅뱅 돌리다보면 왠지 어지러워져서 나오게 되는.

 

 

 

 특색있는 건물들, 그리고 건물 벽면을 꾸민 벽화와 디자인들.

 

그 풍경 속에서는 이렇게 모냥빠지게 입구에 찌그려 앉아있는 아이들조차 멋져 보인다.

 

 

그리고 과거 중국의 골동품들이라거나 모택동 시절의 공산당 유품들을 잔뜩 내걸고 있는 골목통까지.

 

재작년에 왔을 때는 여기서 새빨간 색으로 된 마오쩌둥의 어록집을 샀었는데, 영어와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사방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제법 가파른 경사길들.

 

 

 

어느 집앞에 있던 우편함은 이렇게 파스텔톤으로 불규칙하게 배열된 게 꽤나 센스있다.

 

 

캣스트리트의 어느 길가를 지나다 뭔가가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와본 곳에는, 정색하고 있는 여자 얼굴이 그려진

 

오토바이 헤드라이트가 방긋거리고 있었다.

 

 

 

홍콩섬 썽완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리, 캣스트리트를 지나 뒷길로 넘어들면 조금은 더 넓은 길, 그래봐야 왕복 2차선이


빠듯한 길이긴 하지만 헐리우드로드와  만모사원(문무묘)이 나타난다. 저 사다리같은 ladder road를 걸어올라가면 짠.

 

올라가는 길에 잠시 찻집에 들러 연꽃이 피어나는 차도 구경하고, 아무래도 홍콩은 종종 대만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유사한 점이 많다. 애프터눈티도 그렇고, 거리의 풍경이나 분위기, 길거리음식들도 그렇고.

 

사다리 길의 끝무렵, 허름한 건물들과 커다란 간판들 사이로 기와지붕이 얹힌 붉은, 퇴락한 전통건물이 한 채 보인다.

 

 

만모사원, 문무묘라고 읽히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홍콩이 영국에 편입된 즈음, 1800년대 중반에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열성궁, 대만을 포함해서 중국의 도교 사원들은 으레 이런 느낌이다. 향과 시주를 받고 복을 내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

 

각분야 최고의 신들이 학업, 연애, 사업, 건강 등 파트를 나눠맡고 있달까. 덕분에 그리 크지 않은 사원 내부에는

 

향내가 진동을 하는가 하면 금세라도 사방으로 옮겨붙을 듯한 촛불이 탐욕스레 붉은 혀를 낼름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믿을 만하고 흔들림없는 의지처를 찾는 사람들의 모은 손은, 간절한 뒷모습은 늘 맘을 흔들었다.

 

만모사원, 문무묘에 모셔진 신들의 유래나 계보야 워낙 엉망진창인 거 같긴 하지만 삼국지의 영웅 관우가 모셔져있는 건

 

그래도 좀 납득할 만 하다. 이야기에 따르자면 그야말로 문과 무를 겸비한 문무쌍전의 호걸 아닌가. 사진에 담자니

 

그 덥수룩한 수염이 너무 싸구려티 팍팍 나는 나일론실로 엉성하게 붙여뒀다는 티가 나서 말았지만.

 

사원에서 돌아나와 걷기 시작한 헐리우드 로드. '헐리우드'라는 이름이 대번에 미국의 그곳을 떠올리게 만들며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런 건 아니란다. 오히려 이 곳의 지명이 그곳보다 먼저 붙었다고 하니깐.

 

앤티크샵이나 갤러리가 주르륵 이어지는 가운데 이쁜 까페, 레스토랑이 점점이 박힌 거리 어디쯤에서 아예

 

길거리에 그림을 걸어놓고 오가는 여행객들과 흥정을 하는 아저씨. 비단에 먹으로 그린 듯 한데, 촉감이 보들보들.

 

거리의 하늘을 꽉 막아설 만큼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 한 그루. 아니, 한 그루라고 하기에는 뿌리와 줄기가 워낙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실제로 몇 그루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마치 옛 사원을 무너뜨리고 우뚝 선 앙코르왓의

 

나무들을 보는 것 같을 만큼, 자칫 밋밋하고 범상해 보일 수 있는 거리 풍경을 사뭇 다르게 만들어준다.

 

 

거리 곳곳에 있는 갤러리들에 자유롭게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오기도 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와중에 발견한 재미있는 샵. 알고 보니 1호점, 2호점, 3호점이랄까, 근방에 세개의 샵이 모두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인테리어 소품들, 가구들이 가득했다. 한참을 둘러보며 예상치 못한

 

디자인의 아이템들이 가진 예상치 못한 기능에 깜짝 놀래주며 쇼핑의 재미를 만끽. 

 

 

 

 

몇가지 아이템들을 사고 나서, 계산대에서 카드를 꺼내들고 사인을 하는데 펜이 꽂혀있는 장식대도 재미있다.

 

 

헐리우드 로드를 걷다 보니 캣스트리트와는 조금 구별되는 분위기가 있지 싶다. 캣스트리트가 인사동같은 느낌의,

 

싸구려 골동품을 허름하게 파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헐리우드 로드쪽은 그걸 '앤티크'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조금더

 

세련되게 전시했거나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샤방하게 꾸며둔 느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런 식.

 

되돌아 썽완 역쪽으로 가는 길,  온통 벽면을 도배하다시 붉은 글씨로 굵게 쓰여진 저 광고판들이지만, 의외로

 

심플하면서도 명시성도 높고, 한자의 특성상 나름 압축적으로 홍보 기능도 잘 수행하고 있는 거 같다.

 

 

 

썽완 역 근처에는 도장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골목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우리네야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도장이지만 서양의 시각에서라면 나름 저런 것도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네 싶다.

 

 

 

 

 

 뉴욕 출장에 이어 홍콩 출장을 다녀온 스스로에게, 아직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위해 마련한 조그만 선물.

 

썽완의 캣스트리트와 헐리우드스트리트를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볼거리로 가득한 샵, 홈리스Homeless에서

 

발견한 커프스버튼. 디자인 표준 컬러를 만들어내는 팬톤에서 커프스버튼도 만들 줄이야.

 

고른 색깔은 미모사색, 팬톤 컬러넘버로는 14-0848, 미모사색이다. 알고 보니 2009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되기도 했던

 

옐로우 계열의 미모사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전해주는 색이라고. 열심히 하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이번엔 새빨강색의 책 한 권. 중국 본토로부터 홍콩으로 반출되어 싸구려 관광상품으로 팔려나가는

 

중국 공산당 관련 책자니 배지니 훈장 따위가 많다더니 정말이었다. 무려 후광이 빛나는 마오쩌둥 주석의 어록이다.

 

음..시대가 하 수상하니, 그냥 이렇게 중국어와 영어가 병기된 책을 통해 언어 공부를 하려 샀다고 해두자.

 

그리고 출장의 뒷끝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건, 블러디 메리. 고작 한 시간의 시차밖에 없는 한국과 홍콩이었지만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왠지 날카로워진 신경을 다독거려주는 데에는 역시 알콜 만한 것이 없다.

 

블러디 메리 믹스 5.5 vs 보드카 1 의 비율을 그대로 지키진 않았지만 입에 맞는 수준으로만 희석시키면 되는 거니깐.

 

약간의 후추를 더해도 맛있다고 하는데 그건 미처 생각지 못하고 한 잔을 금세 비워버렸다.

 

 

전날 1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온 탓일까. 인천에서 오전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이곳 뉴욕 JFK 공항에 오전 11시 20분에

 

내렸으니, 그날 하루는 내게 24시간이 아니라  37시간(10 1/3 + 14 + 12 2/3)이었던 셈이다. 온몸이 혼곤해진 채로 이곳 기준

 

새벽에 번뜩 눈뜨고 일어나서 숙소 옆의 센트럴파크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사실 알람도 두개나 맞춰놨었다.)

 

센트럴파크 남쪽의 플라자호텔. 이제 이 호텔을 두고 '나홀로 집에'에 나왔던 그 호텔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건 일종의

 

세대를 식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질문같은 게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당당한 황동기마상 아래 누워서 잠들어 있는 배낭객들, 혹은 노숙자들이려나. 아직 이른 아침이니 밤새 저랬는지도 모른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섰다. 플라자호텔의 뒷통수가 보인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큰 센트럴파크의 동남쪽에 있는 동물원이 새벽잠에 뒤척거리는 틈새를 빠져나와.

 

 

 

이쁘장하게 아치 형태로 버티고 선 다리 밑을 지나.

 

녹색이 싱싱한 센트럴파크의 풀밭을 거닐거나 청소중인 사람들과 조우했다.

 

 

색색의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산책 중인 개들.

 

 

오늘도 더우려나보다. 구름 틈새로 내리쬐인 햇살 하나가 불화살처럼 커다란 나무 하나를 하얗게 불살랐다.

 

 

그러고 보면, 맨하탄의 거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센트럴파크에서까지, 성조기가 참 흔하다. 나라사랑이 참 그득하셔들.

 

중간에 만난 놀이터. 아직 아이들이 노닐기 전이라 그런지 굵은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개들만큼이나 많이 보이던 자전거타는 사람들. 심지어 길바닥에도 이렇게 누워서 페달을 밟는 중.

 

여우 꼬리처럼 엉덩이 양쪽으로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저것은 휴지가 아니라 수건. 아니 뭐, 그렇단 거지 별 뜻은 없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살짝 후끈해졌나보다. 연못과 분수를 보니 솟았던 땀이 쏘옥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어디선가부터 귀로 새어들어온 노랫소리, 누군가 앰프를 크게 틀고 노래를 듣나 했더니 아니다. 무려 생음악.

 

 

 

너무 즐거워 보인다. 이른 아침에, 드넓은 센트럴파크에, 이 노래를 듣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리고 그들이 돈을 몇푼이나 저 기타 상자 안으로 넣어주겠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침에 노래를 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인다.

 

 

 

커다란 열쇠구멍을 빠져나가듯, 그녀의 노래소리와 내 동전 몇푼에 행복한 웃음을 나눠주었던 그 온기를 꼭 쥐고 밖으로.

 

 

예상치 않게 내 시야 속으로 뛰쳐들어온 아저씨. 사실은 이 자전거에 치였을지도 모를 만큼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왔었다.

 

깜짝 놀라며 누른 셔터, 엉겁결에 담긴 사진에 늘어진 뱃살과 뻘겋게 달아오른 피부가 고스란히 담긴 아저씨.

 

 

 

센트럴 파크 동남쪽으로 들어가서 위로 좀 헤메이다가 남서쪽 입구쯤을 찾아 돌아나서는 길에 발견한 커다란 지침.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유원지도 조그맣게 있었다. 자그맣고 싱거워보이는 놀이기구들이 조금조금씩.

 

센트럴파크 남단에 바싹 붙어선 거대한 고층빌딩들. 이 정도의 스카이라인을 따라잡을 만한 도시는 흔치 않다.

 

 

센트럴파크 내의 보트하우스에서 가볍게 아침까지 먹고서 다시 숙소로 가는 길, 대략 한시간 조금 넘게 돌아다니고

 

도심으로 돌아오니 그새 사람이 북적북적해졌다. 어디선가 자전거 대여해준다는 간판을 들고 선 아저씨들도 블럭마다 보이고.

 

 

 

 

 

퇴근길에 선릉역 앞, 어느 아저씨가 가로수처럼 위장하고 얼음, 한 채 서 있었다.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는

옷차림에 어색스런 쭈뼛거림인지라 가만히 주위 지형지물을 살피니 옆에 나즈막한 잡지 매대를 세워두고

같이 얼음, 하고 있었던 거다. 지하철 바닥에 닭둘기 털날리듯 쏟아져내리는 무가지 중 하나겠거니, 하고

심상히 지나가려다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저게 혹시 그건가.

비닐에 한부씩 곱게 싸인 채 주인을 기다리던 몇 권의 잡지들 앞에는 골판지에 유성매직으로 '빅이슈3,000원'이라

적혀 있었다. 냉큼 삼천원을 꺼내들고는 아저씨에게 '땡-!'을 외치며 잡지를 건네받고는 예상보다 얄포름한

그 두께에 놀랬고, 또 한부씩 비닐포장되어 있음에 놀랬다.

빅이슈코리아, 뭐라더라...홈리스들, 그러니까 한국에서 흔히 '노숙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 이미 존재하는 잡지가 한국에도 이제 창간되었다는

소식에 살짝 궁금증이 일었었고, 보통 사람들로부터 '재능'을 기부받아 컨텐츠를 채운다는 이야기에 조금 더

살짝 궁금증이 동했었다. 표지에 No.002라고 적힌 걸 보니 이번달로 두번째 발간했나보다.


그나저나, 표지모델은 정말 노숙자를 모델로 삼아서 사진을 찍은 걸까 아님 누군가가 분장을 한 걸까.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듯 하다. 취직했단 건, 빅이슈코리아에 취직했단 걸까. 여러 궁금증이 몽실몽실.

표지 아래쪽에는 잡지값 3,000원 가운데 1,600원이 홈리스에게 간다는 안내문구가 씌여 있었다. 그래, 표지포함

고작 36페이지 짜리 잡지가 삼천원이나 할 리는 없을 줄 알았지만, 뭔가 절반 이상 이렇게 의미있게 쓰이는 건

내 기꺼이 뿌듯하게 인정할 수 있다.

이번 달 빅이슈의 '스타 스토리'는 안젤리나 졸리. 빅이슈 영국 북부판, 그리고 빅이슈 일본판에서 제공한 컨텐츠를

한국에서 번역하고 살짝 글을 얹은 기사였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러 한국에 왔던 졸리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수차례 '빅이슈'의 무료 표지모델을 했다"고 밝혔다던데, 이왕임 컨텐츠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듯. 이런 재능을 기부하는 기자는 없는 걸까. (졸리도 만나고 사진도 찍고 겸사겸사, 나라도 좋다면.ㅋ)

세계의 빅이슈 중 하나, 영국의 '빅이슈'에서는 빅이슈코리아가 한국에서 드디어 창간되었음을 알리며 무려

네 페이지나 할애하는 관심을 보였다고. 오...영국에서도 이 잡지는 서른여섯 페이지일까. 글탐 정말 굉장한 비중.

잡지를 슬슬 보다가 눈에 띈 건 빅이슈코리아 자립지원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돈 드는 거 말고, 자원봉사 교육

지원이라거나 전문 재능기부 봉사단 모집이라거나..그런 것들에 눈이 휙휙 꽂혔다. 오...재미있겠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거 없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몇 가지 재미있던 꼭지들, 이라기보다는 사고(社告)가 맞겠다. 빅판 도우미를 모집한댄다. 자원봉사인증서도

발급해 준다는데, 아직 방학 중인 학생들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한 달도 안 되어 사천부 가까이 팔려나간 잡지면

꽤나 준수한 성적이지 않나. 앞으로 더욱 많이 팔려나가면 좋을 거 같다.


'빅이슈 판매사원'이라는 게 아까 선릉역 앞에서 만났던 '얼음땡' 놀이 중이시던 아저씨같은 분들일 텐데,

아무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조금은 더 신나게 판매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도 된다.

그런 분들의 행동수칙도 잡지에 떡하니 적혀있다. 음주나 흡연 중 빅이슈를 팔지 않는다,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들겠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그분들을 위한 세심한 조항들인 거 같다.

아무래도 궁금해져서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http://www.bigissue.kr/

'빅이슈'로 찾았더니 더불어 뜨는 연관검색어는 '노숙자 잡지', '빅판(빅이슈 판매사원)' 등이다.

그저 어렴풋이 노숙자를 돕는 잡지겠거니, 혹은 노숙자가 만드는 잡지겠거니 더듬어 생각했을 뿐이었다. 근데

사실은 이런 메커니즘으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었던 것. 우선 10권을 무료제공하면서 시작되는 수레바퀴는

그분들의 주거와 주소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데까지 나아가는 거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런 잡지라는 내용, "재능 있는 청년이 만들고 홈리스가 판매하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데 노력하며, 동시에 일반 독자들의 관심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그들의 비전은 사실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일반 독자들의 컨텐츠 참여나

봉사활동이 필요한 거겠지만.

8월호를 훑어본 느낌은, 날것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발랄하다는 것. 아직 2호밖에 안 되었는데도

나름의 체계가 잡혀가는 것 같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꽤나 열렬한 듯 하다. 기분 좋은 일이다.

Working! Not Begging! 한때 홈리스였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해서 '빅이슈 판매사원'으로 얼음땡 놀이부터

시작한다는 건 정말이지 꽤나 의미심장한 출발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잡지로 수많은

노숙자들이 전부 자립할 수 있게 된다거나 그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리라 믿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 굉장히 과도하고 불공평한 기대지만, 그래도 노숙자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하루하루 스러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활자화되고 남아서 사람들 사이에 유통된다는 게 대단하다.

이번 호 기사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 꼭 그렇다고 내가 '이래도 안 볼테냐'하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그치만

뭐, 다이어트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조금 '섹시한' 컨텐츠가 뜨면 단숨에 각종 포털 사이트 대문에 큼지막히

걸리는 상황이니, 이정도 매력적인 제목의 다이어트 기사라면 어디 한번 사보고 싶은 맘이 솔솔 들지 않으려나.


무려 '누드 셀카놀이 다이어트' 비법이란 말이다. 당장 선릉역 8번 출구 앞으로 뛰어가시길. 혹은

홈페이지 (http://www.bigissue.kr/)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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