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인천에서 대부도, 선재도, 그리고 영흥도까지 다리로 전부 이어져 사실상 육지와 같은 셈. 다리가 이어지는데


전깃줄이라고 못 이어질리 없다. 온통 사방으로 치렁치렁한 송전탑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



그리고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의 해안데크. 잠깐 산책할 정도, 일이십분 정도의 거리가 편도로 만들어진 길이라서


올라섰을 때 챙겨들었던 맥주캔이 홀딱 비워지고는 빈 깡통만 들고 돌아왔다.




멀찍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풍경은 아무래도 인천인 듯. 


살짝 성수기를 빗겨난 해수욕장엔 둘둘이 짝지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멀찍이 보이는 송도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니 미래소년 코난이라거나 로스트라거나 난파구조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서기 2046년, 지구는 멸망했다.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용케 남은 자들은 잔해를 껴안고 바다를 전전하다가


어느 무인도에 닿게 되었다, 랄까 그런 컨셉의 영화를 찍기에도 좋겠다.


그리고 통일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쌈마이풍은 제외하고라도 아무래도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해가 지는 풍경이


이쁘겠다 싶어서 타이밍 맞춰 올라가본 절이었다. 꽤나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린 길 끝에는 예상보다 훨씬


작고 최근에 새로 지어진 느낌이 가득한 절이 있었다. 


절 자체보다도, 그리고 온통 나무에 가려지고 인접한 섬들에 가려져 생각보다 실망스럽던 풍경보다도, 통일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여기서 노닐던 강아지 두마리. 똥개임이 분명한 녀석들의 살가운 손님맞이라니.



삼각대가 없고 HDR이 과하게 들었간 때의 대표적인 망사진 한장만 남은 통일사.




 

캘리포니아 남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 중의 하나라는 샌디에고 라호야 지역, 그 보석같은 해안 중에서도 특히나

 

영롱하게 빛나는 해변, 블랙 비치(Black's Beach)다. 이곳은 특히 자연주의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으로, 누드로

 

모래밭을 활보해도 전혀 눈치보거나 어색할 일이 없다.

 

블랙 비치는 토레이 소나무 주립 비치(Torey Pines State Natural Reserve)와 맞붙어 있는 곳으로, 다만 그 황량하고

 

아름다운 해안가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통해야 한다.

 

절벽 위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는 시야에 걸려들어오는 건, 누군가가 만들어 세워놓은 세로로 길쭉한 푸른색 액자.

 

 

 

빗물에 씻겨 거대한 등뼈가 드러난 것처럼 울룩불룩한 땅을 조심해서 밟으며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

 

 

휘영청 구부러진 해안선 따라 슬며시 내려앉은 안개낀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어딘가, 문득 망연해진다.

 

 

 

열심히 내려가는 길, 전날 내렸던 소나기 탓인지 길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제 바닷가 도착.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건 해류가 세니 수영할 때 조심하라는 경고판이다.

 

그리고 곱고 새카만 입자들을 숨기고 있는 금빛 모래사장. 파도에 쓸려서 오르내리며 환상적인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실루엣들. 전혀 아무런 색깔도 추가되지 않은 살색의 실루엣들이 해안선을 따라 여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막 도착한 사람들은 한귀퉁이에서 자연스럽게 훌렁훌렁 옷을 벗고 있었고.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향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이럴 땐 그저 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감상할 따름.

 

 

나 역시 그들의 대열에 동참한 채 조금은 차갑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던 태평양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궜다가

 

모래사장을 거닐기도 했다. 모두 벗어던진 채 탁 트인 바닷가에서 파도와 바람과 모래에 살부빌 수 있다는 것,

 

그런 기회를 어디서고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잡아챌 일이다.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의 섬 가장자리에 고르게 발달한 비치들 중 가장 고급스러운 곳은 서쪽 해변,

 

주로 유럽의 휴양객들이 와서 쉬는 고급 리조트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숙박하지 않는 사람에겐 밥도 안 판다..)

 

그런 건 모르고 그냥 점심식사 근사하게 하려고 찾아간 서쪽 해변. 가는 길부터 포장이 잘 된 게 분위기가 다르다.

 

 

깔끔한 썽태우들. 이 곳의 택시를 썽태우라 부르는데 사륜구동 SUV가 다닌다. 울릉도에서 SUV 택시가 다니듯 같은 이유일 터.

 

썽태우 앞에도 꽃다발을 묶어 신께 바치는 태국 사람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꼬싸멧, 그 해변마다 붙어있는 표지판들.

 

 

간이 부둣가에 쪼그려앉아 파란 파도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는 아저씨. 이별하고 겨울바다 보러 온 걸까.

 

 

서쪽 해변 모래사장에 놓인 파라솔이나 긴의자들은 이곳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 전용이라며, 앉지도 못하게 하더라는.

 

발이나 몸을 씻으라며 이렇게 커다란 항아리에 담수를 찰방찰방 담아서 곳곳에 놔뒀다.

 

 

숨은 도마뱀찾기.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지라 도마뱀을 비롯한 조그마한 야생동물들이 있다더니.

 

 

필시 이곳 리조트에 묵고 있을, 긴의자와 파라솔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리조트 건물들 위로 한껏 뻗어올라가는 열대의 녹색덩굴들.

 

 

리조트가 꼬싸멧 다른 곳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게, 너른 부지에 비치 하나를 통째로 확보한 유유자적한 공간이란 티가 줄줄.

 

 

 

조경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계속 수레를 밀고 다니며 정원도 관리하고 나무들도 관리하고.

 

 

그래서, 들어가는 길에서는 입구에 이렇게 가드도 세워두고, 외부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통제하는 정도의 삼엄함.

 

무슨 나무열매인지 모르겠지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특해서 한 컷.

 

그리고, 얄포름하고 여위어 우아한 꽃잎을 흐드러지게 늘어뜨린 꽃들 다시. 그러고 보니 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포스팅.

 

 

태국 꼬싸멧의 동부 해안가, 핫 싸이 깨우(보석모래 해변)에서 아오 힌콕(돌 언덕 해변), 그리고 아오 파이(대나무 해변)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는 그곳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우선 아침 겸 점심. 탁한 색깔로 바래버린 먼지투성이 팬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길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로 토스트, 햄과 베이컨 등.

 

텔레비전이 있는 음식점을 들어갈 때마다 꼭 한번씩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를 봤던 거 같다.

 

여전히 한국의 촌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시골 상회같은 느낌으로 번다한 음식점의 카운터.

 

그리고 꼬싸멧 동부해안의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쉽게 구분하기 쉽지 않은 어느 해안으로 들어가는 길목.

 

아마도 아오 힌 콕과 아오 파이의 사이쯤이랄까, 사실 해변의 이름이 중요하진 않다.

 

이렇게 하얗고 보드랍고 고운, 밀가루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법한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쉴 수 있다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천을 파는 아저씨가 온몸을 칭칭 가리고서 모래사장을 산책중이셨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파라솔과 긴의자들은 따끈하게 덥혀지는 중이었으며.

 

비로소 자리를 잡고 돌아본 주변 풍경은 정말이지..

 

구아바니 망고니 코코넛을 바구니에 담고 팔러다니시는 행상아주머니도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주시고.

 

 

어느 중년의 부부는 양산을 하나씩 받쳐들고서, 한손엔 신발을 덜렁거리면서 나란히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모래사장이 워낙 하얗고 깨끗해서 더욱 맑고 투명해보이는 바닷물.

 

 

바닷물이 이런 파스텔톤의 에메랄드빛이랄까, 청록빛으로 반짝거리는 데야 뭍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잠시 뛰어들어 파도랑 놀다가 다시 파라솔 아래로 들어오면 파라솔에 걸러진 기분좋은 햇살이 몸을 말려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지만 잘 모르겠고. 크흠.

 

 

해가 슬금슬금 중천으로 오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내몰렸나보다.

 

그러고 보니 긴의자 옆에 적힌 저 태국문자,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슬슬 많이 보인다 싶더니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도 계속 보이고, 멀리 나간 배들도 많아진 듯 하다.

 

파라솔 이용료를 걷으러 다니는 아주머니의 움직임은 살짝 부산해진 거 같지만 역시 여유롭기만 하다.

 

 

파라솔 아래서 뒹굴, 청록빛 파도 아래서 뒹굴, 하다가 슬몃 몸을 일으켜 술을 찾으러 가는 길.

 

술집에는 시계를 걸어두지 않는다더니, 여긴 그래도 시간은 봐가며 마시라고 하나보다. 저 온갖 류의 신의 물방울들은 어쩌고.

 

꽁무니에 태국 국기를 펄럭이며 앞코를 들썩들썩, 벌름벌름하는 게 어지간히 배고픈 모양새다. 내달리는 모터보트.

 

숨은 쉬고 있나, 걱정될 정도로 몸을 운신하지 못하던 검둥개 녀석. 만사 귀찮거나 어지간히 나른한 게다.

 

 

꺄아..이런 물빛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패러세일링이나 스노클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다녀주시는 서비스.

 

흠..찍으려던 게 뭐였냐면..저 푸른 바다..

 

아니면 이렇게 의자까지 갖고 다니시는 간식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

 

그러고 보면 파라솔 아래 긴의자 밑에는 예기치 않게 강아지들이 숨어있다. 곳곳에 숨은 강아지를 찾아라.

 

그치만 다시 시선은 푸른 바다..로 쏠리고.

 

서양 꼬맹이들은 왜케 인형처럼 귀엽게 생긴 건지, 금새 커버리고 징그러워지겠지만서도.

 

어느 험난한 시절엔가 목을 잘린 불상이런가, 해변 들머리에 놓여있던 부처의 미소가 은근하다.

 

MEDITATION이란 글자 왼쪽에 이렇게 내리깔고 있는 눈매도 인상적이고.

 

그러고 보면, 여기서 이렇게 목걸이도 꿰고 팔찌도 꿰는 이네들의 눈매가 저 그림이랑 닮았다. 순하고 정신적인 느낌.

 

꼬싸멧의 동쪽 해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굴려대며 보낸 한나절.

 

달리 해야 할 것도 보다 중요할 것도 없던 그런 더할나위없던 시간.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꼴의 섬에 동해안가에 대표적인 해변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번화가도 이쪽에 형성되어 있다.

 

타이 음식점이나 뭔가 유러피안식 음식점, 술집이라거나 상점들, 심지어는 타투샵 같은 것들도 모두.

 

그리고 산깨우 비치, 태국 가이드북에도 고작 세네 페이지 소개되고 마는 꼬싸멧인지라 별반 정보도 없이 갔고

 

어느 비치, 어느 식당이 유명하다는 정도의 정보조차 관심없이 그저 꼬싸멧이란 섬을 덩어리로 즐기러 갔다.

 

저런 마음이면 충분한 거 같다. 꼬맹이가 좋아라고 팔짝팔짝 바닷물로 뛰어들듯, 즐길 준비만 되었다면 끝.

 

바다에서 놀다가 지치면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 위의 파라솔과 긴의자에 누워 과일도 사먹고 맥주도 사마시고.

 

그늘에 누워 따뜻한 온기, 파란 바다, 시원한 바람, 보슬거리는 모래의 촉감을 즐기는 유러피안 부부들.

 

좀체 급할 줄도 모르고 양순해보이기만 하는 강아지들도 그늘을 찾아 누웠다.

 

간식거리를 팔며 돌아다니는 행상 아주머니와 계속 눈에 밟히는 저 파란 거북 튜브. 재밌겠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림 그리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 누군가의 하트가 모래에 새겨졌다.

 

시퍼렇게 시원한 바다, 그리고 맹렬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달리는 모터보트. 그 위에 나부끼는 풍선 하나.

 

 

누가 만들었을까, 꼬싸멧 모래사장의 곱디고운 모래를 물에다가 개어서 빚어올린 느낌이다. 거대한 천불천탑이 섰다.

 

 

해변과 해변 사이, 야트막한 돌무더기들이 바다 깊숙이 치고 들어간 둔덕 위에 피리부는 아저씨와 인어 아가씨 상이 섰다.

 

 

 

잔잔하게 보글보글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투명한 파도. 하얀 거품이 일다가도  이내 맑고 투명한 유리같이

 

하얀 모래사장을 쓰다듬곤 밀려나버리는, 한없이 평화롭고 아늑한 바다.

 

그렇지만 살짝 북적이는 노점가 앞에서는 이렇게 거북거북들의 종족 번식의 욕구가 피어오르고.

 

 

 

어느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떡하니 차지하고 뒹굴거리던 고양이 한마리는 사람이 다가와도 마냥 게으르기만 한 눈빛이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행남등대에서 도동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길, 섬 곳곳에서 보이던 검정 염소들이 여기서도 심술궂은 눈빛을 하고 대기중.

 

 

등대에서 도동항까지는 약 1.8km, 그렇게 길지 않은 거리지만 작정하고 한걸음 한걸음 음미하며 걷기로 했다.

 

참고로 이 코스는 '1박2일'에서 울릉도를 다녀가며 꼭 짚고 갔던 바로 그 코스. 도동항~행남등대~촛대암 구간이다.

 

 

그래서 글보다는 사진 위주로 포스팅~* 슝슝 넘겨보시다 보면 바다와 함께 걷는 분위기가 1g이라도 풍기길 바라며.

 

 

 

 

 

높은 곳에 선 등대에서 내려와, 아까 소라계단으로 불쑥 올라선 높이만큼을 내려선 즈음 다시 바다가 보인다.

 

 

묵호에서 들어가는 배는 더이상 도동항을 쓰지 않고 그 아래쪽 사동항에서 입출항하게 되었다. 상인들의 반대가

 

없지 않다고는 하는데, 그런 점에서 산책로에 대한 접근성은 과거보다 좋지는 않을 듯.

 

 

쉼없이 철썩이는 파도 앞에서 굳이 꿋꿋하게 높다란 돌탑을 쌓아올린 인간들의 집요하고 무모한 소망들.

 

저 방송이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고, 촬영지란 게 뭔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페인트칠 지대로.

 

 

 

 

저렇게 기묘하게 돌을 세워둔 건 또 뭐지 싶어서 눈여겨 보게 되던 돌탑 하나. 본드로 붙였으려나.

 

짠기 다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냈다. 꽃잎이 찌글찌글해졌을지언정 빛깔은 굽힘이 없다.

 

 

 

 

 

 

제법 오르내림이 크던 산책로. 두사람이 함께 지나기에도 부담스런 좁은 길, 바싹 몸을 당겨서 철퍽 앉아 쉬었다.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 삼일째 혹사 중인 발에 급기야 경련이 살짝. 절룩거리며 걷다가 제멋대로 눌린 셔터에 한장.

 

 

 

멀찍이 보이기 시작한 도동항의 뱃전들.

 

 

 

 

 

이게 뭐라더라, 육손이였던가. 티비에 나왔던 그거라고 옆엣 어른들이 말씀하시던데, 뭔가 좋은 건가 싶어 일단 찍고 보기.

 

 

그리고 도동항 도착 전에 하나 나타나는 쉼터. 끊길 듯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산책로길이 재미있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고 시뻘겋게 녹이 슬어버린 구름다리 하나가, 그저 살짝 시멘트더미 위에 얹힌 느낌으로 떠 있다.

 

잠시 앉아서, 1.8리터짜리 물통을 내려놓고, 삼각대와 옷가지로 꽉 찬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쉬는 참.

 

 

아이들이 쏟아내는 새우깡 부스럭지를 향해 엄청시리 달려드는 갈매기떼들.

 

 

 

 

 

 

 

바닷물에 삭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군데군데 암석이 얇아지다가 녹아내린 듯한 풍경의 해안가 돌벼락.

 

 

 

거대한 돌과 돌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산책로를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구멍을 희롱하는 바람을 따라.

 

 

 

 

 

저런 빛깔은 파란색 타일로 바닥이 덮여있는 실내 수영장에서나 봤던 거 같은데. 연신 산책로에 포말을 뱉어대는 바다의 빛깔.

 

 

 

 

 

 

 도동항이 가까워질 무렵, 해산물을 파는 노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걸어놓은 게 틀림없는 울릉도산 오징어.

 

 

 그리고 도동항으로 내려서는 입구. 오징어 그림이 푹 파인 그림을 좇아 계단을 내려가면 해안산책로의 종점이다.

 

그렇게 울릉도에서 가장 번성한 항구이자 가장 번화한, 도동 도착.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남양리에서 맞는 울릉도 세번째 날, 그대로 섬의 아랫도리를 따라 걸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동선이 애매하여

 

울릉도 입항한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을 한번 타기로 했다.

 

 

3일차, 오후 5시반 배를 타고 나가기로 했으니 저동에까지 일단 버스를 타고 가서, 내수전을 거쳐 저동항,

 

촛대암, 행남등대를 지나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도동으로 들어가 사동항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삼사십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정류장 앞의 따개비칼국수집에서

 

한그릇 말아먹고, 해군사령부에서 붙여준 간첩선 식별 스티커도 숙지하고.

 

 

저 멀리 보이는 옆구리 구멍 빵빵 나있는 터널도 구경하고, 남양리 앞바다도 굽어보고.

 

WARP~! 한 이십분 타고 나서 촛대암이 우뚝한 저동항에서 내렸다. 내수전은 이번에 못 가본 울릉도 동북쪽과 더불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저동항부터 한바퀴 둘러보고 해안산책로 따라 도동쪽으로 넘어가는 걸로.

 

저동항 앞에 길게 방파제를 박정희 대통령때 만드는 바람에 촛대암이 그 이전과 같은 위엄은 상실했다지만.

 

저동항에 죽 늘어선 해산물시장, 이층짜리 회집타운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래를 향해 부리부리한 눈알을

 

굴리며 마치 천하대장군처럼 당당히 서 있는 오징어 한마리.

 

울릉도스럽다, 라고 해야 하려나. 오징어잡이 집어등을 따로 모으는 수거함이 항구 한쪽에 있고.

 

저동항 한 쪽에 있는 이 커다란 갈매기같은 기묘한 건물은..아마 배에 뭔가를 싣거나 부릴 때 쓰는 구조물이려나.

 

 

 

 

 

저동항을 거의 감싸다시피한 방파제 안의 차분한 바다에서 다닥다닥 주차된 배들이 곰실곰실 움직이고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걸어서 촛대암 근접 촬영. 제법 크고 굵직한 게 위에 갈매기 둥지 여남은개는 품고도 남겠다.

 

 

울릉도 동쪽의 커다란 북저바위, 그너머로 보이는 한 가구가 살고 있다는 죽도. 이게 일본어로는 제대로 '다께시마'가

 

되겠다. 생긴 건 살짝 종합운동장처럼 생겼고, 왠지 위로 솟을수록 풍성해지는 모양새가 사람 살기 좋을 듯한.

 

 

보통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보는 코스로는 크게 독도 왕복, 아니면 죽도 왕복, 이렇게 두개 코스가 있다고

 

하니 다음에 또 울릉도를 오게 되면 나머지 울릉도를 돌아보고, 죽도랑 독도를 가봐야겠다.

 

 

 

방파제 안전난간에 자리를 잡고 저동항을 바라보는 갈매기 녀석의 매서운 눈빛.

 

 

그리고 저동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도동쪽, 해안도로가 저 바윗덩이 중간중간에 숨어있다.

 

그리고 저동에서 도동으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 입구. 뭔가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풍경이 확 덤벼들 거 같은 느낌의 출입문이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태하 등대가 굽어보고 있는 동그란 만 형태의 바다, 짙은 에메랄드빛 잉크를 풀어내린 듯한 파도가 부서지던 곳.

 

태하 앞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 산책로, 뱅글뱅글 올라가는 길을 걸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저런 건 거리를 살짝

 

두고 보는 게 인상적이지 막상 저 나선궤도 위에 올라서면 별반 흥취가 없다며.

 

태하까지 왔으니 울릉도 북쪽 해안의 동에서 서까지 걸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

 

야트막하고 자그마한 집들이 좁다란 골목을 함께 나눠쓰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

 

뜨거운 계절엔 누군가의 수영복과 옷가지를 얹어두고 두팔 펼쳤을 빨랫대도 얌전히 쉬고 있다.

 

다시 태하삼거리로 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저녁은 남양약소숯불구이를 먹어야겠다.

 

 

도로변에 이어진 너른 공터 한가득 나물을 말리고 있는 아주머니들. 트럭까지 동원해서 정말 대규모로 널고 계셨다.

 

거기서부터 이젠 남쪽으로 걷기로 했다. 울릉도에 있는 두개의 둘레길은 태하에서 남양을 잇는 길 하나,

 

그리고 내수전과 석포를 잇는 길 하나. 그중 태하에서 남양을 잇는 약 7km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

 

태하 등대에서부터 남양까지 치자면 대충 9km 정도 되는 거리, 그치만 결과적으로 길을 잘못 들어버려서

 

태하령입구를 지나 구암으로 빠져 남양까지 걸었으니 대충 11.2km 정도. 2km 정도야 대충 30분 더 걸으면 되는 정도니까.

 

예부터 있던 길을 다시 연결해서 만들어놓은 둘레길이라고 들었는데,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살짝 의심부터 든다.

 

차는 고사하고 인적조차 한동안 끊겼던 길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거다. 온통 범람한 녹색의 이파리들도 그렇고.

 

생각보다 길도 험하다. 오르내리막이 연속되는 꼬부랑 고개가 꼬불꼬불, 하늘을 온통 가린 두터운 녹색의 장막.

 

게다가 여기가 어디쯤인지, 제대로 된 길은 맞는지 알려주는 표지가 굉장히 귀했던 것도 뭔가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사람 하나 없는 길에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울리면 사방에서 흑비둘기가 푸드덕거리는 짙은 숲속 외길.

 

 

그래도 한참 걷다보니 이런 정자도 나타나고. 숲에 대한 소개나 식생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안내판들도 정비되어 있고.

 

 

 

벤치도 중간에 조금 꾸며져 있긴 했는데, 정말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에 잡아먹혀서는 이제 엉덩이 반쪽 자리할 공간도 없으니.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며 점점 고도가 올라간다 싶다가, 태하령에서 고비를 찍고는 본격적으로 다시 내려가는 길.

 

'구비구비 버혀낸 긴긴 겨울밤'이 이럴라나 싶을 정도로 배배 꼬인 창자같은 길을 슬슬 풀어내는 참에

 

거꾸로 눈돌려 확인한 울릉도 제2둘레길의 호젓함.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는지라 굳이 걸어서 넘어갈 사람 아니고서는

 

이 길을 이용할 일이 없는 거다. 그게 이 길을 걷는 동안 사람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짙은 숲을 음미할 수 있었던 이유.

 

둘레길의 시작점과 종점이 명확하지 않긴 하지만, 대충 사람의 흔적이 길 양옆으로 남아있는 즈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가로등이 양쪽에 늘어서고, 하늘까지 치솟은 나무들의 키높이가 곤두박질치고, 비료 봉투를

 

뒤집어 세워 허수아비를 갈음하는 자그마한 개간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체 시작점과 종점이 어디인지 명료하지 않은 상황,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안내판들이 세워진 상황에서

 

몇 km 남고 몇 km 걸었는지 따위 계산은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외길이어서 그저 걸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어느순간 옆길로 새더니 구암 쪽으로 걷고 있었단 걸 발견했을 때 좀 신기하긴 했지만.

 

뭐 잘못 들어선 길이긴 했지만, 꼭 다시 되짚어 바로잡을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손바닥만한 섬', 아무리 애를 써서

 

모로 가려 애써봐야 거기서 거기다. 시속 4km의 도보로는 나름 굉장히 광활한 땅처럼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 해가 한참 남았는데 번쩍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 알게 모르게 슬슬 조바심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구비구비, 저기만 지나면 눈앞에 울릉도 남쪽 바다가 보이겠거니, 생각하다가 헛탕치기를 몇 차례.

 

뭐 그래도 발걸음이 한가로운 완만한 내리막길.

 

이 사진의 제목은 왠지 그런 거 어떨까 싶다. '삼송의 최후'라거나 뭐 그런거.

 

 

드디어 울릉도 남쪽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저만치 땡겨지도록, 태하를 출발한 이후부터 사람 하나 못 보고.

 

 

그러다가 우르르 길가에 나와 맞이해주던 까망색 흑염소 녀석들. 무슨 고산지대 산양처럼 맘껏 뛰놀던.

 

구암마을, 울릉둘레길로 돌아가는 안내판이랑 버스정류장을 보며. 무엇보다 눈앞에 바로 놓인 바다를 보며.

 

 

이제 해안도로를 따라 남양리로 걷는 길이다. 남양엔 유명한 남양약소숯불구이집이 있다니 저녁은 그곳에서 먹기로 하고.

 

 

구암과 남양 사이의 사태감 터널. 여느 터널과는 좀 다르다 싶어 유심히 살피다가 이유를 알았다.

 

 

구멍이 뽕뽕 나있는 외벽은, 언제고 바다가 거칠어지고 높은 파도가 몰아칠 때 터널 구조물이 좀더 버티도록.

 

바닷물이 들이칠 때 타격이 덜하도록, 그리고 빠져나갈 때 좀더 쉽게 빠져나가도록 만들어진 거 같다.

 

 

그리고 남양 몽돌해변으로 이어지는 동글동글한 자갈 마당이 파도에 씻기우고.

 

 

울릉도에서 공사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제법 여기저기 공사판이다. 그 앞에 보이는 게 구암터널.

 

 

남쪽 해안이라 해넘이가 잘 보이진 않을 거 같고, 살짝 바다가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양리에 들어서는 길에 바로 보이는 사자바위, 그 앞에 남근바위도 있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남근 비스무레한 건 찾는데 실패. 사실 이녀석도 딱히 사자다워 보이진 않는데.

 

그리고 투구봉. 신라장군 이사부가 울릉도의 우산국을 정벌했을 때 우산국 왕이 벗어놓은 투구가 봉우리가 되었다.

 

혹시나, 떨어지는 해와 경쟁해서 달리면 사진 한장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싶어 남양리 안쪽으로 들어가

 

남서일몰전망대를 찾아보았는데. 발은 아프고 배는 고프고 길도 모르겠고 하여 잠시 헤매이다 포기.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태하항 옆의 해안산책로, 뱅글뱅글 말려올라가는 골뱅이 계단이 전신주에서 뻗어나간 전선들마저 감아돌리려 든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해변마을. 민박집을 겸한 자그마한 슈퍼와 이발소와 음식점들.

 

 

 

태하 등대와 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을 타는 길.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운행이나 하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수시 운행중이다.

 

 

몰랐었는데 위에 올라가고야 알게 된 사실. 태하등대까지 올라가는데 꼭 모노레일을 탈 필요는 없다. 살짝 걸어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걸어보신 분 말씀으로는 그 길도 제법 가파르지만 이쁘다고 했다.

 

 

모노레일 타고 올라가는 길, 거의 수직 급상승하는 느낌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눈높이를 따라 바닷물 수위가 모노레일

 

위로 넘실넘실 차오르기 시작했다.

 

 

모노레일 안에 붙어있던 울릉도 순환버스 시간표. 버스회사 이름이 '우산버스'다.

 

한때 우산국이라는 이름의 나라였던 자취가 이런 식으로나마 남아있었다.

 

 

모노레일은 한 육분 정도, 순식간에 해안가에서 가파른 야산 위로 올라왔다. 태하 등대 가는 길은 한때 굉장했다는 향나무숲.

 

태하 등대와 전망대의 갈림길에서 푯말을 들고 두뺨을 붉힌 오징오징 오징어.

 

 

 

전망대 한가운데에는 밑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나무를 위한 공간을 틔워놓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국내의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았다는 태하 등대 앞의 푸른 바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동남아 어느 리조트 앞바다에서나 볼 법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저렇게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내뿜으며 반짝거리는 푸른 파도의 질감이라거나

 

하얀 포말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진들을 골라내고 버리기를 포기해 버렸다.

 

이쪽 끝으로 가서 내려다보다가, 또 다시 저쪽 끝으로 가서 하염없이 내려다보다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 맑고 부드러운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다.

 

어찌 바닷물 색깔이 저런 빛을 띌 수 있는 건지. 

 

 

그리고 등대. 태하 등대는 전망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시피 하다.

 

거대한 대왕오징어, 괴수 크라켄이 빨판이 그득한 다리를 꿈틀거리며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중.

 

 

다시 모노레일을 타러 내려가는 길, 아까는 조용하던 염소가 갑자기 울어제끼며 사진을 보챈다.

 

역시 이곳도, 도르레가 설치되어 있어 간단한 물품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모노레일이 내려가는 방향의 바다, 방파제가 저렇게 정연하게 차곡차곡 놓인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데.

 

두 량짜리 모노레일, 어렸을 적 타고 놀던 다람쥐통처럼 동그랗게 생겼다.

 

 

또다시 수직낙하하는 기분으로 가파르게 내려앉는 길, 같이 모노레일을 탔던 분들이 너른 유리창 너머 바다와

 

태하항의 풍경을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한없이 걷고 싶은데 어디까지 얼마나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섬이 답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한뼘만한 땅덩이, 울릉도에서 2박 3일동안 정신나간 도보여행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일정.

 

눈뜨면 걷고, 어두워지면 멈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 삼일차, 남양에서 저동까지 움직이는 데까지만 한 번.

 

 

제주도 올레길이 조금은 편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라면, 울릉도 도보여행길은 좀더 거칠고 날것의 느낌.

 

대부분 성인봉 등반만 하고 마는 단체 등산객이거나 버스로 찍고 찍고 다니는 단체 여행객들만 찾는 곳이니만치

 

하루종일 걸어도 만나는 사람들은 손 꼽을 만큼인 곳. '둘레길'도 말만 둘레길이지 그냥 버려진 옛길이랄까.

 

 

미친 짓 한번 하고 싶을 때, 러닝-하이가 아닌 워킹-하이(Walking-high)를 맛보고 싶을 때 한번쯤,

 

내키는 대로 한없이 걷다가 바다가 나오면 발길을 틀면 그뿐이었다. 딱히 정해진 일정도 계획도 없었던 코스.

 

그렇게 3일동안 한걸음씩 꾹꾹 내딛었던 발걸음들을 잇고 나니 저런 길들이 그려졌다. 시속 4km의 세상.

 

 

 

ㅇ 1일차 : 사동항 - 성인봉(KBS중계소 코스) - 천부

 

 

(03:00 서울 출발, 05:30 추암 촛대바위 도착)

 

07:00 묵호여객선터미널 도착

 

07:00~08:00 아침식사

 

09:00 묵호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12:30 사동항 도착

 

14:30 KBS중계소(성인봉 등산코스 출발지) 도착

 

17:00 성인봉 도착

 

18:30 나리분지 도착(성인봉 등산코스 도착지)

 

20:00 천부리 도착

 

20:00~21:00 저녁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ㅇ 2일차 : 천부 - 현포 - 태하 - 둘레길2코스 - 구암 - 남양

 

 

10:00 숙소 출발

 

10:30~12:00 예림원(문자조각공원) 체류

 

13:00 현포 도착

 

13:00~14:00 점심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15:00 태하항 도착

 

15:30~16:20 태하등대(모노레일) 체류

 

16:40 태하삼거리(울릉둘레길 2코스 시작점) 도착

 

18:30 구암 도착

 

19:00 남양 일몰전망대 도착

 

19:30~20:30 저녁식사 (약소숯불구이)

 

 

 

 

 

 

 

 

 

ㅇ 3일차 : 저동항 - 행남등대 -  도동항 - 독도전망대 - 사동항

 

 

10:00~10:30 아침식사 (따개비 칼국수)

 

10:40~11:20  저동항 도착 (by BUS)

 

12:00 소라계단 도착

 

12:30 행남등대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시작

 

14:00 도동항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14:30 도동약수공원 도착

 

15:00 독도전망대 도착 (케이블카 왕복)

 

17:00 사동항 도착

 

17:30 사동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21:00 묵호항 도착 

 

23:40 서울 도착

 

 

 

 

 

 

 

 

 

 

 

 

 

 

 

 

속초 해변의, (내맘대로 이름붙인) 사랑나무. 사랑이 주렁주렁.

저 생선의 이름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폴짝 뛰어올라 등대를 집어삼키려는 타이밍에 사진 한장.

겨울날의 바다는 잔망스러운 파도 앞에서 다들 멈춰서 있는 느낌이다. 벤치도, 감시탑도, 바다를 찾은 사람들도.

바다가 거칠어져 쓰나미가 몰려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 가까운 이마트까지 도망가라는 안내판.

고놈 참 잘 생겼다. 사람들이 쉼없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대는 틈새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 사랑나무.


삼양검은모래 해수욕장의 낙조.  모래빛깔이 검은 탓인지 더욱 검게만 보이는 해변가, 그리고 중부지방엔,

특히 서울 강남엔 엄청난 폭우가 내렸던 날이라 그런지 갈기갈기 찢긴 구름이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한 세시간 전쯤의 삼양검은모래해수욕장 앞바다. 햇볕이 뜨끈뜨끈 내리쏘이던 제주 북부, 제주시에서

그리 멀지않은 해수욕장인데도 사람이 얼마 없었다. 이곳의 검은모래가 신경통이나 피부병에 특효를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참이었다.

이미 대여섯시쯤 되어 사람들이 한풀 꺾였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이렇게 사람을 묻고 사람이 묻혔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었으니. 어찌 보면 씨앗들을 뿌리기 전의 밭고랑같기도 하다.

여긴 또 다르다. 일일 만오천원이던가, 쯤의 금액을 내고 입장할 수 있는 모래찜질 전용 공간. 삽과 기타

전문도구로 무장한 아주머니가 순식간에 사람을 묻었다가 파냈다가 그러나보다. 밭고랑이라기보다는

무슨 대규모 플랜트농장같은 느낌. 거대한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왔다갔다 할 거 같은.

여하간, 정오의 햇살이 전달해준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모래는 생각보다 뜨끈거렸다. 어느 정도

깊이 파낸 모래도 그새 땅속 깊이 머금어진 햇빛의 힘으로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모래가

어두운 검정빛을 띄고 있어서 더욱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만 남기고 온통 파묻혀버린 사진.

커다란 봉분이 따끈하게 섰고, 그 속에서 옴쭉달싹 못한 채 순식간에 땀이 주륵주륵 흐르기 시작했다.

한 삼십분쯤 모래무덤 속에 짓눌려 있었던가, 생각보다 몸 위에 덮인 모래의 무게는 상당해서 좀처럼 쉽게

빠져나올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땀이 뻘뻘 흐르기에 이르렀고 버둥거리며 모래더미를 파헤치고선

좀비처럼 기어나와, 바다로 달려들었다. 누워있을 땐 몰랐는데 이미 많이 기울어버린 해.

그리고 잠시 후에 내 옆에서 함께 찜질하던 아빠가 일어나서 바다로. 정말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해안이 제주시 근처에 있단 걸 여태 몰랐다. 모래찜질하기에 딱 좋은 검고 고운 모래가 쪼르륵

깔려있는 아담한 해안, 햇빛에 뜨끈뜨끈 달궈진 모래인데다가, 눈앞의 바닷물도 깨끗한 편이고 경사도 완만해

놀기에도 좋은 곳인 듯 하다. 아빠가 몸에 곱게 코팅된 모래를 꼼꼼히 씻는 모습을 엄마가 바라보고 있다.

왠지 선녀와 나뭇꾼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전복한 이미지같기도 하고. 당당하게 남자를 훔쳐보는 여자랄까.

해안의 야경 사진 몇 장 더. 멀찍이 깜빡이는 노랑 불빛은 동해에서 남하한 오징어를 따라 제주도까지 내려온

오징어잡이배들이고, 하늘에서 반짝이는 빨간 불빛은 어디론가 우르르 일렬로 날아가던 헬리콥터들.

햇살의 잔영이 남아있는 바다쪽 말고 뒤를 돌아보니 이미 새까맣다. 해안가에는 DNA 나선형 구조의

LED조명이 불을 밝혔고, 한결 더위가 가신 해변가에는 치킨이니 맥주를 들고 나와 삼삼오오 모여 마시는

사람들이 다시 출현했다.

이번엔 좀 늦게 해수욕장에 도착한 감이 있었던 데다가 수영복이고 세면도구고 전혀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쳐들어간 거여서, 다음에는 모래찜질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좀더 뜨끈할 때 가는 것도 괜찮겠다.





어둠에 짙게 깔린 주펀의 길거리, 이번엔 내리막을 따라 내려오던 그 길에서 문득 고양이 한마리를 만났다.

길에 면한 풀숲 사이에서 시원해 보이는 돌판을 돌침대 삼아, 역시나 쿨쿨 자고 있던 녀석.

고지대에서 내려다본 타이완의 동북부 지역의 해안선. 타이완은 커다랗고 토실해서 먹음직스런 고구마처럼

생긴 섬인데, 이렇게 한쪽 끝 바다를 보았다.

낮에 햇살이 지글거리던 때 들렀던 사당에도 다시 들러보고. 뭔가 창백한 형광등 불빛이 중앙에서부터 강렬하게

쏟아져내려 주변의 불그죽죽한 빛깔을 전부 탈색시키는 느낌에 되려 섬뜩하기도 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방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정겹다. 아마 이곳이 금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때에도

일확천금의 꿈을 바라던 사람들이 저런 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을 기대했겠지.

슬슬 인적이 끊겨가는 산비탈의 작은 마을, 관광객이나 여행자들이 떠난 자리에 가로등 불빛만 남았다.

더이상의 촬영은 무리, 완전 깜깜해져 버려서 불빛들이 너울대다 픽, 하고 꺼져버릴 듯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버즈알아랍. '버즈'는 탑이란 뜻의 아랍어다. 아랍의 탑. 저 꼭대기 헬기착륙장에서던가 타이거 우즈가 멋진

티샷을 선보이던 광고를 찍었노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돛단배를 형상화한 버즈알아랍, 호텔 수준을 구분하는

별 몇개짜리 등급으로 치면 사실 오성등급 이상으로 공인된 건 없지만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자부심으로 무려 '세계 유일의 칠성급 호텔'이라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이전에는 입장료를 따로 받고 호텔 내부를 구경하는 호텔 투어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루 방값이 최소 백오십만원 정도 된다는 이 곳에서 묵는 건 그다지 내게 있을 법 하지 않은 일인지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들어가서 구경해볼 수 있냐고 했더니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단다. 한끼에 이십여만원한다는

식사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맛은 그다지 없다고. 출장을 다녀오고 몇 군데 경험자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둘러

봤지만 역시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칠성급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모두가 선망하기는 하지만 막상 제돈을 다 주고 가기는 망설여지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버즈알아랍은 대체로 국제회의나 국빈들, 그니까 자기 돈으로 투숙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저런 '비용처리'가 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나마도 요샌 공실률이

많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10월, 이미 세계경기가 꺽이면서 두바이의 가파른 추락은 예정된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대외개방형의 경제, 외국자본에 기댄 경제, 토목으로 부양하는 경제 특성상 당연한 귀결인지도.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로 넘어와서, 버즈 알아랍이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바닷물

색깔도 그렇고, 해안에서 내다보이는 먼바다의 풍경 역시 모래사구에 가로막혀 텁텁한 사막 느낌이 가득했다.

바닷물에 들어간 사람들도 뭐랄까, 짙고 깊은 푸른색의 동해 바다에 몸을 담근다기보다는 야트막하고 탁한

서해바다에서 찝찝한 모래가 수영복 가득 들이차는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괜스런 걱정이 들었었다.

해안가 밖에 있던 휴지통.

버즈알아랍과 마주하고 해안가에 세워진 낮지만 호화로운 고급저택들을 구경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만 좋은

저런 버즈알아랍 같은 호텔보다 저런 펜션이나 호텔에서 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 때.

같이 왔던 분들과 버즈 알아랍을 뒤로 한 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각자 가져온 카메라 몇 대로 각각 몇번씩

촬영을 돌아가며 하다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그걸 하염없이 지켜보며 같은 곳에서 무의미한 빗자루질만

무한반복하고 있던 청소부 아저씨가 문득 눈에 띄었다. 모래를 쓸어내는 것도 아니고, 아마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때우는 노동이라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아무 목적도 의지도 없어보이는

단조롭고 나른한 빗자루질.


일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그냥 정부에서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하도록

지시받을 뿐, 일을 잘해내거나 보다 '영리하게' 해내는 것에 대한 관심도 유인도 없기 때문에, 가뜩이나 한달

30여만원의 박봉으로 연명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은 그저 시간을 채우고 있기 십상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물가가 굉장히 높은 와중에도 그들의 생존과 연명을 위한 물과 고기등 필수품들의 물가는 굉장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었다.

버즈 알아랍이 아무리 대단해 보인다 해도, 겉에서 볼 때의 이야기다. 청계천 근처나 양수리쯤에 그럴듯하게

꾸며진 까페 같은 풍경이 밖에서 보면 그림같아 보여도, 막상 안에 들어서는 순간 별거 없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두바이에 대한 온갖 찬사와 신화적인 이야기들은 내부에서 보면 정작 어리둥절해질 수 있는 것들 아닐까

싶어졌다. 식물에 비기자면 '웃자라 버린' 거다. 비료를 담뿍 주고, 억지로 줄기를 잡아당겨가며 키워냈지만,

도무지 인프라나 사회시스템이나 작동원리 따위가 외양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선진국은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싶었다. 그들의 부유함과 번영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쌓아올려진 사회적

기반과 문화, 내적인 저력에도 기반하고 있는 건데, 그러고 보면 왜 갑자기 우리나라가 '두바이'를 벤치마킹

하겠다고 설레발친 걸까. 강소국 모델을 원했다면 베네룩스 삼국같은 유럽의 전통있고 오랜 시간 검증된

모델도 있는데, 어디서 족보 없고 검증도 되지 않은 '강남 땅부자'같은 두바이를 들이댄 걸까.

출장길에 계속 의아했던 주제였는데, 결국 두바이 경제는 얼마나 취약한 상태였는지 이제 백일하에 드러나고

만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록 이게 두바이 신화의 결정적인 붕괴라고까지 말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두바이가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야할 모범 사례라고 말하기는 이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돛단배를 형상화했다고. 나중에 석유자원 등이 고갈되었을 때를 대비해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섬으로

세계 지도도 만들고 야자나무 형상도 그리고, 세계 최고라는 빌딩도 세우고 돛단배 모양 '칠성급' 호텔도

만들고. 흔히 두바이를 상상력의 발현과 창의적 미래 대비의 사례로 제시하는 논거들이지만, 글쎄, 솔직히

저런 것들 보러 굳이 두바이로, 중동으로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은 이런 사례들은 그들의 안간힘, 그렇지만 사회적 인프라와 문화적 기반을 무시한 외양 불리기란 건 마치

황소 흉내내려다 배때지가 터져버린 개구리처럼, 기본이 갖춰지지 않아 언제고 무너져내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정도를 벗어난 '한탕주의식' 발전모델에 가까운. 이런 뻘쭘하고

뜬금없는 건물들만 잔뜩 짓는다고, 건물 신축허가를 받을 때 독특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관광자원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의 천박함과 비루함은 또 어떤가.

위에서 말한 그런 것들은 그저 짧막짧막, 그다지 논리적 정합성이나 엄밀함 없이 생각해본 단상들에 불과하다.

그저 짧은 생각의 편린일 뿐이니 아닐 수도 있겠고,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버즈 알 아랍

앞의 해변가에는 저런 트랙터가 시간마다 모래를 고르고 다녔다. 철저하게 보여지기 위한 공간, 으로

제공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뭔가 빼곡한 금지표시로 가득한 표지판. 사람도 몇 명 없는 고즈넉한 해안가에, 더구나 그다지 수영하러 뛰어들

욕망도 일지 않는 모랫빛 뿌연 바닷가에 너무 과하다 싶은 금지조항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돌아나오는 길, 어떻게 보면 절지동물이나 오동통한 사마귀같은 곤충의 배 부분을 형상화한 거 같기도 하다.

올록볼록하고 탱탱해 보이는 게 그렇다. 버즈 알 아랍, 각국의 '공용 경비'로 먹고 사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호텔인데 과연 두바이가 국제 컨퍼런스의 허브라거나 국제행사의 허브로서 유망한지는...신혼여행지로 굳이

저길 가서 '칠성급 호텔'에서의 추억으로 행복해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유지비나 제대로 뽑고

있을지 또다시 오지랖 펼친 걱정.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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