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그 '역사적 오류'를 선언해야"
盧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등록일자 : 2008년 11 월 12 일 (수) 10 : 25   
 

  진보신당 공동대표 심상정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통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직접 추수한 햅쌀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음 짓는 농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가을걷이를 했다니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축하드리고만 있기에는 나라의 사정이 너무도 어렵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경제의 위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거꾸로 가는 정치로 인해 우리 국민들 마음은 벌써 한겨울입니다.
  
  종부세와 수도권 규제완화, 그리고 참여정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간신히 잡아놓은 부동산정책마저도 마치 전봇대 뽑듯 뽑아버리고 있으니 노 전 대통령께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에 대해 세가지 주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한미FTA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형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직하고 통 큰 고백만이 나라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저의 화두입니다.
  

▲ ⓒ프레시안

  우선 어제, 그제 '민주주의 2.0'을 통해 한미FTA협정에 대해 쓰신 글을 잘 보았습니다. 비준을 서두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조기비준 대신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한미FTA 협정 비준문제를 맹목적으로 밀어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민주당은 앞선 책임에 갇혀 옹색한 처신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한미FTA에 관한 견해는 참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비준과 재협상에 대한 논란이라면 현정치권의 갑론을박에 맡겨둬도 될 일이겠지요. 무분별한 개방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경제위기로 공포에 떨고 있는 민초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께 기대했던 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협상 '훈수'가 아니라 한미FTA 협정 체결에 대한 '고해성사'였을 것입니다.
  
  '내 재임시 한미FTA를 밀어붙인 것은 과오였다. 금융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나의 인식은 한계가 많았다. 국민여러분들께 사죄드린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지금, 대통령시절 '구국의 결단'으로 밀어붙였던 한미FTA 협정이 나라를 재앙으로 몰고 가는 길이었음을 고백하는 용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기왕에 노 전 대통령께서 나서시기를 작정하셨다면 한미FTA 협정이 지난 정권의 오류였음을 인정함으로써 한미FTA 협정 폐기전략으로 국론을 모아가는 물꼬를 터주기를 갈구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참여정부가 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밀어붙였던 한미FTA협상의 명분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질적 도약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조업 가지고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선진국처럼 금융, 서비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그를 위해 미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던 '동북아 금융허브론' 그것은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미국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또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는 결국 '투기와 거품'의 온상을 만들었던 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거 아닙니까? 또 노 전 대통령께서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서 개방 안하고 어떻게 먹고 사냐고 반문하셨지요? 이명박 정부가 외환보유고 많이 갖고 있어 IMF 구제금융 시기와는 다르다며 위기는 없을 거라고 강변했지만 그럼에도 외환보유고 세계6위인 나라가 왜 사색이 되어 난리인지 그 까닭을 국민들은 알고 싶은 것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개방 때문 아닌가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걸 이미 시장 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한미FTA만이 살길입니까?
  
  이명박 정권에게는 '한미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없고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라는 충고를 하면서도, 한미FTA 협정 이후에 금융위기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신 대목은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진정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위험을 느꼈다면,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 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합니다.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과 수출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의 오류를 반성하고 이제 내수기반의 강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훈을 뚜렷이 새겨야 합니다. 그리하여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권의 폭주가 머지않아 역사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구국의 심정으로 한미FTA는 역사적 오류였다고 지금이라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십시오.
  
  둘째, 기왕에 한미FTA협정 폐기전략을 주장을 하는 김에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하신 '재협상'에 대해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조기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전대통령의 말씀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제적인 금융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오바마 정권이 금융, 의약품, 지적재산권, 자동차배기규제 등 많은 분야에서 정책의 변화를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한미FTA에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정부제소권을 비롯한 수많은 독소조항들을 포함해서 한미FTA 협정 내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미FTA의 재협상'이 아니라 '한미FTA 폐기'를 위한 준비이어야 합니다.
  
  실제 오바마가 요구하는 '재협상'은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부문의 협상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식 FTA의 모체인 나프타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그것은 1-2년 이내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오바마에게 한미FTA는 상당기간 관심밖에 일이 될 것입니다. 오바마에게 급한 것은 자동차협상입니다. 따라서 한미FTA 재협상의 요구가 아니라 '한미자동차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정부의 한미FTA 대한 맹목적 집착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협상해본 학습효과가 그 방향의 선택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쇠고기 수입개방 들어주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 해주지 않는다' 하니 이명박 정권이 통째로 내주었지 않습니까? 또 자동차 안 들어주면 한미FTA 비준 없다하면 또 기꺼이 구국의 결단을 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조기비준시도를 통해 한미FTA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질 않습니까?
  
  핵심은 오바마 시대에 한미FTA는 자동차협상의 종속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한미FTA 가지고 비준이니 재협상이니 엄한 데를 긁는 소모적 논란을 하지 말고 머지않아 요구될 자동차협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가 미국의 유색인종차별을 해소할 계기를 만들고, 재정확장정책을 통한 내수경제육성에 힘을 쏟고, 국제 깡패로 이름을 날린 일방주의 외교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에게 자유무역주의자니 보호무역주의자니 논란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제조업 중심의 공격적 자유주의정책을 펼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호무역의 측면만이 아니라 자국의 자동차산업과 노동자를 위해 우리나라에 자동차시장 개방을 공격적으로 강요할 것입니다.
  
  만약에 미국의 노동자와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그 요구를 수용한다면 그것은 곧 가장 넓은 고용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그리고 내수기반의 궤멸을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를 안내주면 한미FTA 협정은 물 건너 갈 수 있습니다. 자 어느 편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자동차 다 내주고 미국 대기업 이익을 위한 한미FTA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자동차 보호하고 미래의 재앙인 한미FTA를 폐기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옳겠습니까?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결자해지를 하셔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셋째 노 전 대통령께서는 한미FTA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자유주의 강력한 추진자'라고 비판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댄' 것은 아닙니다.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턱없이 미숙하고 힘없는 정치인입니다만 한미FTA를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에 맞서 '젖먹던 힘'까지 보태 맞섰던 한사람으로서 근거와 내용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란 소리가 '빨갱이지?'란 소리로까지 들리셨다니 오늘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제겐 감당하기 한참 벅찬 일'이라며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기회에 꼭 토론의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심상정/진보신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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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당선을 두고 기대가 만발했지만, 그리고 한미FTA재협상과 조기비준 등의 문제를 두고 말이

많지만, 상정누님의 시각만큼 성숙하면서도 대중적인 글은 아직 못 본 거 같다.

오바마는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누님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멋진 글, 그리고

합리적이고 세련되게 한미FTA 자체를 비판하면서도, 대중적인 차원에서도 차분히 납득하기 쉬운 글인거 같다.

진보신당 러뷰~*


"<동아일보> 네 눈의 들보나 살펴라"
참여연대, <동아일보> 칼럼 반박…"<동아일보>의 굴욕!"
등록일자 : 2008년 09 월 21 일 (일) 16 : 12   
 

  참여연대가 지난 18일자 <동아일보> 권순택 논설위원의 "참여연대의 굴욕" 칼럼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권순택 논설위원은 이 글에서 참여연대가 최근 촛불 집회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 수색, 활동가 구속·수배에 나서고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과 경찰 등이 수십억 원 대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을 "참여연대의 굴욕"이라고 표현하면서 "법치주의를 무시한 자업자득"이라고 비난했다.
  
  권 위원은 지난 8일 후원의 밤 행사에서 대기업이 후원금을 내지 않은 것을 들어 "이들이 왜 과거 정권때에는 후원금을 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며 "'참여연대의 권력 참여는 군사정권 시절 육사 출신이 권력에 참여했던 속도와 수준을 능가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참여연대는 권력의 일부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19일 낸 성명에서 "시민단체가 정권으로부터 받는 탄압을 굴욕이라고 인식하는 그에게는 그가 젊은 시절 독재 치하에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당했던 구속, 수배가 굴욕이었을지 모른다. 또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탄압과 이에 항거하다 해고되고 쫓겨나 갖은 고생을 다 겪은 옛 선배들이 받은 탄압도 '굴욕'이었을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권력이 가하는 부당한 탄압을 '굴욕'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탄압에 굴복하거나 권력과 야합하는 것을 '굴욕'으로 여긴다"면서 "(권순택 위원은) <동아일보>의 광우병 보도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정부 관계자나 미국 대사의 발언을 영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권 위원이 시민단체의 정부 위원회 참여를 '권력 유착'이라고 주장한 것을 들어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 입각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됐을 때, 동아일보의 동료가 청와대 대변인이 됐을 때 (권 위원은) 이러한 '정치화'에 어떤 문제의식도 표명하지 않았다"며 "더불어 우리는 권력은 배타적으로 독점 돼야 한다는 그의 구시대적 발상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국민연금/의료급여 축소, 비정규직법 개악, 출총제 등 재벌 개혁 저지, 바다이야기 등 사행 산업 추진, 아파트분양원가의 일부 공개, 이라크파병 강행, 새만금 개발, 한미FTA 추진 등 수많은 사안에 대해 정권과 정부를 비판해왔다"며 "아마도 권 논설위원은 이러한 참여연대의 목소리를 애당초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시민들은 권 논설위원의 글을 읽으며, 동아일보가 '이명박 정권, 한나라당의 기관지'로 추락하고 있음을 탄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동아일보의 굴욕'이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권순택 위원의 '당부'를 패러디해 성명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문제는 <동아일보>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분을 벗어나 권력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동아일보>의 굴욕은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그 진짜 위기는 이미 왔고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채은하/기자

'KBS 대책회의' 파문…靑 "우린 듣기만 했다"?
이동관 "귀신이 곡할 노릇, 누가 도청이라도 했다면…"
등록일자 : 2008년 08 월 22 일 (금) 11 : 06  
 

  신임 KBS 사장 인선문제로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KBS 전현직 임원들이 만나 '대책회의'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 2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은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만나 KBS 신임 사장 인선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김은구 전 KBS 이사,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전 KBS 이사), 최동호 육아TV 회장(전 KBS 부사장) 등 당시 KBS 새 사장 후보군을 이루고 있던 인사들도 참석했다.
 
  특히 이 중에서 김은구 전 KBS 이사는 KBS 이사회가 21일 24명의 새 사장 후보 응모자 가운데 추려낸 5명에 포함돼 주목된다. 사실상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이 참석한 당시 자리에서 '낙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KB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후임 사장을 잘 정해야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인규 씨가 힘들어졌다. 후임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는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정말 듣기만 했다"…'해명'은 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보도가 나온 직후 청와대는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됐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저를 포함해 정정길 실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이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KBS의 공영성 회복과 방만경영 해소라고 하는 과제에 대해 방송계 원로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잘 알다시피 박흥수 위원장은 방송계 경험이 풍부한 분이시고, 최동호 전 부사장도 KBS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분"이라면서 "또 김은구 씨도 KBS 사우회장이시니까 직원들의 처지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여론수렴' 차원에서 만들어진 자리라는 해명이다.
 
  이동관 대변인에 따르면 이 자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주선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최시중 위원장께서 청와대 쪽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연락을 해 왔고, 정정길 실장님은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제가 제안을 해서 모시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인선과 관련해 누가 적임이다, 아니다는 이런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며 "잘못 이야기를 하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정정길 실장과 저는 정말 듣기만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KBS 공영성 회복'을 위한 '원론적 언급'밖에 없었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유재천 이사장은 "KBS이사회가 자율성을 갖고 예산편성 문제나 사장인선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다른 참석자분들로부터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인선이 중요하다는 의견개진이 많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KBS 이사장,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신임 사장 물망에 오르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사장 인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대변인은 "보도에는 '김인규 씨가 힘들어졌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나왔는데 (김인규 씨의 포기는) 당시 결정된 일이 아니었다"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사로서 'KBS 장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김인규 씨는 지난 19일 '응모포기'를 선언했다. 이 대변인의 주장대로라면 청와대 측은 김인규 씨의 '결단'이 나오기 불과 이틀 전까지도 전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여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변인은 "이 자리를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제 불찰"이라면서 "알려지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 자체가 누구를 낙하산으로 하자고 논의하는 자리였다면 오히려 더 고려를 했겠지만, 편하게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 자체가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경위에 대해 이 대변인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누가 도청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차라리 도청 내용이 밝혀지면 의혹이 해소될텐데…"라고도 했다.

송호균/기자

#1.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 쿠바..

프레시안에서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여정을 좇은 여행 사진전을 열었다. "시가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모른다 답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 시에게 묻는다면 시는 그 답을 해줄 것이다." "여행이

무엇인지.." "사진이 무엇인지.." 그런 식으로,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맥락과 관심사를 통해 외부

사물들을 이해한다. 240여장의 사진을 넘기며 그 때 가졌던 감정과 부여하고자 하는 의미를 두시간여 조곤거리던

다소 지루했던 사진전에서, 나는 그 여정에 거쳐간 국가 이름들이 갖는 이국적인 느낌에 취해버렸다.

아-르-헨-티-나. 베-네-쥬-엘-라. 페-------루. 큐-바.



#2. 외교부의 미운 털.

이번주 월욜에 있었던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립총회 때 일이다. 외교부 참사관 하나가, 문득 우리 진영 쪽으로

와서 그런다. 당신이 XXX대리에요? 언제 입사했어요? 여자친구는 있어요? 네, 얼마 안됐습니다. 있습니다.

여기서 내 멘토선배가 한 마디, 여자친구가 얼마나 이뿐데요~* 그 참사관 말이 외교부의 직원들 사이에 나에 대한

성토대회가 한시간이나 열렸댄다. 회장의 일정과 필요를 빙자해 끊임없이 귀찮게 한다나. 신입직원답잖게.

같이 하는 행사니만치 그쪽과 우리쪽의 정보가 공유되야 했고, 나 역시 주겠다는 빈말만 계속하며 짜증내는..

무례하고 건방진 외교부 직원들과 계속 독촉하라는 팀장님 사이에서 얼마나 열받아 있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지

십장생들. 어쨌든 행사는 무사히 마쳤고 다음날 난 잠시 고민하다가 그들 모두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선에서

마무리. "행여 제가 귀찮게 해드렸다면 죄송 운운" 은근히 그런 거 잘한다, 맘만 잘 먹으면. 니들한텐 어디던

모두 을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니넘들의 강변, 인정해줄 수도 있다. 내게 그다지 중요치 않으니까 그런

갑-을 장난질은.



#3. 박제가 된 천재..는 아니지만.

이상의 그 표현이 날 향했던 건 두번째다. 첫째는 내가 제대하고 고시공부를 할 때. 대체 내가 정부기관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며 고시공부에 매진하던 날 안타까워하던 식이었달까. 두번째는 엊그제, 출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군시절 중대장님. 거기에서 뭘 할거냐며 5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박제가 될 거라고 했다.

그래도 '똑똑하고 말도 잘 하는 녀석'이, 서울대 외교학과란 딱지를 갖고서, 메인 스트림..유학도 다녀오고 뭔가

'그렇게' 비전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 (여전히 난 그 '그렇게'의 의미를 전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참 다른 두 개의 방향..이랄까. 체게바라는 죽고나서야 박제가 되어 맥주병 포장지, 티셔츠, 건물외벽을

장식한다지만..난 벌써 박제가 되어 이후의 쓰임과 이전 기억의 용도를 고민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 아직

살아있는데. 두 지적 모두 내가 요새 답답해하는 이유를 어슷하게 관통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10년 후, 아니 5년 후, 하다못해 1년 후..난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4. 내 문제는..

직장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멀찌감치 밀어뒀던 가치들..그것들이 헐떡대며 내 등뒤를

잡아채고 내리찍는 사이에, 지금 이곳이 내게 허한 빈 공간들을 채울 의미있는 뭔가를 찾지 못했다는 것. 애초엔
 
그게 그래도 꽤나 긴 토막의 텀일 거라 생각하고서는, 내가 안정성과 자기관리를 위한 시간 대신 '포기한' 혹은

포기했다고 믿고 싶은 고액 연봉, 커리어 관리, 다이내믹한 분위기을 대신할 뭔가를 찾는 건 마치 휴대폰 배터리

갈듯 금방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2월, 3월, 4월, 5월. 아무런 대안도, 새로운 공간도,

흥미도 관심사도 발굴하지 못한 채 지나고 있다. 이걸 희생한 대신 얻겠다던 저것..이 아직 손에 잡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게 뭐여야 할지도 전혀. 감이 없는 상태란 게..날 바싹 말려 박제로 만들고 있다.

'신입직원'으로서의 허니문은 이제 끝났고, 누추하고 더러운 현실이 보이면서 대체 내 '위생관념'과 '긍정적인

사고'란 게 얼마나 갖춰져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간다.



#5. 오늘은.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선배와 술한잔 했다. 안티로 가득한 거리의 정치 그리고 단지 '이명박'과 '광우병'에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패닉 상황이 기회일지, 위기일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했다. 난 위기가 맞다고, 아니려면 FTA로

제왕적 대통령제로 초점을 넓혀가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달에 채 백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몇 년째

일하는 사람들, 딱히 대단할 것도 없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그들은 마음에 찍히는 숫자가 불었을 테다.

문제는, 나처럼 그 어디에도 하루하루 숫자를 불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 사실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걸로 암담해하는 건 건방진 걸지도 모른다. 6시 좀 지나 사무실을 막무가내로 나서서 경복궁 사진전으로 달렸던

건 그런 암담함을 지워내려는 육체적인 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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