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_01.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 유후인 가는 길(고속버스 시간표 포함)

 

#2012_02. 유후인 료칸의 열세가지 코스 만찬.

 

#2012_03. 방마다 노천온천이 딸린 유후인 몰.

 

#2012_04. 유후인 료칸의 숨은 그림찾기.

 

#2012_05. 유후인 료칸의 흔한 조식.

 

#2012_06. 유후인역까지 걷는 밤마실.

 

#2012_07. 유후인의 토토로, 그리고 숯의 정령들까지.

 

#2012_08. 유후인 료칸 체크아웃 후의 하루짜리 산책..오전편.

 

#2012_09. 흑마백마가 환대해주는 유후인.

 

#2012_10. 유후인 료칸 체크아웃 후의 하루짜리 산책..오후편.

 

#2012_11. 짙은 녹색의 그림자에 숨어든 금색 비늘의 호수, 유후인 긴린코.

 

#2012_12. 유후인의 편의점털이.

 

#2012_13. 후쿠오카의 밤거리 & 유후인 2박3일 여행일정

 

 

1일차. 후쿠오카 도착, 유후인 도착 (늦은 점심) 온천 (저녁) (밤마실 조금)

 

2일차. (아침) 유후인 마을 구경. (점심) (이른 저녁) 후쿠오카 이동. (늦은 저녁) (도심 구경 조금)

 

3일차. (여유있는 아침) 후쿠오카 출발. 서울 도착. (점심)

 

(끗)

 

 

 

 

 

 

 

 

유후인역에서부터 유후인아동공원을 지나 드디어 유후인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곳, 긴린코 호수 초입에 도달했다.

 

슬슬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살짝 목이 마르다 싶던 타이밍, 일본까지 와서 물을 사 마시느니 음료를 사마시고 까페에서 차를 마시는 게

 

낫겠다며 계속 그런 걸 마셨던 차에, 저렇게 신기한 '오이 막대'라니. 살짝 짭조름하게 간이 밴 오이가 와삭와삭.

 

기운이 불끈 돋아 씩씩하게 걷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보이는 한글들, 그리고 한국인들의 한국말 소리들.

 

 

긴린코 호수 주변을 어슬렁대는 오리들, 처음에 조우했을 때는 정말 화들짝 놀랐는데, 그런 사람 따위 관심도 없는 듯

 

시크하고 여유로운 뒤뚱거림으로 이내 시야를 벗어났던 오리 한 마리.

 

 

드디어 눈 앞에 호수가 펼쳐지기 시작!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호수가 쫙쫙 양팔을 벌린 만큼 커지는 것만 같았다.

 

'긴린코'라는 호수 이름은 金鱗湖, 즉 금색 비늘 호수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될 텐데, 석양에 비친 물고기들의 비늘이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호수 수면 아래로 팔뚝보다 굵은 물고기들이 미끄러지듯 유영중이었다. 아침해가 빛날 때나

 

저녁해가 가라앉을 때쯤에는 정말 꽤나 볼만하겠다 싶다.

 

 

알고 보니 이 '긴린코 호수'의 물 절반은 뜨거운 온천수, 나머지 절반은 차가운 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자욱하게 물안개를 피워올린다고 하는데 일정상 그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한낮의 쨍쨍한 햇살 아래에도 짙푸른 녹색이 시원하게 수면 위로 내리깔린 긴린코 호수의 호젓한 분위기나

 

드문드문 호수를 내려다보는 찻집이나 레스토랑들, 잠시 앉아 쉬어가며 시간을 붙잡아 두기에 딱 좋은 곳.

 

멀찍이 신사도 보이고, 저건 왠지 일본 애니메이션 '지옥소녀' 오프닝에 나오는 그 곳 같은 느낌.

 

 

긴린코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산은 유후인의 명산 유후다케, 유후인 마을에서도 멀찍이 보이던 그 산자락이다.

 

 

 

호수변에 피어난 노란 꽃들이 제법 뜨거운 햇살에 축축 늘어졌다. 호숫물을 쭉쭉 빨아올리란 말이다.

 

 

유후인의 소로들을 거닐 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들, 울창하게 숲을 이룬 커다란 나무들과 드문드문 호숫가에

 

모로 누워버린 나무들이라니. 꽤나 깊숙한 자연 속에 안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돌거나 이리저리 에둘러가는 길들이 꼬불꼬불 서로 꼬리를 물고 있었지만, 이미 유후인 료칸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며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으니 굳이 다 돌아보진 않기로 했다. 잠시 짙은 녹색 그늘 아래서 쉬다가 유턴.

 

긴린코 호수 옆을 빠져나가고 다시 샵들이 즐비한 거리로 나가기 전, 아까는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이쁜 가게가 하나.

 

 

인력거가 조금 탐이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과연 이런 뜨거운 날씨에 사람이 헉헉거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끄는데

 

나몰라라 맘 편하게 저 위에 앉아서 갈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어서 패스.

 

슬슬 유후인역까지 걸었다. 유후인역에서 긴린코 호수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무지무지 오래, 대충 네다섯 시간 걸렸던 거 같은데

 

여기저기 한눈 안 팔고 적당히 슬슬 내려오니깐 고작 30분쯤 걸렸으려나. 조금 이르지만 유후인에서 먹는 마지막 간식..이랄까

 

혹은 이른 저녁 part1이랄까, 유후인 수제버거.

 

 

이제 유후인에서 후쿠오카로 나가는 가장 늦은 고속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하카다역 버스터미널로~*

 

 

 

 

 

 

유후인역에서 긴린코호수까지 유유히 걷는 길, 대충 중간쯤의 지점에는 '중앙아동공원'이 있고, 거기서부터 쭉 이어지는

 

직선길을 따라 걸으면 바로 긴린코 호수까지 가 닿게 된다. 소형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다닐 도로 양켠으로는 온통 꽃들,

 

그리고 간식거리를 팔거나 악세서리니 캐릭터상품을 파는 샵들.

 

지도만큼이나 간단하고 쉬운 길이라 좀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거니와, 실제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쉬엄쉬엄 걷기 좋다.

 

 

바람에 펄럭이는 이발소의 출입문 커튼. 그리고 선연한 붉은 빛을 밝혀든 화분들.

 

비가 내릴 때 처마에서 땅바닥이 패이도록 주룩주룩 흘러내길 빗물을 달래려 살살 타고 흘러내길 길을 늘어뜨렸다.

 

곳곳에서 보이는 인력거꾼들. 꽤나 요금이 비쌌던 거 같은데, 3,000엔이었던가.

 

 

언젠가부터 이곳저곳에 있는 바이크들에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이 녀석도 참 이쁘네.

 

 

그렇다고 유후인 마을의 길들이 온통 샵들이 빽빽하게 꽂힌 그런 길은 아니다. 이렇게 빈 틈새도 보이고, 그 곳엔

 

옥수수를 걸어두고 말리거나 자전거들을 꼬리물고 주차해두는 공간들이 여백처럼 존재한다.

 

시식거리를 잔뜩 마련해둔 견과류 가게, 고양이를 컨셉으로 한 온갖 상품들을 팔던 가게, 악세사리들을 걸어둘 장식대마저

 

저렇게 이쁜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둔 가게들. 어디 하나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볼거리들이다.

 

 

특히나 이 고양이를 컨셉으로 잡은 가게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고양이 인형이니 악세서리들이 가득가득.

 

 

 

 

길가에는 이 곳의 유명한 우유 아이스크림도 팔고, 이런 오징어 철판구이도 팔고, 빵에 오꼬노미야끼에 햄버거에..

 

길 건널 때 조심하라며 입을 한껏 벌려 소리없이 외치고 있는 저 꼬맹이, 거참.

 

 

홍등이 길게 이어지는 이 골목도 꽤나 궁금했지만, 조금씩 덥고 발의 무게가 느껴지고 있었다. 스킵.

 

 

 

그래서 다시 까페에 들어가 좀 쉬기로 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잠시 햇빛을 피하며 땀도 식히고 차도 마시고.

 

 

겸겸 까페 안에 그득한 아이템들도 하나하나 구경하고 사진도 정리하고.

 

유후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아마도) 유후인 사이다. 여느 사이다랑 별반 다를 게 없는 맛이었지만, 사실 병이 탐났던 거다.

 

가게 이층의 한 귀퉁이에 놓인 흔들의자. 햇살을 받으며 제 혼자 흔들흔들, 땀을 식히고 있엇다.

 

거품이 양껏 풍성하던 카푸치노.

 

꼬리를 흐느적 거리는 고양이 시계가 참 귀여워서, 저런 건 동영상으로 남겨야지 싶어서 담았더니..옆으로 누웠다.

 

 

온실처럼 온통 유리창으로 세워진 벽들을 돌아보며 나름 이 층에서의 경관을 바라보았다. 어딜 보나 말끔하고 단정하다.

 

 

 

 다시 원기를 좀 회복하고 밖으로.  

 

  

 

 긴린코 호수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싶으니 샵들이 점점 드문드문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긴 긴린코 호수 옆에 위치한 자동차 박물관. 입구부터 동전을 넣고 탈 수 있는 자동차 장난감이 있어 눈길을 끌었지만,

 

박물관은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좀 휑한 분위기다 싶어서 그냥 스킵. 이제는 긴린코 호수로~*

 

 

 

 

 

유후인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사실 이렇게 흰 갈기를 찰랑거리는 백마였다. 백마가 끄는 마차는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가 닿았고, 아무래도 저 백마의 긴 생머리같은 갈기는 엘라스틴을 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

 

마차에 사람들이 제법 꽉꽉 들어차 있었는데도 백마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유후인의 파란 하늘 아래 반점 하나 없이 하얀 말이 끄는 고풍스러운 마차라니, 유후인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샤방하다.

 

사실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교통 표지판 역시 하늘로 치솟으라는 의미로 새삼 새롭게 읽히는가 하면.

 

길바닥에 고개를 꿇어박고 귀여운 펭귄들이 가방을 메고 있는 그림을 찍어대기도 하고.

 

 

유후인역사 건물이 떡 버티고 선 유후인의 메인로드.

 

 

곳곳에 나있는 샛길들 하나하나, 재미있는 기억과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품고 있을 가능성들이다.

 

그러던 와중에 곁눈질을 하며 따가닥 거리는 얼룩말 한마리 추가로 발견.

 

이 녀석도 참 순둥이처럼 생긴데다가 반질반질한 등저리에서 햇살이 자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마차 꽁무니를 조금 쫓다가 포기하고, 어느결에 살짝 달라진 풍경을 구경하고. 여기 사람들은 이미 마차엔 익숙한 듯.

 

그럴 수 밖에. 유후인의 자그마한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마차가 시시때때로 돌아다니다 보니 워낙

 

곳곳에서 조우하게 되는 거다. 깔끔한 아스팔트 위를 다가닥다가닥,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달리는 말들.

 

 

문득 궁금해지고 경탄하게 되는 건, 저 흑마와 백마들이 쏟아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배설물들은 대체

 

어떻게 처리하길래 이렇게 깨끗하게 거리가 유지되는 걸까. 일본 문화나 교양의 저력인지도.

 

 

 

 

 

 

 

유후인 료칸, '유후인몰'의 외관 탐구. 료칸에 들어서면서 꼭꼭 눈에 담기던 풍경을 좇아 밖으로 나왔더니

 

곳곳에 숨어있는 깨알같은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게 더욱 큰 재미였던.

 

 

료칸의 입구. 입구에서부터 온통 울긋불긋 그야말로 꽃대궐이다.

 

  

입구에 놓인 차임벨. 여느 술집이나 교실에서 볼 수 있는 벨에도 온통 꽃무늬다.

 

유후인에서 실감했던 '원피스'의 위력. 료칸에도, 유후인 거리에도 온통 원피스!

 

 

 

풀섶에 숨어서 갸웃이 고개를 내민 고양이 인형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고.

 

 

유후인몰, 조그마한 세로형 간판 양 옆에 서서 손님을 반기는 마냥 해피한 얼굴의 인형 두개.

 

 

이건 사실 유후인몰이 아니라 이전에 들렀던 숙소에서 담은 풍경. 비슷한 료칸의 풍경이다.

 

 객실문마다 별자리를 따서 붙인 이름, 그리고 나무를 파서 만든 호실 명패.

 

 

1층에 있던 레스토랑의 입구. 이 곳에서 저녁도 먹고 아침도 먹고.

 

 

남녀탕이나 가족탕으로 향하는 길에 발에 채일만큼 많이 널렸던 아이템들, 이 장난감 강아지도 그중 하나.

 

 

완전 싱싱하게 뻗어나간 굵고 탄탄한 대궁 위에서 활짝 피어난 잎사귀.

 

 

 

 혼자 사진에 담긴 고양이는 왠지 도도해 보이는 느낌이 아주 강하지만,

 

  두 녀석이 함께 담긴 사진에서 녀석들은 왠지 다소곳하다.

 

 

그냥 되는 대로 툭툭 아무데나 던져둔 것 같은 악세사리들이 료칸 바깥에 온통 널렸다.

 

 

 

그리고 따사로운 큐슈 지방의 햇살을 온몸으로 흠뻑 맞고 있는 꽃들.

 

2층 객실로 올라가는 길, 그 옆에 소복소복 쌓인 초록빛 무더기들.

 

가족탕으로 꺽어들어가는 길, 그 앞에 빨간 불이 들어온 걸로 보아 어느 가족이 지금 사용중이다.

 

주의할 것조차 딱히 없어서 온통 녹슬어버린 주의 표지판. 이 조그마한 온천 마을이란.

 

 

자칫 못 보고 지나칠 뻔 했다. 저 도자기 밖으로 뛰쳐나올 듯한 고양이 녀석 한 마리를.

 

 

 

료칸에서 펑펑 솟는 온천수 덕분일까, 새로 돋는 잎사귀가 무지 두텁고 반질거린다.

 

 

 

 

사람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고즈넉한 마을의 조용한 료칸, 건물 밖의 의자에 앉아 흐느적대기 딱 좋은 곳.

 

 

온통 담쟁이덩굴이 칭칭 휘감아 시간도 끈적하게 쉬엄쉬엄 흐르는 곳이라 이끼조차 한모금 머금었다.

 

 

 

 

조화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싶어서 처음엔 그냥 지나쳤었지만, 아무래도 그 빨갛고 푸른 색감이 참 선명하다.

 

 

 

어느새 어슴푸레하게 너울지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풍경, 시퍼런 어둠에 먹힌 바깥 풍경과는 달리

 

아직은 제 색깔을 고르게 지켜내고 있는 테이블 위에 아기자기한 장식들. 

 

 

체크인했을 때 고개를 꿇어박고 서류를 작성했던 딱딱한 책상에도 주홍빛 불빛이 둥실 떠올랐다.

 

  

그렇게 조금씩 어둠이 건물을 갉아들어왔고,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풍경은 조금씩 줄어들어가고.

 

 

그 와중에 나비 모양 등불은 꽃망울을 향해서 활짝 날개를 펼쳤다.

 

 

 

원래는 이 곳에 머물 예정은 아니었다. 애초 머물기로 했던 숙소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 것.

 

그렇게 옮겨간 유후인 료칸 '유후인몰'의 픽업 차량은 벤츠, 벤츠 로고를 단 봉고차였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유후인 역까지 걸어서 20분이면 가닿는 곳, 유후인 동네가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걸 감안해도 이정도 입지면

 

정말 꽤나 훌륭한 편이다. 그리고 입지보다 중요한 건 그 곳에서 머물 공간의 내부 풍경.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야가 한없이 쭉쭉 뻗어나간다. 현관을 지나 침실을 지나 다다미방을 지나 저 멀찍이 보이는 건,

 

방마다 구비했다는 실내 노천 온천..!!

 

 

사람 둘셋이 들어가도 모자라지 않을 사이즈의 노천 온천이 뻥 뚫린 하늘 아래 검게 그을린 나무 담벼락과 초록빛 왕성한

 

풀숲의 호위를 받으며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중엔 그 뜨끈하고 미끈한 온천물에다가 편의점에서 사온 날계란을 담궈놓고 온천 계란을 만들기도 하고.

 

 

방 안에는 화사한 일본 전통종이로 씌워진 빳빳한 안내 책자에 료칸 객실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방에 들어선 손님들을 맞이하는 건 간단한 스낵.

 

그리고 유카타 두 벌과 일본의 진한 녹차 티백이 가득 담긴 다기 세트.

 

 

 

방안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적당한 장소에 놓여 있었다. 온천에 들고 나갈 수건 꾸러미 옆에는 토끼,

 

열쇠나 잡다한 장신구를 놓음직한 받침대 위에는 꽃바구니, 뭐 그런 식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 개인을 위한 노천 온천이 객실 안에 있다는 건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고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고즈넉한 시간대, 둥근 조명빛이 고스란히 옮겨진 온천 수면을 깨고 들어가기.

 

사실 온천물에 날계란을 익혀 먹기는 반쯤 실패하고 말았다. 물이 굉장히 뜨거워서 한참이나 찬물을 섞어야 했지만

 

막상 날계란을 익히기는 온도가 모자랐던 듯 하다. 그렇지만 밤새 온천물에 담겼던 계란들은 정말 굉장히 맛있었다!

 

 

 

개인용 노천 온천탕이 있다는 건,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에 눈뜨자 마자 첨벙 뛰어들 수 있는 뜨겁고 시원한 온천탕이

 

있다는 이야기. 밤새 지켜왔을 무거운 정적과 침묵이 한순간에 깨어져 나가는 순간. 보통 유후인의 료칸은 오전 10시까지

 

체크아웃을 완료해야 하는데,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온천탕 안에서 버티는 게 남는 거다. 몸에나 마음에나.

 

그리고 료칸의 객실 내부를 좀더 살펴보자면, 여느 일본의 호텔이나 숙소처럼 화장실은 꽤나 작다.

 

샤워장과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고 각자는 꽤나 협소한 공간. 욕조가 그래도 들어가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실내에 개인용 노천 온천이 있다고는 하지만, 별도로 공용 남탕과 여탕도 있고, 크고 작은 '가족탕'도 있다.

 

가족탕의 경우는 이렇게 사용하기 전에 빨갛고 파란 램프에 불을 켜두어서 해당 욕실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는 표시를 한다.

 

그래야 누군가 사용하러 와서 벌컥 문을 여는 민망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불빛을 켜두어 표시한다고 해도 만의 하나 가능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가족탕 앞에 표지판도 세워둔다.

 

입욕중, 혹은 비어있음의 표시를 해두는 것에 더해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나 물소리가 들리면 조심해야 할 일이다.

 

 

가족탕 내부에 뻥 뚫린 하늘, 그리고 멀찍이 내려다보이는 유후인 마을의 모습.

 

 

그리고 대나무발로 구획지어지고 천장이 절반쯤 닫힌 가족탕의 모습. 이 정도 크기면 왠만한 목욕탕 사이즈다.

 

파란색 바구니와 빨간색 바구니, 역시 이건 남자용 그리고 여자용 옷을 담아두라는 의미일 듯. 외국에 나가도

 

인류 공통의 색감과 색에 담긴 함의를 이해하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남탕, 여탕이 분리된 여느 온천에서 흔히 보이는 입구.

 

 

 남탕에서 보이는 유후인의 봉긋한 산봉오리,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다른 건물들.

 

탕 안의 시설만 보면 한국의 시내에선 이제 보기도 힘든 낡고 오랜 목욕탕 같기도 하지만, 여긴 물이 다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열어본 여탕의 출입문. 부처님 오신 날 연휴가 끼어있는 황금연휴였지만 이곳까지 온 사람들은

 

(특히 한국인들은) 그리 보이지 않아 문을 열어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여탕이라고 말해두지 않으면 전혀 남탕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실내.

 

 

유일하고도 중대한 차이라면, 남탕에는 없는 디지털 체중계가 여탕 한구석엔 놓여있었다는 점이랄까. 그리고

 

옷을 보관해두는 바구니가 저렇게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랄 수 있겠다.

 

 

가족탕, 그리고 남탕과 여탕. 무엇보다도 객실마다 구비된 개인용 노천탕까지. 온천의 수질이 어떤지, 어떤 성분이

 

녹아있는지 같은 거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건, 이 곳의 온천 시설은 '개인용 노천탕' 하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일본과 다른 나라의 온천장들을 올킬하고도 남는다.

 

 

 

 

 

유후인 료칸에서 제공되는 석식. 보통 료칸은 여느 호텔과는 달리 투숙 인원수로 숙박비를 받는데,

 

그 이유는 온천에 대한 사용료와 더불어 석식, 그리고 조식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이다.

 

묵었던 '유후인몰'의 경우 석식은 오후 6시, 6시반 두 시간대 중에서 선택을 해야했고, 조식 역시 오전 8시,

 

8시반 중에서 미리 선택해야 했다. 그러면 이렇게 시간대에 맞춰서 테이블을 미리 세팅해두고

 

객실번호를 올려두어 예약석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는 메뉴판, 그저 알 수 있는 거라곤 몇몇 한자어로 미루어 짐작해볼 뿐인 메뉴 몇 개와

 

가짓수가 참 많은 거 같다는-대충 열세가지?-기대감을 부풀게 만들던 깨알같은 코스 요리일 거란 사실.

 

에피타이저로 제공된 매실주가 온전한 모습으로 담긴 사진은 이것 한장뿐. 따로 음료를 주문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별도의 비용이 나가게 되므로 굳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하나씩 날라오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

 

 

어느 각도로 보나 살짝 섹시하게 얹힌 계란말이 두 조각. 그리고 푸딩인지 곤약같은 에피타이저.

 

 

생선회와 구운 생선조각들. 역시 일본의 와사비는 제대로 강판에 갈은 매콤한 와사비였다.

 

 

짜잔, 연잎에 싸여있던 농어와 가지찜. 연잎의 향기가 독특하게 배어있었던 느낌.

 

 

뜨겁게 달궈진 그릇에 담겨나온 저 포슬거리던 계란찜 속엔 어묵이 한줄.

 

마차가루가 섞인 죽염에 찍어먹는 고추튀김, 고구마튀김, 그리고 음..좌우지간 뭔뭔 튀김들.

 

 

그리고 개인용 구이판에 구워먹으라며 나온 와규(일본산 소고기), 닭고기랑 기타 채소들.

 

 

이글거리는 불판 위에 우선 마블링이 아리따운 와규부터 올려주셨다.

 

그리고 버섯과 양파 나부랭이들도 함께, 소고기 기름을 먹고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

 

일종의 스프였다고 해야 하나. 한국어로 된 메뉴 소개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서빙하시는 분 중 한 분이 한국사람이긴 했지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하여, 그저 눈으로 혀로 음미할 뿐.

 

 

하얀 쌀밥에, 저건 토란국일까. 큐슈 쪽 음식이 아무래도 혼쥬에 비해 짜긴 한 듯 전체적으로 조금

 

짭조름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 맛있게 슥삭슥삭 잘도 비워냈던, 질세라 쉼없이 나오던 료칸의 석식.

 

 

그래도 정신없이 먹다 보니 마지막 음식. 황도인지 살구인지, 과일맛이 강하게 나는 푸딩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을 찍으며 하나하나 음미하는 게 목표였건만, 아무래도 사진에 맛이 담기지는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아주아주 훌륭했던, 언젠가 꼭 다시 한번 가서 만끽하고 싶은 유후인 료칸의 석식.

 

 

 

 

 

 

 

인천국제공항 ▶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by air (1시간 20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이내 후쿠오카 상공에 진입했다. 티웨이항공사를 이용했으니 기내식은 기대도 안 했는데,

 

그래도 크로와상과 주스로 요기는 할 수 있었다. 비행시간, 1시간 20분. 오전 10시 5분 발, 11시 25분 착.

 

후쿠오카는 삼사년전 한번 시내를 돌아봤고, 이번엔 온천 마을로 손꼽히는 유후인을 섭렵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할 예정이었으니 마음이 조금 급하다.(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by Shuttle Bus(공짜, 15분 소요)

 

유후인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는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1층에서 바로 잡아탈 수가 있다. 우선 해야할 것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후쿠오카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를 잡아타는 것. 국제선 터미널에서 화물창고를 지나

 

국내선 터미널로 향하는 공항 내 셔틀버스는 대략 15분 정도 소요된다. 이용료는 공짜.

 

도쿄 같은 대도시들도 그렇지만 후쿠오카 역시 한국인 여행자들이 돌아다니기에 무지 편하다. 전철이나 공항, 백화점 같은

 

주요 시설물에는 전부 영어와 한글이 병기되어 있다. 셔틀버스에서도 훌륭히 제공되는 안내방송을 따라 후쿠오카 국내선

 

공항에 일단 짐과 함께 내렸다.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  버스티켓 창구

 

국내선에서 후쿠오카 인근 지역으로 이어지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미 여기저기 줄을 서 있었다.

 

셔틀버스 내린 곳에서 얼마 걷지 않아 쉽게 고속버스 티켓 판매소를 찾을 수 있었다.

 

창구에 대고 물었다. "유후인, 욘마이킷뿌". 유후인 왕복을 위한 2명의 티켓을 세트로 파는 티켓을 '욘마이킷뿌'라고 한다.

 

(유후인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하카타버스터미널, 텐진버스터미널 중 선택 가능)

 

두명의 왕복 티켓이니 총 네 장을 8,000엔으로 살 수 있는데, 별개로 사게 되면 편도에 약 3,000엔 전후인 듯 하니

 

4,000엔 가량 할인되는 셈이다.

 

어라, 영어가 짧은 차표 아저씨가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위의 시간표를 가리킨다.

 

여기서 유후인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는 11:04, 12:04, 13:14, 14:04..이렇게 한 시간에 한대 꼴인데, 12:04분 걸 타면

 

딱 되겠구나 했는데 이미 만차란다. 예약을 사전에 하고 온 단체여행객들이 있었는지, 해서 13:14분 차로 예매.

 

(인천에서 10:05분 출발,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11:25분경 도착, 입국수속하고 짐찾고 셔틀타면 12시 전후로 도착)

 

버스티켓 구매 ▶ 승차장 확인

 

이게 바로 유후인행 욘마이킷뿌. 앞의 두장이 유후인행 티켓, 뒤의 두장은 나중에 유후인에서 돌아올 차편을 끊을 때

 

필요한 티켓이다. 유후인역 앞의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에서 저 티켓을 보여주고 원하는 시간대의 버스를 끊으면 된다.

 

티켓을 사고 가만히 보니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유후인. 탕포원, 湯布院, YUFUIN이구나.

 

그리고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하나. 바닥에 노란 색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각각의 라인에는 행선지가 적혔다.

 

이런 식으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라인 안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거다. 애초 티켓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으니 줄을 미리부터 서 있을 필요는 사실 없으니 공항 안에서 가볍게 편의점을 들러 군것질이나 조금.

 

 

 

딴짓할 시간(화장실, 편의점, 공항 전망대..)

 

간단히 요기할 거리를 찾는데 역시 일본은 올 때마다 신기한 거리들을 찾게 된다. 볶음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묘한 느낌의

 

라면을 렌지에 덥혀서 따끈하게 먹고, 무려 '스파클링 두유'를 마시며 잠시 공항 벤치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공항 화장실에 들렀는데 이렇게 색색깔로 구분되어 있다니. 색감도 맘에 든다. 

 

후쿠오카 국내선 터미널 ▶ 유후인 by 고속버스 (1시간 40분)

 

정복을 차려입은 아저씨가 마이크를 들고는 들고 나는 버스의 행선지를 외치며 승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유후인행

 

버스 올 시간이 다 되었고, 유후인행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에는 사람과 짐들이 꽉 차있었다.

 

 

고속버스라곤 하지만 중간중간 서서 사람들을 태우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그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 버스의

 

종점이 바로 우리가 갈 곳, 유후인 역이다. 2시간에 가까운 탑승시간이 좀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휴게소를 쉬거나

 

그런 일은 없다.  

 

휴게소를 굳이 들르지 않는 건, 이렇게 차 안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가 이용하는 건 못 봤지만

 

화장실만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도 아니고 고작 2시간 남짓한 버스 여행이었으니 뭐.

 

그리고 다른 일본의 버스 요금 시스템처럼 구간별 운임이 쉼없이 늘어나고 있던 안내창이 붙어있던 버스 앞.

 

유후인 도착! ▶ 숙소

 

유후인에 도착해서 맨 처음 담은 풍경. 조그마한 동사무소보다도 작은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우리를 맞이했던 건

 

흰구름 동동 이고 있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반짝거리며 굴러내리는 햇살과 시원하게 내리부어지는 청신한 바람.

 

 

 

우선 숙소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요청하고는 잠시 주변을 돌아봤다. 유후인 역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왕복 이차선의

 

조그마한 차로는 아마도 유후인의 메인로드인 듯 하고, 그 양쪽으로 이어지는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앞으로 둘러볼 곳들. 여느 고만고만한 세계의 도시들과는 달리 작고 살가운 풍경에 두근거리고 있는데 마차가 지나간다.

 

 

 

* 후쿠오카 - 유후인

 

후쿠오카공항 국내선 터미널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1  12:04 13:48 

 2

 13:14

14:58 
 3

 14:04

15:48

 

 

* 유후인 - 후쿠오카 (텐진 버스터미널 - 하카다 버스터미널 - 후쿠오카 공항) 

  유후인 버스터미널(유후인 역) 

후쿠오카 버스터미널(하카다)

 1  08:35  10:53 
 2  12:20  14:38
 3  13:50  16:08
 4  14:35  16:53
 5  15:20  17:38
 6  16:20  18:38
 7  17:00  19:18

 

 

 

 

 

 

이수영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큐슈 유센테이코헨의 화장실 표시. 울창한 녹색 수풀 사이로

토토로가 튀어나올 것만 같이 야성적이면서도 깔끔하던 일본 전통정원은 정말 일본스럽도록

구석구석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이 담뿍 쓰여져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표시조차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타일조각 작품이니 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남자 화장실을 손발 쫙 펼친 적극적인 남성의 큰대(大)자 모양의 표시로 형상화했다면

그와 달리 손발을 곱게 모으고 노란색 끈으로 동여매인 듯한 여성의 모습이 대비된다.

빨간 색감이 산뜻하고 이쁘긴 한데, 이런 화장실 표시에서도 역시 일본에서 여성을 보는

시각이랄까 암묵적으로 합의된 채 상식처럼 통용되는 문화가 흐르는 건 아닐까 싶다.

크게 손발을 활개친 검은 옷의 당당한 남자, 손발이 다소곳이 모인 채 아름다운 빨간 옷을

동여맨 여자의 대비.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