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를 둘러보았다.

고작 그 노래 하나로 평생 울궈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지만, 화개장터 근처에 친척댁이

있는지라 그래도 드문드문 들러보는 화개장터는 조금씩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 근처를 걸을 수 있는 산책길 코스가 정비되었고, 화개장터의

옹기집이니 반찬가게니 좀더 번듯하고 깔끔하게 차곡차곡 들어차 있는 거다.


이전에 화개장터는 그저 유서깊은 재래시장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조금씩 이렇게

초가지붕도 엮어올리고 구석구석 황토의 분위기를 살려넣어 좀더 전통 문화나 정서가

담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재미다. 바가지머리 모양으로 초가지붕을 올린

남자화장실 건물 역시 그런 의식적인 노력의 일환일 거다. 파랑 작대기인간이 서있는

화장실 사인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 양쪽 옆구리춤에 쓰인 '남자'란 글자가 정겹다.

여자 화장실도 일관성있다. 빨강 작대기인간 양쪽 허리춤으로 역시 '여자'라고 두글자를

적어넣은 분은 틀림없이 동일인물.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다면, 화개장터와 하동, 하면

역시 박경리의 '토지'만한 컨텐츠가 없으니만큼 서희랑 누구더라, 그 남자캐릭터를

남녀 화장실의 표지모델로 썼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