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역 옆에 위치한 청담공원, 이전에 무한도전에서 여길 찾아오는 미션도 수행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때는 이렇게 너른 줄 몰랐었다. 화면에서 얼핏 봤던 동상도 직접

보고 한번 둘러보려 했는데, 가뜩이나 눈도 녹지 않은 데다가 생각보다 원체 넓어서

조금만 돌아보고 말았다.

곳곳으로 출입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대체 어디가 입구일까, 한참 고심고심하며 찾아들어간

곳은 하필 골프연습장 쪽. 꽤나 커다란 연습장이 초록색 그물을 늘어뜨리고 있어서 잠시나마

당황, 여긴 영업용 사설시설물인 걸까 아니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용물인 걸까.

눈이 소복하게 내려있는 벤치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나무 빈틈 사이로 숭숭 빠져나간 눈들이

고스란히 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도 왠지 재미있고.

누군가와 함께 왔더라면 저 쌩쌩한 싸리비로 눈을 샅샅이 털어내고 잠시 엉덩이 걸치는

시늉이라도 해봤을 텐데, 그렇게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면서 괜시리 서로의 옷에 눈을

묻히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금 더 정색하면 눈뭉치를 뭉쳐 던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금 더 정색하면 눈밭에서 뒹구는..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운동삼아 나왔던 길인지라 하얀 눈길이 다독다독 다져지고 까뭇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기분내어 걸을만한 길이다. 빼곡한 나무들이 저너머 아파트숲을

가려주어서 여기가 서울 한복판임을 조금은 잊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도 하고. 다음엔

좀더 욕심내서, 눈이 함박 쏟아지고 나서 바로 달려가봐야겠다. 아무도 안 밟은 하얀길을

밟을 수 있을지도. 운 좋으면.



@ 서울, 청담공원.


'눈덮인 청담공원을 거닐며 사진을 좀 찍다가 카페에 들어와 에스프레소 더블샷 한 잔, 타임지가

선정한 2010년의 인물 주커버그 기사를 읽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어샌지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라니

타임도 별 수 없군.' (된장남 버전 내레이션)


'평가단 활동때매 사진찍으러 코딱지만한 공원을 헤메다가 눈길에 자빠지고 얼얼한 정강이를

어루만지며 커피마시러 와서, 자리값에 삼천오백이면 충분하지 싶어 젤 싼 에스프레소. 그치만

오백원 더 써서 가오잡겠다며 더블샷시키고 가방 속에 보존된 영자지를 DP했다.' (된장질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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